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화 (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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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미영이와 함께 오빠를 기다린지 20여분, 아직 설아와 그는 나오질 않고 있다.

무슨 큰일일까.

혹시 진아 선배가 말한 폐결핵이 진행되서 크게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멈췄던 눈물이 다시 솟아오른다.

수연이가 내 손을 꽉 잡아주며 손등을 쓸어주었다.

" 언니, 괜찮을거에요. "

" 맞아, 윤아야. 괜찮을거야. 울지마, 응? "

그들이 말한 것을 믿자고, 별일 없을 거라고 수없이 가슴에게 말해보았지만, 정신은 이성적인 것 같았다.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설아가 기침하는 그 소리가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나를 아프게 했다.

눈물 한 줄기가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황급히 그걸 닦아 내었지만, 미영이는 자신의 손에 닿는 내 손에 물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손수건을 꺼내 내 눈을 두드려 주었다.

" 울지마……. "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는 설아의 하나뿐인 엄마로써……. 

그리고 한 사람의 아내로써…….

잘 했다고 생각해 왔는데…….

왜…….

도대체 왜…….

나도 인식하지 못한채, 이미 볼에는 깊은 눈물자국이 여러개 생겨버렸다.

작은 흐느낌과 함께 고개를 숙여버린 나는, 미영이와 수연이의 당황함에도 불구하고 남은 눈물들을 모두 짜낼 기세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설아와 오빠를 만날 자신이 없다.

내가 잘못한 것만 같다.

" 언니……. "

수연이가 눈물 섞인 목으로 나를 불렀지만, 대답 할 수가 없었다.

" 어! 야, 윤아야. 설아 왔어, 설아! "

미영이의 말에, 나는 내키진 않지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빠가 설아를 안고 다가오고 있었다.

옅은 미소가 보인다.

잘 된 것일까.

" 오빠! 어떻게 됬어? "

미영이가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 괜찮아 질거래. 많이 조심하고. "

괘, 괜찮아 진다…고?

" 거봐, 지지배야! 괜찮아진다니까! "

연우 오빠가 설아를 수연이에게 넘겨주고는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따뜻하게 나를 감싸 안아주며, 눈물을 닦아주는 그의 행동에, 나는 더 크게 울 수 밖에 없었다.

" 울지마, 우리 윤아……. 뚝! "

" 정말……, 정말 괜찮은…… 거죠? "

" 응……. "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온 몸에 힘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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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했다.

윤아에게 차마 진실을 말해 줄수가 없어서 거짓말을 지껄이고 말았다.

괜찮지 않단다.

약물로 조금 지연시키기는 했지만, 진행 정도가 심각할 정도라서 걱정이 된다는 의사의 말.

나는 그 말을 윤아에게 전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부은 눈을 보는 순간, 내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도대체 무엇을 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걸까.

" 설아야……. "

윤아가 내게서 설아를 데리고 가 안아들고는 꽉 끌어안았다.

그녀의 작은 체구를 감싸주며, 다시 한번 눈물을 떨어뜨리는 윤아를 보는 나도 가슴 한켠이 시리도록 쓰리다.

수연이와 미영이도 입술을 깨물고는 윤아를 위로한다.

" 가자……. "

집은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태연누나와 지연이는 안절부절 못하며 우리를 기다리다가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바로 뛰어나온 것 같았다.

" 뭐래? 괜찮대? 괜찮은거지? 응? "

" 으, 으응……. "

태연 누나의 말에 나는 또 한번 거짓말을 했다.

그래, 나만 알고 있자.

나만 알고, 내가 설아의 아픔을 함께하자는 다짐으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믿어보기로 했다.

신이라는 작자를.

아무일이 없다. 

괜찮다.

괜찮을 거다.

윤아도 이제 설아를 데리고 놀기도 하면서 안정을 취하는 듯해보이고.

설아도 기침 소리가 조금은 탁하지만 돌아온 것도 같다.

다 낫겠지.

치료도 받았잖아?

더 나은것 같다.

웃기도 자주 하고, 날이 갈수록 밝아지는 내 하나뿐인 딸의 표정.

그녀와 그녀의 엄마인 윤아.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병원에 다녀왔다.

괜찮아진다며 기적이라고 환하게 소리치는 의사를 머릿속에 그리고 갔는데.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봐 버렸고.

왜?

괜찮아 졌잖아.

이렇게 웃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지?

……….

……….

비가… 내린다.

비가……, 정말 지겨울정도로 세차게, 그리고 슬프게, 쓸쓸하게 내 머리를 때리고 있다.

손발이 떨린다.

나는 지금 우는 걸까…….

볼이 뜨거운데…….

빗물… 이겠지…?

환자처럼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가져와 입에 물었다.

그런데, 축 늘어져버린다.

뱉었다.

다시 한개비를 입에 물었다.

또 젖어서 늘어져버렸다.

또 다시 뱉었다.

입술에 조금은 이상하지만 슬픈맛이 나는 액체가 스며든다.

기분 더럽다.

뭘까…….

아, 그래…….

나는…….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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