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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 〉28화 (28/370)



〈 28화 〉28화

천공성이 아닌 요정향에 머무른 지도 오늘로 벌써 나흘째였다. 원래 계획은 루시아를 따라 파라모아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계획은 무산으로 돌아갔다.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내 하루에 특별한 일과가 추가되었다.

“평소에는 에루나가 언제나 곁에 있겠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어느 정도 대비하실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루시아와 함께하는 수업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성실한 학생처럼 자리에 앉은 채로 루시아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마법이란,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발동하는데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조건이 두 가지가 존재해요. 하나는 마력, 그리고 또 하나는 마력을 움직여,  힘을 다루기 위한 주문. 이렇게 두 가지는 설령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하죠.”

“질문이 있는데.”

“네, 말씀해보세요.”

“루시아는 딱히 주문이 없어도, 이것저것 가능하지 않아?”

예를 들어 매혹이라던가, 주문 없이도 마법을 사용할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서 그렇게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긴 하죠. 저와 마찬가지로, 다른 드래곤들... 보옥의 지배자라면 그 영향이 미치는 땅에서는 주문을 생략하더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물론 주문을 생략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이지경님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잖아요?”


“...이거?”

나는 내  주위에 펼쳐져있는 막을 가리키며 물었다.

막의 정체는 루시아가 끊임없이 내게 걸고 있는 마법이었다. 주변의 공기를 이용해서 그대로 상대방을 뭉개는 마법이었다. 그런 흉흉한 마법이 내게 걸려 있었지만 나는 멀쩡했다. 내 능력 때문이었다.


차원을 넘은 자.

 이름을 하고 있는 고유 특성의 효과였다. 여전히 정체를 알  없지만,  특성의 효과는 간단명료했다.


‘세계로부터 존재를 보호 받는다.’

그리고 루시아가 말하기를, 이 ‘세계’라는 말의 정의를 이렇게 봤다.


하나는 이 세계의 필수요소이자, 마법의 필요불가결한 것.


마력.

또 하나는 이 세계의 절대적인 근간이자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것.

법칙.

마지막으로 내가 원래 살고 있던 세계에서도 존재하는 것이자  세계 역시 존재하고 있는 온갖 물리법칙이었다.

사실 이건 위에서 말한 법칙에 해당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세 가지로부터 나는 보호받았다.  말이 어떤 거냐면... 내 동의 하에 이뤄진 일이기는 했지만 지금 떠올려도 살 떨리는 실험을 통해 알아낸 바로는 이랬다.

나는 마력을 사용한 마법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회복 마법이나, 치유 마법 등 나를 돕기 위한 마법이라면 통하는 모양이었지만, 공격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그 증거가 바로 루시아의 마법 덕에 보이는, 내 몸 주변에 펼쳐진 이 막의 정체였다.


수업이 시작된 것과 동시에 내 몸에 펼쳐진 이 막은, 루시아가 나에게 걸은 마법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펼쳐진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에는 벌레 하나 날아오지 않았다. 날아오는 즉시 공기에 짓눌려 뭉개지니까.


실제로도 몇 번이나 내 주변에 날아왔던 날벌레가 그 자리에서 으깨져 죽어버렸다. 이 막을 경계로, 내가 있는 곳과  밖은 전혀 별세계라는 것을 의미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어디까지나 하위의 마법만을 사용했지만 덕분에 알아낸 바로는 고작 하위의 마법이라면, 드래곤의 마법이더라도 내게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큰 성과기는 했다.

그리고 그런 내 예상대로,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바로 그 능력 덕분에 이지경님에게 가르칠 것이 꽤 많이 줄어들었죠.  예상에 불과하지만 그 능력이 있는  법칙에 영향을 주는 고위마법, 아예 법칙을 고쳐 쓸 수도 있는 대마법이 아닌 이상 마법으로는 이지경님에게 피해를 줄 수 없을  같으니까요.”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쿠욱, 하고 막을 손가락으로 찌르자 내 손가락 모양으로 늘어나는 막이 보였다. 마치 비누방울에 갇힌 기분이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대단한 능력이에요. 이 세계에는 드래곤이나, 수명이 긴 엘프나 요정족, 그리고 소수에 불과한 고위 마법을 익힌 인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하위 마법을 겨우 사용할 뿐이니까요. 게다가  능력의 힘은 그것뿐만이 아니잖아요?”

그건 그랬다.

이 능력은 그저 마력과, 마법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세계의 법칙과 여러 가지 물리법칙에서도 나를 보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요정향에 살고 있던 검주가 휘두른 칼도 이 정체불명의 보호 아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칼을 맞으려는 순간, 검주가 들고 있던 칼이 그대로 두 동강이 나버렸으니까.  눈으로 보기에는 칼이 이 막이 펼쳐진 경계로 넘어오는 순간 무언가로부터 붙잡혔고, 그걸 검주가 무리하게 베어 넘기려고 하자 칼이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버리는 것으로만 보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실험, 아니 확인 절차에 따라서 나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기는커녕 뒤통수도 멀쩡한 몸이 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다만,  능력에도 한계는 존재했다.


“그래도 그걸로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죠. 마법은 아직 여러 고위마법이 존재하고, 그 외에도 마법 중에 무언가는 이지경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또,  세계에는 투기가 존재해요. 전에 검주가 휘두른 칼에도 투기를 둘렀더라면, 검은 부러지지 않고 이지경님을 베었을지도 모르죠.”


바로 고위마법과 투기,   개였다.


고위마법은 말 그대로 마력을 이용해 행사하는 고위의, 그러니까 특히 까다롭고 강력한 마법이었다. 성벽을 무너뜨리고 숲을 불태울 정도의 강력한 마법이 고위마법이었다.

