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4)

"미희야~"

"웅??"

"오빠도 미희꺼 한번 마셔보께~"

"웅? 그래~"

"땡스~"

순간 망설였다.

빨대를..으음..그냥 내걸로..

쪼옥~

"음~ 맛이 살짝 비슷한거 같은데 과일 향이 다르네~ 맛있다~ 추천 잘했지??"

"웅~ 잘해쏘 잘해쏘~"

오오~ 술김이라 그런가..말도 살짝 놓고..귀엽다..

그리고....이미 알았겠지만 악마가 이겼다.

지금이 10시 58분..혹시 모르니 11시가 지나면 모르는척 말해줘야지....아..사악해

그때다!

"아! 맞다! 기숙사!!"

"아! 그렇지! 너 기숙사 통금 11시까지랬지?"

"아~ 어떡해~ 벌써 11시 다됐어.."

울상지으니까 살짝 미안해지는데..그 표정도 귀엽다..중증이다 중증.

"아..기숙사로 간 이후로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본 적이 없어서..고시원 사는걸로 착각했네..미안..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아냐~ 내가 신경을 썼어야지..휴..어떡하지?? 친한 친구들은 전부 집에 내려가 있단말야.."

"흠....미희야."

"웅??"

"오늘 우리가 만난게 미희 시험 합격 축하지?? 그리고 방학동안 해야할 목표도 달성했으니..내일은 도서관 안가고 쉬어도 되는거고?"

"응..그건 그렇지.."

"그럼..오늘 오빠가 밤새워서 놀아줄께!!"

"뭐어~? 오빠 공부는 어쩌고?? 그리고 밤새워 뭐하고 놀아?"

"에이~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쉬어도 괜찮아~ 그리고 할거야 뭐..우리..노래방 갈까? "

"노래방? 나 노래 잘 못하는데...."

"에이~ 누가 노래방 노래부르러 가? 놀러가는거지~ 괜찮아 괜찮아~ 가자가자~"

"그래~ 그럼~"

으음..시간을 많이 주는데로 가야하나..적당히 주는대로 가서 끝나고 나와서 다른걸 알아봐야하나..

둘이서 노래방에서 목 터지게 부를것도 아니고..그냥 적당히 주는데로 가야겠다..

"한시간이요~"

"네~ 만오천원이구요 저~쪽에 10번방입니다~"

"미희야 가자~ 고고고~ 뭅뭅뭅~"

"오빠..애들같애.."

"동안이라는거지?"

"헐~"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미희에게 물었다.

"자~ 시작은..레이디 퍼스트?? 아니면 장유유서?"

"장유유서에 한표요~~"

"그래그럼~ 오라버니께서 한곡조 뽑아줄게~"

난..

노래방은 노래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업곡만 연습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해가 안되는 사람중 1人이다.

좋아하는 여자랑 노래방에 가본적이 없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아무튼 나는 신나는 노래 위주로 불렀다.

빠바바 빠~ 바바 빠~ 바바 빠~ 바바 따라라라~

"너를 좋아해~ 너만 사랑해~ 너만 보면 괜~ 시리 눈물이 흘~렁~ 내 가슴이 울~렁~"

첫곡은..일심!

은근히 내 마음을 표현한 거라고 볼 수 있으려나..

아무튼 신나게..결국 같이 불렀다~

미희는 첫곡으로..아~ 센스쟁이~ 혼성그룹 노래를 불렀다.

쿨~의 여름에 빠질 수 없는 노래. 해변의 여인~

"해~변의 여~인~ 야~야~야~야~"

그렇게..

1시간 반이 넘게 신나게 놀았다.

중간중간..쉬어가기 위해 발라드 한 두곡 빼고는..

우린 자리에 앉지 않고 같이 신나게 놀았다.

얌전하고 귀엽게 생겼는데..

역시..성격도 나랑 맞는게 우린 천생연분?!

노래방에서 내숭떠는 그런 여자들보다 백만배는 나은듯..아..감동~

아무튼 우린 신나게 놀고 열기와 음료수 캔 두개를 남기고 목에 칼칼함을 가지고 노래방을 나왔다.

지금 시간은......

AM 1:00..........

이제 뭐하나.

남자끼리였으면..24시간 당구장이나..24시간 아닌데가 없는 피씨방을 갈텐데..

미희랑 함께 가기엔..

담배연기가....

금연 당구장을 만들어야해..

쓸데없는 생각은 이제 그만하고..

아..

으음..거긴..뭐..전에도 후배랑 가본적 있으니까..

"음..미희야~"

"응?? 우리 이제 모해~?"

"응~ 미희야~ 지금 계절이 뭐지?"

