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와아아! 끝내준다!"
"오늘은 왠지 오래 끄는데?"
"에이, 돈 날렸군! 난 오늘도 한칼에 베어버릴줄 알았는데 말야!"
시끌시끌한 관중석을 바라보던 소년은 시선을 자기 앞에 널부러진
사내에게로 돌렸다.
두 눈이 있었던 곳에서 피가 흐르는 채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지만,
몸을 움찔움찔 거리며 자신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애쓰는 것이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소년은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꼿꼿이 세우며 사내의 하반신을 향해
차츰 자신의 손을 내렸다. 그리고 이내 부욱!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의 손에는 피에 젖은 옷자락과 막 떼어낸 듯한 남성의
성기와 고환이 매달려 있었다.
※ ※ ※
사내는 죽고 싶었다. 할 수만 있었다면 벌써 혀를 깨물었을 것이다.
기절하기도 몇번이나 하면서 이대로 깨어나지 않기를 빌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년이 자신의 턱을 부순 때문에 입안이 부어 혀를 깨무는 것이
불가능했고, 악마처럼 정확하게 자신이 깨어난 것을 알아 차렸기 때문에
기절한 척하며 누워있는 것도 통하지 않았다.
또다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소년을 향해 사내는 절규했다.
'제발 날 죽여줘!'
"이제 남은 것은 피부를 벗겨주는 일이군."
소년은 자신의 칼을 거꾸로 손에 쥐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사내는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그러나 자신의 몸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파아아-!
근처에 놓아둔 물동이에서 몇 바가지의 물이 사내의 몸에 뿌려졌고,
이내 솜씨좋은 소년의 칼질에 의해 사내의 옷자락은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덕분에 으깨진 사내의 다리와 피가 엉켜붙은 낭심 부분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되었고, 관중석에서는 휘파람 소리까지 들려왔다.
소년은 빠르게 사내의 이마에 칼을 교차해 휘둘렀고, 이내 십자모양의
가는 핏자국이 나타났다. 섬세하게 생긴 손가락이 그 교차된 지점을
몇번 왔다갔다 하자 이내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벗겨지던
피부는 소년의 빠른 손놀림에 의해 주르륵! 소리와 함께 흘러내렸다.
'죽여줘! 제발 죽여줘!'
사내는 몇번이고 그렇게 외쳤으나 혀가 뭉개져 버린 그의 입에서 소리가
나올리 없었다. 그의 상반신 피부는 이미 허리 아래에서 너덜거리고 있었고,
뻘건 속살들이 흉칙하게 드러나 있었다.
괴로움에 못이겨 땅에서 버둥대는 사내의 몸이 성가셨는지,
소년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어디선가 대나무로 만든 못을 가져왔고,
사내의 손을 조심스럽게 핀 다음 그 한가운데에 박아 넣었다.
사내의 몸은 심하게 버둥거렸으나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한손도
마저 땅에 박아버렸고, 더이상 굴러다니지 못하게 된 사내의 하반신 피부를,
소년은 좀더 손쉽고 수월하게 벗겨내었다.
한족으로 내팽겨쳐진 사내의 피부, 피부가 벗겨진채 땅바닥에 표본처럼
박혀버린 사내의 시뻘건 몸뚱이.
귀족들은 발악하며 소리를 합쳐 외치기 시작했다.
"더해라! 더해라!"
"부족하다! 더해라!"
"그렇게 지랄 떨지 않아도 더 할꺼야."
소년은 칙칙하게 중얼거리며, 미리 준비한 소금을 사내의 몸 위에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사내의 몸이 떨리는 정도가 더 심해졌다.
그 순간, 소년은 사내의 손바닥에서 대못을 뽑아 내었고,
사내는 땅에 깔린 소금 위에서 뒹굴게 되었다.
비명 소리도 못 지르며 소금더미 위에서 뒹구는 뻘건 피부의 몸뚱아리….
귀족들은 열광했다.
"잘한다! 잘한다!"
"더해! 좀 더 하라구!"
왁왁대는 관중석을 향해 싸늘한 미소를 던지며,
소년은 뒹굴다 지쳐버린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마무리야."
