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화 (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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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가 쓰러져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녀의 딸이 귀엽게 웃고 있는 사진 앞에서, 하지만 검은색 줄을 두르고 있는 바로 그 액자 앞에서, 윤아는 목이 갈라지도록 울고 있었다.

이럴리가 없다며…….

" 웃어 줬단 말이야……. 엄마라면서 웃고는 나한테 안겼다고……. "

" 윤아야……. 제발 그만해……. 제발……. "

미영이 눈물 범벅이 된 채로 윤아를 말렸다.

하지만, 두 사람다 힘이 없었다.

이리 당기면 끌려 오고, 저리 밀면 다시 가버리는, 그런 웃지 못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 흐윽……. 흡……. 으흑……. "

방 안에는 여러 사람들의 눈물자욱이 남아있었다.

모두들 검은 옷을 입고, 윤아를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고.

그런 상황에서, 연우가 홀딱 젖은채로 식장안에 들어왔다.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 서, 선배……! "

" ……. "

지연이 놀라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달려왔지만, 연우는 아무 표정변화가 없었다.

눈도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풀린 상태였다.

그는 그렇게 느릿느릿 힘든 발걸음을 옮기더니, 윤아를 지나쳤다.

그리고는 웃고있는 딸 곁으로 다가갔다.

털썩 하고는 힘 없이 꿇어 안고는, 손을 천천히 뻗어 딸을 쓰다듬었다.

딱딱하다.

그녀의 체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 ……. "

그의 몸이 한번 들썩였다.

그에게로 향해 있던 시선들은 모두 안쓰러움에 어쩔줄 몰라있었고, 윤아도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연우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했다.

그는…….

천천히 딸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입체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진이었지만, 세상을 다 가진듯이 헤맑게 웃고 있는 딸.

연우는 힘을 주어 액자를 잡았다.

" ……. "

식장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단 한마디도 않던 연우.

" 크흐흐흑……. "

그가 제일 처음 낸 소리는, 흐느낌이었다.

설아를 안고서, 하느님의 곁으로 떠나버린 그녀의 사진을 안고서, 모든 것을 토해내었다.

한장 한장 그녀와의 추억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울며 땡깡 부리던 때.

처음 걸음마를 시작해서 뒤뚱뒤뚱 걷다가 넘어져서 울던 때.

그리고…….

처음 '아빠!'라며 소리치고는 밝게 웃어주었을 때…….

" 왜……. 진짜……. 왜……. "

깊은 슬픔이 젖어 있는 목소리로 대답도 없는 설아에게 물었다.

[ 하아 - 빠! ]

그녀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연우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서 액자에 맺혔다.

" 으흐흐흑……. 설아야아……. 설아야……. "

그렇게, 설아는 엄마 아빠에게 와서 그저 인사만 하고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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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났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더럽다는 말이 아니다.

윤아가 걱정된다는 뜻이다.

나도 나대로 충격이었고, 말수가 적어지는 등 설아를 그리워하고 보고싶은 마음이 드러난다.

엄마인 윤아는 오죽할까.

나보다 더 옆에 있었고, 더 예뻐했던 윤아는 설아의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울기 십상이었고, 실어증 증세까지 보이면서 나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집에서 청소도 하고 산책도 같이 나가고 하지만, 윤아는 웃지 않았다.

밥을 할때도, 잠을 잘때도, 같이 걸을 때도 도저히 웃지를 않았다.

웃지 않는대신, 끊임 없이 울었다.

밤에 침대에서도 나를 부여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으며, 지쳐 잠이 들어서도 설아를 부르는 등 잠꼬대를 해대는 것이었다.

내가 무엇을 해 줄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나오는 답은 단 한가지.

울때 따뜻하게 안아서 다독여 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대학도 다니는 것 같지가 않다.

수연이와 지연이도 나에게 말을 손쉽게 걸지 못하는 것 같았고, 연민의 눈빛을 무수히 보내며 조용히 걷곤 한 것이다.

지금도 그랬다.

강의가 다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수연이가 커피를 두잔 들고와서 같이 먹자고 했다.

커피를 홀짝이면서 길을 걸을 때, 수연이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원래 말 수가 그닥 없는 편이라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역시나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 있잖아, 수연아. "

" 으, 응? 네. "

" 윤아……. 어쩌면 좋을까? "

" ……. "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던졌을까.

수연이는 내 질문에 잠시 입에서 커피를 떼고 생각에 잠기는 듯 해보였다.

무슨 답을 가져 올 수 있을까.

수연이라면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 미안. 괜한걸 물었네. "

하지만 곤란해 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다시 말을 주워 담을 수 밖에 없었다.

" 시간……. "

" 응? "

" 시간은 해결해 주지 못해요……. 그건 확실해요. 혹시 진정될 때 까지 기다린다는 생각가지고 있다면 정말 버리시는게 좋아요. "

시간이라…….

그럴것 같다.

윤아의 우울함만 축적될테니까.

나는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아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 들어가 보세요. 윤아 언니 기다리세요. "

" 아, 응. 커피 잘 마셨어, 수연아. 내일 보자. "

" 들어가세요. "

수연이는 나를 보고 생긋 웃더니 등을 돌렸다.

일부러 나를 위해 여기까지 따라와준 그녀가 고마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빠른 걸음으로 엘레베이터에 도착해서 집까지 올라갔다.

비밀번호를 하나하나 씩 누르고 현관물을 열었을 때 내가 처음 들은 소리는 윤아의 울음이었다.

" 흐으윽……. 흐읍……. "

" 유, 윤아야! "

그녀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앉아 가슴을 움켜쥐고 눈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가만.

이 장면…….

그, 그때…….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나의 몸을 감쌌다.

손이 떨렸다.

' 일본 갔을 때 꿈이잖아……? '

천천히 고개를 윤아 쪽으로 돌려보니 무언가를 붙잡고 있었다.

" 윤아야……. 왜 그래……. "

어렵게 입을 열자, 윤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쉴새 없이 떨어지며 나를 아프게 한다.

도대체 뭘까.

왜 갑자기 또 이렇게 우는걸까.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꽉 안아주고는 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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