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 (20/65)

 #4.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스쳐간다. 푸른 하늘이 바로 위에 있다가

 금새 자신의 뒤로 돌아간다. 불그스름한 땅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발은 땅바닥 위에 섰다. 

 선우 헌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훔쳐내며, 자신이 나무에 매달아 둔

 나무 판자들을 바라보았다. 28개 중에 정확하게 반쪽이 난 것은 절반이 좀 넘는

 17개. 아직 발놀림이 미약하다.  

 옆에서 보고 있던 마제건의 입가에 빙그스레 미소가 떠올랐다.

 "꽤 빨리 배우는구만? 그러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배우는

 속도가 빨라. 한번 보여준 것만으로도 '택견'의 '까치돌음'을 해보이다니."

 "아직 멀었습니다. 한번 공중에 올랐을 때, 28개의 방위를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헌은 여느 때와 같이 냉랭하게 대답한 후, 옆에 서있는 나무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거기에 매달린 판자들의 위치를 확인한 후, 다시 공중으로 몸을 솟구쳤다. 

 파파파팍-! 판자들이 깨지면서 나오는 연타음. 헌은 눈을 감으며 얼굴에 와닿는

 파공음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발에 와닿는 느낌이 확실하게 전해져 왔다.

 처음으로 헌은 자신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보았다.

 ※     ※     ※

 "쉐도우 엘프가 들어왔다는군."

 마제건은 자신의 앞에 놓인 기린차를 조금씩 마시며 다 읽은 편지를 선우 헌에게

 던져주었다. 피잉- 하는 파공음을 내며 날아오는 편지를, 선우 헌은 집게손가락을

 내밀어 받아 내었다. 

 "웃…."

 "후훗, 그래도 예순 번 가량의 돌굼을 시킨 것인데 그걸 보통 접시 마냥

 잡아내다니, 이미 뫄한뭐루의 이치는 깨달은 모양이지?"

 신음성이 흘러나왔음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마제건의 태도에도,

 헌은 그것을 무시하며 받아들은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간단한 내용이었다.

 - 쉐도우 엘프 하나가 관문 메수리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사라진 기간이나 그림자를 느낀 사람들의 자리를 볼 때, 

 녀석은 관문 마루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다루님의 운을 빕니다. -

 "내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린 녀석이군요."

 "흠,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이군?"

 마제건은 호오 하는 소리를 내며 흥미로운 눈초리로 차갑게 가라앉은 헌의

 보라빛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때, 마제건은 자신의 뒤에서 누군가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재빨리 자신의 손을 등뒤의 벽을 향해 휘뿌렸다.

 파라락-! 콰직!

 마제건의 손이 벽에 꽂힘과 동시에 검은 천같은 것이 빠져 나왔고,

 그것은 어느 순간 다시 천장 속의 어둠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마제건과 헌의 입에서 동시에 외마디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런!"

 그들이 몸을 굴려 옆으로 피하는 동안, 천장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표창이 날아와 바닥에 꽂혔다. 계속 옆으로 몸을 피하던 헌은

 어느 순간 집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발이 땅에 닿을때 느껴진 서슬에,

 이내 몸을 뒤로 눕혔다. 

 헌의 눈앞으로 예의 검은 천이 스쳐 올라갔고, 짧은 순간이나마 헌은 자신을

 노린 녀석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챙-! 

 공격이 실패한 것을 안 녀석은 다시금 비수를 날려대며 기둥에 드리워진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결국 기척조차 잡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후우, 후우, 후우…."

 "괜찮은가, 자네?"

 가쁜 숨을 내쉬며 자신의 칼을 빼드는 헌에게 마제건이 다가와 그의 상세를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헌? 아앗, 이 상처는?"

 "빨리 치료해야겠군요, 쉐도우 엘프들은 다크 엘프들처럼 무기에 독을 묻혀

 두니까요."