소년은 솜씨 좋게 사내의 배를 가르고는 자신의 손을 집어넣어
내장을 끄집어 내었다. 어찌된 일인지 사내의 몸떨림은 멈추지 않았고,
그것은 사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귀족들은 더더욱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촤아악-!
소년은 길게 뽑혀나온 내장을 바라보더니 그걸로 사내의 몸을 묶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년의 포장 작업이 끝났을 때 마침내 사내의 몸떨림도 멈추었다.
소년은 한번 자신의 내장으로 꽁꽁 묶여버린 뻘건 살덩이를 들어보았고,
관중석에서는 마구 동전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와아! 멋지다!"
"최고다! 역시 소년 도부수!"
"최고의 살인이다!"
소년은 한번 허리를 굽혀 그들에게 인사를 해보인 후,
경기장에 날아들어온 돈들을 쓸어모아 자신의 바랑에 넣고
천천히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아까 자신에게 의뢰를 잊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소녀
-그 사내의 딸이 아직 가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녀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두 눈은 감겨진 상태였다.
소년은 그런 소녀를 공허한 눈으로 한번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다.
만족할테지."
"…구토를 할 정도로 만족해요…."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소년은 피식 웃으며 칼을 들어
소녀에게로 향했다.
"좋아, 그럼 대가를 받아볼까? 기다리고 있는 분이 있어서 말이야."
"아, 자, 잠깐!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되잖아요!"
소녀는 자신의 목에 들어와 있는 칼날을 피하려 애쓰며
소년에게 최대한 교태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년의 눈이
의아함으로 변한 것을 본 소녀는 자신의 입술을 축이며 말을 이었다.
"즐긴 다음에 받아도 되잖아요, 내 목숨 같은거…."
소년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소녀는 내심 쾌재를 불렀고,
자신의 간단한 옷을 바닥에 흘려버린채 소년의 몸을 안아갔다.
"후훗, 즐겁게 해줄께요, 즐겁게…욱?!"
다음 순간 소녀는 자신의 배를 지나 등으로 뚫고 나온 소년의 칼날에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고, 소년의 예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성교를 한 후에 죽인 시체는 그 값이 떨어져. 그리고 네 몸보다는
내 침대 밑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의 몸뚱아리가 더 좋아.
'그곳'에 독을 넣은 여자와 하는 취미도 없지만."
털썩! 소년의 칼이 뽑혀나오자 시체가 되어버린 소녀는 바닥에 쓰러졌고,
소년은 재빨리 자신의 칼로 소녀의 가슴과 배를 절개하며,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수염난 중년의 애꾸 사내에게 물었다.
"어느 정도나 쳐줄 수 있어?"
"싱싱하군, 게다가 젊고. 장기가 아직 팔팔할테니 값을 높이 쳐주지. 500 어때?"
소년은 절개한 시체의 내부에서 따끈한 심장과 콩팥 등을 꺼내며 대답했다.
"너무 싸. 적어도 850은 받아야 돼."
"날강도 같은 놈. 600에 흥정하지?"
"800 이하에는 죽어도 안 팔아."
"700. 그 이상은 안돼."
"780. 더 깎으면 딴 병원에 팔아버릴꺼야."
"제길. 좋아, 750 주마. 됐지?"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내에게 손을 내밀었고,
사내는 혀를 끌끌 차며 미리 가격을 예상했는지
주머니 하나를 통채로 던져주었다.
그제서야 소년은 막 꺼낸 장기들을 사내에게 건네주었고,
사내는 재빨리 옆에 있던 조수들을 시켜 얼음 상자 안에
그것들을 갈무리 해넣었다.
소년이 주머니를 열고 금돈의 개수를 확인하자, 사내는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려 경기장 밖으로 나가버렸고, 개수를 확인하고 돈을 도로 주머니에
넣은 소년도 이내 미련은 없는 듯, 자신이 죽인 소녀의 시체를 어깨에
들쳐메고는 어딘가로 발길을 옮겼다. 아마도 시체 처리장에 가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