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 (23/72)

# 22

"음...마루, 이자식!! 한입에 삼켜버릴꺼얌!!."

[...삐..삐..]

쿡.... 

이른아침.

마루바닥에 널그러 자고 있는 하루와 마루녀석이 깰까......

혼자 조심히 출근준비에 분주하던 난, 그만 등뒤에서 중얼중얼 잠꼬대를 하는 

녀석들의 소리에 피식 웃고 말았다.

마루바닥에 대자로 뻗은채 아직도 꿈속에서 마루와 싸우고 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자고있는 하루녀석 배위로....

하루와 똑같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고 있는 마루가 있었다.

이 조그만 오피스텔에 나와같이 생활을 하는 동거인들.

동거인 1호, 이하루(22).

인간의 탈을 쓴 늑대 한마리이다. 

얼짱, 앙큼짱, 능글짱, 당돌짱 등등..

여러개의 수식어가 물색한 늦깍이 대학1학년생.

현재 사정상(?) 빨강머리인데, 

가끔 나에게 와락~ 덤빌때면 꼭 머리에 불붙은 늑대가 

미친듯이 달려오는듯한 풍경이 연출되기도한다....

동거인 2호, 마루(나이측정불가).

심술짱, 하루경계짱, 대담짱 등등...

미용실 출신(?)답게 화려한 빨강색 몸매를 뽑내는, 병아리 마루군.

그리고 나, 정현진(26).

이 오피스텔의 주인이자, 

머리에 불붙은 늑대를 혼자서만 좋아하게 되버린 바보. 

그게 나다. 

저녁시간,회사 구내식당.

"뭐야!!! 그럼 아직 그 흔한 사랑한다는 소리도 못들어봤단 말이에요?!!!!!"

지금 내 앞에서 놀란 토끼눈으로 버럭 소리치는 저 여자, 최영은.

울 회사 막둥이이자 회사에서 나와 잴루 친한 동료이다.

저번에 키스마크 사건후(6편참고), 

나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심증을 확보한 영은.

그녀의 성격상 바로 날 추긍하며 이것저것 캐물었어야 옳았었지만,

그간 회사가 정신없이 바뻤던 관계로 내 일은 솔직히 뒷전이었다.

근데 오늘은 무슨맘에선지 다짜고짜 날 구내식당으로 끌고와선 

모든걸 불으라며 압력(?)을 가했다.

첨엔 걍 이리저리 둘러대며 피할려고 했건만,

어찌나 집요한지...;;;;; 

결국 18세 관람불가까지 얘기가 터져나왔고..

연신 싱글벙글~ 재밌다는 표정으로 듣던 영은.

`어머~ 둘이 맨날 러브러브내~ 부러버랑~~~` 라고 하길래,

`러브러브는...... 나혼자서만 좋아하는건데 뭘. `

이라 무심코 내뱉은 내말에 

순간 버럭 구내식당이 떠내려가라 소리치는 영은의 고함소리에 

난 섬짓 놀래선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기지배..성질머리하고는...

"뭐야, 쳇....

언니가 왠일로 영계를 잡아 키우나 했더니 이건 언니가 되려 잡아먹히고 있네.

피이~~  잼없어. "

"..잡아먹히다니...하하...하....하......;;;;;"

"맞잖아요! 섹스까지 한 사이인데 그 흔한 고백하나 못들었다니!!

거기다 얘기 들어보니깐 언니가 맨날 당하는격이네뭐.

.........혹..............둘이 걍 섹스파트너에요?? "

"야!! 그건 아냐!!! 무슨소릴 그렇게해!!/////// 

...............................

.........어쩌다보니.............혼자 좋아하게 된것뿐인데.;;;;;;"

영은의 격한 표현에 화들짝~ 놀라선 골멘 소리로 혼자 중얼중얼거리던 나.

우씨...뭐야....

단지 좋아한다는 말 못들었다고 얘기가 그렇게 되냐!! 

"그래도......... 듣고 싶죠?! 사랑한다는 소리. 그쵸?"

"..아...아니....꼭 그런건 아니구.....;;;"

"그럼 듣고 싶지 않아요?"

