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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야! 그거 아니라고! 말고! "
크으…….
도통 알아듣지를 못한다.
사진 찍고 와서 이주일 후, 나와 윤아는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설아는 못 미덥지만 미영이랑 수연이, 태연누나 지연이 한테 맡기고.
서로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친해지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여자 네명이면 잘 놀거라는 윤아의 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한 나였다.
근데, 발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이유식 만들어 보라 했더니 이건 뭐…….
왜 이렇게 묽은건지 물어보고 싶다.
" 하아. 윤아야. 우리 여행 가야되는걸까? "
" 태연 언니를 믿어야죠, 뭐……. "
" 그 누나가 제일 못 믿겠어. 차라리 수연이를 믿지. 수연아! 난 너 믿는다! "
나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외쳐놓고 윤아를 데리고 나와버렸다.
현관문을 활짝 열고 순식간에 엘레베이터에 탄 우리는 닫히는 문 너머로 들리는 여자들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는 내려와버렸다.
" 이렇게 내려 와버려도 돼? "
" 괜찮아. 윤아야. 가자. 거제도로 가는거야. 거제도. "
" 거, 거제도요? 왜 그렇게 멀리 가? "
" 가고 싶어서 말이야. 거 뭐냐 외도 였나. 그거. 좋다잖아. "
윤아는 외도라는 말에 손벽을 짝 치며 좋아했다.
환경이 정말 환상적인 곳이라서 그런가?
어쨋든 나와 윤아는 차에 탑승했다.
" 잘 갔다와 - ! "
위를 올려다 보니 태연누나가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역시 착한 누나구만.
나와 윤아는 마주 손을 흔들어 주고는 차에 올라탔다.
" 한숨 자. 피곤할텐데. "
그러자 윤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내 손을 잡았다.
" 오빠 때문에 자지도 못해. 그냥 이렇게 있을거야. "
고집불통.
윤아의 따뜻한 손을 잡고 있으니, 오랜만에 설아 없이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게 더 실감이 낫다.
" 자, 출발! "
★
" 우와아! "
거제도에 도착하여,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외도에 도착해 있는 우리.
배를 타고 멀미나는 바다를 건너와서 내린 외도는 정말…….
눈이 호강하고 있다.
개인의 소유라는 외도는 정말 꿈의 나라를 꾸며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 외국 같지 않아? "
" 진짜! 히히. 로맨티스트야 진짜. "
밤에 외도를 걸어보니, 일본이 생각났다.
윤아가 임신했을 때 간 일본.
벚꽃이 하롱하롱 떨어지는 향기로운 일본의 거리와는 달리, 외도는 차갑지만 춥지는 않은,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드는 청하함이 우리 둘에 스며들었다.
내 아내의 손을 꽉 잡고, 처음 사귈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본다.
" 윤아 양. 사랑해요. "
" 히히. 저두요. 저도 남편 무지무지 사랑해요. "
애교 많은 윤아는 나에게 더욱 다가와서 팔짱을 꼈다.
사랑한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할 말이 너무 많지만, 그저 윤아의 팔을 두르고 조용히 걸었다.
" 저기 잠시 앉아요, 우리. "
" 그러자. "
윤아와 함께 벤치에 잠시 앉았다.
벤치가 일반 평범한 벤치가 아니라 여러가지 장식이 되어있는 나무 통 같은 것이었는데, 윤아와 내가 앉으니 딱 맞는 것이었다.
" 나 기대도 돼죠? "
" 뭘 물어보고 그래. 기대고 싶을 때 마음껏 기대라고 있는거야 난. 부부끼리 말이야. "
" 히. 역시 남편. 자기야. 우리 설아 동생 만들어 줄거지? "
…….
그래, 그렇지.
윤아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사람들이 쳐다보지만, 암흑속에 덮여 있어서 보이지 않을 거다.
" 그럼……. 지금 들어가자, 윤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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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밤의 바다를 건너 오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윤아는 부끄러움에, 나는 불안감에.
설아의 동생이지만, 설아가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잘 있을까?
아빠의 마음이 이럴 것이다.
너무 걱정된다.
배에서 내려 차를 타고 바로 호텔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한데 어우러져서 입을 맞추고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불도 다 꺼지고, 맑은 밤하늘 별빛 아래 우리의 몸은 겹쳐져서 침대위에 놓였다.
윤아가 내 목에 팔을 둘렀다.
잠시 입을 때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너무 아름답다.
정말, 내 아내가 이렇게 예쁘다는 것이…….
" 사랑해, 여보. "
" 저두요. "
나는 윤아를 밑으로 내리고 내 몸을 겹쳤다.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힘든 것 같은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든다.
그녀의 몸이 흔들리고 땀이 비오듯 샘솟지만, 우리 사이에 끈적함과 뜨거움만이 더해져 갈 뿐,
" 오, 오빠……, 사랑해요……. "
윤아의 사랑한다는 짧지만 달콤한 말.
내 입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를 안고, 정성스레 그녀를 보듬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편할 수 있또록 배려했다.
이것이, 사랑.
" 우리, 아무 생각도 하지말자. 그냥, 우리만 생각하고, 이렇게 사랑하자, 윤아야. "
" 하아……. 으응……. 알았어요……. "
힘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지만, 윤아를 감싸 안은 내 팔을 풀 수가 없었다.
내 가슴 안에 들어오는 그녀를 안고, 눈을 감았다.
" 사랑해요……. "
★
윤아와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낸터라,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늦게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해가 산 뒤통수를 때릴 때쯤, 먼저 일어난 것은 윤아가 아닌 나였다.
윤아는 알몸으로 이불을 돌돌 말아서 평화롭게 누워있었다.
" 음……. 설아한테 전화해볼까? "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서 수연이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잠시 딜레이가 있고 나서, 수연이가 잠오는 표정……. 으로 전화를 받았다.
" 자다 일어난 삘이다? "
[ 하암……. 어제 설아 때문에 밤잠 설쳤다구요. 밤에 계속 우는 바람에……. ]
하긴……. 설아가 우……, 가 아니라.
설아는 밤에 잘 안 우는 편이였다.
잠이 안오거나 배고 고플때는 가끔 그러긴 하지만, 밤새도록 운적은 아주 어릴때 빼곤 없었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 설아 좀 보여줘. "
[ 설아 지금 자는데요? ]
" 그러니까 비춰줘봐. "
수연이는 잠시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휴대폰을 통해서 본 우리집 상황은 장관이었다.
지연이가 엎어져 있고, 미영이는 설아 옆에서 누워있고, 태연 누나는 보이질 않는다.
[ 여기요. ]
" 집이 아주 깨끗하구나, 수연아. "
[ 히히. 돌아 오시기 전에 치워 놓을게요. ]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설아가 어떤지가 나한텐 문제였다.
설아를 보니, 얼굴에 약간 홍조가 띈게 아파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숨도 고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되서 죽을 지경이었다.
대충 수연이에게 얼버무리고는 전화를 끊은 나는 급하게 윤아를 깨웠다.
거제도에서 올라가야 할 판이었다.
우리끼리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설아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