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하루의 외침소리와 함께 무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멍하게 서있는 날 살포시 이끌더니 무대 앞쪽으로 서게했다.
[두근… 두근… 두근…]
앞으로 다가갈수록…
날 지긋이 응시하며 옅은 미소를 머금는 하루의 시선에
녀석에게 화난것도 금새 잊어버린 난,
점점 떨려오는 가슴을 온몸으로 느끼며 멍하니 녀석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서서히 노을빛이 사그러드는 무대위.
화려한 꽃들로 에워쌓인채 초로 가득한 테이블위로
옅은 미소를 머금은 하루가 자신의 손을 천천히 그위로 올리더니…
"어린시절 전,
어느 소녀를 보고 한눈에 반해, 그만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런 그녀를 혼자 가슴에 품은지 … 14년."
[화악~]
"어머~ 어머~ 까아악~///"
하루의 말끝.
녀석의 손길이 조심히 스치던 테이블위에 올려진 14개의 초가,
14년이란 말과 동시에 순식간에 촛불이 밝혀지자,
그만 뚫어져라 녀석을 바라보던 여자들의 잔탄성이 터졌다.
귀를 정신없이 내리치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뒤로한채,
백지처럼 하얗게 변해버린 내 머리속, 난 멍하니 하루가 켜놓은 촛불을 응시했다.
잔잔히 주위로 흩어지는 14개의 촛불.
14개…
하루와 내가 지금껏 알고지낸 14년.
녀석과의 추억이 깃든 14년의 세월이 촛불 하나, 하나에 깃들인채
내 눈동자로 젖어들어왔다.
"… 그리고 어느날… "
계속 이어지는 하루의 목소리.
어느새 하루의 손위에 불이켜지지 않은 단 하나의 초가 쥐여졌다.
"어린 꼬마였던 그 아인,
이렇게 앙큼 늑대가 되어 드디어 그녀에게 고백을 하게되었습니다."
[쿡..ㅋㅋㅋ...앙큼 늑대래...ㅋㅋㅋ]
하루의 말에 키득- 웃는 사람들.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약간 멋적은었던지 해맑게 웃는 하루녀석.
한순간 녀석의 다른 한손이 살짝~ 초위로 스쳐가자,
[화악~]
순식간에 불이 붙은 촛불이 몸을 살짝 흔들며 하루의 얼굴로 스민다.
"… 평생 어린늑대의 주인이 되주길 바라는 그녀에게…"
[스윽-]
무대위, 촛불을 들은 하루가 내앞으로 몸을 숙이더니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듯-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어머~ 좋겠다~ 뭐해요~ 빨리올라가요~///"
잠시 녀석의 손길에 멈짓하던 나.
내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성화에 어쩔수없이 녀석의 손을 조심히 잡았다.
그러자 날 향해 해맑게 웃는 하루녀석.
순식간에 내손을 잡아끈채, 날 무대위로 끌어올렸다.
꽃에 둘러쌓인…
테이블위에 올려진 14개의 촛불이 밝은빛을 뿌리며,
하루의 손에 쥐여진 촛불이 내앞에서 환한빛을 흩뜨린채…
날 지긋이 응시하는 하루의 달콤한 말은 계속 이어졌다.
"… 고백합니다."
촛불을 지긋이 내려다보던 하루.
[후우~]
손에 쥐고 있던 촛불을 불었다.
녀석에 의해 촛불이 꺼지자말자…
[펑!!!]
양손을 활짝 펼치며 허공으로 한번 딱! 튕기는 하루의 양손에서
사라진 초 대신 순식간에 터지는 폭죽과 함께 오색지의 종이눈(雪)이 내 온몸으로 쏟아져내
렸다.
"까아아아악~~ /////"
무대 아래서 터지는 사람들의 환호성.
허공으로 흩날리는 종이눈(雪) 속으로 내 눈망울로 번져들어가는,
날 향해 베시시~ 웃는 하루의 모습.
그리고 어느새 녀석의 한손에 들려있는 하트모양의 장미꽃다발.
"…… 사랑합니다, 그댈. 영원히……"
하트모양의 장미꽃다발에서 장미 한송이를 꺼내여
내앞으로 천천히 내밀며 말하는 하루의 고백에…
"꺄아아아아악////////"
여지없이 터지는 사람들의 환호성에 난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바보… 내 속 그렇게 태워놓고, 이게뭐야!!!!
누가 이렇게 해주면 금방 화풀줄 알구!!!!!
"… 이 바보!! 멍청이, 말미잘, 멍텅구리, 거짓말쟁이!!!
너 정말 싫어!! 싫다구!!!!"
뭐가 그리 녀석에게 억울했을까…
녀석의 고백에 이렇게 가슴이 벅차오르는데도 불구하고
난 그만 울먹이며 녀석에게 막 입에서 나오는대로 버럭- 버럭- 소리쳐버렸다.
