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129화
“흐아♥♥?!”
뒤로 휘어지는 크리샤의 등을 붙잡아 지탱하고서, 그대로 천천히 내려앉혔다.
끄트머리가 파고들어갔던 드래곤 슬레이어가, 느릿하게 크리샤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균열을 억지로 벌리면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파고들어가자 크리샤의 입 밖으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단순히 통증에 의해 나왔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달콤한 신음소리가.
“으극...♥ 긋, 그읏...♥”
손가락을 넣었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크리샤의 안은 무척이나 비좁았다. 루시아와 할 때보다도 조금 크긴 했지만, 드래곤 슬레이어가 사방에서 조여들어서 이제 겨우 반쯤 밀려들어갔을 뿐인데도 더 이상은 넣는 것조차 버거웠다.
크리샤가 이번이 첫 경험인걸 감안하더라도, 이미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젖어있는 것 치고는 말이다.
하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가볍게 절정한 것처럼, 몸을 떨고 있는 크리샤를 안으면서, 몸을 일으켜 세워 자세를 바꿨다. 그러고서, 순식간에 내 밑에 깔린 모습이 된 크리샤에게 물었다.
“아프진 않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쓰레기 같은 발언이었다. 처음인 크리샤의 안에 갑자기 넣어놓고서, 아프지 않냐는 말이나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쯤 진심으로 물어본 것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기능인 카마수트라, 그 효과 중 하나를 이번 기회에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전반적으로 남녀 간의 교접을 포함한, 거의 모든 성적인 일에 영향을 끼치고, 효과를 미치고 있는 카마수트라였지만, 그런 카마수트라가 갖고 있는 효과 중에서, 첫 교합시의 정신적 충격이나,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효과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내 물음의 대답은 이랬다.
“흐아...♥ 후아아...♥”
내 밑에 깔린 크리샤가, 결코 처음으로, 꿰뚫린 여자가 보일만한 표정이 아닌, 무척이나 음란한 얼굴로 헐떡이고 있었다. 비록 대답은 없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그럼...”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드래곤 슬레이어를 마저 크리샤의 안으로 밀어 넣었다.
쯔붑, 쯔붑, 질척하게 젖어있는 크리샤의 균열이 확장시키듯 밀고 들어오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몇 번이나 허리를 움직였을까, 결국 마침내 전부 크리샤의 안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넣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런 내 귓가에 알림이 들려왔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의 처녀를 빼앗았습니다. 칭호 ‘드래곤의 처녀를 빼앗은 자’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카마수트라’의 특수효과가 발동됩니다. 압도적으로 강대한 존재의 처녀를 빼앗았습니다. 대상의 능력을 일부 습득합니다.]
[근력이...]
귓가에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림을 흘려들었다. 어차피 나중에 확인해보면 될 거였다. 지금은, 크리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크리샤가 반쯤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몸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눈살을 찌푸리며, 하복부 쪽을 바라봤다.
“이, 이게... 이게 대체 뭐야...♥”
첫 경험. 그리고, 처음으로 남성에게 몸을 꿰뚫린다는 경험을 한 크리샤가, 자신의 안에 들어온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런 크리샤에게 내가 말했다.
“뭐긴, 네가 원하던 아이를 만드는 일이지.”
“이, 이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크리샤의 뺨을 만지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 기분이 어때?”
동시에, 허리를 튕기면서. 찌걱, 하고 빠져나왔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다시 밀어 넣자, 부들부들하고 떨리는 크리샤의 균열이 정액을 갈구하듯이 조여 왔다.
“흐앙♥♥ 이, 이런 거...♥ 이렇게 기분 좋은 거였어? 아기, 만드는 게 이렇게나...♥”
글쎄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네가 좋다면 다행이지. 그럼, 시작한다.”
“시작한다니 무슨... 하악♥♥♥”
[기능 ‘카마수트라’의 효과를 발동합니다. 현재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와의 접촉율이 최대 상태로 적용됩니다. 기능 ‘카마수트라’ 모든 효과가 적용됩니다.]
[대상에게 일정 시간동안 상태효과 ‘음란’, ‘연속 절정’, ‘고도 절정’을 부여합니다.]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의 민감도가 320%만큼 증가합니다. 이후 10초마다 96%만큼의 민감도가 추가로 증가합니다. 해당 민감도는 최대치인 1000%까지 계속해서 증가합니다. 이후 일정확률로 대상의 능력치를 흡수합니다. 대상의 흡수된 능력치는 시간이 지나면 복구됩니다.]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의 흥분도가...]
처음으로 카마수트라의 효과가 전부 발동되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 효과가 어마어마했다.