 쇠가 부딪히는 소리에 놀라 나온 시리아스의 염려하는 목소리도,

 침착하게 독을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팔에 칼로 상처를 내는 아사의

 목소리에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헌은 지금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의 격전 중에 자신의

 습격한 녀석의 칼을 피하며 왼손을 '응조수(鷹鳥手)'의 형태로 구부려

 늑골을 잡아갔었다. 자신의 공격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녀석은 자신의 갈비뼈를 내주면서 결국 독이 묻은 비수를 적의 팔에 꽂는 것에

 성공했다.

 헌은 천천히 상처입지 않은 왼손을 들어보았다. 손가락 끝에 약간의 피가

 묻어있었다. 소년은 고개를 숙여 코 속 깊숙이 까지 그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리고 혀로 살짝 핥아 보았다. 

 이내 예전의 칙칙한 목소리가 다시 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인술을 익힌 것 같군, 그것도 은영류(隱影流)의 인술을….

 벨 수 있겠어, 쿠쿡…." 

 소년은 한참을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마른 웃음을 토해냈다.

 그런 그를 시리아스는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는 것 외에 달리

 해줄 일이 없었다.

※     ※     ※

 키란은 웃옷을 벗고 가슴에 난 상처를 살펴보았다.

 마치 쇠발톱에 긁힌 듯한 세가닥의 상처…

 그러나 이것은 18세 정도의 소년이 손가락으로 긁어서 난 것이었다. 

 "우욱!"

 옆구리가 결려왔다. 아마도 그 소년은 긁어 내려가던 도중 방향을 뒤틀어

 자신의 옆구리에 처박고 늑골을 잡아 빼려 했을테지. 다행히 그 전에

 자신의 단도로 오른팔을 찍어버림으로 해서 동작을 굼뜨게 만든 덕분에

 벗어낫지만, 완전한 자신의 패배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키란은 천천히 등을 동굴의 벽에 기대어보았다.

 차가운 종유석이 어느 정도 고통을 경감시켜 주었다.

 이내 그녀의 손은 옆구리를 지나 허리 아래에 매달아 둔 포션에 닿았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아무리 '그림자 숨기'를 반복한다 하더라도

 여기는 아침의 나라인 것이다. 어둠 속에서 싸우는 것을 장기로 삼는

 자기네들 암살자에겐 너무나도 불리한 땅이다. 하루 빨리 목표물들을

 이 장소로 유인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키란은 포션을 상처 위에 들이부었다.

 부러진 뼈가 맞추어지며 살이 자라나 꿰매어 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잠시 후, 상처가 회복된 것을 본 키란은 다시 자신의 웃옷을 입고

 동굴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자신이 봐둔 터를 다시 한번 머리 속에

 넣어둔 후, 자신의 장기인 '그림자 숨기'를 시전하였다.

 이내 그녀의 모습은 드리워진 나무 그늘 안으로 사라지고,

 숲 가운데의 공터엔 드물게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은실들이

 팽팽히 당겨진 채 먹이감이 걸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5. 

 소년은 흰천을 손에 들고 정성들여 칼을 닦고 있었다.

 한번 두번…천이 오갈 때마다 칼의 겉면은 반들거리며

 하얗게 질린 빛을 뿌려댔다. 한참을 닦던 헌은 자신의 손가락 위에

 칼날을 미끄러트려 보았다. 금방 살갗이 갈라지며 피가 배어 나왔다. 

 소년의 무심한 눈동자가 잠시 그 빠알간 방울을 응시하더니,

 곧 그의 손가락은 혀끝에 닿아 있었다. 점점 아무 감정도 없던

 눈동자는 커져가기 시작했다.

 이내 붉은 입술을 헤집고 클클 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쿡쿡…정말이지 나도 바보로군, 아침의 나라같은 것이 내게 어울릴 리가 없지….

 결국에는 나도……아버지와 같아….

