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153화
시간은 상대적이다.
느끼기에 따라서 빠르게 지나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일주일은 무척이나 빠르게 지나갔다.
체력이, 지구력이 받쳐주는 한 하루를 24시간 통째로 사용할 수 있는 나였지만 그런걸 느낄 새도 없이, 하루에 빈 시간이라곤 없이 꽉꽉 차있는 스케쥴 때문에 그랬다.
그 스케쥴의 대부분이 침대 위에서 하는 일이긴 했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가 문득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해보니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동안 많은 일도 있었고.
"끄응..."
더듬더듬, 손을 뻗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몸이 무거워서 움직이기 싫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오늘도 할 일이 많았다.
덜컥, 하고 손에 잡힌 그릇에 담겨있던 것을 쥐어서 입가에 가져갔다.
"빼애애액!!"
손에 잡힌 것이, 인간의 형상을 닮은 만드라고라의 뿌리가 비명을 질러댔다. 팔의 형태를 한 뿌리를 사방으로 흔드는 만드라고라의 뿌리.
우둑, 그런 만드라고라의 머리... 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인간의 모습을 닮았을 뿐인 식물이니 그런 표현은 틀린 것 같지만, 아무튼 머리 부분을 닮은 것을 부러뜨리고서 입에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만드라고라의 생김새가 생김새다보니 먹는 게 꺼려졌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으로 밀어 넣은 만드라고라를 씹어 삼킬 수 있었다.
입안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만드라고라 때문에 조금 기분이 그렇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꼭꼭 씹어 삼키자 귀에 들려오는 알림소리와 함께 빠르게 몸이 회복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으응...♥"
덕분에 덩달아 회생한 드래곤 슬레이어에 내 위에 올라탄 채로, 잠을 자고 있던 크리샤가 몸을 뒤척였다.
왜 드래곤 슬레이어가 회생했는데, 크리샤가 반응하는가... 이유는 간단했다.
어젯밤에 넣은 채로 뻗었으니까 그런 거다. 사실 어젯밤만이 아니라 거의 매일같이 그렇게 뻗었지만.
어쨌거나 크리샤의 안에서 다시 발기하기 시작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조심스레 빼내고서, 내 위에서 잠들어있던 크리샤를 옆에 눕혔다. 덕분에 밤사이에 있었던 일들의 흔적이, 정액들이 그런 크리샤의 균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크리샤가 깨어있었더라면, 아깝다고 다시 나를 덮쳤겠지만, 다행히 크리샤는 내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빼내는 것이나,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이나,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밤새의 피로에 의해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읏차.”
기지개를 피며 몸을 풀고서는, 크리샤의 알몸 위로 이불을 덮어주며 이불 밖으로 나왔다.
내심 그냥 크리샤와 함께 잠이나 잤으면 좋겠지만 크리샤가 잠들어 있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사실 깨있더라도 할 수는 있긴 한데, 그러면 그대로 아침부터 두 명을 상대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곤란한건 나였으므로 보통은 크리샤가 자고 있는 동안 끝내는 편이었다.
사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고. 간단하다면 간단한 일이지만.
만드라고라의 뿌리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피로가 남아있는 몸으로, 침대에 걸터앉은 나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오늘의 당번을 불렀다.
“크리샤 자니까 빨리 들어와.”
끼익, 하고 내 부름에 조심스레 문을 열고서 들어온 것은 나타였다. 나긋나긋한 살결이 드러나는 반투명한 옷을 입고 방 안으로 들어온 나타가 고개를 숙여 내게 인사하고는 말했다.
"일어나셨나요, 주인님?"
"일어났다기보다는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린 거지. 어쨌거나 빨리 끝내자. 오늘도 바쁠 테니까."
그 말에 나타가 양 뺨에 홍조를 띄우고서는 다가왔다. 그러고서, 침대에 걸터앉은 내 앞에 무릎을 굽히며 앉은 나타가 발기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양 손으로 쥐며 말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츄웁, 하고.
나타가 드래곤 슬레이어에 남아있던 정액을 훑어내듯이 빨기 시작했다.
나타 에오시스.
내 마력으로 인해 음마라는 종족이 되어버린 네 명의 엘프 중 하나. 그녀들의 주 업무는 에루나와 마찬가지로 내 시중을 드는 것이지만 그녀들에게는 특별하게 포함된 일과가 있었다.
바로 지금 같은 일이었다.
가끔 직접적으로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이런 식으로. 밤새 크리샤를 상대하면서 싸질렀던 정액을 핥아먹는 것으로 그녀들에게 필요한 정액을 충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음마로서 완전히 각성한 그녀들이 필요로 하는 정액은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루에 한 명씩, 네 음마가 돌아가면서 이런 일과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편이 직접 섹스하는 것보다 효율적이였다. 무엇보다, 내 양손이 자유롭고, 편했다.
