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4화 〉114화 (114/370)



〈 114화 〉114화

마력장악.

마도의 이치.

일대에 퍼져있던 크리샤의 마력을 모조리 장악, 흡수하자 상태창에 떠올라있던 마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112→142

대체 무슨 마법을 쓰려고 이렇게 마력을 퍼트렸는지 모르겠다. 이제  습득한 기능인 마력 장악의 랭크는 무려 B. 내가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서 겨우 얻은 라이어스 검술과 같은 랭크의 기능이었다.


말하자면, 꽤 고랭크의 능력이라는 거였다. 주시자의 눈이나 불멸자의 심장, 그리고 카마수트라라는 그렇고 그런 기능들이 결합해서 생긴 기능을 제외하면 내가 갖고 있는 기능 중에서도 가장 높은 랭크의 기능.


그런데도 주위에 퍼져있는 크리샤의 마력을 전부 장악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마력이 상승했다.


크리샤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한바탕 날뛰려고 했던  알  같았다. 그걸 방해받았으니 저렇게 꽁해있는 걸테고.

나로서도, 그리고  녀석들에게서도 다행인 일이었다.


덤으로.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마도의 이치’에 의해 주위에 퍼져있는 마력의 일부를 해석합니다.]

[‘대지속성’, ‘공간속성’, ‘그림자속성’의 마법을 습득했습니다. 해당 마법은 기능 ‘마도의 이치’에 의해 중급 마법까지 사용이 가능합니다.]


크리샤의 마력을 흡수한 덕분에 수많은 마법들이, 그것들의 사용법들이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이게 좋겠네. 솟아나라. 나의 팔이 되어 어지러이 흔들려라. 그림자의 손.”


꿈틀거리며, 나의 주위로 그림자들이 솟아났다. 크리샤의 것과 같은 마법. 수많은 ‘그림자의 손’을 소환하는 마법.

십 수개의 그림자로 된 손이 꿈틀거리며 내 주위에 나타난다.

크리샤가 소환해대는 수백에 이르는 그림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였지만, 나에게는 이정도가 딱 적당했다.

“일그러져라, 바뀌어라.”


그림자의 손을 소환하는 마법에 이어서, 소환한 그림자의 형태를 바꾸는 마법을 사용한다. 그러자  주위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들이 하나같이, 같은 형태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광휘.


루시아가 나에게 선물해준, 그녀의 이빨로 만든 검.

떠다니는 그림자로 만든 광휘를 하나 손에 쥐어봤다. 딱 적당했다. 내가 만든  치고는, 그리고 처음으로 사용한 마법치고는 완벽한 재현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것을 휙, 하고 아리스에게 던져주었다.


“이건...”


던져진 그림자 광휘를 엉겁결에 붙잡은 아리스가 날 바라봤다.

“그 검으로는 아무것도 못하잖아. 검주면 검주답게, 검을 사용해야지.”

스으윽, 나 역시도. 내 옆으로 날아온 또 다른 그림자 광휘를 손에 쥐었다.

“어디 한판 붙어보자고.”


내 말에 아리스가 두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죠?"

어째서냐니...

나는 흘끔 뒤에서 날 지켜보고 있는 크리샤를 봤다.


"...쟤보단 내가 낫지 않아?"


"당신을 제가 이긴다고 해도,  분께서  놓아줄 것 같진 않는데요..."


"약속할게.  이긴다면,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들은 전부 잊겠다고. 단, 이기지 못하면..."


"못하면...?"


거기까진 생각  해봤는데...

생각을 해둔 바가 없었기에 떠넘기기로 했다.

스윽, 아리스를 쳐다보자 그런 나를 쳐다보던 아리스가 대답했다.

"그땐 절 굽던 삶던 당신의 마음대로 하세요."




"당신이 예지가 알려준 마왕이라면…"


그렇게 말하면서 아리스가 그림자로 만든 광휘를 고쳐 쥐고서, 자세를 잡는 것이 보였다.


라이어스 제국 검술?


아니, 자세는 그것과 닮아있었지만 조금 달랐다.

아마 에네스타가 만든 시오니스 검술과 마찬가지로 아리스가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검술일지도 몰랐다. 검주라는 경지에 이르면, 딱히 검술이라는 경계가 애매해지기도 하고.


하지만 아리스의 검술이 라이어스 제국 검술에서 파생한 검술이라면...

나 역시, 내가 만들어낸 그림자로 된 광휘를 쥐고서 땅을 박찼다.


라이어스 제국 검술의 장점은, 하나의 초식으로부터 이어지는 연환. 연쇄적으로 퍼붓는 공격이었다. 반대로 단점 역시도, 그 하나의 초식으로부터 이어지는 연환에 있었다.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퍼붓는 것이 라이어스 제국 검술의 강점이었지만  연환이 이어지지 않는 상태. 즉, 첫 일격 때는 다른 검술보다 우위를 점하기가 힘들다는 뜻이었다.

반대로.

