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
촬영이 끝나자말자 하루의 윗옷을 뺏어든채,
스텝들의 시선을 피해서 정신없이 여자탈의실안으로 들어온 나였다.
휴우...
텅빈 탈의실안.
긴 테이블에 몸을 기대자 그제서야 참고 참았던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천천히 시선을 드는 내 눈망울로......
테이블을 따라 벽에 걸린 거울로 스며들어가는 내 모습이 번져들어간다.
...........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나만........ 느껴.......
................
아직도 생생하게 울리는 녀석의 뜨거운 숨결속, 나직히 울리는 목소리.
서서히 몸의 열기가 식어가며 차가운 탈의실안의 공기가 스미는 내몸으로....
마치 각인처럼 내몸에 지울수없는 자국을 남겨버린....
녀석의 뜨거운 입술과 손길에......
하아....
나도 모르게 뜨거운 탄성이 나직히 입술사이로 새여나온다.
녀석의 주문에 걸려....
내 살결에 맞닿은.....
뜨겁게 달아오른 하루의 살결을 그대로 맞댄채 녀석을 느껴버렸다.
그리고......... 처음 알았다.
섹스를 하지 않아도.........
그저 누군가를 온몸으로 느껴본다는게 이런 느낌일줄.....
하루녀석과 몸을 섞을때조차 알지못했던,
온몸을 정신없이 휘감은 야릇하고 짜릿한 흥분이
아직도 내몸에 긴 여운을 남겨선.......
미세하게 떨리는 내 시선이....
손끝으로 하루의 문신을 스쳤던 내손을 조용히 응시한다.
h.j.
분명 내 이름의 이니셜이었다.
풋하하하하하하하!!!
이하루...자슥.../// 알러뷰~~~~/////
내 이니셜을 새긴 녀석의 달콤한 행동에
이제서야 바보같이 베시시~ 미소가 고여선....
히히히......하루, 자기양~~~~
우리 이참에 결혼해버릴까........
자기의맘~~ 오늘 다 알아버렸잖어~~~
자기~~~ 날 그렇게나 생각했었구낭?~~~
그려..그려... 엉덩이에 내 이름, 이니셜을 새길정도로 날 사랑했던게야~~~~
자기~~~ 알러뷰~~~~~
쿄쿄쿄쿄쿄쿄............
걍 생각만으로도 또다시 얼굴이 발그레~ 붉어진채
나홀로 황홀경에 빠지던 바로 그순간,
허걱!!
내...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는겨!! 으아아아악!!!!
그만 난 하루의 달콤한(?)주문에서 깨여나버렸다.
녀석의 황당한 돌출행동에 하루~ 하루~ [거참, 이름 하난 기막혀요..;;]
점점 더 현실감없이 하루에게 빨려들어가는 내모습에...........
난 정말 너무 기가막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정말 미치겠네.
야, 정현진!! 나이 헛먹었냐!
정.신.차.려.!!
너 오늘 완존히 회사사람들이랑 하균씨앞에서 미친, 생쇼한거야!!
으아악!! 앞으로 회사는 또 어떻게 다녀!!
나 혼자만의 망상에 정신없이 머릴 흔들어대며 자학하다...
어느새 걸쳐입었던 하루녀석의 옷이 훌렁 벗겨졌는지,
[에..에취!]
[훌쩍~ ]
빵빵하게 나오는 에어콘에 짜르르르르~~ 오한이 스며선기침에 코까지 훌쩍~
아...처량하다, 정현진.
...언니, 탈의실안 벽장에 제가 가져온 옷 있거든요...
그거 찾아서 입으세요....
문득 막 탈의실안으로 뛰쳐들어올때...
나에게 스치듯 말한 크리스틴의 목소리가 뇌리를 스쳤다.
뭐...그리 나쁜애 같지는 않어...
나름대로 괜찮은 인간(?)이란 생각에 고갤 끄덕이며 서둘러 벽장안으로 들어갔다.
상품 잔고를 쌓아두웠는지....
콤콤한 냄새가 내 코를 스치며 여기저기 먼지가 수북한채로 재어둔 박스와 속옷들이 널그러
진 그곳.
근데 어찌된일인지......
아무리 찾아봐도 크리스틴, 그 가시나가 말한 가방은 내 눈에 보이질 않았다.
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이거....설마 사기친거 아냐?!
라고 불길한 생각이 느끼던 그 찰나,
[철컥-]
허걱!! 뭐...뭐야??!!
여..여기 사람있어요!!!!!
등뒤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갑자기 덜컥- 닫혀지는 벽장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래선 뒤를 돌아보자,
이미 짙게 어둠이 깔려드는 벽장안 - 창살문틈으로 스며드는 옅은 빛속,
낯설지 않은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풋...조용히 그곳에 있으면 재밌는거 가르쳐줄께.
찍소리 내지말고 가만히 있어. "
헉...이 황당무계한 목소린 바로........
크...크리스틴?!! 하...하..하....;;;;;
제길! 당했다!! 착하긴 개뿔 착해!!
"아깐 내앞에서 보란듯이 하루랑 그런짓걸이를 했어?!
쿡... 어디 너두 거기서 재밌는거 한번 구경해봐."
저..저 가시나가!!!! 우씨!!!!
나이가 몇살 차이인데 반발이야!!!
"야!! 너!!!"
"궁금하지 않어?"
" ?! "
"하루랑 나 어떤관계인지.....
하루랑 나랑 같은 팬댄트는 왜 하고 있는지........
............... 궁금하지 않냐구?"
막 소릴지르며 문을 두들기려고 하는순간,
나직히 울리는 크리스틴의 목소리에 그만 허공에 멈추고 마는 내손.
".......나 보는순간 참 당황해 하던데......쿡........
팬댄트 보고 놀란거지?! 생긴것관 달리 눈치가 참 빠르네.
.........참참참.... 그거 알어?!
니가 가지고 있는 하루의 팬댄트.
그거 조금해도 열리거든.........
근데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
"그건 말야.........."
[벌컥-]
"누나!"
순간 탈의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하루의 목소리가 울렸다.
제길!!
하루녀석에게 벌컥 소리쳐서 여길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아니 그럴수가 없었다.
알고 싶었으니깐.........정말 알고 싶었으니깐.
이 건방진 크리스틴의 정체가 뭔지........
왜 둘이 같은 팬댄트를 하고 있는지.......정말 알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