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103화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루시아의 행동을 방해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이 상태로는 뭘 하던 무리라는 거였다.
우선 그 점부터 해결하기 위해서, 개변자를 사용하려는 순간이었다.
꽈악,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가 쥐여오는 느낌에 루시아를 봤다.
“지금, 뭔가 하려고 하셨죠♥”
드래곤 슬레이어를 손으로 쥔, 루시아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엄청 예리한 감이였다.
“그럼 안돼요♥ 조이고 가두어라. 뱀의 혀.”
그리고 루시아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촤아악! 내 팔을 묶고 있던 끈이 순식간에 크게 부풀더니, 이내 내 몸을 두르고서는 강하게 조여 왔다.
한순간에 온몸이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포박된 내가 멍청하게, 내 몸을 묶어버린 끈을 바라봤다.
동시에, 아까 루시아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평범한 안대를 씌웠을 뿐이니까요.’
아.
평범하지 않다는 게, 마법도구였다는 소리였구나.
그것도 포박계열의... 아니, 끈이니까 당연한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루시아가 웃으면서 다른 손으로 내 뺨을 매만졌다.
“자, 이제...♥ 이걸로 이지경님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네요♥”
그 말 그대로였다. 지금도 투기를 사용해서, 아까처럼 벌려보려고 했지만 아까랑은 차원이 다른 견고함이었다. 조금도 벌어지지 않는 끈을 보고서,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드래곤 앞에 잡혀온 제물이라도 된 심정으로, 루시아에게 그렇게 묻자. 쿠쿡, 하고 웃으며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드래곤 슬레이어를 쥐고 있는 손으로 상냥하게 애무하면서 루시아가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안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건 그것대로 너무한 일이었다. 이대로 방치라니, 나에겐 수준이 너무 높은 이야기였다.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지켜보던 루시아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지경님이 이토록 저항하는 이유가... 아마, 이거 때문이겠죠♥”
스윽, 하고 루시아가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에 묶여있는 끈을 더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 그대로였다.
여전히 꽁꽁 묶여있는 이 녀석이 있는 한, 루시아가 아무리 기분 좋게 해주더라도, 나한테는 고문이나 다름없을 테니 말이다. 당연히 저항할 수밖에 없지. 그런 나를 보며, 루시아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도 이지경님 덕분에, 충분히 어떤 기분인지 알았으니까요.”
“어... 눈치 채고 있었어?”
내 말에 뭘 당연한걸 묻냐는 듯 루시아가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눈치 채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신건가요?”
...아니, 그건 그렇지. 어쩐지 조금 심술궂다 싶었더니, 그런 이유였었나.
즉, 이번 일도 다 내 업보라는 셈이었다.
“후후... 그렇군요. 제가 모를 줄 알았다는 거죠...? 전 또, 색다른 플레이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지 뭐에요♥”
쿡, 하고 루시아가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괜히 말한 듯싶었다.
“그렇군요... 그럼, 조금만 더... 이대로 있어볼까요♥”
쿡, 쿡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찌르며 묻는 루시아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자니, 그런 내 표정에 웃음보가 터진 루시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물론, 농담이에요♥”
쪽♥
드래곤 슬레이어에 입을 맞춘 루시아가 이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꽁꽁 묶인 채, 그런 루시아를 바라봤다.
혹시라도 이대로 두고 가버리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루시아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서, 발끝을 뻗었다. 루시아의 새하얀 발가락이 움찔움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드래곤 슬레이어를 건드렸다.
흠칫, 덕분에 깜짝 놀란 내가 몸을 떨자, 루시아가 말했다.
“어머♥평소보다 더 커진 것 같은데요...♥ 제 착각이겠죠?”
"…착각이겠지."
그럴 거다.
내가 설마 발가락으로 흥분했다던가 그럴 리가 없었다. 내가 봐도 평소보다 커진 것 같긴 한데, 순전히 오랫동안 참아서 그런걸 거다.
"후후…♥ 솔직히 말해주셨으면, 풀어드렸을 텐데♥"
"사실 흥분한 거 맞아."
응, 엄청 흥분했다.
그야 어쩔 수 없잖아. 이미 뭐가 닿던 간에 폭발할 지경인 상황이었다. 손이던 발가락이던 상관없다는 거다. 게다가…
루시아를 올려다보자, 그런 나를 내려다 보며 스스로의 균열을 애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발가락으로 내 드래곤 슬레이어 꾹꾹 누르면서 말이다.
이 광경을 보고서도 흥분하지 말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렇게 솔직하게 사실을 고백한 나에게 루시아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이미 늦었어요♥"
자존심을 내다버린 고백이 철저하게 뭉개진 순간이었다. 사람의 진심이란 이렇게 구차한 거였나.
"자, 자♥ 발가락으로 흥분하는 변태씨♥ 앙…♥ 어떠신가요? 기분 좋으신가요♥♥"
나보다는 루시아, 네쪽이 더 흥분한 것 같은데. 또 괜한 말을 했다가 루시아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며, 루시아가 웃으며 말했다.
