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8화 〉138화 (138/370)



〈 138화 〉138화

생각해보니까 아무렇게나 있는 곳이 한 곳 있었다. 하지만 곧  사실을 떠올렸다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한순간이나마 그걸 가지고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고 생각했던 것까지 합쳐지자 한층  자괴감이 더해졌다. 내가 떠올린 것이긴 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그야 지금 내가 떠올린 곳이, 크리샤가 잠들어 있는  침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라면, 쓸데없이 싸질러댄 내 정액이, 크리샤의 몸 곳곳에 잔뜩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주인님?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나셨습니까?"

머릿속으로 떠올린 것을 잊기 위해 고개를 젓는 나를 보고서 에루나가 말을 걸어왔다. 이럴  그냥 모른 척해주면 좋겠는데. 내가 지금 한순간이나마 이거 괜찮나? 하는 감정을 읽은 에루나가 그렇게 말하자 나를 보는 시선이 더욱 따가워졌다.


...잘 생각해보자. 이대로라면 셋 중 하나가  게 뻔했다. 하나는, 에루나의 말대로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을 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무리였다. 에루나의 말대로, 그녀들을 안는 것에 있어서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루시아의 경우에는 그녀가 애당초 그럴 목적으로 데려왔던 것이 에오시스 자매들이었고, 에네스타의 경우에는 조금 특이하긴 해도, 지금의 상황을 알게 된다면 결국은 납득해 줄테니 말이다.

다만, 크리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루시아를 설득하는 것보다, 크리샤가 더 어렵다는 소리였다. 특히 여러 요인이 겹쳐져 있는 크리샤는 더욱 그랬다. 루시아에 대한 대항심과 나에 대한 집착... 거기에, 어제 하룻밤 사이에 결국 40을 돌파한 호감도까지.

살을 섞게 된 탓일까, 크리샤의 호감도는  40에 맞춰서 멈춰져 있었다. 최대치가 100인걸 생각하면 그리 높지도 않은 것 같지만, 40은 상대를 자신의 연인이라고 생각할 때의 호감도였다. 즉, 크리샤는 나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그런 크리샤가, 하필이면 루시아와 관련된 넷을 내가 안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자존심이 강한 크리샤의 성격상 일단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분명했다.

겉으로는.

그 뒤는 상상하기 싫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내가 자가발전을 해서라도 네 명에게 필요한 정액을 마련해오는 것도 있긴 했다.

다만, 나도 사람이었다.

한계라는 게 있다는 소리였다. 내가 무한한 정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까까지만 해도 크리샤와 아홉 시간을 내리 관계를 맺고, 사정까지 한 몸이었다.

그런 내게 네 명에게 필요한 정액이 남아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회복되기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었다. 하필이면, 정력제며 미약이며, 내가 이성을 잃었던 사이에 크리샤에게 전부 사용한 모양이고.

무척이나 난처했다.

"......"

더군다나 나를 바라보는 네 음마의 시선이 점점 흐려져가고 있었다. 조금 진정했다 싶었더니 시간이 지나자 다시 아까와 같아져가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 무서웠다. 에루나와 로로만 없었더라면 진작 덮쳐졌을 것 같았다.

아니지, 덮쳐졌었지...?

한참을 고민 끝에, 내가 입을 열었다.


"...가자!"

뜬금없는 내 말에 에루나를 제외한 다른 녀석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의 주? 대체 어딜 가신다는 겁니까?"


그를 대표하듯이, 그렇게 묻는 에네스타의 말에 내가 말했다.

"내 침실."

들키지만 않으면...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고민 끝에, 걸리지만 않으면 장땡이라는 생각을 하고서.


"거기로 가면 전부 해결해줄 수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를 따라서 네 음마들이 눈치를 보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를 에루나와 로로가 따라 들어왔다.

굳이 로로도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지만, 에루나의 말을 듣기로  결과였다.

지금의 자신으로는 만에 하나 발생될지도 모르는 네 명의 폭주를 감당할 수 없다는 에루나의 말에, 보험을  셈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옳았다는  금방 알  있었다.

"아... 향긋한 냄새가...♥"

"주인님의 냄새가 가득...♥"

"하아...♥"

"...꿀꺽."

무슨 약이라도 잔뜩 먹은 것처럼, 방에 들어오자마자 맛탱이가 가버리는  음마가 그 증거였다. 그들이 홀린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보지 말고, 조용히 따라와."


크리샤가 깨어나지 않도록, 그렇게 당부하고서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

내가 덮어두고 나왔던 이불 밑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크리샤가 보였다.

세상에서 제일로 순수해 보이는 얼굴로 잠들어 있는 크리샤의 모습에 죄책감이 욱신욱신, 가슴이 죄여오도록 밀려왔다.