그리고 투기란 이세계의 전사들이 사용하는 힘의 이름이었다. 보통의 물리법칙으로는 불가능한 짓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었다.

투기를 두른 검사는 보통으로는 불가능한 속도로 달리고, 마법마저도 검으로 베어 넘긴다. 이 세계에서 투기를 익힌 제일 약한 전사를 내가 살고 있던 세게로 보내더라도  세계의 챔피온은 따논 당상이겠지.

그만큼 투기의 존재유무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져왔다. 10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이라도 투기를 익히고 있다면 그러지 않은 기사를 갑옷째로 두들겨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하고.

아무튼  두 가지는 내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도 보호가 될지  될지 실험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보호가 안 된다면 저 둘이라면 내 목숨이 위험했다. 실험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탓에 이렇게 수업을 받는 거고.

“그러니까 이지경님이 오늘 배울 것은... 주문을 사용한 마법을 피하는 방법이이에요.”

그리고 돌연, 루시아가 내뱉은 말에 등골이 오싹했다.


“갑자기 배가 아파졌는데 나중에 하면 안될까?”


“안돼요.”

 물음에 루시아는 생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폭거였다.

“물론 다짜고짜 이지경님에게 마법을 피하라느니, 그렇게 말할 정도로 성격이 나쁘지 않답니다. 에루나, 그것을 가져오세요.”

“주인님, 이것을.”

루시아의 말에 에루나가 내게 작은 팔찌를 건네주었다.


“이건 뭐야?”

“호신의 팔찌라는 이름의 마법도구입니다. 주인님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물건으로, 마법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마력은 저로부터 부여됩니다.”


“에루나한테?”

순간 그건, 에루나한테 부담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전에 봤던 에루나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내가 에루나의 걱정을 할 처지는 아니였다.


“마법을 발동하는 방법은 ‘팔찌여, 나의 몸을 보호하라‘. 그렇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뭔가 말하기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루시아와 에루나가 보였다.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어 에루나가 알려준 주문을 읊었다.


“...팔찌여, 나의 몸을 보호하라.”

우웅~

내 말에 맞춰서, 팔찌가 떨리더니 내 팔의 주변으로 보랏빛의 방패가 나타났다.

신기했다. 마법을 직접 써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 마력으로 발동한 것은 아니지만 마법을 썼다는 감각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 나에게 루시아가 말했다.

“그 팔찌가 있는 한, 고위마법이라도 한번은 막아낼 수 있겠죠. 방패가 부서진다면 다시  번 마법을 사용해서, 방패를 소환하시면 되고요.”

“헤에... 그렇게 대단해?”


루시아가 설명했던 대로라면 고위마법은 내가 아는 판타지의 마법과 별다를  없었다.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 명을 태워버리는 화염 마법, 그대로 매장시켜버리는  마법 등, 고위마법은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만큼, 전쟁에서도 이용되는 마법이었다.

그걸 한번뿐이라도 막아낼 수 있다면, 이 팔찌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있었다.


“준비는 됐으니 룰을 말해드릴게요. 제가 마법을 주문을 사용해서, 이지경님에게 발하면 이지경님은 그 방패를 이용해서 마법을 막거나, 튕겨내주세요. 피하실 수 있다면 피해도 좋고요. 마법이 이지경님에게 닿아, 능력에 의해 보호된다면 실패. 무사히 막아내거나 피하신다면 1점.  10점을  동안 계속할거에요.”

“10점? 잠깐만 처음부터 너무 과하지 않아?”


“그럼 시작할게요. 바람이여, 창이 되어 나의 적을 꿰뚫어라. 바람의 창.”


“루시아!?”

바로 면전에서 쏘아진 바람의 창에 나는 허겁지겁 방패를 들어올렸다.

카아앙!

“우왁?!”

주르륵하고 바람의 창이 방패에 닿는 순간 몸이 뒤로 밀려났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런 나를 보고서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이지경님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마법 자체를 소실시키는 것이었군요. 방패로 막는다면 마법 자체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충격 역시 사라지지 않을 테고요.”


“그건 일찍 말해주지?!”

“지금 알게 된 거잖아요? 계속해서 갈게요. 바람이여, 창이 되어 나의 적을 꿰뚫어라, 바람의 창.”


루시아가 손대중을 해줘서인지 바람의 창은 내 눈에 보일정도의 속도로 날아왔다. 아까처럼 갑자기, 바로 앞에서 쏘아진 것도 아니니 이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있었다. 나는 충격에 대비하고서, 방패를 앞세웠다.

카아앙!


“읏차! 이걸로 2점.”

“축하드려요. 그럼, 슬슬 익숙해지셨을테니... 바람이여, 연속해서 꿰뚫어라. 바람의 창.”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의 앞에, 바람으로 이루어진 창들이 떠올랐다. 한 번에 세 개. 그리고 여태까지는 장난이였다는 듯이 빠르게 날아오는 세 개의 바람의 창이 보였다.

“우와아악?!”

터엉!

엉겁결에 들어 올린 방패로 바람의 창을 막자 그대로 부웅하고 몸이 떠올랐다. 이윽고 쏟아지는 바람의 창이 차례대로 머리와 다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스스슥하고, 물론 내 코앞에서 사라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여주세요. 바람이여, 나의 적을 꿰뚫어라. 바람의 창!”


“잠깐만, 일어날 시간 조오오옴?!”


땅에 뻗어있던 나에게 날아드는 바람의 창을 굴러서 피하자,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는 루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안 된다. 전혀 봐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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