"웅?? 당연히 여름이지~ 8월이면~"

"그치?? 여름이지?? 여름하면 생각나는 것 다섯가지만 말해봐~"

"여름하면..으음..수박~ 방학~ 바다~ 계곡~ 으음..또 뭐가있지??

아~! 납량특집~"

"그치~? 여름하면 생각나는 것중에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오빠..설마.."

"설마?? 왜~?"

"지금 극장 문 닫지 않았을까? 주말도 아니라.."

"비디오방 있잖아~"

"에~?"

"공포영화중에 꼭 보고 싶은게 있었거든~ 우리 그거 보러 가자~"

살짝 미심쩍은 눈길로 나를 보는 미희..

그러나!! 나는 정말 당당했다.

사귀기 전에는..손만 잡기로 맘먹었다.

"음..그래. 좋아~ "

"그래~ 가자~"

내가 고른 영화는..'주온'

나름 괜찮았다고 평을 본 것 같아서 골랐다.

꽤나 예전에 나왔지만 무섭고 괜찮다는 얘길 들어서 그걸로 골랐다.

"이거 괜찮아? 혹시 봤어?"

"아~ 그거? 소문만 듣고 보지는 않았어~"

"그럼 이걸로 하자~ 이걸로 주세요."

"네. 5번방입니다."

나를 보며 알겠다는 표정을 짓는 알바.

알긴 뭘알아. 자식아 눈깔아. 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다.

그런거였으면 마지막 황제를 빌렸지.

(마지막 황제가 제일 길다고 한다..)

문을 여니 비디오방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난다.

이 냄새중엔..밤꽃냄새도 섞여있으려나.....

우린 신발을 벗고 나란히 앉았다.

앉았다고 하기보단..척추가 150도 정도로 펴졌으니..누웠다고 해야하나? 

아무튼..나란히 누워서 영화를 봤다.

"무서우면..오빠손 꼭~잡아~"

"에이~ 오빠 응큼해~"

"오빠 믿지?"

" 아고~ 배아퍼~ 오빠! 공포영화보는데 웃기지좀 마~"

"알았어 알았어~"

"오빠야말로 무서우면 내손 꼭~ 잡아도 돼~"

"정말? 알았어. 나 겁많은데 잘됐다~"

"에에~ 뭐야~ 그러면서 왜 공포영화를 보자고 그래~"

"원래 여름에는 봐줘야 하는거야~ 아. 시작한다~"

'주온'은..초반부터 살짝 무섭다.

근데..그것보다....

자세가 참..불편하다.

둘이 눕기에 좁지는 않지만 차려자세로 누워있는게..마치 군대에서 자려고 누웠을때가 생각난다..

어?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들어..미희를 보니..

두손을 꼭 잡고 조금씩 떨고있는게 아닌가.

무섭긴 무서웠나보다.

아......

요..용기를 내서..

오른팔로 미희의 어깨를 감싸고..

왼손으로 두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자 떨림이 조금씩 멈추는게 느껴진다.

남자의 욕심이 이런건가..

손잡으면 팔짱끼고 싶고..

팔짱끼면 안고싶고..

안으면 뽀뽀하고싶고..

뽀뽀하면 혀좀 왔다갔다 하고싶은..

젠장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가버렸다.

손만 잡았으면 모를까..

어깨두른정도면..살짝 안은건데..

그래도 기분은 좋다

조금씩 놀라는 장면이 나올때마다 오른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꽈악 안아주었다.

영화를..공포영화 택하길 정말 잘했다..

하긴..나라는 놈은..

여자친구와 멜로 비디오를 볼때도 손만잡고 어깨동무만 하고 보는 놈이니..

나중에야 내가 바보짓을 했다는걸 알았지만..

그걸 알게된건 이미 헤어지고 난 후였다.

그런데..미희랑은..

적어도 비디오방에서 진도를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내 머릿속의 이상형인데..

뭔가 좀더 위해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은..

그런 느낌..

이런 생각을 다시 되새기자 욕심보다는..

지금 상태가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해졌다.

아~ 난 행복한 남자~

행복이 별거냐~

좋아하는 여자와 손꼭잡고 영화보는거 정도면 행복의 결정체다~

젠장..공부할때는 한시간이 그렇게 안가더니..

어느새 영화가 끝났고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어깨를 안은 손을 풀지 않은채..

"역시 여름엔 공포영화지? 어때? 괜찮았어?"

"응~ 무섭긴 무섭더라~ 근데..으음.."

"근데 뭐??"

"중간부턴..조금..덜..무서웠어.."

"아..그래?? 이거 영화가 잘못됐네~ 초반에만 무섭고 중반부터 별로면 시나리오가 잘못된거잖아? "

"에이~ 그게 아니라~ 몰라~ 나가자~"

하며 일어나는게 아닌가

설마..