하지만 별 수가 없었다.

스스로에게 변명, 아니, 사실을 되뇌며 나는 조심스레 크리샤가 덮고 있는 이불을 옆으로 치웠다.

덕분에,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의 증거처럼. 온몸 곳곳에 남겨있는 흔적들이 적나라한 크리샤의 알몸과 함께 드러났다.

연인의 알몸을 남에게 보이는 남자라... 최악이었지만, 앞으로 할 일은 그보다 더했다. 연인 몰래 다른 여자들에게 정액을 먹이는 남자보다 더한 일이 있을까 싶기는 한데.


"이거면 충분..."

하냐고 에네스타에게 묻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가, 상태가 영 좋아 보이지 않는 네 음마를 볼 수 있었다.

핑그르르.


눈이 풀려버린  음마가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모습이 멀쩡한 왼쪽 눈에 비쳐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왼쪽 눈에도 시력에 문제가 온 건가 싶었지만.


"에네스타? 조금 진정하고..."

그나마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에네스타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그런 에네스타조차도 내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오히려 뭐에 홀린 것처럼,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는 네 음마를 볼 수 있었다.


"주의 정액이, 이렇게나... 아깝게...♥"

스윽, 하고 에네스타가 크리샤의 허벅지에 묻어있던 정액을 혀로 훑는 것이 보였다.

"으응..."

움찔하고, 그런 에네스타의 혀에 크리샤의 입 사이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거침없이 바로 행동에 나선 에네스타를 보고서 기겁했지만,  소리로 크리샤가 깨면 그보다 최악은 없었다. 나는 소리를 죽인  에네스타에게 말했다.

"에네스타, 그러다가 깨니까 조금 조심...“

내가 애써 조심해서 소리를 죽인 보람도 없이, 그런 에네스타의 행동에 다른 음마들이 소란스러워졌지만 말이다.

"고모님, 치사해요! 먼저 시작하시다니!"

"맞아요!"

"아앗...! 벌써 그렇게나 먹어버리면... 내것도 남겨주세요...!"

내가 미처 그런 에오시스 자매들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하기도 전에, 에오시스 자매들이 크리샤의 몸 위로 덮쳐들었다.

나타가 크리샤의 가슴을  물고서는, 그 위에 남아있던 정액들을 핥아 마시고.

에샤와 모네가 크리샤의 뺨과 배 부근에 남아있는 정액들을 핥아가는 모습이 눈에 비쳐보였다.


네 명의 음마가, 크리샤의 몸 위에 남아있는 정액을 핥아먹기 위해서 알몸으로 서로 경쟁하며 조금이라도 더욱 많은 정액을 먹기 위해 혀를 움직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음란했다.

심지어  음마들은 아직도 알몸인 상태였다. 옷을 입을 새도 없이 바로 침실로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정액을 핥기 위해 낮게 엎드린 채. 엉덩이 위로 솟아난 꼬리를 흔들며 정액을 탐하고 있는  음마들의 모습이 엄청나게 에로했다.

그리고, 혀에 스칠 때마다 들려오는 크리샤의 신음소리는...


"...주인님, 조금은 표정 관리를 해주시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 에루나가 그렇게 말했다.


"내 표정이  어쨌다고...?"

"마침 거울이 없다는게 안타깝군요... 지금, 주인님께서 엄청 귀축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시니까요. 한번쯤 보시는 것도 재미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내가?

그럴 리가 없었다.


지금 내 기분은 엄청... 뭐라고 해야 할까. 응... 아무튼 그랬다. 결코 에루나가 말한 대로 귀축 같은 표정을 지을만한 기분은 아니란 거였다.

"...변태."

로로가 그런 나에게 확인사살이라도 하듯이, 딱 잘라서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나는 결백했다.


아무튼, 네 명의 정성 가득한 혀에 의해서.  정액으로 더럽혀졌던 크리샤의 몸이 순식간에 깔끔해졌다. 그 대신에, 침으로 범벅해지긴 했지만.

그런 내 귓가에.

하아하아 하고, 에오시스 자매들의 애무 아닌 애무에 의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크리샤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헐떡이는 크리샤의 다리 사이로.

벌어진 균열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는, 남아있는 정액들을 바라보는 음마들의 모습이.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긴 아니지."

설마, 저기까지 건드릴까 싶었다. 다른 곳도 위험하긴 매한가지였지만, 저긴 특히나 위험했다. 기억이 흐릿하긴 한데, 저긴 위험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크리샤의 허벅지를 붙잡는 에오시스 자매들과, 잡아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얼굴을 묻으려하는 에네스타가 보였다.


