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1화 〉91화 (91/370)



〈 91화 〉91화

“자, 뚝!”

짝, 하고 박수를 치며 그렇게 외치자 깜짝 놀란 에오시스 자매들이 귀를 쫑긋하고 세웠다.

뭐야 저거 귀여워.

마치 토끼처럼,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셋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건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중요한건 덕분에 셋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는 거다.


“딱히 너희들을 처벌할 생각도 없으니 그만하고, 일단 이야기  들어주지 않을래?”

제발.

부탁할 테니까.

그런 내 진심이 전해졌는지 훌쩍, 하고 에샤가 눈물을 닦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이것도 안 통했다면 재롱이라도 피워야 되나 싶었으니까.

나는 에샤가 어느 정도 진정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나타.”

“네, 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차 좀 더 가져다줄래? 아, 쿠키도.”


남들  불편해하던 사이에 로로 혼자서 다 먹어버렸다. 그런 내 말에 나타가 비어버린 쿠키 바구니를 보고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가 새로 쿠키가 가득  바구니와 차를 내왔다. 그동안 어수선하던 분위기도 진정해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 온 이유 말인데...”

“네, 말씀하소서. 드래곤의 반려시여.”

동생들도 진정하고서, 내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생각했는지 나타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말하기 편해졌다.


나에게 시선을 모은 에오시스 자매들을 보면서, 내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 혹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말에 흐끅, 하고 에샤가 딸꾹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데.


또 뭔데... 제발 나 말 좀 하자. 안 그래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열심히 생각중인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리를  에샤를 보자, 딸꾹하고 다시  번 딸꾹질을 하는 에샤가 보였다. 그리고 에샤가 덜덜 떨면서 입을 열었다.

“그, 제, 제가... 제가 잘못해서... 그래서, 저희를 내쫓는 건가요...? 그, 그런 거라면 저만..”

“에샤. 넌 내가 그렇게 나쁜 놈으로 보이냐?”


“...흐끅.”


에샤가 딸국질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다. 나, 그렇게 밉보이진 않았던 모양이다. 나타는 몰라도, 에오시스 자매들과는 이렇다  대화를 나눈 적이 적었으니 조금 불안했는데.


물론 에루나가 낙스로 향했을 때 그를 대신해서 이주가량 내 시중을 들어줬던 에오시스 자매였지만, 워낙 내 스케쥴이 바쁘다보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에루나가 돌아온 뒤로도 자꾸만 이런저런 일이 터진 나머지 더더욱 이야기할  없었기도 하고.

그래도 방금까지 자기가 잘못해서 쫓겨날 거라고 생각했으면서, 내가 나쁘게 보이냐고 묻는 말에 고개를 젓는 에샤가 고마웠다.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만.


“일단, 에샤도, 그리고 나타나 모네도,  누구의 잘못 때문에 너희를 요정향으로 돌려보내고 싶다고 얘기한건 아니야.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예, 알겠어요. 다른 이유, 가 있다는 거군요.”

“...뭐어, 그렇지.”


그런 내 말에 나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루시아네스님과 관련된 일인가요?”


“...알고 있었어?”


“예, 오늘 낮쯤에 에루나님께서 케이크를 가져다주셔서...”

케이크가 그거랑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알고 있다니 얘기가 편해졌다. 아무래도 나타 말고는, 에샤나 모네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지만...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내가 지금 그녀들을 여기서 내보내려는 이유가, 단지 내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줄 필요까진 없으니까.


그것마저 말해버린다면, 그녀들에게 더한 상처를 남겨 줄테니까.


“그런 이유에서인데, 돌아가고 싶다면 지금 말해. 저녁 중으로는 루시아가 올거니까. 바로 돌려보내줄 수 있을 거야.”


내 말에 나타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로로를 보며 말했다.

“그 아이는... 그 아이는 상관없는 건가요?”


“...로로는 왜?”


“낙시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른다면, 그 아이도 크고, 어른이 되겠죠. 그런데도 곁에 두실 수 있으신가요? 저희처럼...”


나타가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서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괜한 말씀을 드렸네요.”