카마수트라가 귀축이나, 그것의 강화형태였던 배덕자였을 때는 조건부로 부여했던 상태 효과인 ‘음란’이 그저 교접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걸린 것도 모자라서, 연속 절정이니 고도 절정이니 하는 효과까지 부여됐으니 말이다.
음란 외에는 아직 효과도 모르는 것들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그 효과를 알 수 있었다.
“으그그긋♥ 머리가아아, 새하얘져서...♥♥ 흐아앗♥ 또오♥♥♥”
고작 몇 번 허리를 흔들었을 뿐인데, 절정에 이른 크리샤의 균열이 꾸욱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조여왔다. 재차 허리를 흔들 때마다, 계속해서 절정에 이르며 헐떡이는 크리샤가 보였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절정에 이른 크리샤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얽으며, 사정을 재촉하듯이 내 허리를 내리눌러왔다.
“흐아악♥♥ 하아악♥♥♥♥”
감도를 두 배로 늘리는 상태 효과인 음란과 연속으로 절정할 수 있게 해주는 연속 절정, 그리고 보통의 절정보다 더한 쾌락을 전해주는 고도 절정까지.
한순간에 탕녀가 된 것처럼, 내 밑에서 짐승처럼 울부짖으면서 신음을 토하는 크리샤에게 내가 말했다.
“크리샤, 내 아이가 갖고 싶다고 했지.”
“하앗♥♥♥ 하앗♥♥ 으응♥♥ 갖고 싶어...♥ 네 아이, 갖고 싶으니까아아♥♥♥ 빨리, 더어...♥ 더 기분 좋게 해줘어어어♥♥♥ 더어, 내 몸으로 기분 좋아져줘어어♥♥♥♥”
여전히 어딘가 어설픈 성지식으로, 그렇게 헐떡이면서 말하는 크리샤의 허리를 붙잡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흐아아아~~~~♥♥♥”
자궁을 두드리는 드래곤 슬레이어에 다시 절정하며 울부짖는 크리샤를 보며, 내가 말했다.
“그럼, 네 마력을 나한테 줘.”
이러다가 나도 원래 목적을 까먹어버릴 것 같아서, 아직 내 이성이 남아있을 때 크리샤에게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저 크리샤와의 교접만으로도 흡정을 통해 마력을 어느정도 흡수하고는 있었지만, 직접 건네받는 것만은 못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내 말에.
“흐아...♥ 줄게, 줄테니까...♥ 내 마력...♥ 전부, 줄 테니까아...♥”
신음을 토하며, 그렇게 말한 크리샤의 마력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마력 전이.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마력이 밀려들어오자, 머리가 아찔해졌다. 동시에, 나에게도 어마어마한 쾌락이 전해져왔다. 크리샤의 마력이 흘러들어오자, 허리가 찌릿찌릿하게 울리며, 사정감이 치밀어 올랐다.
“읏...”
결국 참지 못하고서, 크리샤의 안에 사정하는 순간이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요청에 의해 효과가 적용되는 대상,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와의 적합도를 계산합니다... 현재 적합도 24%. 크리샤네아 슈페리아를 임신시킬 확률은 현재 6%입니다.]
어째, 아까보다 훨씬 올라가버린 적합도가 들려왔지만.
그런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쾌락을 얻기 위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흐아아앗, 또, 온다...♥ 와버려어♥ 굉장한 거, 또 와아♥♥♥”
쾌락에 허우적이며, 미쳐버린 짐승처럼 울부짖는 크리샤와 함께. 나도 짐승처럼 그저 육욕을 탐하기 위해 허리를 흔들어댈 뿐이었다.
술이라도 진탕 마신 것처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키자,
주륵, 하고 안에 대체 몇 번이나 낸 건지는 몰라도, 정액으로 가득한 크리샤의 안에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빠져나왔다.
“흐앗...♥”
안에서 빠져나온 드래곤 슬레이어에 내 몸 위에 엎어져 있는 크리샤가 가볍게 절정한 듯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빠져나가자, 다물어지지 않은 채 뻐끔거리며, 배 안 가득 들어찬 정액이 흘러나오는 크리샤의 균열도 보였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서, 얼굴이며, 머리카락이며 마른 정액 투성이의 크리샤를 확인하고서, 머리를 긁적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처음, 세 번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그 뒤로는 나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니, 세 번까지라고는 했지만 사실 드문드문 정신이 들었을 뿐이지, 연속해서 세 번을 크리샤의 안에 사정했을 때까지 기억이 있다는 것도 아니었다.
즉, 지금 내가 대체 얼마 만에 정신을 차린 건지는 나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내 혼잣말에 대답하는 이가 있었다.
