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th
교실 앞문에 기대선 채 혜성과 정혁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민우....
젠장... 네 어깨에서 그 자식 손을 당장 떼내고 싶어....
넌 아무렇지도 않나 보네.... 행복하니? 어젯밤 나 없어서 좋았어?
난 너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그래..... 넌 어차피 내 '장.난.감' 이니까...
장난감의 행복 따위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
할 수만 있다면 널.... 무참히 짓밟아 주고 싶어.
다신 나 없는 데서 웃을 수 없게.
"신혜성. 나와."
뭐라고 화라도 낼 듯 일어서는 정혁....
그러나 혜성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혁을 제지한다.
"정혁아, 그만둬. 갈게."
민우에게 다가가는 혜성의 발걸음이 어딘가 불안하다.
떨리는 듯한 눈동자.
고집스럽게 꼭 다문 입술.
민우는 혜성이 다가오자마자 손목을 확 붙든 채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끌려가는 혜성....
민우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층계참에서 멈춰섰다.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마치 딴 동네인 듯 조용한 그 곳에서 민우는 혜성을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도전적으로 민우를 바라보는 혜성...
"무슨 일이야?"
"어제.... 왜 안 들어왔지?"
"...왜? 욕구 불만이니? 그 여자앤 아직 안 된대? 난 또 방해될까봐 그랬지."
".... 누가 니 맘대로 행동해도 좋댔지?"
거친 숨결과 오고가는 차가운 눈빛....
더욱 침묵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무거운 정적....
서로의 차가운 눈빛은 비수가 되어 서로의 가슴에 꽂힌다.
그리고..... 민우의 건조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계약 위배야, 신혜성.... 벌을 받아야 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