난 그냥 발기만 해두고 앉아만 있으면 알아서 해주니까. 더군다나 최근 들어 할 일이 늘어난 나로서는 양 손이 자유로워야했다.
자, 그럼 오늘도 일을 시작해볼까...
오늘도 하루 일과를 진행하기 위해서, 맛있다는 듯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빨고 있는 나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에루나를 불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보다 섬은 좀 어때?"
섬.
천공성을 중심으로, 크리샤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대지를 뜻하는 말이었다. 아직 마땅한 이름이 없어 나는 그렇게 불렀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천공섬정도가 될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이름은 너무 대충 짓는 것 같고.
어쨌거나 이름 짓는 건 전부 완성되고 난 뒤에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 뒤로 넘긴 것이다. 의사소통에도 문제없기도 하고.
지금처럼. 섬에 대한 것에 대해 묻는 내 말에 에루나가 대답했다.
"순조롭게 개발 중입니다. 산악 엘프의 에클레나의 주도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과 웨어 울프의 카울의 주도로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난 자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당연합니다만. 아마 내일이나 모레 정도면 모두 완성될 거라고 예상됩니다."
에루나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옆에 떠오른 창을 바라봤다.
섬의 개발이 절반쯤 끝마쳤을 무렵부터 생겨난 창이 거기에 있었다.
[영지 관리]
[이름 : 없음]
[천공을 날아다니는 거대한 섬이다. 수십만이 넘는 숫자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이다. 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비옥한 땅과, 연못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 매우 다양한 종족들이 힘을 합쳐 개발 중이다. 플레이어 '이지경'의 지배하에 있으며 영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들의 충성심이 매우 높다. 현재 개발 중인 영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 급속도의 개발과 다양한 종족의 구성으로 인해 다소 혼란스럽다.]
[개발도 : 82%]
에루나의 보고대로, 거의 끝맺어져가는 개발도가 보이고 있었다.
무려 10만이 넘는 인원이 살아갈 터전이 고작 일주일 만에 거의 다 만들어져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법이라던가, 인간과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로 육체능력이 뛰어난 아인, 몬스터... 아니, 종족들의 힘이 더해진 결과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임시적으로 지어진 거주지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시설 정도에 불과한 정도라서 천공성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중세쯤의 마을이라도 보는 기분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대단하긴 대단한 거였다. 필요한 자재를 운송하는 시간이라던가, 그 외의 여러 가지로 시간이 단축되긴 했지만 무려 10만이었다.
그들이 살아갈만한 장소가 일주일 만에 뚝딱하고 만들어져가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덕분에 내가 할일이 미치도록 늘어났지만.
이게 선물인지, 아니면 짐덩이인지 모를 정도로. 최근 일주일 동안 내가 바빠진 이유가 이 섬 때문이었다.
지금의 영지 관리창에서야 좋은 말만 적혀져 있었지만, 처음 막 창이 생겨났을 때에는 완전 개판이었다.
종족간의 불화니, 다툼이나, 불안이니 어쩌고 하는 말들이 엄청나게 적혀져 있었으니까.
그것이 지금은 저렇게 바뀐 거니까, 좋아졌다면 좋아진 거였다. 비록 내 가신들이 갈려나갔지만 말이다.
특히 슈슈가 심하게 갈려나갔다.
내 가신 중에서도 유일하게 집사라는 직업을 얻었던 슈슈가 영지관리에 특화된 특성이나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슈슈를 통해서 일을 하는 쪽이 효율이 좋았던 탓에 시키다보니 그렇게 됐다.
얼마나 심하게 갈려나갔냐면, 현재 슈슈의 직업은 집사에서 승급한 집사장이었다.
슈슈가 집사 쪽에 재능이 있었다거나 하는, 운이 좋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단순히 지나칠 정도로 막중한 업무에 강제로 전직해버린 것이었다. 살기 위해서 그렇게 됐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덕분에 하루에 한 번, 내게 보고하러 오는 슈슈의 몰골은 차마 내가 알던 슈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심했다.
여전히 자칫 잘못보면 여자, 그것도 미소녀로 착각할 정도로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지만, 전에는 색기가 흐르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퇴폐미가 느껴졌다.
...왜 남자 아이한테 그런 게 느껴지는지는 차치하고.
어쨌거나, 그나마 안정되기 시작했으니 이 이상은 갈려나가지 않을 지도 몰랐다.
아마도.
앞으로 어쩔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니까 확답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지금처럼 안정됐다 싶다가도 문제가 터져 나오는 곳이기 현재의 천공섬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틀도 잡히지 않는 맨 땅에 도시를 건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시도때도 없이 이랬다. 덕분에 또 뭐? 그런 느낌으로 묻는 내 말에 에루나가 말했다.
"영지 개발 쪽은 순조롭습니다만, 예의 그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두 종족에 대한 문제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를 따르고 있는 종족간의 문제입니다."