 문득 소년의 시선이 뒤로 돌아갔다. 잠시나마 무심했던 시선이 부드러워 졌다.

 소년의 시선이 닿아있는 곳엔, 붉은 머리의 엘프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 

 그러나 여인은 쓰러지지 않았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지만,

 끝내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시리아스는 단지 입술을 꼭 깨물며

 이렇게 물어올 뿐이다.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군요…."

 "…누나는 정말 알아차리는게 빨라요."

 헌은 나지막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에는 저 미소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저 신비한 미소를 보기 위해 최대한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리아스는 소년의 얼굴에서 눈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하면서 까지 그 쉐도우 엘프와 결판을 내려고 하나요?"

 "누나도 알았나요? 그 암습자가 쉐도우 엘프라는 종족이라는 것을."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시리아스는 말을 이었다.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이단자라는…."

 "그래요…."

 소년은 입 속에서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해준다. 비록 그것이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라 해도….

 시리아스는 속으로 한숨을 푸욱 쉬며 계속 얘기를 해나갔다.

 "쉐도우 엘프는 그 탄생부터 기이하죠. 아버지를 사랑한 딸이 어긋난 관계를

 맺어 태어난 종족, 그리고 아버지의 딸에 대한 그릇된 사랑으로 시간의 흐름이

 되돌려진 종족. 그것이 쉐도우 엘프에요. 그래서 한 세기에 다섯명 밖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한 과정에서 얻어낸 능력이 '그림자 숨기'라는 것이지."

 대답한 것은 헌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헌의 옆에 앉아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제건이었다. 하도 말을 안하고 있었고, 게다가 기를 가라앉히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이다.

 마제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수염을 한번 쓰다듬어 보았다.

 관문 '마루'에서  만났을 때 처음 느꼈던, 헌의 거칠고 메마른 기운이 전신을

 통해 들어왔다. 아까운 '닙새 (중원의 언어로는 인재. 작가 주)'라고 생각하며

 마제건은 한발자국을 내딛었다. 

 "치우 천왕가의 무예를 다 익혔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도 없겠지만….

 그런데 그림자를 벨 수 있겠나?"

 "틀림없이."

 짧고도 간결하게 대답하는 헌을 보며, 마제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악 '싸릿문'을 나서려다가 이제야 생각이 난 듯 말을 물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헌은 씨익 웃었다.

 "근래에 들어 니더우드와 퀘타라스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졌다고 하더군요."

 "그런가? 알겠네, 그럼 환인님의 운이 내리길 빌지."

 그리고 마제건은 해동으로 도피해온 사람들을 위해 나라에서 마련해준 숙소,

 '추임'을 벗어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저 소년은 끝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채 살아가겠지.

 그리고 그 옆의 엘프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소년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마제건은 자꾸만 쓴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해는 이미 '걸리매(중원의 언어로는 정오. 작가주)'를 지나

 서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래도…여전히 이곳은 아침의 나라, 해동이었다.

 ※     ※     ※

 헌과 시리아스는 관문 '마루'를 벗어나 타타르로 통하는 숲,

 '즈메트'로 들어섰다. 아사의 말로는 타타르의 언어로

 '큰 거미의 뜰'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름 그대로 이 숲의 나무들은 유난히 가지가 날카롭고 길어 조심하는데도

 옷깃이 걸리곤 했다. 그리고 잠시 후면 가지 사이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말이다.  

 헌은 손을 뒤로 돌려, 머리카락이 걸려 고생하고 있는 시리아스를 도와 빼낸 후,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장소 한번 잘 골랐군요. 이런 곳으로 우리를 유인해내다니."

 "맞아요. 이런 곳에서는 불의 힘을 함부로 쓸 수도 없죠. 게다가 그림자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시리아스는 헌의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 순간 다시 귀밑머리가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머리를 흔들어 그것을 떼어내려는 찰나,

 헌의 갸름한 손이 그녀의 목을 붙들었다. 