".....정말?"
"그래!! 이 못된놈아!!! 흑… 흑…
다른 여자 가슴에 품은놈을 내가 왜…
너 정말 싫어!!! 정말 싫단말야!! 내앞에서 사라져버려!! 꼴도보기 싫단말야!!!!"
내 고함소리에 시무륵한 표정을 짓던 하루가
나에게 다시 되묻자, 난 아까보다 더 심한 말로 녀석에게 버럭 소리쳐버렸다.
"아야!!"
그러자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아픈표정을 짓는 하루녀석의 돌발행동에
울먹이던 난, 소스라치게 놀라며 녀석을 바라봤다.
창백한, 아련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하루의 눈과 마주치자 말자,
[털썩-]
하루의 두눈이 사르르- 감기더니,
그대로 하루의 몸이 순식간에 무대아래로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까아아아아아악!!!"
너무 갑작스런 일에 놀라 자리에 멍하니 서있던 나.
내귀를 날카롭게 내리치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난, 정신없이 무대아래
로 뛰어내려갔다.
"하..하루!!! 야, 이하루!!!!"
죽은듯 땅바닥에 쓰러진채,
내가 아무리 흔들어도 눈을 뜨지 않는 하루의 모습에 순간 내 온몸이 떨려온다.
"어..어떻해!! 하루야!! 이하루!!!!
정신차려!!!!.... 저기.... 누가 119 연락 좀......."
급하게 주위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루야!! 이하루!!!! 흑..흑...으아아아아앙........"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 하루녀석.
서서히 공포가 날 집어삼킨다.
"이하루..... 내가 잘못했어!!!.... 나한테 이러지마!!!!
으아아아아아아앙!!!!..........
나도 너 사랑한단말야!!!! 나도 너 좋아한단말야!!!!
으아아아아아아앙!!!!!!!!.........
....일어나, 이하루!!!! 나 두고 가지말란말야!!!!!.......
오늘밤 ...흑흑... 합침해야될거아냐!!!
니가 좋아하는 합침.... 하자니깐!! 일어나!!! 으아아아아아아앙!!!!"
"...합침?!! 정말??"
"...어...흑흑...그래, 오늘 합침.........;;;;;;;;;;"
하루를 움켜쥐고 녀석이 나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에 펑펑- 목놓아 울며 녀석에게 할말, 안할
말 다 토해내는데...
문득 귓가를 스치는 하루의 질문에 아무생각없이 고갤 끄덕이며 답변하던 난,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하루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멀쩡하게 방긋~ 웃어보이는 하루의 모습이 계속 쏟아져내리는 내 눈물사이로 번져
들어왔다.
"너..우씨...흑흑....뭐야, 이 나쁜놈아!!! 너 장난쳤어!!!!!
너 죽을래!!!!!!!!"
"하아... 거짓말 아냐.
아깐 정말 죽었었단 말야.
누나가 나 싫다고, 사라지라고 하는순간.
내 심장이 뚝! 하고 멈춰버렸다구. 심장이 정말 뛰지 않았어."
내 품안에서 진지하게 날 바라보며 말하는 하루의 말에
난 훌쩍 거리며 녀석을 바라보다... 더 왈칵 눈물을 쏟아내버렸다.
아, 정말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 콧물 다 쏟아내는 나,
우씨... 정말 이미지 쾅이다.
"글구...이거!"
주위에 사람들이 내모습을 보며 웃든말든...
상관없이 하루녀석을 움켜잡고 정신없이 우는데 문득 하루가 주머니에서 팬댄트를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열어봐. 이게 정말 내 목걸이니깐.
... 크리스틴, 고놈이 나 미국에 있을때 몰래 바꿨다고 고백했다구.
하아~ 제길, 이놈의 인기는 정말 어딜가나 문제란말이지. "
녀석의 말에 훌쩍이며 팬댄트를 열은 나.
얇은 오색지에 적힌 내 이름 석자에 난 할말을 잃은채 하루를 바라봤다.
".... 이제 알겠어?
내 심장을 멈추게 할수도…
또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할수있는 있는 유일한 사람은… 누나야.
…… 정.현.진. 너밖에 없다구."
"흑..흑...으아아아아아아앙!!!!!!!!!"
하루의 정식고백.
하루를 잠시나마 의심해서...
어릴때부터 나만을 바라봤다던 녀석의 마음이 너무 과분해서...
난 울고 또 울었다.
[휘이이이이익~~]
무대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진채, 내 무릎위에서 고백한 하루.
녀석의 고백에 정신없이 울었던 나.
그리고 우리 주위에서 휘파람을 불며 축복해준 사람들속.
녀석과 난,
그렇게 처음으로 서로의 가슴 깊숙히 감춰두었던 마음을 들켜버렸다.
아직은 조금 어색한 말이지만....
........
사랑해.
이 하루......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