"아...아니...그것도 아니구...;;;"

"... 쿡..... 언니 그 하루라는 사람 엄청 좋아하는구낭. ㅎㅎㅎㅎ...."

[화르르륵....///////]

아..그런건가?! 

영은의 말에 혼자 고갤 숙인채 얼굴을 붏히는동안,

그녀의 말은 계속 내귓가에 이어졌다.

"언니도 참 바보에요! 얘길 안해주면 하게 만들어야죠!!

나한테 좀 유치한 방법이긴 한데 말이에요. 

그래도 그 하루라는 사람이 정말 언니를 좋아하는건지, 아닌지...

확실하게 확인할 방법인데.........해볼래요? "

헉쓰!!! 정말??

그런게 있단말야?!!!!!!!!

마치 어린애에게 맛있는 과자를 흔들어보이는 마냥....

말끝을 살포시 흘리며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한 그녀의 제의에

두눈을 번쩍뜨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영은의 눈과 마주했다. 

불길해........;;;;

"쿡.... 역쉬 사랑한다는 말, 듣고 싶구낭~~"

헉쓰...;;;;;

내 얼굴표정을 잽싸게 읽은 영은의 입가로 베시시~ 능글맞은 미소가 그어진다.

씨이.....

그래 듣고싶다!!!! 쳇.........나도 여자인데 안듣고 싶겠냐!!! 

"언니, 핸폰 좀 줘봐요."

"???"

"말나온김에 당장 작전개시 해야죵~ 어서 핸폰 줘봐요."

영은이 불쑥 내미는 손에 난 조심스레 핸폰을 내밀었다.

그러자 덥석~ 핸폰을 무는 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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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루라는 남자, 몇번 누르면 되요?"

"............0번.;;;;; 근데 왜?"

"쿡...보시면 알아요."

삐-

짧게 터지는 핸폰 소리와 함께 자신의 귀로 가져가던 영은.

순간 하루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는지...

순간 잽싸게 핸폰을 귀에서 때선 전화기에 소릴치기 시작했다.;;;

".......어머, 현진 언니!! 양다리는 좀 심하당~!!!

하긴 뭐 좋아한다는 말 해주지도 않는, 불.확.실.한.미.래.의 영계보단,

그 사람이 더 낫긴하네요..........

어머~ 오늘 일 끝나고.........XX호텔, 커피숍이요?!

어머~ 어머~ 거기 호텔 야간 분수대가 장관이잖아요~~ 넘 멋있당~~

......그럼 오늘 광란의 밤을 보내겠네요....캬캬캬캬...........

.................웅?? 언니 핸폰이 왜이러지? 어머 이거 켜진건가????? "

달칵!!!

헤헤... 

저게 대체 무슨 광경이란 말인가.!!

하루에게 전화를 걸더니 혼자서 별괴상망칙한 소릴 해대고는...

무턱대고 탁!! 핸폰을 끊어버린다.

그리곤 날 바라보며 베시시~ 웃는 영은.;;;;;;;

"쿡...일명 `질투심 유발 작전`. 

제 3자의 개입이 좀 뻔하고 유치하긴 해두요... 

상대마음 알아보는덴 이방법이 제격이거든요. ㅎㅎㅎㅎ...

원래 사랑이라는게 좀 유치하잖아요. ㅎㅎㅎㅎㅎ......"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내게 살짝~ 윙크를 하더니,

영은이 이번엔 자신의 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시작했다.

그러더니 애간장 녹이는듯한 목소리로 핸폰에 말하는....

황당한 그녀의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어머~ 자기~~~~~나에요, 은~ (영은의 줄인말, 흔히 말하는 애칭.;;;)

자기 오늘 XX호텔에서 촬영한다고 했죠?!......

ㅎㅎㅎㅎㅎ..........

8시쯤 커피숍으로 내려와요~ 잼있는 일 있으니깐~~ㅎㅎㅎㅎ...

....그럼요~ 자기가 잴루 좋아하는일~~

자세한 얘긴 좀있다가 다시 핸폰할께용~~~"

탁-

영은이 핸폰 플립을 닫더니 날 향해 흡족한 미소를 날린다.

