소설리스트

48화 (48/57)

으음…….

이런 윤아가 사랑스럽지만 미안하다.

매번 그녀가 나를 위해주는 것 같아서.

내가 내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곤 그냥 무한한 사랑을 주는 것 뿐.

그것밖에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 그녀를 더 꼭 껴안을 수 밖에 없었다.

" 미안해, 윤아야. 아무것도 되주지 못해서……. "

" 에에? 아, 아니에요! "

내 말에 윤아가 진심으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 더 미안해진다구.

"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한테 해준건 아무것도 없네……. "

" 이잇! 그만! 그만! "

윤아가 큰 소리를 냈다.

듣기 싫다는 듯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 몇번을 말해요. 오빠만 있으면 된다구. "

…….

그래…….

나는 눈을 감고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윤아도 거부하지 않고 호응에 주었다.

" 매일 매일 이렇게 뽀뽀해주기. 그거면 되요. 그리고 한 시간 마다 안아주기! "

" 알았어. 당연히 해줄게. "

그 정도라면 진짜 1분마다 해달라 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 선배 - ! 연우 선배 - ! "

수연이와 점심을 먹으러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누군지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보니 지연이었다.

" 넌 어떻게 우리 밥먹으려 할때마다 오냐. "

" 맞아. 너 혹시 우리 미행하고 그러는거야? "

수연이도 이상하다는 듯이 걸음을 멈추고 지연이를 째려보았다.

" 무슨 말을 그렇게 섭하게 해, 정수연! 난 그냥 감일 뿐이라구. 그리고 배고프지 않…….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연이의 뱃속에서 천둥이 쳤다.

지연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는 씩 웃는다.

" 밥 먹으러 가자. 너도 오려면 오고 - "

" 앗! 선배! 저 사주는 거에요? "

" 네 돈으로 사먹어, 임마. "

그렇게 티격태격 하면서 식당으로 가는데, 내 전화기가 울렸다.

윤아였다.

" 어, 윤아야. "

[ 히, 오빠. 밥 먹었어요? ]

" 아니, 지금 먹으러 가는 중이야. 왜? "

내가 전화를 하는 동안, 수연이와 지연이는 지들끼리 쑥덕쑥덕 나를 흉보고 있었다.

부러우면 너네들도 일찍 결혼하던가.

[ 설아가 아빠 보고 싶대서요. ]

" 설아가? 설아야 - "

나는 전화기에 대고 설아를 불렀다.

[ 빠빠 - 봐아우우부 - ]

설아가 나를 부르면서 알수 없는 말을 내질렀다.

무슨 말이야, 공주님.

내가 웃으면서 통화하는게 샘났던지 수연이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소리쳤다.

" 설아야 - ! 수연이 이모야 - ! "

고막 터져, 조용히 말해.

그리고 왜 이모야…….

[ 설아야! 수연이 이모네! ]

뭐, 뭐지.

내가 모르는 사이 이모랑 조카 먹었나 보다.

윤아도 순순히 말하는 것을 보니 둘이서 합의를 봤나보다.

나 몰래 통화도 자주 하더니, 이제 아주 친한 사이가 된 것 같다.

보면 볼 수록 이상한 두 사람이다.

설아 태어나기 전에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뭐, 좋은게 좋은 것 아닐까.

나는 수연이에게서 휴대폰을 뺏어 윤아에게 물어봤다.

" 설아 약 먹였어? "

[ 응. 걱정 말아요. ]

요 근래 다시 기침을 많이 하고 헥헥 거리는 것이 걱정이 되어 병원에 데려갔더니 약을 주었다.

조금만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한다는 당부와 함께.

설아 아프면 안 되는데.

그럼 아빠도 아프잖아.

" 설아 잘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최대한 빨리 갈테니까. "

[ 알았어요. 좀 있다 봐 - ]

그렇게 윤아와의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나서야 두 여자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는 모습.

약간 무서웠다.

" 왜? "

" 염장 그만 질러요. "

염장 지른댄다.

수연이나 지연이나 둘다 눈이 너무 높아서 남자친구가 없는거지, 붙어다니는 남자는 수도 없이 많다.

지금도 그렇다.

저 - 뒤에 남자들이 눈치를 보면서 두 사람을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뭐, 윤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수연이나 지연이도 눈이 부실정도로 예쁘니까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런 (지+수)연 같으니라구.

분배법칙이다, 분배법칙.

" 어이 - 거기 남학생들? 저기, 볼 일 있어? "

" 네? 아, 아니에요. 바, 바, 밥 먹으러 가는 거에요. "

누가 뭐랬나.

그냥 볼 일있냐고 물어봤지.

수연이와 지연이 따라온 게 확실한 것 같았다.

" 쟤들 너네 따라왔다? 인기 많아서 좋겠네. "

" 필요 없다구요, 선배. 아오, 밥이나 사줘요! "

지연이가 내 등을 밀면서 억지로 식당에 들어왔다.

뭐, 나도 배고프던 참이었으니.

" 뭐 먹을래? "

" 음……. 오늘은 B 먹을래. "

" 흠. 나도 B 먹고. 설마 지연이 다른 것 선택하는 건 아닐꺼야. 그렇지? 에이, 설마 지연이가. "

" ……. "

괜히 하나 다르면 귀찮을까봐 통일 시키려 했다.

지연이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주는 대로 먹어, 녀석아.

" B 3개 주세요. "

" 네 - "

내 소소한 일상이다.

" 하 - 빠하 - "

설아가 침대에 누워서 나를 불렀다.

아직 말이 입에 붙지 않아서 '맘마' '엄마' '아빠' 밖에 하지는 못하지만 - 그것도 느릿하게 - 오히려 그편이 더 귀여웠다.

돌잔치도 무난하게…… 는 아니구나.

미영님이 출두하시는 바람에 오만 방송국에서 취재하러 왔다.

덕분에 매스컴에 우리 설아가 올랐지.

이제 조금 걸을 수 있게 된 설아는 집에서 왔다갔다 그러면서 물건들을 어지럽히기 일쑤였다.

윤아에게 미안해서 그것들은 내가 치우곤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으나, 저지레가 진짜 장난이 아니다.

" 설아야아 - "

윤아가 옷을 정리하다가 안방으로 달려와서 내 옆에 엎드렸다.

" 뿌와아아……. 뽜붑 - "

" 히히히 - "

윤아가 귀엽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설아의 배를 이리저리 찔러댔다.

그 때마다 설아가 손을 휘저었지만, 너무 짧다.

" 기침 아직도 해? "

" 응……. 걱정 돼 죽겠어……. "

윤아가 안타깝다는 듯이 얼굴을 심하게 찌뿌렸다.

설아는 우리의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좋다면서 꺄르르 댄다.

나도 자연스레 미안한 마음에 안쓰러움이 얼굴에 묻어났다.

그녀를 안아 올렸다.

" 꺄하 - 우봡부 - "

" 으구구구. 우리 공주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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