“...아니, 됐다. 루시아가 일방적으로 너희에게 그런  시켰던 것도, 결국 내 잘못이니까.”


내가 괜한 약속을 해서. 사랑이 없는 관계는 할 수 없다느니,  년 안에 꼬시겠다느니, 그런 소리를 해놓고서 어물쩍거리고만 있어서.

그래서 루시아가  시험했고, 그 결과 에오시스 자매들이 내게 왔던 것이다. 내 잘못인 셈이었다. 그런 주제에 이제와서 불안하니까 나가달라고 하는 것도, 나였다.

개쌍놈 맞구나.

정말로.

그리고 나타가 하려다만 말이 뭔지도 대충은  수 있었다.


"?"

아무렇지도 않게, 쿠키를 먹고 있는 로로를 보자 로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정말이지, 고민이란 게 없어 보이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이 마냥 천진난만해 보여서 부러웠다. 하지만  로로가, 처음 나를 만났을 때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켜주기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받아들였다. 지키기 위해서. 도와주기 위해서.

하지만 그런 로로도 10년, 혹은 그보다 빨리. 자라서, 아마 미인으로 자랄 것이 분명했다. 내가 하는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도 충분히 귀여운데 나중에 크면 미인이 되는 건 당연했다.

로로만이 아니라, 마야나 니아, 그리고 슈슈도.


아, 슈슈는 미남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면 나는 또 다시 에오시스 자매에게 이러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을 내치게 되는 걸까.


아니,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다.

내가 로로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은, 에오시스 자매들에게 느끼는 것과 다르니까. 내가 마야나 니아, 슈슈... 그리고 바록과 바쿠에게 갖고 있는 감정은...

친애.

혹은 가족애.

내가 반쯤 장난삼아 부성애라고는 말했지만, 사실은 실제로도 그랬다.


나는 그 아이들을, 나의 가신이  모두에게 가족으로써의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가신이란 녀석은 아마 그런 시스템이리라.

가신이 된 녀석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들을 가족으로써 그리고 나 자신을 그들의 부모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 만큼 나타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내가 미치지 않는 이상, 딸처럼 생각되는 아이들과 그렇고 그런 짓을 할리도 없을 테니까.


에네스타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왤까.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에네스타가 다른 녀석들과 다른 점을 꼽아보자면 나이 밖에 없으니까.

아무튼 그런 만큼 만약 루시아가, 로로나 마야와 니아, 내가 자식처럼 여기고 있는 녀석들에게마저 질투하게 된다면 아니, 애당초부터 그럴 일이 없도록 내가 손을 쓰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아마 나는 끝까지 녀석들을 지키려고 했을 거다.


지금과는 달리 무슨 방법이 없나 생각했겠지.

그렇다면, 지금 내 옆에서 쿠키나 축내고 있는 로로랑 에오시스 자매들이랑 다른 게 대체 뭐가 있는 걸까.


로로들은 루시아에게 반대해서라도 보호해줄 생각까지 하고 있으면서, 에오시스 자매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칠 수 있는 것은 뭐가 달라서 일까.

“...알겠습니다. 저희들은... 그만 요정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고민하던 나타가 그렇게 말했다. 곁에 있던 에샤와 모네가 그런 나타를 보고서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나타를 보고서는 푹,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나타도, 그런 동생들을 보면서 쓴웃음을 짓고는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만, 베헤노스님이 루시아네스님께 부탁드리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희가, 직접 루시아네스님한테 부탁드릴 테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하지 않냐고, 그렇게 말하려던 나에게 나타가 말했다.

“괜찮아요. 단지... 저희가 베헤노스님의 곁에 있는 것이 힘에 부쳤을 뿐이니까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서. 나타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다만, 저희들을... 아주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한번쯤은 만나러 와주실  있을까요?”

그렇게 말하는 나타를 보고서, 나는 고민했다.


한참을.


그리고서 고개를 들어, 소리를 죽인 채. 그저 가늘게 어깨를 떨고 있는  자매를 바라봤다.


"...아, 젠장."