근데 그 모습이 오늘따라 섬뜩한건 왜일까!? 

"남자확보 성공~ 헤헤.....

퇴근후 바로 XX호텔, 커피숍으로 가요. 참참참....하균씨 사진이......"

핸폰을 열심히 두들기며 뭔가를 찾는가 싶더니,

갑작스레 핸폰 액정화면을 내 앞으로 들이밀자.....남자 얼굴 하나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두근....두근....////]

헉쓰.....

이놈의 얼짱 탐지기 아무때나 발동한다. 제길....

..근데.... 잘생겼다.;;;;; 

"쿡....한 인물 하죠?! 이름 민하균.

나이 31세. 키 186, 몸무게 60, 직업 사진사.

엄청난 바람둥이지만 절대 뒷탈은 없는 사람.

얼짱에 매너짱.... 거기다 워낙 이런일(?)을 좋아하거든요.

특기가 남의 여자 뺏고 버리는 일. 

취미는 애정 닭살커플들 파탄내기. 

뭐 대충 그런거에요. ㅎㅎㅎ.....

그러니깐 아마 알아서 분위기 맞춰가며 언니 도와줄거에요.ㅋㅋㅋ...

..글구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하균씨 정도면 이하루군 못지 않을걸요!? ㅎㅎㅎㅎ..."

`!!!! 너 미쳤어!!!!

특기가 남의 여자 뺏는거고, 취미가 애정 닭살 커플 파탄내기라는데!!!!

니가 지금 제정신으로 날 그런 사람한테 보내는거냐!!!!!!!!!!!

글구 울 하루가 얼마나 멋찐데...감히 그런 사람하고 비교를 하는게야!!!!!!!!

너야말로 남의 일에 상관말고 네일이나 잘하란 말야!!!!!!!!!!!`

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소심한 내 입에선 겨우........

"..영..영은아...대체.....무슨일을 꾸미는거야....."

라는 작은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 슬퍼라. 

찰칵-

도대체 자신의 갑작스런 작전계획(?);;;에 내가 당황스러워한다는걸 아는지...모르는지....

무작정 내말을 씹는 우리의 영은양. 

갑자기 핸폰을 또다시 들이밀더니...내 얼굴을 찍었다. 

"하균씨에게 보내야징~ ㅎㅎㅎ

하루군이 먼저 그곳에 진을 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서로 미리 얼굴을 알고있어야 작전도 성공하죠~ ㅎㅎㅎㅎ

그나저나 하루군이 과연 올까? 오면 어떤표정일까? 또 어떻게 대처할까??

아이씨~ 이거 오널 짱 멋진 싸움 구경하는갑다. 히히히히......."

지혼자 멋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중얼대는 저 못된년, 영은.

신났다!! 신났어!!!

"언니 내가 지켜볼테니깐, 오늘 연기 잘 해야해용~~ 알았죠?"

";;;;;; ... 지켜봐? 너도 가는거야??"

"어머, 언니. 당근이죠. 

내 아이디어인데 구경하는건 내 특권이라구요. ㅎㅎㅎ.....

아무도 몰래 숨어서 볼테니깐 걱정말아요!! 히히히히....."

왠지 엄청난 악의 구렁텅이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안그래도 아무일에나 끼여들기 좋아하는 영은인데...

내 이야기가 그녀의 구미에 딱 맞았나보다. 

구경까지 한다니......

그나저나 나도 여자라 할수없나보다.

지금이라도 당장 하루에게 핸폰을 때려 친구가 장난친거라고 얘기해야하는데...

마음 한편으로 스물스물 밀려드는 악마의 속삭임에 결국 난 항복하고 말았다.

`사랑해` 란 말과 함께 하루의 생각을 알수있다면,

한번 해볼만 하다고 느끼니.....쩝.

근데...이짓하다가 하루가 나한테 완전히 정떨어지면 어쩌지??!!!

우씨.....

모르겠다!! 될때로 되라!! 씨이... 

일명 `질투유발작전`의 시작은, 

이렇게 엉뚱하게 시작되었다. 

하루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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