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57)

그녀를 안고 이리저리 움직이니 더 좋다면서 방방 거린다.

" 큽……. 큽……. "

그러면서도 가끔씩 기침을 해 우리의 마음을 쿡쿡 쑤셨다.

설아 대신 내가 아팠더라면.

우리 가족 모두의 아픔, 상처가 나에게로 왔다면…….

" 윤아야. 네 선배 중에 폐관련 의사 있다고 하지 않았어? 한번 진단 받고 제대로 된 약 먹어야 될 것 같은데. 이렇게 기침 약만 먹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

" 아, 진아 선배요? "

" 아, 진아였나. 어쨋든. 가보는게 좋을것 같은데……. "

윤아는 알았다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설아가 걱정될 것이다. 

윤아는 전화기를 들고 와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그리고는 잠시 기다렸다.

[ 병원입니다 - ]

" 아, 나나 병원 맞나요? "

[ 네, 맞습니다. 예약 하실 건가요? ]

이름이 나나 병원이라니…….

그, 그, 텔레토비에 노란 캐릭터가 맞나?

잠시 이상한 생각을 해버렸네.

" 아, 아니요. 진아 선생님 지금 계신가요? "

[ 네. 잠시만요, 연결해 드릴게요. ]

그리고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저 쪽에서 뭔가 바꾸는 기계음이 들리더니, 높은 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네, 임진아 바꿨습니다. ]

" 선배, 저 윤아에요. "

[ 어? 윤아? 네가 왠일이야? ]

윤아는 한숨을 한번 짧게 쉬더니 설아를 한번 바라보고 통화를 이어갔다.

" 제 딸이 아픈것 같아서요. 병원에 갔더니 그냥 감기약 처방만 해주던데 감기는 아닌것 같아요. 선배가 좀 봐주면 안되요? "

[ 아, 맞다. 너 결혼했댔지. 그래, 뭐. 딸 이름이 뭔데? ]

" 설아에요. 이설아. "

[ 우와. 나는 진아. 너는 윤아. 딸은 설아. 아 패밀리네? "

이런 농담을 하다가 진아라는 사람이 환자분 왔다면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

여기에 기대를 걸어보는 수 밖에.

나는 설아를 내려 놓고 잠시 베란다로 나갔다.

답답했다.

설아가 무슨 죄냐.

하늘을 원망했다.

어린나이에 벌써부터 기침을 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쓰라렸다.

진아라는 사람이 고쳐줄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게 너무 괴로웠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설아를 아프게 한 하늘에게, 설아를 낫게 해달라고.

한줄기 빛이 되어 내려오는 햇빛에 내 간절한 바램을 담아, 하늘로 올려보낸다.

" 뭐해요, 오빠? "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윤아가 뒤에 와서 나를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하지만 -

그 팔에는 힘이 들어가있지 않았다.

" 윤아야……. "

" …응? "

머뭇거리지 마.

" 병원, 지금 가자. "

" ……. "

" 괜찮을거야. "

" 응……. "

윤아는 불안한듯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나와 같이 밖을 바라보았다.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애처롭다.

슬프다.

나는 문득 그런생각이 들어 짜증스럽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설아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새근 새근 자고 있는 내 딸이, 내 하나뿐인 소중한 딸이…….

" 윤아야 - "

나는 방문에 기대 딸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윤아를 불렀다.

" 네 - "

다다다 뛰어오는 윤아를 멈춰 세웠다.

" 가자. 병원. 설아 깨워……. "

" 응, 알았어요. 바로 앞이니까 빨리 갔다와요. "

" 그래. 설아 따뜻하게 입히고. 먼저 나가 있을게. "

나는 그말을 남기고 윤아를 스쳐 밖으로 나왔다.

윤아… 와 함께 학교 다니던 그런 추운 겨울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웃음이 났다.

지금도 (수+지)연이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다만, 윤아만은 못하지. 암.

" 설아야 - 아 - 빠 ! "

" 뿌와아붑 - "

그렇게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윤아가 설아와 함께 왔다.

윤아의 품에 안겨서 이리저리 좋다고 방방거리는 설아를 보니 다시금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 으이구……. 병원 가자? "

설아를 윤아로부터 안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눈도 오지 않아서 덜 추웠지만, 아직 바람이 머리를 훑고 지나가 약간은 쌀쌀했다.

설아는 아직도 팔을 휘두르며 좋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 병원 갔다가 우리 공원 좀 걸었다 가요. "

" 그러자. "

#

" 윤아야? "

병원에 와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 사이, 설아는 오빠 품에서 자고 있었다.

진아 선배가 나를 불렀다.

" 아, 선배. "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진아 선배에게 다가갔다.

선배는 진료표를 펜으로 톡톡 치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 일단 방으로 좀 들어갈래? "

" 네? 아……. 오빠도 같이요? "

" 음……. 일단 너만 들어 와 봐. "

조금은 불안했다.

설아가 걱정되기도 하고…….

제발 아니기를 하늘에게 빌었다.

진찰실에 들어와서 진아 선배는 나를 앉히고는 옆 의자에 자리했다.

" 조금……은 내가 미안해 지네. 신경을 더 써야 했었는데. 내가 제일 아끼던 동생이 너였는건 알지? "

말…… 돌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내 마음속 한곳이 갑갑해져 왔다.

" ……. "

" 뭐, 일단 사실은 알아야 될거 같은데……. 폐… 결핵이야. "

…….

제발…….

제발…….

눈시울이 붉어졌다.

설아가 무슨 죄길래…….

내가, 내가 너무 약해서 설아가 이렇게 된 거야…….

몸이 떨렸다.

진아 선배는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손을 잡아주었다.

따뜻했지만, 차가웠다 -

이를 꽉 깨물어본다.

오빠가 눈 앞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 그럼……. 어떻게 되는거……에요? "

약간은 슬픔이 젖은 목소리로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희망을 걸고서. 

" 너무 걱정하지는 마. 잘 관리해주면 괜찮아 질수도 있어. "

괜찮아 질수도 있는거잖아요.

괜찮은게 아니라.

애꿏은 손톱만 만지작 거리면서 땅을 쳐다보고 있으니, 선배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 어깨를 감싸주었다.

" 고마……워요, 선배. "

" 내가 뭘……. 미안해. 신경 써주지 못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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