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13/65)

  #3.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수산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유혼곡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모두 이삼십대의 건장한 사내들이었는데, 얼굴이 우락부락하거나

 눈에 흉흉한 빛이 감도는 것이, 보통 사냥꾼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계곡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는데,

 마침내 그 중의 하나가 무엇인가를 들어올리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으핫핫! 드디어 찾았다! 황금 20냥은 이 구로자 님의 것이다!"

 사내들은 그 '구로자' 라는 사내가 들어올린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안타까운 듯이 한마디 씩 해댔다.

 "이런, 저런 곳에 그 망나니 놈이 흘린 건량이 있을줄은…."

 "아이구, 아까워라! 내가 찾을려고 했는데, 저 날도둑놈이 내 황금을

 가로채 버렸구나!"

 그러나 사내들의 그런 험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로자는 당당히 자신들의 뒤에서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화려한 비단옷의 사내,

 문곡에게 다가갔다. 

 "자, 어떻소? 이건 틀림없는 그 망나니 놈의 건량이오.

 여기 이빨자국도 남아있군, 그래. 확인해 볼 테면 확인해보시오." 

 문곡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맞는다면 맞는 것이겠지.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자, 받으시오."

 구로자는 입이 쫙 벌려져 자신의 손에 떨어지는 금 10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곡은 그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의외로 흔적이 빨리 발견되는군…. 곽우량 어르신께서 좋아하시겠는걸?"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때 문곡의 어깨 뒤에서 약간 탁한 음성이 들려왔고, 자신이 고용한 무사 중

 하나겠거니 생각한 그는, 개의치 않으며 반문했다.

 "뭐가 말이오?"

 "흔적이 너무 쉽게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문곡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대답했다.

 "전혀 이상하지 않소. 당신은 뭐가 마음에 걸리는거요?"

 "그건 말이오…."

 다음 순간, 문곡은 찌르르한 느낌과 함께 자신의 가슴 앞에 튀어나와 있는

 칼날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귓가에서 무미건조한 소년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블러드 엘프의 솜씨를 시험하려고 일부러 흔적을 흘려두었는데,

 당신들을 모두 내가 처치하게 되었다는 거지…."

 말을 마친 소년, 선우 헌은 이내 비단옷을 입은 사내의 몸에서 자신이 찌른

 칼날을 빼내었고, 당황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 기회는 나중에도 있겠지…. 지금은 눈앞의 일부터 처리해볼까?"

 잠시 소년의 뜻하지 않은 등장에 기가 질려있던 사내들은, 소년이 금방 공격을

 해오지 않자 기가 살았는지 와아-!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치달려 들기 시작했다. 

 소년은 자신의 보라색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내들을

 바라보고는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한마디 내던졌다.

 "폭(暴)…."

 소년의 칼이 허공을 향해 몇번을 그어댔고, 그리고…

 콰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뒤따랐다. 소년에게 치달려 들던 사내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땅 밑에서 올라온 불길에 휩싸여 육포가 되어버렸고,

 검게 그을린 자신의 얼굴을 맨 처음 자신이 찌른 사내의 주머니에서 빼온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소년은 자신의 주위로 내려앉는 시뻘건 인육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년은 천천히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블러드 엘프와 대결할 때 

 취했던 좌수검 돌격자세였다. 왼손에 칼을 들고 몸을 낮춘 소년은, 채 연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어느 지점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악-!"

 "우, 우윽!"

 칼이 춤춘다…. 희뿌연 도광을 남기며, 칼이 춤춘다.

 피에 젖은 칼날이 웃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더욱 사람의 피를 요구하며

 미친 듯이 움직인다. 반대편을 보고 있던 사람의 등을 반쪽을 내놓아

 척추를 드러내 놓게 하고서는, 뒤이어 쉬지도 않고 창을 들고 오는 이의

 이마를 깎아 올린다.

 "으헉-!"

 순간적이나마 사내가 주춤거리자, 그때를 놓치지 않고 칼날은 그의 목을

 그어 나갔다. 시뻘건 혈선과 함께 사내가 쓰러진다.

 또다시 피가 칼날에 튀긴다. 뻘건 핏물에 젖어 웃고 있는 칼날은

 드디어 마지막 희생자를 찾아 다가선다.

 "으아…사, 사람 살려!"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칼날을 보고 겁에 질린 사내는,

 황급히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으나 칼날은 그를 놔주지 않았다. 

 푸욱-!

 소년은 마지막 남아있던 사내의 등에서 자신의 칼을 뽑아 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인육조각들, 그리고 칼에 베인

 상처가 뚜렷이 새겨진 시체들….

 문득 소년의 입이 열렸다.

 "저 정도면 아무리 곽우량같은 돈벌레라도 내가 이들을 죽였다는 것을

 알아챌테지. 되도록 빨리 그 블러드 엘프의 솜씨를 확인하고 싶었는데…아쉽군."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본 소년은 자신의 주위에 낯선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칼날에 묻은 핏자국을 털어내며 재빨리 돌말을 향해

 내려갔다.

 ※     ※     ※

 "후우-!" 

 링 메이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자신의 옆에 누워 자고 있는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믿을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자야…. 정말이지 이런 여자를 버린 남자는

 도대체 누구야?"

 검은 단발의 여인, 아라(라고 소년은 소개했다)의 이마에 놓인 물수건을

 갈아주며, 링 메이는 아라가 깨어났을 때 소년과 이루어진 대화 내용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미안해요….'

 '에? 뭐가 말예요?'

 '내가 아이를 배고 있다는 거…알고 있었으면서 왜 말을 안했죠?'

 '전 진짜 몰랐어요. 그리고 뭐가 미안하다는 거죠?'

 '결혼하지도 않은 내가, 어떤 남자의 아이를 갖고 있다는게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나요?'

 '전혀요. 어떻게 해서 생긴 아이건, 그 아이는 이 세상에 왔다는 것 자체로

 축복받아야 해요. 그 '어떤 남자'는 아마도 누나를 버린 남자겠죠. 그 사람은

 그 일로 해서 아버지 자격을 포기했어요. 그러니 그 아이는 누나만의 아이예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 말을 되뇌이며 아라는 하염없이 울었다. 그 대화 내용을

 우연히 밖에서 엿듣게 된 링 메이 역시 조금 울었다. 

 링 메이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는 창문으로 달을 쳐다보았다.

 새벽이 다가와서 인지 그믐달이 하늘 끝에 걸려있었다.  

 "후우, 하여간 대단한 사람이야, 그 선우 헌이란 남자…."

 그녀는, 하루 종일 산을 뒤져 임산부의 몸에 좋다는 약초들을 캐서

 자랑스럽게 아라에게 내밀던 선우 헌의 모습을 그려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후 졸음이 오는 것을 느끼며

 그녀 역시 아라의 곁에 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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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말씀드렸듯이, 두세편 씩 묶어 한번에 올립니다.

 그리고 글 올리는 날은 맨처음 정했던 대로

 화, 목, 토 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안식을...

 북녘을 다스리는 검은 물의 가라한이었습니다.

 ps.'도부수'는 데뷰에서 누누히 말씀드린 것처럼,

    삼류 변태 호러 환타지를 지향합니다요...(자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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