무슨 문제인지 말하지 않은 에루나였지만 대충 예상은 갔다.
"...사이가 좋지는 않겠지 뭐. 일주일 전부터 그랬으니."
영지 관리창에도 마지막에 혼란스럽다느니 뭐니하고 적혀있기도 했다.
하긴, 생태나 특성, 문화가 저마다 다른 종족들이 죄다 모여 있는데 서로 하하호호 잘 지내는 쪽이 이상했다. 애당초 저들은 크리샤의 영지인 슈페리아에 살고 있는 종족들이었지만 서로 간의 교류가 전혀 없었던 이들도 있었다.
그냥 크리샤, 드래곤의 보호를 받기 위해 모여들었던 종족도 더러 있으니 사이좋게 지내라, 그런 말로 해결될 리가 없다는 거였다.
"바록과 바쿠가 주인님의 명령대로 매일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숫자가 숫자다보니 전부 사전에 막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고작 두 사람이 10만에 달하는 이들을 관리할 수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무슨 방법이 필요하긴 할 것 같았다.
“뭐, 일단 그건 넘어가고... 아리스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인 것도 아니어서, 일단은 넘어가기로 하고서. 나는 아리스에 대한 것을 물었다.
일주일전에, 여러 일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내 시녀가 된, 검주인 소녀에 대한 것을.
“...생각보다 잘 적응중입니다. 여전히, 주인님에 대한 반감은 심한 편이긴 합니다만.”
“그야, 뭐...”
나라도 아리스의 입장이 된다면 그랬을 거다.
어찌저찌, 크리샤의 오해를 풀 수는 있었지만. 그것과 아리스에 대한 것은 별개였으니 말이다.
크리샤로서는 아리스를 죽일 만한 명분이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예를 들어서... 크리샤에게, 그리고 나에게 검을 휘둘렀던 것이나, 그 검으로 나를 해칠 뻔했던 것까지.
그것만으로도 크리샤가 아리스를 용서해줘야할 필요가 없기에는 충분한 명분이 되었다.
만약, 그녀를 죽이는 것에 있어서 꺼림칙한 사유만 없었더라면. 아마 내가 의식을 잃고 있었던 사이에, 크리샤가 그녀를 죽였을 지도 몰랐다.
그녀가 꿈속에서 들었다던 예지. 크리샤의 영지인 슈페리아에 마왕이 나타난다는 예지가, 나로 인해서 실제로 이루어진 것 때문에. 여러 마법으로 신체를 구속받은 채, 테 베르나에 억류되어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그 외에도, 나와 입을 맞췄던 아리스에 대한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던 모양이었지만. 그건 해결했으니 상관없었다.
어쨌거나, 그런 그녀에 대한 처분을 여러 가지로 고민하던 크리샤에게 부탁해서, 나의 시녀로 만든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다.
크리샤도 베갯머리송사에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어째 입장이 바뀐 것 같지만 별 수 없었다. 크리샤가 갑이고, 내가 을이었으니까. 유일하게 내가 크리샤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침대 위에서 뿐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침대 위에서는 내가 크리샤를 이긴다는 것이었다. 조금, 다소의 도움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뭐, 다소의 도움을 얻는 것도 결국은 내 능력이었다. 나와, 네 음마들. 그리고 에루나가 준비해둔, 여러 가지의 미약과 회복약들을 앞세운 나는 크리샤에게 절실히 ‘부탁’했다. 그렇게 하루 꼬박을 크리샤와 살을 섞는 것에 몰두한 나는 아리스에 대한 소유권을 얻을 수 있었다.
인간의 소유를.
그 당사자도 아닌 타인끼리 넘겨받았다는 사실에 조금 꺼림칙했지만.
별 수 없었다.
그 외에는 아리스가 멀쩡하게 살아있을 방법은 없어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꺼림칙함을 느꼈듯이, 아리스 역시 그러했다. 거기에 나는 그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마왕에 불과했다. 그것도, 드래곤을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마왕.
일주일 전에, 크리샤를 안는 것을 직관한 아리스는 그렇게 나에 대한 것을 착각했다.
덕분에 나에 대한 경계심이나 적의나, 여러모로 올라가버려서. 지금은 가끔 눈이 마주칠 때마다 무슨 오물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 항상 그때마다 여러모로, 그럴 만한 일이 있었기는 했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나타가 하루의 일과로 내 정액을 빨아먹고 있을 때와 같은 일이 있었거나 하는 일들이.
“왜, 그러시나요? 주인님...?”
그런 나타의 귀를 만지작거리자니,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이 하던 펠라치오를 멈추고 그렇게 묻는 나타에게 내가 말했다.
“슬슬 쌀 것 같다고.”
“아하...♥ 그러신가요. 그렇다면, 얼마든지... 주인님께서 원하실 때, 제 입안을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