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소년은 새로 얻은 칼을 휘둘러보았다. 약간 묵직한 맛이 나는게
아무래도 한철이 약간 섞인 것 같았다. 자루는 잡기 편하도록
오목하게 들어가 있었고, 끝에는 보석까지 달려 있었다.
"값을 높이 받을수 있겠군…."
소년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쥐고있던 청룡보도를 도로 내려놓고
아버지가 쓰던 칼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경기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가 오늘 벨 죄수는 다른 한편에서 무기를 고르고 있는 거한.
오늘 사람들이 이다지도 모여든 것은 아마도 내가 저 죄수를
한 칼에 목을 벨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 소년은 클클 웃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쓰던 도를 앞으로 내밀었다. 상대도 무기가 정해진 모양이다.
그 거한은 커다란 쌍날 도끼를 골랐다. 이웃 나라인 훼이블과 퀘타라스에선
배틀 엑스라고 불리우는 무기….
소년은 또다시 클클 웃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조금씩 다가오는 거한을 주시했다.
저 덩치, 아마도 이름이 '콰이셩 민' 이라고 했던가.
이름난 납치 강간 살해범으로 귀족의 규수들만 골라 납치해서 몸값을 받아낸 뒤,
자신은 재미를 톡톡히 본 채 도망쳐 버린다.
그래서 그에게 딸을 잃은 귀족들이 소년에게 그를 잡아 달라고 의뢰를 해왔고,
소년은 금200만냥에 그것을 수락했다.
그리고 석달간의 추적 끝에 소년은 그를 잡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는 오늘 소년을 베고 목숨을 부지함과 동시에 땅에 떨어진
자신의 위신을 새로 세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에겐 그런 그를 봐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소년은 아직까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소년은 오늘도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그를 벨 것이다.
그것도 한 칼에 목을 정확하게 노려서.
점점 다가오는 거한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날린 후
소년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도를 부여잡았다.
※ ※ ※
소년은 천천히 자신의 팔을 닦아 나갔다.
약초를 삶은 물에 푹 담근 천이 팔뚝에 난 작고 큰 상처들을 씻어 나갔다.
약간 아릿한 통증을 느끼며 소년은 천천히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까까지 눈앞에 오고갔던 도끼날이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졌다.
“후욱…후욱…!!!”
소년은 가쁜 숨을 내쉬며 자기 앞에 서있는 거한을 노려보았다.
확실히 이번엔 그가 방심했다. 2시간이 넘게 저 100근은 족히 될 도끼를
휘두르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는 괴물을 상대하면서 한칼에 목을 벨 생각을
했다니.
소년은 클클 거리는 웃음을 내뱉으며 자신의 도를 앞으로 세웠다.
아마도 내가 콰이셩을 한 칼에 벤다는데 돈을 건 귀족들이 더 많겠지? 크큭….
18세의 도부수는 앞으로 뛰어 나갔다.
“후후훗, 드디어 공격할 마음이 생긴 거냐? 어서 와라, 난 네 피에 너무도
굶주려 있단 말이다!!!”
콰이셩은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는 소년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고,
소년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도를 수직으로 그어나갔다.
“저 웃음, 암만 봐도 맘에 안들어….”
“크윽?”
순간 콰이셩의 턱에서 피가 솟았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소년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이번엔 콰이셩의 뒤로 돌아갔다.
왠지 모르게 콰이셩의 모습에 아버지의 영상이 겹쳐졌다.
소년이 일곱 살 때 아버지는 그에게 특별한 훈련들을 시키기 시작했다.
한번은 밧줄을 가져오라 하더니 그것으로 자신을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은 일이 있었다. 그렇게 한 채 아버지 머리 위의 사과를 깨끗하게
반토막 내야 비로써 땅에 내려올 수 있었다.
“우웃? 이, 이런!”
콰이셩은 다급히 몸을 돌렸으나 소년의 몸은 어느새 공중으로 솟아있었다.
그리고 소년의 몸이 땅으로 떨어지며 콰이셩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콰이셩의 목에는 한줄기 빨간 선이 그어졌다.
"커…크어억…!!!"
목에서 피를 뿜으며 콰이셩은 쓰러졌고, 숨을 죽이며 구경하던 귀족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크하핫! 내가 이겼다! 내가 이겼어!"
"이런, 제길! 야, 이 병신같은 놈아! 너에게 건 돈이 아깝다! 툇!"
"내가 뭐랬어? 아무리 저 놈이라도 콰이셩은 한칼에 베기가 어려울 꺼라고 했지?"
"빌어먹을 놈! 뭐 저런 약해 빠진 것이 다 도부수가 됐지?"
소년은 조용히 콰이셩의 시체로 다가가 그의 목을 완전히 잘라내었다.
그리고 가장 시끄러운 관중석을 향해 던져 버렸다.
순간 관중석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이어 여기저기서 힘빠진 호통소리가
터져나왔다.
"우욱!!!"
"뭐, 뭐야, 이건?"
"이 자식! 무슨 짓이냐?"
'조금은 조용해졌군.'
소년은 만족스런 미소를 띄우며 천천히 경기장 밖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땅에 긁혀 피가 흐르는 자신의 팔을 휘둘러보고는 집으로 향했다.
침대 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여인의 몸뚱아리를 생각하며.
※ ※ ※
잠시 콰이셩과의 결투를 생각하던 소년은 다시 눈을 떴다.
확실히 도망치다가 기회를 잡아 상대의 목을 베는 수법은 허점이 있었다.
콰이셩같이 괴물같은 자를 상대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칼에 벨 수
있을 것인가를 빨리 생각해 내어야 했다.
그가 있는 곳은 옆나라인 훼이블이나 퀘타라스에서 떨어져 있는 성이었기에,
소년이 있는 곳까지 트롤이나 오우거 등의 괴물들은 공급되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인간 아닌 괴물들과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소년은 내일부터는 몸놀림을 빠르게 하는 수련에 들어가야 겠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침상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침상 위에는 한 소녀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여성이 옷을 모두 벗은 맨몸의 상태로 누워 있었다.
"쿠쿠, 역시 오늘도 조용하군. 뭐 그게 좋겠지."
소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17살쯤 되어보이는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럼에도 소녀의 눈은 그저 허공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소년은 자신의 손을 뻗어
소녀의 얼굴을 자기에게 향하게 했고, 그 입술에 천천히 입을 맞추어 갔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걸쳐있는 겉옷을 벗은뒤 소녀의 몸위로 올라갔다.
"후후…."
소년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혀와 손으로 천천히 소녀의 젖가슴을
유린해 나갔다. 점점 소년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갔고, 소녀의 다리가 위로
올라가 조금씩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후우…충분히 젖었군…. 그럼…."
소년은 서서히 소녀의 몸 안에 자신의 흉기를 찔러 넣어갔다. 그에 따라
소녀의 자그마한 몸뚱이는 아래위로 흔들렸으나, 여전히 소녀의 눈은 공허했다.
그대로 소년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손은 이미 아담하게 솟은 젓가슴을
쥐고 있었고, 다른 한손은 밑으로 들어가 엉덩이의 곡선을 맛보고 있었다.
"후우…후우…허어억!"
한참 몸을 움직이다 이윽고 짤막한 신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욕망을 분출해 버린
소년은, 차분해진 눈으로 소녀의 눈을 바라보며 예의 그 비릿한 웃음을 토해
내었다.
"크크큭…역시 아무 반항 안하고 안기는 여자가 좋군…. 때때로 강간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지만…."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옆에 있던 천으로 소녀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그리고…
깨끗이 닦여진 소녀의 몸은 다시금 소년의 침상 밑으로 넣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