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61/65)

 #3.

 알리스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결국 충격을 못 이기고 울음을 터트려

 버린 것이었다. 비록 소리를 죽이려 애를 썼지만, 그녀의 눈가에서 스며 나오는

 눈물 방울들은 그녀의 뜻대로 멈추지는 않았다.

 "…그랬던 거야? 그랬던 거야, 시리아스?"

 "네…."

 그런 알리스의 질문에, 시리아스는 나직하지만 망설임없는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그런 그녀에게 안겨들며, 알리스는 울음을 참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정말 그랬던 거야? 카프린이란 존재자체는 옛날에 사라지고 없었던 거야?

 우리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왔던 그 존재는…."

 "…인정해야 해요, 알리스."

 그 순간 알리스의 손이 시리아스의 목줄기를 휘어잡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녀의 가녀린 목을 부러뜨릴 것 같은 기세를 보이며, 알리스는 있는 힘을 다해

 현재 상황을 거부했다.

 "어떻게 인정해! 그를…자신의 기억을 찾아 헤매던 그를! 자신의 존재를

 어렴풋이 기억해내면서 끝까지 진실을 향해서 걸어가던 그를! 비록 드래건의

 폴리모프란 거짓된 환영을 쫓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소울 페어까지

 얻어가며 나아가던 그를!"

 알리스는 마침내 시리아스의 가슴에 얼굴을 묻어버리고 말았다. 그대로 그녀는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왜! 왜 말하지 않은거야!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 나나 마오는 몰라도 헌은,

 그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었잖아! 아니었어?!"

 시리아스는 희미하게 미소를 떠올렸다. 기이하게도 무척이나 슬퍼 보이는,

 그리고 요염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는…내 말을 듣지 않고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렸어요.

 그가, 카프린의 모습을 한 그림자가 헌의 옆에 있는 동안

 난 그를 돌볼 수 없었죠. 하지만…."

 시리아스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뒤이은 그녀의 대답에,

 알리스는 그저 멍하니 시리아스의 눈동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 그의 마음을 지탱하고 있던 것이 무너졌기에

 그는 더 이상 서있을 수 없어요. 누가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누가 그런 사람의 곁에 평생 서있을 수 있을까…. 난 할 수 있어요.

 이제 나는…그의 곁에 영원히 머무를 수 있어요."

※     ※     ※

 대신관은 자신의 아들 나이로 되어 보이는 젊은 주신관에게 다시 물었다.

 "히메스…라고 했지, 주신관?"

 그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천계의 회의, 히메스 말입니다. 그것이라면 왜 엘시타이께서

 응답이 없으신지 설명이 됩니다."

 대신관은 웃었다.

 "그도 그렇군…. 하지만 무엇 때문에 태초의 창조 이후 단 한번 열렸던 히메스가

 지금 와서 열리는 것일까…."

 "불안하십니까?"

 뜬금없는 주신관의 질문에 대신관은 다시 한번 웃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이런 것일세. 하여튼 만일 자네 말이 맞는다면

 다른 신계의 신들을 섬기는 신관들도 지금 곤욕을 치루고 있겠군."

 "그럴테죠."

 대신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점차 진해졌다.

 "자네는 두렵지 않은가 보군."

 주신관 역시 마주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분의 뜻이 그러하다면…받아들일 수 밖예요."

 "그분의 뜻이라…자네의 말이 맞는 것 같군 그래……."

 대신관은 손을 내뻗어 젊은 주신관의 어깨를 껴안았다. 그리고는 그를 인도해

 천천히 신전 지하에 마련된 비밀 제단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 앞으로

 아침의 햇살이 성큼 다가서고 있었다.

※     ※     ※

 마오는 조용히 술병을 들어 들이켰다. 그의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눈동자에

 달빛이 내려앉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자꾸 그 생각이 마오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동안 자신들과 함께 다녔던 거뭇한 피부의 마법전사 카프린.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다며 다짜고짜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자신은 알리스처럼

 그 자리에서 그 제안을 승낙했었다.

 어느 사이에 자신의 소울 페어를 찾아내 자신의 진실한 존재에 근접해가던 그는, 

 요화 알라우네의 습격을 받고 자신의 진실한 정체에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소울 페어의 도움으로 다시 카프린으로써, 블랙 드래건 카프라치오가 아닌

 카프린으로써 우뚝 섰다.

 그런데…그런데 어떤 쉐도우 엘프의 습격에 의해 그가 여태까지 세워온 자신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하필…하필이면 도플 갱어라니!

 마오는 다시 한번 술병을 기울였다. 정말 기막힌 일이었다.

 알리스가 그 블러드 엘프와 얘기하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둘의 대화 하나

 하나가 귓가에 쟁쟁하게 울려왔다.

 '가르쳐 줘, 제발…시리아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거야…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거야. 말해줘, 시리아스 뮤프넬……!'

 '카프린은…아니 카프린이라고 불렸던 것은……실체가 없는 존재, 도플 갱어…

카프린의 모습을 한 도플 갱어죠. 카프린은 예전에 죽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군요.'

 '언제부터…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았지?'

 '처음부터…그의 무색 눈동자를 보면서부터 알았죠. 실체가 그림자이고 그림자가

 실체인 존재, 그래서 아까의 쉐도우 엘프는 카프린의 그림자가 아닌 헌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왔던 거예요.'

 '그럼 어떻게 드래건과 같은 마나를 지니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무한한

 생명력은? 아니, 그런건 둘째 치더라도 그의 드래건으로써의 기억은 어떻게

 된 거야?'

 '드래건 하트, 그리고 브레인 스토커. 하지만 이건 제 추측일 뿐….'

 문득 마오는 자신이 기대있는 바위 근처의 수풀이 풀썩거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손이 옆에 놓여있던 망치를 집어들었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오는 온 몸의 근육에 신경을 집중시키며 소리가 난 쪽을 주시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소리를 낸 장본인이

 모습을 나타내자, 마오의 표정을 얼빠진 사람의 그것으로 변해버렸다.

 한참 후, 그의 입에선 예의 탁하고 갈라진 목소리가 믿을 수 없다는 심정을 담고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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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빡 잊고 말 안했는데...

 이 소설에서 왕이나 귀족같은 것들은 다 엑스트라 입니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것은 헌 일행에 한정되어 있죠.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이런 여행자들이 국정같은 것에 관심있다...

 라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런 이유로...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무슨 마신 강림이 어쨌느니...

 하는 얘기들은 모두 단촐하게 언급만 되고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

 (이 모두가 설정을 제대로 안 해놓은 작가 탓...)

 북녘을 다스리는 검은 물의 가라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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