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1화 〉101화 (101/370)



〈 101화 〉101화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마냥 후회스러운 것만도 아니고 말이다.


나에게만, 오직  앞에서만 음란해지는 연인이 싫을 리가 없었다. 단지 조금 자중이라는 걸 해줬으면 싶을 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천천히 루시아의 허벅지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으응...♥”

움찔, 하고 입술이 닿자 루시아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루시아가 쿡쿡 웃으면서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각오하라고 하시더니, 처음은 허벅지인가요...♥ 뭐,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요♥ 하지만, 이런 식으론  만족시킬  없을 텐데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에게, 굳이 대답하지 않고서,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개변자.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의사에 따라 특성 ‘개변자’가 정보를 개변합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의사에 따라 특성 ‘귀축’이  상황에 대응합니다.]

육체가, 내가 갖고 있는 기능이, 그런 루시아의 도발에 응해주기로 한 내 의지에 맞춰 바뀌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하아♥”


귓가에 그런 알림이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루시아가 신음을 토하며,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으로 내 머리를 움켜쥐었다.

찌르르, 하고. 전기라도 통한 것 같은 얼굴로, 입을 벌리고 있는 루시아를 보고서. 그런 그녀의 허벅지에 닿아있던 입술을 떼어내며, 아무것도 모른 척. 루시아에게 물었다.

"왜 그래?"

"…흐읏,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작게, 숨을 내뱉으며 그렇게 대답하는 루시아를 보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니긴.


귓가에 들려오는 알림. 특성 '귀축'의 효과가 성공적으로 발동 됐다는 소리를. 대상에 대한 조교  관계  대상이 느끼는 감도가 올라간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의 루시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루시아의 말을 믿어주는 척하기로 했다.

그야.


그쪽이 더 재밌을 테니까.

그래서 입을 열었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나를 보고 있는 루시아에게.


"그럼, 계속한다?"


"네, 네… 얼마든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는 루시아를 보고서, 나는 천천히 그녀의 안쪽에 입술을 가져갔다.

방금은 허벅지였지만, 이번은 달랐다.

좀  안쪽.


루시아의 넓적다리의 안쪽에 입술을 맞추자, 부르르하고 루시아의 몸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흐아…♥"

이번에는 숨길 기색도 없이, 그게 아니면 숨길 수가 없었던 건지, 신음소리를 내뱉은 루시아가, 느릿하게 내 머리카락을 더듬거렸다.

“하아...♥ 응, 좋아요...♥ 이대로... 좀 더... 좀  안쪽까지...♥”

그런 루시아가 바라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더 안쪽으로, 혀로 루시아의 부드러운 살결을 더듬어갔다. 조바심내지 말고 천천히, 나는 나를 유혹하듯, 달콤한 향기가 나는 루시아의 균열의 바로 위에 입을 맞췄다.


“아하♥ 말을 잘 듣는 아이네요♥ 좋아요, 그렇게... 아응...♥ 더♥”


그런 내 머리카락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으며, 루시아가 신음을 토했다.

하지만 부족했다. 아직도 부족했다.

 더.


움찔움찔, 루시아의 몸이 떨렸다.  더,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의 다리가 살짝 벌어졌다.

그리고선, 내 머리를 살짝 내리누르며 루시아가 달뜬 신음을 토하며 말했다.


“후후, 거기♥ 거기를 좀  핥아주세요♥ 강아지처럼, 핥짝핥짝...♥ 흣♥ 조, 좋아요. 그쪽...♥ 좀 더♥”

혀를 움직일수록, 입술을 맞출수록. 달콤한 향기가 짙어져만 갔다.

루시아의 균열로부터 흘러나오는, 달콤한 과즙이 점점 늘어만 가는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더.


“아, 앗...♥ 으흣...♥ 그쪽... 기분 좋아요...♥ 더...♥”

어느 샌가, 달뜬 신음을 내뱉고 있는 루시아가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부족하다는 듯이 더, 더, 하고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때때로 안타까운 한숨을 토하며. 부족하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응, 으응♥ 흐아♥ 더…♥  안쪽… 하응♥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  것 같으니까… 흐읏♥”

혀를 움직일 때마다, 입술을 맞출 때마다. 루시아의 감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루시아의 신음소리가 거칠어져만 갔다.

이제 슬슬 터질 때가 온 것 같았다.


별거 아니었다.

그저 특성 귀축의 이름이 귀축인 이유가 뭔지, 루시아에게 알게 해줄 뿐이었다. 특성 귀축이, 단지 감도를 올리기만 할 뿐인 특성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오히려 내리는 것도, 멈추는 것도, 그리고… 아무리 절정이 이르고 싶더라도, 결코 스스로가 원할 때, 가지 못하게 하는 특성이기도 했다.


스스로가 원하더라도 갈 수 없다면, 대체 누가 원해야지 갈 수 있다는 걸까.

굳이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나였다.

귀축의 효과가 성공적으로 발동한 순간부터, 루시아의 절정 유무는 전적으로 내게 달린 셈이었다.