여러 가지로 변했다고, 그리고 변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은 무리였나 보다. 아니, 실제로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 내가 느끼는 죄책감은 아주 옅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닌  같았다.

나는 나타에게 말했다.


"나타 에오시스.  가지만 묻겠다."

"...네?"

"아니지. 나타 에오시스. 에샤 에오시스. 모네 에오시스. 셋 모두에게 묻겠다."

내 말에 에오시스 자매들이 나를 바라봤다. 새빨갛게 물든 눈으로. 저러니까 정말로 토끼 같았다.


 어쩔 수 없다. 가신 시스템이 가진 위험한 능력과 여러모로 꺼림칙한 것들 때문에 내버려두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게다가, 지금의 에네스타를 봐도 아예 자신의 의사를 없애고 나한테 충성하게 만들거나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그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아니, 안 괜찮겠지만... 괜찮다. 조금 안일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뭐.


생각을 마친 내가 입을 열었다.

"나에게 너희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라. 그렇게 말한다면, 어떠냐? 들을 수 있겠나? 다만, 그건 너희가 바라는 형태의 것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 너희들이 본래 내게 오게  이유로써, 너희들을 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도 좋다면... 그래도 좋다면 내게 바쳐라."

 말을 들은 셋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환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기꺼이. 이미 당신께 바친 몸. 얼마든지 바치겠나이다."

"저 역시, 제 모든 것을..."


"저도..."

차례대로 대답하는 에오시스 자매들을 보고서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다. 나타 에오시스. 앞으로 나서라.”

“네...!”


“너를 나의 무녀로 임명하마. 네가 맹세했듯이, 내게 모두를 바쳐라. 내가 너의 모두를 거두마.”


띠링~

[‘나타 에오시스’가 무녀로 임명되었습니다.]


꽤나 오랜만에 보는 형태의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나타의 몸으로,  안에서 솟아난 빛이 스며드는 게 보였다.


전에는 보지 못했는데... 아마 주시자의  덕분에 보이는 것이리라. 저게 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 쓰이긴 하지만 신경 쓴다고 뭐가 변하는 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띠링~


[‘나타 에오시스’가 새로운 직업 ‘무녀’를 습득하였습니다. 직업 ‘무녀’는 주인이  자를 위해 기도하며 업을 씻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직업 ‘무녀’의 효과로 인해 ‘나타 에오시스’가 기능 ‘대정화’를 습득하였습니다.]


정화라, 무녀니까 정화인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에샤와 모네에게도 말했다.

“에샤 에오시스 그리고 모네 에오시스. 너희들은 나의 무희로 임명한다. 또한... 너희는 너희의 맏언니인 나타 에오시스를 도와 나에게 충성을 다하라.”


그렇게 내가 말을 끝마치자 귓가에 예의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에샤 에오시스’가 새로운 직업 ‘무희’를 습득하였습니다. 기존 직업이던 ‘무희’와 결합, 대신합니다. 직업 ‘무희’는 주인이 된 자를 위해 춤을 추고 노래하는 역할을 합니다. 직업 ‘무희’의 효과로 인해 기능 ‘춤’과 관련된 기능 및 특성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또한 해당 ‘무희’의 춤을 본 아군의 능력치가 일정시간동안 증가합니다.]

띠링~

[‘모네 에오시스’가...]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가신단에 새로운 집단이 형성되었습니다. 무녀1, 무희2로 구성된 해당 집단의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별걸  해야 되네...”

“네...?”

알림 소리에 중얼거린 소리를 들었는지 나타가 고개를 갸웃하는 걸 보고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고서는 말했다.




“대충 응원단... 아니다, 무녀단이라고 할까.”

띠링~

[가신에 단체 ‘무녀단’이 추가되었습니다. 단체의 구성원에 의해 해당 단체의 효과가 정해집니다. 직업 ‘무녀’와 ‘무희’로 구성된 해당 단체의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위의 모든 아군의 최대 생명력 및 회복 능력이 증가합니다. 또한 일정 시간마다 잃은 생명력과 지구력을 회복합니다. 이 효과는 무녀단에 구성된 이들의 능력치의 합산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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