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화 (51/57)

" 수연이 들어오라고 해라. "

대 저택 안, 한 중년의 노신사가 근엄한 표정으로, 그리고 약간은 두려움이 느껴지는 감정을 발산하면서 안락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

무심하기만 해 보이는 블랙커피는 연기를 피우면서 다소곳이 놓여있다.

" 언니요? 언니는 왜요? "

" 어서. "

" 네, 네. "

언니를 찾는 아버지의 '명령'에 수정은 황급히 방에서 빠져나와 거실로 갔다.

아버지가 들어오실 때 부터 얼굴이 굳어있는 것을 확인한 정자매는 행동을 조심히 하고 있었다.

" 언니……. 아버지가 들어오래……. "

혹시나 들릴세라 소곤소곤 말하는 수정이를 가만히 쳐다보던 수연은 한숨을 작게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

수연은 느릿한 걸음으로, 두려움을 안고 아버지가 계신 방으로 들어갔다.

" 부르셨어요? "

" 크흠……. "

심기가 많이 불편한지 얼굴을 잔뜩 찌뿌리며 딸을 바라보던 그는 수연에게 앚으라는 사인을 주었다.

그리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 나가라. "

" …예? "

무슨 이야기를 하셨다고 다시 나가라고 하시는 걸까. 

" 나가라고. 집에서. "

" ……. "

아버지의 표정은 확고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 "

짝 -

순식간에 그의 거친 손이 수연의 볼을 강하게 맞닿았다.

수연은 충격과 놀라움에 맞은 볼을 감싸면서 아버지를 바라본다.

" 어리석은 놈. 나가라! "

" 아, 아버지……. "

" 나가라니까! "

#

윤아와 함께 거리를 걷는 도중, 설아가 잠에 들어버렸다.

" 남편, 들어가야 될것 같아요. 설아 감기 들겠어……. '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윤아의 옆에 와서 섰다.

봄이 다 되어가지만, 풀어지지 않는 날씨.

빨리 세명이서 벚꽃 보러 가고 싶은데.

하지만, 별수 있으랴.

그리고 벚꽃이 없더라도 우리 가족응ㄴ 항상 행복하니까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 오랜만에 뭐 맛있는 거 먹을까? "

" 오오! 그러면 들어갔다가 설아 깨면 다시 나와요, 우리. "

" 그러자. "

윤아의 제안에 나도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다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우리 둘이서만 이 거리를 걸었지.

그 때 생각이 나니 웃음이 흐른다.

" 왜 웃어? "

윤아가 그것을 놓칠리는 없었다.

곧바로 나에게 장난스런 눈빛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달려들었다고 하기에는 좀 뭐한 감이 있지만, 정말 그 정도로 흥미를 가지고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 아무 것도 아냐. 왜 이렇게 관심을 가지실까. "

" 또 야한 생각했지! "

미안하지만 그건 아닌데 말이지.

자칫하다가는 변태 남편으로 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윤아도 농담이라는 듯이 손을 훼훼 저었다.

" 흐음. 윤아가 변태 다 됬네. "

" 아, 아니야! 오빠가 변태지! "

" 흐음……. 요 근래 내가 먼저 윤아한테 대쉬를 했던가? "

" 그, 그건……. "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윤아.

항상 밤에 같이 잘때도 윤아가 먼저 나를 끌어 안고 입을 맞추었으며, 설아가 자면 그 틈을 노려서 나를 향해 달려오곤 했으니.

나는 결백하다.

아내가 이상해 진 것이라고!

" 거봐. 너 변태지? "

" 이이……. 부부끼리 당연한 거야! "

당연한건 맞지만, 우리는 좀 특별한 것 같다.

권태기는 전혀 올것 같지 않은 우리 두 사람.

물론 윤아가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덕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면서도 - 토라진 채로 - 내 팔을 꽉잡고 놓아주지 않는 내 아내를 보며 웃을 수 밖에 없다.

학교도 졸업해야 하고, 친구들과 놀기도 해야할 나이지만, 나와 설아를 위해서 집에 남아 손에 물을 묻히는 윤아.

안쓰럽기 그지 없다.

왜 우리만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 계속 그렇게 골돌하게 있을거야? '

벌써 집이다.

설아를 방에 데러다 뉘어 놓고 쪼르르 거실로 나온 윤아는 내 옆에 앉아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또 왜? '

' 히. 뭐 먹으러 갈거야? "

먹보.

몸매 관리 한다고 많이 먹지도 않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섭취(?) 하고 싶어하는 윤아 덕분에 내 입이 호가ㅇ한다.

오늘은…….

" 삼겹살?

" 삼겹살 먹으러 갈까, 우리? "

" 찬성! "

역시 삼겹살 애호가 임윤아 양.

나는 알았다고 대답해주고는 윤아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티비를 보자니 좀 그렇고, 또 혹시나 설아가 깰거 같아서.

괜히 손가락을 세워 윤아의 배를 쿡 찔렀다.

" 으힛. 뭐 하는거야. "

윤아가 웃으면서 내 팔을 잡았다.

" 뱃살. 뱃살. "

" 나 뱃살 없어! 근육이라고! "

" 다 그렇게 말하지. "

윤아는 도로 손가락으로 내 배를 꾹꾹 눌…렀다기 보다는 뚫을 듯이 찔러댔다.

" 크헉! "

" 키킥. 까불지 말라구! "

앞으로 개기지 말아야 겠다.

" 아, 그것보다 우리 둘째계획은? "

보통 이건 남자들이 눈을 야하게 뜨고 묻는 말인 것 같은데, 왜 윤아가 하는지 모르겠다.

최다 자녀로 기네스북에 오를려 그러나?

" 왜. 또 가지고 싶어?? "

" 설아가 동생 가지고 싶다고 칭얼댔어요. "

얼굴을 붉히며 내게 우물쭈물 말하며 변명하는 윤아.

귀여운 핑계거리였다.

" 그래? 윤아가 말한게 아니구? "

" 절대 아냐. "

나는 눈을 거슴츠레하게 뜨고 윤아를 바라보았다.

" 아니, 저, 그, 그게 말이야. 그……. 사랑을 나눈지 조금 오래 됬다고 할까? 뭐, 그런……. 음……. 아이, 몰라. 그냥 그렇다구요. "

그러면서 윤아는 괜히 내 눈을 자기 손으로 가렸다.

귀염둥이.

" 그럼 오늘 당장? "

" 오, 오늘요? "

왜,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데.

" 응. 싫어? "

" 시, 싫은 건 아니지만, 조금 갑작스럽다고 해아하나……. "

" 그럼 말구. "

윤아 놀려먹기에 재미가 들어버린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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