에네스타가 만들어낸 시오니스 검술은 라이어스 제국 검술과 마찬가지로 끝임 없이 퍼붓는 공격으로 틈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을  있었지만 아주 조금 달랐다.


라이어스 제국검술이 빈틈없이 이어지는 연환, 연격으로 틈을 주지 않는다면 시오니스 검술을 억지로 틈을 비집어 열어서 거기에다가 검을 쑤셔 박는,  더 공격적인 검술이니까.

실제로 방어를 위한 초식이 아예 없다시피해서 막을 바엔 대충 몸으로 때우고 공격이나 더하라는 검주가 아니고서는 칼질하다 죽기 딱 좋은 검술이었다.


완성도로 따지자면, 공격과 수비로 밸런스가 맞춰진 라이어스 제국 검술이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실전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게 익히고 있는 검술의 완성도는 아니라는 것쯤은...

"백 번은 더 처맞으면서 배웠지!"


실전에서 중요한 것은 그저 상대보다 더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 정도였다. 익히고 있는 검술의 완성도는 그 다음의 문제였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하기 싫은데 내 일과의 필수 코스인 에네스타와의 대련을 떠올리면서. 나는 검을 휘둘렀다.

내가 갖고 있는 공격수단 중에서도, 일격으로써의 공격력만큼 최고인 콤보.

시오니스 검술.


검리.


그리고, 단죄자의 검.

우웅!

시오니스 검술에 이것저것 버프를 처바른 일격이 아리스에게 휘둘렀을 때였다.


그런 내 눈에, 아리스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느릿하게.


 끝을 달려오는 내 쪽으로 향한 채.

"지금 여기서 당신을 이기고. 제 이름, 드네아에 걸고. 이번 대의 용사 후보로써, 마왕으로 판단되어지는 당신을 전력으로 배제하겠습니다."

후욱!


순식간에 뻗쳐오는 푸른빛의 투기.

검술이라기보다는, 마치 화살을 쏘아 보낸 것처럼. 아리스의  끝에서 일점으로 모인 투기가 쏘아졌다.


"와씨."


황급하게 휘두른 검을 회수하려고 했다가,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검을 회수해서 막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검을 던져 버렸다.

"...!"


그런 돌발행동에 아리스가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휙하고 던져진 그림자로 만든 광휘가 아리스의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갔다.


내가 크리샤의 제구력을 욕할 처지가 아니었구나.


어차피 이게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아주 잠깐 아리스의 자세가 흔들리는 틈을 노려서 나는 손을 뻗으며 외쳤다.

"팔찌여, 나를 보호하라!"


쾅!


주르륵!

나의 마력을 빨아들여서 펼쳐진 호신의 방패에, 아리스의 투기가 꽂혀 들어가면서 그 충격으로 몇 미터나 뒤로 밀려나버렸다.


덕분에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아리스는 에네스타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지닌 검주였다.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


"......"

검술로는 내가 깜냥이  된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금이 간 호신의 방패에 마력을 주입해서 고치고는 빙글빙글 아리스의 주변을 돌고 있자니, 아리스가 입을 열었다.

"오지 않는 건가요?"

"잠깐 생각 좀 하고."


"그런가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리스가 다시 검을 고쳐 쥐는 것이 보였다.


또.

처음과 마찬가지로.

라이어스 제국검술의  자세를 닮은 자세를 취한 아리스를 보자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

"혹시 그거 방어위주 검술?"

대답이 없었다. 다만, 아리스의 눈가가 아주 살짝 찌푸려지는 것이 보였다.


"맞구나?"

아직 확실한건 아니었지만. 방어, 그리고 반격 위주의 검술이라면...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는  주변에 둥둥 떠다니고 있던 그림자 광휘들을 움직였다.


후웅후웅!

그림자를 움직이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다루기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라이어스 제국 검술과 시오니스 검술이 저마다의 그림자 광휘로 펼쳐지는 것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직접 쥐고 휘두르는 거에 비하면 반에 반도 안 되지만 그럭저럭  만했다. 거기에 무엇보다 숫자, 내가 직접 쥐고 휘두르는 것에 비하면 이쪽은 십 수개의 검으로 제각기 다른 검술을 펼칠  있었다.

위력이야 다소 줄어든다 쳐도 그걸 메꿀 만큼의 물량이 있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하자."

 수개의 그림자 광휘를 움직이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도 당신이 검사라고  수 있나요?"

아리스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검사?"


내가?


안타깝게도 나는 나 스스로를 검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거기에.


"가진 능력을 전부 쓰겠다는데 뭐가 문젠데?"

아무 문제도 없지.

십 수개의 그림자 광휘들이 저마다의 검술을 펼치며 아리스에게 휘둘러졌다. 동시에 나는 이리저리 그림자 광휘를 피하거나 쳐내는 아리스에게 손을 뻗었다.

"나, 여기에 마력을 바쳐 바라건대."

대지속성의 중급마법.


"무너지고 으깨어 부서 버려라. 파열하는 대지."

콰직!


영창이 끝마쳐지자 아리스의 발밑이 무너져 내렸다. 넓은 범위의 지반을 그대로 무너뜨리는 대지속성의 중급 마법, 파열하는 대지의 효과였다.