“정확히 9시간하고 32분 만에 일어나셨습니다. 주인님.”
에루나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어려 보이게 변해버린 에루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물주전자와 컵이 들려있었다.
“정신은 좀 드십니까?”
에루나의 말에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정신 차리고서 이불로 크리샤의 알몸을 가렸다. 딱히, 내 알몸이야 에루나에게 보여도 상관없기는 했지만, 벌어진 크리샤의 균열 밖으로 흘러나오는 정액을 남에게 보이기엔 좀 너무 남사스러웠다.
그런 내 행동에 에루나가 말했다.
“지금 그러셔도 늦었습니다만...”
“...늦었다니?”
“기억이 나질 않으십니까?”
고개를 갸욱이며, 그렇게 말하는 에루나를 보자 어째 조금 불안했다.
“...미안, 조금 기억이 끊겼거든.”
“하긴, 주인님도 크리샤 아가씨도 제정신은 아닌 듯 했으니...”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에루나가 다가왔다. 그런 에루나를 보자, 몸이 움찔하고 떨려왔다. 또, 그때처럼 그런 짓을 할까봐 그랬다. 심지어, 크리샤가 바로 내 위에서, 다소 격렬했던 첫 경험에 지쳐서 잠에 들어있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절대로 당해주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고 있는 나에게, 에루나가 주전자에 든 물을 컵에 따라주며 내게 내밀었다.
“목이 마르실겁니다.”
“...고맙다.”
시원한 물이 담긴 컵을 비우고서, 입가를 닦았다. 뭔가 달달한게 맛이 좋은 물이었다. 그런 사이에 에루나가 침대 맡에서 무언가 집어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금 뭐해?”
“빈 병을 수거중입니다.”
빈병이라니...
에루나의 말에, 에루나의 손에 하나둘, 이리저리 바닥에 흩뿌려져있던 빈 병들이 집어져올리는 것이 보였다.
어째, 어디서 많이 본 병들이었다.
“...이번에도 많이도 쓰셨군요.”
“어, 그거...”
내가 쓴 기억에 없는, 빈 병밖에 남지 않은 미약이며, 정력제들이 담겨있었을 병들을 보자 어안이 벙해졌다.
그런 나에게 에루나가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주인님, 이번에는 주인님이 사용하신 게 아니니까요.”
“내가 사용하지 않았다니, 그럼 대체...”
저 독한 것들은 누가 쓴다고...? 저것들을 물처럼 퍼마셨던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했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그런 나에게 에루나가 태연한 얼굴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실을 전해왔다.
“주인님께서, 지쳐서 기절하셨던 크리샤 아가씨에게 사용하신 것들입니다.”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내가 한동안 굳어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진짜로?”
기억에 없어서 차마 부정하기도 힘든 에루나의 말이었다.
“정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에루나의 감정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너무나도 올곧아서, 도리어 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뭐, 경험의 차이겠지요. 크리샤 아가씨는 이번이 첫경험, 주인님께서는 아무래도 루시아 아가씨와 여러모로 단련되어 있으셨으니. 물론, 크리샤 아가씨도 체력적으로나, 지구력적으로나 루시아 아가씨에게 밀리지는 않습니다만...”
에루나가 어딘지 모르게 괴물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루시아 아가씨도 그걸 버틸거라고는 생각되질 않는군요.”
“내가 대체 뭘했길래...”
“직접 떠올려주십시오.”
기억이 전혀 안나서, 도리어 무서웠다.
“그보다, 마력은 어떠십니까?”
에루나의 말에 이미 엎질러진 과거의 일은 잠시 잊기로 하고서. 상태창을 펼쳐봤다. 다소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있기는 했지만, 내가 크리샤와 관계를 맺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 마력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상태창을 펼쳐보자 내 한계 수용량 가득, 차올라있는 마력이 보였다.
“...이정도면 되려나?”
“어느 정도인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인님께서 저에게 전해주셨던 마력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에루나의 말에 괜한 것까지 떠올라버렸지만, 어쨌던 그녀의 조언대로라면 지금의 마력으로도 충분히, 마력 의존증이라는 이상한 병으로 잠들어있는 녀석들을 전부 깨우고도 남았다.
“에루나, 내 옷을.”
“지금 바로 가실 겁니까?”
“그래, 내버려둬도 어차피 사라질 마력이니까.”
크리샤가 지쳐서, 기절하듯이 뻗어버릴때까지 노력한 끝에 얻어낸 마력이었다. 여러모로 내 탓이 다분한 모양이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런 마력도, 내가 갖고 있는 특성, 포식자에 의해서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게나 사라져버릴 마력이었다.
그 전에, 써두는 것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