그건가..?

아..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미희야."

아직 내 오른팔을 다 빠져나가지 못한 미희를 잡고..

가슴에 품었다.

즉, 안아버렸다.

으..원래 서있는 상태라면 미희 얼굴이 내 가슴에 올텐데..

앉아있는 상태라 얼굴이 내 목에 오고..내 가슴에 이..느낌이..

설마..설마..

아....죽어도 여한이 없으려나..

"오..오빠.."

"아..미희야..놀랐지? 미안.."

"아..아니 그건 아니고..조금 아파서..손 힘이 왜그렇게 쎄~? "

"아..하하.."

휴..난또 뭐라고 할까봐 걱정했는데..그런건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이 여세를 몰아....바로 MT를 가서 가까운 관계가 될까 했지만..

그건 내 이상형 미희에 대한 모독이다!!

으음..

"우선 나가자~"

"응~ 알았어~"

지금은..AM 3:00..

기숙사 문열리는 시간은..5시..

2시간..뭘해야하나..

아~ 진작 악마말을 듣기로 맘먹었으면 계획을 짜 놓는건데..

이래서 나쁜남자가 인기있는건가..(결론이 이상하다..)

영화 한편을 더 보면......정말..내가 나를 못말릴것 같아서..패쓰.

노래방은..아직도 목이 칼칼해서 패쓰.

으음..설마..혹시..

"미희야~"

"웅??"

"너~ 혹시 당구..쳐봤어?"

"네~ 1학년때 선배오빠들이 많이 델구가서 쳐봤어요~"

"앗! 그래?? (어떤 놈팽이들이..그래도 다행히..지금은 남자친구가 없다는거지..)

그럼..우리..당구 치러갈래?? 지금시간에 가면 사람 별로 없어서..공기가 상쾌할거야~아마.."

"그래요~ 그럼~ 고고~"

저기가 그나마 시설도 좋고..24시간인데..약간 비싼게 흠..

애들이랑 가는것도 아니고 미희랑 가는건데 이정도쯤이야.!

"사구 주세요"

"미희야~ 장갑 끼니?"

"웅~ "

삼손 장갑 두개를 챙겨서 갔다.

"당구 많이 쳐봤어? 얼마나 쳐?"

"아~ 선배오빠들이 50보다는 잘하고..100은 살짝 부족하다고 그랬어~"

"이야~ 그래도..기본 실력이 있나본데?? 그럼..80놓고~ 나는..으음..나도 좀 애매하긴 한데..

150놓고 할게~"

"엉~ 알았어~ 살살해죠~ 아직은 나 축하자리 이어지고 있어~"

"그래~ 알았어~"

당구를 치면서 다행이라고 느낀건..아까 안았던 일을..

아무렇지 않게 넘긴거다.

가끔..날보면서 살짝 얼굴을 피할때도 있지만..얘기할때는 안그러니..

아..이런 것도 내가 좋게 해석하면 얼마든지.......

"아싸~ 나 쿠션~~"

"헐~ 다마수 속인거 아냐~? 정말 잘하는데??"

지금 상황은....미희가 쿠션..나는..50이 남아있다.

50정도야 잘치면 한큐긴 하지만..말그대로 잘치면..

이야~ 그런데 진짜 잘치긴 잘친다..

가끔 길 모르는건 알려주긴 했지만..그래도 그 길대로 치는건 미희니까..

가끔 이렇게 담배연기 없을때 당구장 같이 와볼까..

"으흐흐~ 나도 쿠션~"

"우~ 매너없다~ "

"응?? 설마..돗대매너?"

"응~ 그거 안지키는사람이랑 치지 말라고 들었어~"

"컥 아냐아냐~ 그건 다 헛소문이야~"

"쳇~ 알았어~"

결국..2:1로 미희의 승리로 끝났다.

조금씩 봐준것도 있지만..정말 센스있게 잘친다.

머리도 좋고..나름 운동신경도 있는건가.....넌 정말 부족한게 뭐니?

시간은 4시 50분..

슬슬 걸어가면 5시쯤 도착할 듯 싶다.

"가자~ 담에는 나랑 똑같이 놓고 쳐봐야겠는데~?"

"에~ 그렇게 이기고 싶었던거야~?"

"에엑 그게 그렇게 들렸어? 아니지~ 그만큼 잘친다는 소리야~"

"뭐야~ 승부욕이 없군~! 성호오라방~ 승부욕을 기르시게~"

"헐~ 너..일루와~~"

"헤헤~ 싫어~"

우린 그렇게 아무도 없는 중문 거리를..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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