실질적인 공격력은 거의 없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바닥이 무너져 내리자 아리스의 움직임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파열하는 대지는 단순히 지반을 무너뜨리기만 하는 마법이 아니었다.

지반을 끊임없이 흔들고, 원하는 곳을 치솟아 오르게 하거나, 갑자기 쑥 꺼지게 하거나. 마음대로 조종하는 마법이기도 했다. 불규칙적으로 움직여대는 땅에 제대로 발을 디딜 새도 없이 움직임을 강요당하는 아리스가 검을 휘두르기는커녕, 방어하기에 바빠하는 것이 보였다.


"가두어 묶어라. 속박."

거기에 쐐기를 박듯이. 짧은 영창을 이었다.


초급의 공간속성의 마법.


한순간, 그리고 아주 좁은 공간에 불과하지만.  공간 내의 모든 것의 움직임을 멈추는 마법. 초급 마법 주제에 마력의 소모량이 컸지만 그만큼 효과는 뛰어났다.

땅이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치솟거나 꺼지는 가운데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피하거나 방어하던 아리스의 몸이 아주 잠깐. 속박으로 인해 멈춘 것이었다. 그리고 아리스의 몸이 멈추는 사이에 모든 것이 끝났다.


처처척!

그림자 광휘들이 그런 아리스의 사방을 둘러쌌으니까.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이, 그림자 광휘의 날을 이루고 있는 그림자들이 꿈틀거렸다.

"자, 내가 이겼지?"

"......"


대답이 없었다.

“인정하기 싫은 건 알겠는데...”

그런 아리스에게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투신...”


파앗!


아리스의  밖으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의 투기가 주위에 있던 그림자 광휘들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아리스가 내가 했던 것처럼. 나를 향해 그림자 광휘를 집어던졌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어차피 그림자 광휘는 내가 조종할  있는 것이었다. 잠시 빌려주었을 뿐이지. 내게 날아오던 그림자 광휘를 제자리에 멈추고서, 아리스가 있던 쪽을 바라봤다.


“엉?”


팟!

땅을 박차고 내게 몸을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 아리스의 발밑을 무너뜨렸지만, 그보다 아리스가 질주해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여태까지 보여줬던 모습이, 거짓이었다는 듯이.

내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오직  일격을 위해서.

도중에 멈춰 세웠던 그림자 광휘로 그런 아리스의 질주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투기로 둘러싼 주먹으로 쳐내자 맥없이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미안한데...”


하지만, 나는 딱히 방심 같은 걸 한 적이 없었다.


되도록이면 이것까지 사용할 생각이 없었을 뿐이지.

불멸자의 심장을 활성화시키자 온몸에 힘이 치솟아 올랐다. 최대 500%까지. 신체능력을 끌어올리는 불멸자의 심장의 효과 덕분이었다.

덕분에 내 능력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에 개변자.

근력특화.


그리고.

“용화.”


뿌드득!


아리스가 내 심장을 노리고 뻗어왔던 주먹을, 오른손으로 감싸 쥐었다. 황금빛의 비늘로 둘러싸인, 용의 그것을 닮은 오른손으로.

“아긋, 긋...!”

“아파?”

상태창을 살펴보니, 지금 내 근력은 무려 180을 돌파하고 있었다. 근력에 특화된 상태여서 다른 능력치들은 비교적 상승폭이 적었지만, 그래도 하나같이 100을 넘어갈 만큼 상승해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지금 내 근력은 에루나보다 강하고 다른 능력치들도 에루나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거였다.

별로 실감이 되질 않았지만, 단순히 주먹을 쥔 채로. 조금 힘을 줬을 뿐인데 우득우득하는 소리와 함께 주먹 째로 손가락이 꺾여 부러지고 있는 아리스를 보니 어마어마하게 강해진 것 같았다.


어쨌거나.


내 물음에도 대답이 없는 아리스를 보며, 하는 수 없이 다른 손으로 그런 아리스의 턱을 집어올렸다.

“자,  눈을 봐라.”

매혹안.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매혹안’을 사용합니다. 일정 확률로 대상에게 상태이상 ‘매혹’을 부여합니다.]

이어서 심신 장악.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심신 장악’을 사용합니다. 일정 확률로 대상을 굴복시킵니다.]

“으, 으으...”

연달아 발동시킨, 두 개의 기능에 아리스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매혹도, 심신 장악도, 어느쪽도 발동이 성공했다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포기하면 편한대.”

이 세계에는 그런 말이 없나.


별 수 없지.

빠각, 하고 손에 힘을 주자 아리스의 손이 그대로 뭉개졌다. 고통으로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는 아리스를 보며, 나는 그녀의 몸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입을 맞췄다.


“우읍?!”


매혹안이나, 심신 장악이 통하질 않는다면. 그보다 높은 랭크의 기능을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나는 아리스와 입술을 맞춘 채로, 내가 갖고 있는 기능을 활성화시켰다.

카마수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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