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아침.
민우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혜성은 약간씩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자 혜성의 나신 위로 쏟아지는 차가운 물줄기들....
혜성은 욕실 벽을 짚고 선 채 민우가 한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넌 이 방과 학교 외에는 내 허락 없이 다닐 수 없단 거, 알고 있겠지?
넌 내 소유고, 그건 이미 니가 동의한 거니까.
그리고 한 번 더 말하는데, 이 계약은....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깰 수 없어.'
그래, 넌 내 몸의 주인이니까...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혜성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급한 전화가 걸려왔고, 그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간
혜성은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무력함을 맛봐야만 했다.
교통사고....
트럭과의 충돌사고로 인해 혜성의 부모님은 물론 동생 선호마저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고,
한 순간에 혜성은 가족의 병원비를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몰려버렸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혜성의 아버지가 중태에 빠지게 되자, 이때까지 아버지가 운영해오던 작은 회사는
파산 지경에 이르렀고, 빚쟁이들은 빚독촉을 해대기 시작했다.
병원비, 빚, 그리고 자신의 생계비.
그건 혜성이 자신의 몸을 통째로 팔아치운대도 메울 수 없을 정도의 액수였다.
그때 민우가 자신에게 해온 제안....
혜성은 처음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거부했지만, 결국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돈과 자신의 몸을 맞바꾼 계약.
민우는 혜성에게 필요한 돈을 대신 지불하며, 그 대가로 혜성의 몸은
민우가 허락하는 날까지 민우에게 소유된다.
그것이 계약의 내용이었고, 그럼에도 혜성은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신의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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