 시리아스는 순간 흠칫했으나 그냥 헌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고,

 이내 그의 손이 자신의 목을 한바퀴 돌며 떼어낸 은색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며 헌이 앞으로 한발자국 나서는 것이

 보였다. 그곳엔 널찍한 공터가 있었고, 한 구석엔 보기에도 칙칙한 그림자를

 드리운 동굴이 떡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마도 저 공터 여기저기엔 아까 자신의 목을 휘감았던 것과 같이,

 날카로운 은줄이 그물처럼 쳐져 있을 것이고, 섣불리 움직였다간

 그것에 몸이 감겨 소리도 없이 목숨이 끊어질 것이다. 

 시리아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자신의 몸에 흐르고 있는

 불의 마나를 온몸에 집중시켜 보았다.

 헌은 이미 공터 한가운데로 나가 있었다.

 ※     ※     ※

 헌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져 오는 끈적한 기분이

 약간 거슬렸다. 

 '아교 따위의 하찮은 수법…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방심했군.'

 자신의 칼을 빼들어 날을 아래로 향하게 한 후, 헌은 숨을 고르게 했다.

 청난성에서 망나니 노릇을 하던 시절, 자신이 만났던 동영의 닌자가 기억났다.

 그때 처음으로 헌은 인술이란 것을 접했고, 그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저당잡혀야 했다. 

 어떻게 싸웠는지는 기억나지도 않는다. 아버지에 의해 피를 뒤집어쓰고

 흡혈 박쥐의 동굴로 던져졌을 때도, 귀족들의 농간에 의해 북해로 끌려가

 혈랑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도 그렇게 많은 공격을 당한 적이 없었다. 

 그 닌자는 쉴 새 없이 짓쳐들어왔고, 자신이 공격하기도 전에

 종적을 감춰 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잠시 마음을 놓고 있으면

 그 때 자신의 바로 뒤나 밑에서 암기를 던져 기운을 빼놓았다.

 만일 산노에게 부탁해 만들어 두었던 발연통과, 성내 의료원에서 슬쩍해 온

 독봉(毒蜂)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잡은 닌자는 간첩 행위 명목으로 사형 선고가 내려졌고, 자신에게 넘겨졌다.

 그리고….

 "난 그를 놓아주는 대신 은영류의 인술을 배우게 되었지…."

 헌의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에 공터의 바닥 한부분이 출렁거렸고,

 그걸 놓치지 않은 헌의 손이 그곳을 향해 휘뿌려졌다. 

 파바박! 몇번의 연타음과 함께 세 개의 비수가 목표점에 꽂혔으나,

 헌은 개의치 않고 거꾸로 잡은 칼을 허공을 향해 비스듬히 들어올리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천인참 육십사식……참영(斬影)…!!!"

 쐐애액-! 마치 니더우드의 '카오린 전사대'나 퀘타라스의 '공전사(空戰士)'가

 최고 속도로 날아갈 때 나는 소리같았다. 그와 동시에 시리아스의 온몸에서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극도로 달아오른 시리아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그녀가 얼마나 정령을 제어하기 위해 정신을 쏟고 있는 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시동어가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프리트의 종복들이여, 예전에 숲과 바꿔 맺은 나의 계약대로 내 부름에 응해

 나타나라, [살라맨더 탤스]!"

 화르륵-! 순식간에 공터는 수십마리의 살라맨더에 의해 둘러싸였다.

 불꽃의 옷을 입은 작은 요정들은 춤을 추며 어느 한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둘러쌓고 있는 곳에는 무심한 눈동자로 상대를 노려보는 헌과

 수많은 불꽃들에 의해 숨을 곳이 없어진 쉐도우 엘프가 서있었다.

 주저없이 둘의 신형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어느 한순간 헌의 입에서

 다시 한번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새어나오는 것이, 엘프인 시리아스와

 역시 엘프인 키란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천인참 십삼식, 열운(裂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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