"솔직해서♥ 보기 좋네요♥ 으응…♥"
꾸욱,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누르는 압박이 강해졌다. 그 상태에서, 슥슥하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루시아의 발가락이 손이나 혀랑은 다른 느낌으로 자극을 전해왔다.
이제 한계였다. 얼마나 됐다고, 발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애무하는 루시아의 동작도 능숙해져서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하아♥ 움찔움찔하고 있네요…♥ 싸고 싶으신가요?"
그런 사실을 루시아도 눈치챘는지 그렇게 말했다. 솔직한게 최고란 사실을 인지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발로 밟혀서, 흥분한데다가 싸고 싶어지시다니, 얼마나 변태신가요♥"
"그러는 너야 말로, 발로 밟으면서 흥분하고 있으면서. 얼마나 변태인거야?"
마지막 자존심으로 그렇게 대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다.
"네♥ 저, 루시아네스 파라모아는 변태가 맞아요♥"
찔꺽, 하고 애액으로 젖은 분홍빛 균열을 벌리면서. 스스로의 균열을 애무하면서, 루시아가 말을 이었다.
"이지경님의 물건을, 밟으면서 흥분하는 변태♥ 하지만 절 이렇게 만드신건 이지경님인걸 잊으신 건 아니겠죠♥"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걸로 절 농락해서, 변태로 만든 건 이지경님이시니까요♥"
드래곤 슬레이어를 발가락으로 살짝 꼬집으며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에게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
“그럼…♥ 변태씨가 기다려왔던 걸 하기로 할까요♥”
그렇게 말하며, 루시아가 천천히 드래곤 슬레이어의 위에 걸터앉았다.
“자, 잘 보세요♥ 발에 밟혀서, 커다랗게 된 이지경님의 물건이...♥ 으응♥ 제 안으로 전~부 들어가는 모습을♥”
쯔붑, 하고 젖어있는 루시아의 균열 안으로 드래곤 슬레이어가 파고들었다. 평소 루시아와 관계를 맺었을 때의 두 배, 아니 그 이상으로 커져있던 드래곤 슬레이어의 끄트머리만이 겨우 들어갔을 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혀도, 손도, 솔직히 발가락도 기분 좋았지만 그것과는 비교조차 안되는 쾌락이 몰려들어왔다. 거기에, 참아왔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는 것처럼, 루시아의 안쪽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오밀조밀 감싸고서 조여 왔다.
“잘 보이시나요? 제 안쪽에, 이지경님이 들어왔어요♥ 으응...♥ 역시, 너무 크네요♥ 게다가...”
찔꺽, 찔꺽하고.
루시아가 내게 연결된 부위를 보이면서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젖어있는 루시아의 균열 안으로, 드래곤 슬레이어가 드나들 때마다 음란한 소리가 온천 안에 울렸다.
“움찔움찔♥ 싸고 싶어서 요동칠 때마다, 더욱 커지고 있어서... 아앙♥♥”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게 뭔가 말을 거는 루시아가 보였지만, 뭐라고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내 눈에 보이는 거라곤, 찔꺽거리면서, 루시아의 안을 드나드는 드래곤 슬레이어 뿐이었다.
“후후♥ 귀여운 표정이네요♥ 싸고 싶으신 거죠? 그렇죠♥♥”
그런 내 뺨을,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루시아가 어루만졌다. 스르륵, 하고 무언가가 풀려나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루시아가 방금 뭐라고 했는지도 듣지 못한 주제에, 그 소리만큼만은 귓가에 똑똑히 들려왔다.
그런 내 눈앞에, 익숙한 끈을 들고 있는 루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자♥ 이게 뭔지 아시겠나요?♥ 하나도 남김없이, 지금까지 참아왔던 걸. 전부 싸주세요♥”
달뜬 얼굴로, 입술을 핥으며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물론 싸는 건 어디까지나, 제 안에 해주셔야 된답니다♥ 안쪽 깊숙이까지, 이지경님의 전부를 쏟아 넣어주세요♥”
여전히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한마디만큼은 제대로 귀에 들어왔다.
쏟아 넣어달라고.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꺅♥”
내 뺨을 어루만지던 루시아의 팔목을 붙잡았다. 몸이 꽁꽁 묶인 상태여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것뿐 이였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나는 루시아의 팔목을 잡아당기면서, 허리를 튕겼다.
“카흣!?”
쯔걱, 하는 소리와 함께. 드래곤 슬레이어가 더욱 안쪽까지. 루시아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무리하게 밀어 넣은 것치고는 별다른 저항 없이, 드래곤 슬레이어가 파고들어가자, 루시아의 아랫배가 볼록하게 변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쏟아 부었다.
뭘, 어려운 일도 아니였다. 그냥 그러기로 하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사정 조절’을 습득하셨습니다.]
울컥!
귓가에 들려온 알림과 함께, 드래곤 슬레이어가 폭발했다.
“아, 아아♥”
울컥울컥!
한번만으로 끝난 게 아니라, 몇 번이고 드래곤 슬레이어가 여태까지 맺힌 걸 풀겠다는 듯이 맥박칠 쳤다.