그야 귀축이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귀축, 이름 그대로의 특성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신음을 토하고 있는 루시아를 바라봤다.

내가 말했지?


각오하라고.

그러니까, 전력을 다해서. 루시아, 네가 만족할 때까지... 아니, 나처럼 울고불고 애원할 때까지 해줄 테다.

뭘, 사랑하는 연인을 괴롭힐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내가 하는 것은, 루시아가 바라는 대로.


그저, 기분 좋게만 해줄 뿐이니까.

그리고 결국, 루시아의 신음소리에서 옅게나마 의문이 섞인 목소리가 담기기 시작했다.


"어째서… 흐앙♥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데♥"

특성 귀축의 효과로,  번에 올릴 수 있는 감도는 5%. 그리고 최대로 올릴  있는 감도는 200%였다. B랭크의 특성치고는 조금 애매한 수치였지만 이런저런 기능이 딸려있는걸 감안하면 타당한 수치였다.


어쨌거나, 현재 감도가 200%인 루시아는 귀축으로만 올릴  있는 감도를 모조리 올렸다는게 됐다. 그리고 그 말은 루시아는 지금 본래의 두 배의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 됐다.


본래의  배라. 기분이 좋은 게 당연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분이 넘도록, 루시아는 교성을 내뱉을 뿐이었다.


"어째서, 가지 못하는… 하앗♥ 흐아…♥ 하앙♥♥"


애처롭게 신음을 토하며, 루시아가 내 머리를 꾸욱, 내리눌렀다. 이렇게 하면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내게 좀 더 노력하라고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본능적인 몸짓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오고도 남았어야할 절정이 오지 않는 루시아가 몸을 떨었다.

"또…♥ 또… 갈 수가 없어요…♥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하윽♥  수가 없어서...♥"

그야 내가 막았으니까.

루시아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을 통해서는 보였다. 시력을 제외하면 마력이며 투기며 온갖 것이 죄다 보이는 주시자의 눈에 말이다.

참고로  주시자의 눈에 보이는 보이는 게 뭐냐면, 지극히 단순했다.

[절정금지]

…참고로, 루시아의 머리 위에 떠오르고 있었다.


흉악한 이름이구나. 당해본 사람으로서 저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고 있기에, 지금 루시아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루시아도 나한테 그랬으니 나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뭘, 루시아는  시간이 넘도록 그랬지만, 나는 아직 한 시간을 채우지도 않았다.


아직 시작도 안한 거였다.

나는 천천히. 느긋하게 혀를 움직였다. 어차피 내가 조바심 낼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저 기다렸다.


"하악♥"


우연을 가장한 채, 여태껏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던 루시아의 균열을 혀로 훑었다. 루시아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격한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혀에 닿은 애액이 무척이나 달았다.

솔직히 몇 번이고 핥아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야 이야기가 되질 않았다. 어디까지나, 애달파야하는 것은 루시아였으니까.

그렇게 다시, 루시아의 균열의 주변으로 다시 입을 옮겼다.

"어째서…♥"

신음과 함께, 루시아가 물었다.


"어째서 갈 수 없는 건가요…♥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갈  있을 것 같은데, 갈 수가 없어서♥"

딱히 나한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듯한 루시아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나야 내가  일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녀가 뭘 원하는 지야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야 나도 당해본 일이니까,  원하는 지야 당연히 알 수 있었다.

가고 싶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런 루시아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아무리 느껴도, 절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루시아의 신음소리가 점점, 흐트러져만 갔다.


“아♥ 흐으읏...♥ 응...♥ 어째서...♥ 하앙♥ 흐아앙♥♥”


이제는 말이라고 부를만한 것보다, 교성이 더 많아진 루시아를 보며,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그러자 루시아가 혼탁해진 황금빛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째서 멈추냐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조금만 더.

루시아의 입술이 들썩였다.


"조금만 더하면…♥ 갈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나를 보며,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에게 내가 말했다.

"루시아, 더 기분 좋아지고 싶지 않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였다. 스스로에게 묻듯이. 홀린 듯이,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지금보다… 더… 말인가요?"

"지금보다 더."


네가 바라던 대로.

"솔직히, 혀만으론 부족하잖아?"


"하지만…"


내 말에 망설이듯이 흔들리는 루시아의 눈을 보고서, 말을 이었다.


"오늘 하루 동안은, 날 마음대로 해도 좋은 건 너잖아. 루시아? 가고 싶지 않아?"


"간다…?"

내 말에 움찔, 하고 몸을 떤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그야, 당연하죠… 하지만, 아무리, 아무리 해도… 도저히 갈 수가 없어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이렇게…♥"


연분홍빛의 균열이 보였다. 애액으로 젖은 채, 절정을 갈망하며 뻐끔거리는 루시아의 균열이 보였다.

주륵, 하고 이미 젖을 대로 젖어서 넘쳐흐르는 애액이 루시아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여기가, 이렇게까지 젖었는데…♥ 그런데도, 갈 수가 없어서…♥"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그러는 모양이었다. 찔꺽, 하고 루시아의 손가락으로 벌어진 균열이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벌어졌다.


