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th
혜성은 계단 난간을 붙든 채 간신히 내려오고 있었다.
수업 중인 학교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리가 묵직하게 아파온다.
그러나.... 혜성이 지금 정말 아픈 곳은 몸이 아니라 마음일지도.....
눈앞이 자꾸 흐려지는 게 발을 조금만 잘못 디디면
그대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이 아찔한 느낌.
아직 2개의 계단을 더 내려가야 한다.
이마에 땀이 흥건한 채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옮기지만....
순간적으로 계단 끝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바람에 발을 헛디뎌 그대로 굴러버렸다.
"아....!"
굴러떨어지다가 계단 중간쯤에서야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멍이 들었는지 온 몸이 욱신거린다.
하지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손을 뻗어 계단 턱을 잡고 몸을 억지로 끌어내리는 혜성....
그대로 몸이 빙 돌더니 아까보다 더 심하게 굴러버렸다.
까르륵 웃으며 잔디밭에서 뛰고 있는 두 아이들.
그리고, 저만치서 조금씩 밀려오는 하얀 안개....
[미냐아~ 거기서~! 혼내 줄테야~!]
[잡아봐~]
숨을 할딱거리며 꼬마를 쫓고 있는 어린 혜성.
그리고.... 금방이라도 덮칠 듯 밀려오는 하얀 안개.
숨이 차 잠시 멈춰선 혜성의 시야에는 어느새 그 꼬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안개만이 자욱히 끼어 있었다.
[미.... 미냐..... 어딨어...?]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미냐.... 셩이 두고 가지마아... 어딨어..? 응? 빨리 나와아....]
혜성은 안개에 감싸인 채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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