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아야. 윤아야. 일어나 봐. 얼른. "
내가 몇번 윤아를 흔들어 깨우자, 윤아는 눈을 비비며 힘겹게 일어났다.
나를 발견하고는 씩 웃더니 바로 일어나서 내 입에 입을 맞추었다.
" 잘 잤어요, 남편? "
상황은 급학했지만, 나는 당황함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윤아와 설아.
역시나 설아다.
" 윤아야. 빨리 서울 올라가자. "
" 에? 왜요?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
" 설아 아픈것 같아. 빨리 옷 입어, 윤아야. "
" 서, 설아가요? "
윤아는 심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설아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윤아였기 때문에, 아프다는 말에 사색이 되어버렸다.
급히 일어나서 속옷을 입고 옷을 껴입는데까지 걸린 시간 1분.
대한민국 엄마들의 힘을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 바로 나가자. 차에 가 있어. 정리하고 갈게. "
" 응. 빨리 와요. "
★
" 많이 아픈거에요? "
집에 도착해서 급하게 현관문을 열어 졎혔다.
그러자마자 보이는 네 명의 여인과 한명의 아이.
내 딸, 설아.
나는 그녀를 넘겨받고는 다시 빠져나왔다.
수연이와 미영이가 나와 윤아를 따라나왔다.
태연 누나와 지연이는 집을 청소하는 분위기였다.
" 폐결핼이라고 말했잖아. "
" 심각…한걸까……. "
미영이가 덩달아 걱정되는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미 그녀의 얼굴은 많이 일그러져 이었다.
" 아, 왜 이렇게 밀리는거야! "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퇴근 시간에다가 도심이라서 밀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설아가 아프니 보이는게 없었다.
나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지 수연이와 미영이는 물론 윤아까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아는 잠에서 깨어나 요란하게 울어대고 있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에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걸걸한 목소리에 기침이 잔뜩 섞인 그런 울음이었기 때문이다.
윤아는 아예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울고 있었다.
" 제기랄! "
나는 급히 차에서 내려 설아를 안고 뛰었다.
뒤에서 세 여인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그저 뛸 뿐이었다.
가까운 병원까지는 차로도 1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뛴다고 얼마나 단축되겠냐마는, 나는 급했다.
설아를 가슴팍에 안전하게 안고 달리고 달렸다.
눈물이……, 흐른다.
제발…….
다시 한번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
제발 설아 살려달라고.
우리 세 가족의 행복을 없애지 말아달라고.
사람들도 나의 긴박한 표정을 읽은 것인지 쉽게 길을 비켜주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바빴다.
그냥 뛰었다.
.
.
.
.
병원에 들이닥친 것은 약 7분 가량 후.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달려왔다.
병원 특유의 냄새가 내 코를 찔러왔다.
내품에 꼭 안긴 설아는 더 크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 걸걸한 목소리로…….
그 울음 소리를 들은 것일까.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도, 그리고 안내를 받던 환자들도 모두 길을 터주었다.
덕분에 제일 앞으로 와서 간호사를 볼 수 있었다.
고마웠지만, 시간이 없었다.
간호사가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 저기……. 어디가 불……. "
" 빨……. 하아……. 빨리요……. 제 딸……. 위험해요……. "
간호사는 끊임없이 기침을 하는 설아를 보고는 살짝은 놀란표정으로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번호 몇개를 누르더니 곧 있어 전화가 연결 된 모양이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겐 조급함으로 다가왔다.
" OP 불가능 할 것 같은 환자 한 분 있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
간호사는 전화를 끊고 나를 바라보았다.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뭣 때문에 잠시 기다리는 걸까.
빨리 치료를 해야하는데!
절로 입술을 깨물게 된다.
내 품에 안겨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울고 있는 설아를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 오빠! "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병원 문이 열리며 윤아와 수연이, 미영이가 나를 부르며 급히 뛰어왔다.
윤아의 눈에는 붉은기가 도는 것이, 오면서 많이 운 것 같다.
미영이와 수연이도 마찬가지.
" 조금만 기다리래……. "
힘 없이 말했다.
그리곤 침묵.
윤아는 숨죽여 울기만 하고 미영이와 수연이는 아무말도 없었다.
왜 빨리 의사가 오지 않는 걸까.
설아가 이렇게 아픈데 왜.
풀린 눈으로 아까 그 간호사를 바라보니 흰 가운을 입은 한 남자와 우리를 보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제발 우리 쪽으로 와주길 바라면서 설아를 더 꼭 안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의사는 급한 발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와서는 입을 열었다.
" 어느 분이 문제 있으신건가요? "
" 제 딸이요. 계속 기침하고 열이 심하게 나요. "
" 수술은……. 흐으……. 일단 빨리 따라 오시겠어요? "
의사는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려버렸다.
나는 세 명의 여자들에게 기다리고 있으라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설아와 함께 그 의사를 따라갔다.
요리조리 복잡한 길을 가기도 하고 계단을 올라가기도 해서 도착한 곳은 약간은 많은 의료기구가 있는 진료실.
이미 두 세명의 의사들이 더 있었다.
" 기침 심하게 하고 열 나고, 아마 피티시즈 같은데요. "
알 수 없는 의학 용어를 '지껄이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의사가 설아를 안아들고는 여러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에 비친 것은 '놀라움' 과 '안타까움'.
보면 안 될 그들의 감정을 봐 버렸다.
우물쭈물 하며 힘 없이 의료기구를 놓는 한 의사의 행동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버린 나는 달려들듯이 해서 의사들에게 소리쳤다.
" 어떤가요? 치료 가능한거죠? 맞죠? "
" 음……. 일단 수술은 한번 두고 봐야 할 것 같구요. 약물 치료를 해서 지연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
지연이라.
치료가 아니라 수술하기까지 아픔을 계속 연장시킨다는 것 아닌가.
설아가 더 아파야 한다는 뜻…….
얼굴이 찌뿌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 담당 의사분 오실 겁니다. "
그 말을 남긴채 의사들은 무심하게 진료실을 나가버렸다.
허탈하다.
내 품에 안긴 설아는 눈물이 맺힌채로 잠이 들어있다.
" 제기랄……. "
내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이마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