“아, 안쪽까지♥ 밀려들어와...♥ 으응♥ 뱃속 가득...♥ 좀 더 채워주세요♥♥♥”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작정이였던 나는, 팔로 내 목을 두르며 입술을 맞춰오는 루시아의 입술에 호응하면서, 계속해서 사정했다.
“하악♥ 하악...♥”
“이야, 이제 좀 살 것 같다...”
한바탕 쏟아 부었더니, 이제야 사는 맛이 났다. 여전히 연결된 채로, 내 위에서 헐떡거리는 루시아를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린 내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내려다가, 움직이지 않는 팔을 바라봤다.
“아, 아직 묶여 있었지.”
어쩐다. 아무리 루시아라도, 저 상태에서는 한동안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테니까. 이 틈에 어떻게든 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뱀의 혀’라는 이 끈은 아무리 힘을 줘봐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진짜 오늘 하루 종일 쥐어짜일 판이였다. 그게 싫다는 건 아니였다. 싫은 건 아닌데...
“이대로 가다간 진짜로 죽겠다 싶으니까 그렇지...”
심지어 오늘은 평소에 에루나가 챙겨놓던 이런저런 물약조차 없는 상황이였다. 그런 와중에 평소랑 마찬가지로 당한다면... 아마, 내일 눈을 뜨지 못할 지도 몰랐다.
“별 수 없지...”
끄응, 하고.
묶인 채로 어떻게든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그러고선, 칠칠치 못하게, 드래곤 슬레이어가 연결된 균열을 훤히 드러낸 채, 내 위에서 헐떡거리는 루시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움직이기 엄청 불편하네.”
하지만 살고 싶으면 별 수 없었다.
나는 꼬물꼬물 움직여서, 반쯤 정줄을 놓고 있는 루시아의 가슴을 입에 물었다.
쪽, 쪽!
그러고선 열심히 빨았다.
누가 보면 폼은 더럽게 안나겠지만 별 수 없었다. 지금 이곳에서, 내 지구력을 채울 수 있는 수단은 이게 유일하니 말이다.
입술을, 혀를 움직일 때마다 루시아의 젖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모유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 덕분인지, 순식간에 조금 피로했던 것이 가시는 게 느껴졌다.
과연 드래곤, 영약이라고 부를 정도까진 아니였지만. 단순히 모유만으로도 거의 그것에 준하는 효과가 있었다. 사실 루시아의 모유를 한번 마시는 쪽이 배를 가득 채우는 것보다 지구력 회복에서는 훨씬 효율이 좋다고도 할 수 있었다.
뭐, 영약 급의 물약을 몇 병이나 마셔가면서 별 난리를 다 쳐도, 어느 샌가 멀쩡해져서 쥐어짜내는 루시아에게, 이것 가지고는 택도 없을 테지만. 이것마저 없으면 미라가 될 판이니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가급적이면 체력은 아껴야 살 수 있는 거다.
그나저나...
경황이 없던 와중에 새롭게 얻은 기능, 사정 조절을 루시아의 가슴을 빨며, 그 옆에 열어다가 확인했다. 효과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한 번에 낼 수 있는 사정량을 조절하고, 정자의 생성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패시브 형식의 기능이었다.
아무튼, 이제 슬슬 내가 갖고 있는 성관련 기능이 한 손 가득을 채워가고 있었다. 물론 개변자까지 활용한다면, 내가 갖고 있는 기능을 전부,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숫자는 관계없겠지만 말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아니... 처음부터, 이런 짓을 위해 소환됐던 거였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였던 걸까.
무심코 나오려는 한숨을 대신해서, 루시아의 가슴을 쪽쪽 빨고 있자니, 그런 내 머리를 꾸욱, 하고 눌러오는 것이 느껴졌다.
“후후...♥ 그러고 있으니까, 아기 같네요♥ 뭐, 정말로 이지경님이 아기라면... 조금 징글맞을 지도 모르겠지만요♥”
루시아였다.
대충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분은 안 걸렸을 거다. 몇 번을 거듭해서 절정하고, 정신을 잃었던 주제에 고작 몇 분만에 부활한 거였다.
회복력이 무슨....
부드럽게,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루시아의 가슴을, 마지막으로 한모금이라도 더 마시기 위해 쪽쪽 빨고 있던 내 머리를 떼어내며, 정확히는, 떼어내고서 몸을 일으키며 루시아가 말했다.
“충분히 쉬었으니까, 계속 하죠♥”
“아니... 조금만 더 쉬게 해주라.”
정말로.
내가 그렇게 말하자 루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쿡쿡 웃으며 말했다.
“이래도요?”
스르륵, 하고.
내 몸을 묶고 있던 끈들이 풀려나갔다. 덕분의 자유의 몸이 된 내가 루시아를 바라봤다.
온천 바위에, 엎드린 채. 나를 돌아보며. 스스로의 균열을 벌리고, 나를 유혹하고 있는 있는 루시아를.
“이래도♥ 정말로 쉬고만 계실건가요? 이지경님♥♥”
...에라 모르겠다.
죽진 않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