내 예상이 안 좋은 방향으로 적중해버렸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으으, 자꾸... 뭐야...?"

낮게, 잠에 취한 듯한 목소리로. 피로에 지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크리샤의 목소리기 들려왔다.

덜컥, 하고 굳어버린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이 나를 바라봤다.

나도 덜컥 굳어버린 채. 그런 네 음마들의 시선을 받았다.


"아까부터, 자꾸 뭘하는 거야. 이 멍..."

아마도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 모양인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뒤척이는 크리샤를 보고서, 아직 들킨 게 아니란걸 알게 된 나는 크리샤에게 허겁지겁 다가갔다.

거의 날다시피, 다급하게 다가간 내가 그런 크리샤의 옆에 털썩하고 눕고서 말했다.

"깨, 깼어?"

"......뭐야? 네가  거기 있어?"

"...내가  옆에 있는 게 뭐가 이상해?"


"이상한 건 아닌데... 분명... 밑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렇게 말하고서, 몸을 일으키려는 크리샤의 양 뺨을 붙잡았다.

"뭐하는... 읍..."


그리고 그대로 키스를 감행했다.

"으읍...! 응... 으웅...♥"


갑작스런 키스였지만, 크리샤는 곧 익숙하게 내 키스를 받아들였다. 생각해보니까 크리샤에게 키스를 했을 때마다 항상 이랬던 기분이 들었다.


뭔가 숨기고 싶은 일이 있어서, 언제나 갑작스러웠다.

미안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좀 더 정성스럽게 크리샤의 입술을 탐했다.

크리샤의 혀를, 달콤한 타액을, 탐했다.

그러자 점점 밑으로부터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체액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영약에 준하는 물건이었다.

체액마다 다르긴 하지만. 듣기로는 드래곤의 피가 영약 중에서도 제일로 치는   하나라고 했다.  경험상으로는 다음으로는 아마 젖이었다. 그 다음은 침이나 애액같은 것을 들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드래곤의 피를 마실 리가 없었고, 젖이나 침, 애액같은걸 아무리 마셔도 평소에 마시던 정력제나, 미약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는 소리였다.

덕분에 드래곤 슬레이어가 완전히 발기하고 말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음마들에게 온몸을 농락당하고 있던 크리샤를 볼 때부터 반응이 왔지만, 차마 그런 크리샤를 보고서는 발기하기 그랬던 감정에 무의식적으로 참아왔던 것이 해방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문제는...


"흐앗... 자, 잠깐 멈춰봐... 지금, 또 밑에서..."

"미안, 내 손가락이야."


"네 손은 전부 여기 있잖아?!"


"아, 착각했다. 다리였어."


크리샤에게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키스를 하는 와중에도  대책 없는 음마들이 그런 크리샤의 균열 사이로 흘러내리는 정액을 핥기 위해서 크리샤의 허벅지를 핥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결국 나를 밀어내다시피 키스를 중단한 크리샤가 그렇게 말했다. 그런 크리샤에게 내가 어떻게든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을 숨기기 위해 변명해봤지만, 급한 나머지 헛소리를 해버려서 크리샤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들키면 뒷감당은 내가 하는 게 아닌데... 미칠 지경이었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된 걸까. 진짜로 이름 때문인가.

"바보 같은 소리 말고... 으응..."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서 벗어나려는 크리샤와 다시 입을 맞췄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들키는 건 결국 시간 문제였다.

어쩐다...

진짜로 어쩌지.

그때, 지이익하고.

 바지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시선을 옮기자, 거기에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범인은 모네였다.

홀린 듯이, 크리샤의 허벅지를 핥으며 정액을 먹고 있는 에네스타와 나타, 에샤에게 자리를 전부 빼앗기자, 결국 나까지 건들기 시작한 것이였다.


아움, 하고.

내려진 바지 밖으로 튀어나온, 이미 발기해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삼키는 모네의 모습이 눈에 비쳐보였다.

망했군.

결국 여태까지의 내 저항이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게다가... 에루나와는 다르게, 이 음마들은 몸을 숨겨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전혀 없었다.

머릿속이 정액의 지배를 받는 건지, 탐욕적인 그녀들의 행동은 거침없었다.


당연히...


"읏, 응...♥ 그만 하라니까! 진짜, 아까부터 이상하단 말이야. 그게 아니면... 나한테 뭐 숨기는 거라도 있..."

팍, 하고.


화가 난 표정으로, 어떻게든 노력했던 나를 밀쳐낸 크리샤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가.

모든 것을 목격한 크리샤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천천히.


도로 고개를 돌리고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크리샤가 말했다.

"...변명할 시간은 줄게."

툭, 하고.

나는 그런 크리샤를 보고서.

최후로 남아있던 양심을 버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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