"가고 싶어요…♥"

마침내 루시아가 내게 말했다.


"더, 더 기분 좋게 해주길… 바래요♥"

 말을 기다렸다.


"루시아, 네가 바란다면야."

루시아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귓가에 들려오는 알림소리를 들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의지에 따라 다음과 같은 기능의 효과가 일부 개변됩니다. 기능 ‘전투감각’, 기능 ‘라이어스 제국검술’, 기능 ‘시오니스 검술’, 기능 ‘검리’.]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특성 ‘귀축’이 한정적으로 상위특성 ‘배덕자’로 승급했습니다!]

「이름 : 검리(개변)」
「등급 : 초보(F)」
「효과 : 혀를 사용할 때, 최적의 경로를 찾아냅니다. 또한 혀에 의해 느낄 수 있는 감도를 높여줍니다. 혀와 관련된 모든 기능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설명 : 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혀를 사용한 공격시 추가로 15%만큼의 쾌감을 줄 수 있다. 혀를 사용하는 모든 기능의 효과가 10%만큼 증가한다.」

「이름 : 시오니스 검술(개변)」
「등급 : 수련(D)」
「효과 : 빈틈을 노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검술. 공격한 대상의 빈틈을 공격했을 때 대폭 증가된 피해를 줄  있다. 공격에 성공할 때마다 추가로 빈틈을 만들 확률이 소폭 증가합니다. 연속해서 빈틈을 공격했을 때 추가적인 피해가 부여됩니다.」
「설명 : 혀를 사용하여 빈틈을 공격했을 때 대상에게 130%만큼 추가된 쾌락을 선사합니다. 추가적으로 상대에게 빈틈을 만들 확률이 10%만큼 증가합니다. 이후 연속해서 빈틈을 공격할 때마다 추가된 쾌락의 10%만큼 가산됩니다.」

「이름 : 라이어스 제국 검술(개변)」
「등급 : B(전문))」
「효과 : 하나의 동작으로 시작하여 끊임없이 연계되는 기교계 검술. 공격한 대상에게 상태이상 ‘민감’을 부여하여 연속으로 기술을 성공시킬 때마다 효과가 증폭합니다. 3번 연속으로 기술을 성공시킬 때마다 증폭의 폭이 증가합니다. 최대 21회까지 적용됩니다.」
「설명 : ‘민감’ 상태의 대상에게 음경을 사용하여 공격에 성공시킬 때마다 추가적으로 대상에게 주어지는 감도가 20%만큼 증가합니다. 3번 연속으로 성공시킬 때마다 추가되는 감도가 20%만큼 추가됩니다. 마무리 일격의 성공 시에 이제까지 추가된 감도를 더한 일격을 가합니다.」

눈앞에 새롭게 개변시킨 기능들의, 바뀐 효과들이 떠올랐다. 이야, 전에도 봐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눈뜨고 봐줄  없는 효과로 바뀌어 있었다. 멀쩡한 기능들을 강제로 이상한 기능으로 바꿔버린  나지만 말이다.


하지만 쓸  있는 건 전부 쓰기로 하기로  이상, 망설일 것도 없었다.

이것도 결국 내 능력이니 말이다.

개변자의 진짜 능력.

항상 최상의, 최고의 상태로 육체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이 개변자의 능력이 아니었다.

애당초, 단지 그것뿐이라면 이름부터 이상했다.


개변자.

바꾸는 자.

유지하고 것뿐이라면, 이름부터 유지자나 불변자, 그런 거였어야 했다. 하지만 개변자는 그런 게 아니었다.


특성의 설명부터 그랬다. 상처를 입고, 병에 걸리고, 늙은 상황에서도. 항상 최상의, 최고의 상태로, 전성기의 시절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다르게 말하자면 항상 그런 상황에서, 육체를 최적화하고 변화시킨다는 뜻이었다.


가진바 모든 것들을.


 육체에 담겨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그 상황에 맞춰, 적응하고, 변화시켜서 그리고 그 결과. 최상의 상태로 바꿔낸다.


그게 개변자의 진짜 능력이었다.

바꾸는 자의 진짜 능력.


트리거는 의지였다.

여타 다른 기능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강하게, 그렇게 원한다면.


개변자가 그에 응해준다.

그에 맞춰, 내가 갖고 있는 특성들이나 기능들이 상황에 맞춰 보조, 동조해서 움직여준다. 게임과 같은 시스템으로 이루어져서 그런 거지만, 편리한 몸이었다.


아무튼, 그 덕에 쓰기 애매한 기능이었던 단죄를 투기에 덮어씌워서  전투력을 뻥튀기 시킨다거나, 두  이상의 기능을 합쳐서 다른 기능으로 바꿔버린다거나, 다양하게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니 여러모로 쓸모가 엄청 많은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쓸모가 있는 건 꼭 그런 것만 있는  아니었다.

천천히.

나는 루시아의 균열에 입술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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