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4화 〉154화 (154/370)



〈 154화 〉154화

“그래, 그래.”

대충 나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서 생각했다.

아무튼 그러한 일들 때문에 안 그래도 낮은 걸로 보이는 아리스의 호감도가 바닥을 꿰뚫고, 원수 상태로 된 듯해서, 매번 그런 시선을 보내오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는 했다.


딱히, 그렇게 나를 보는 아리스의 시선이 불편하다기보다는 그때마다 괴로움을 느끼면서 신음을 토하는 아리스를 보는 것이 불편했다.


매번 그러면서 왜 자꾸 그러는가 싶기도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를 제외한 다른 이와 어울릴 때는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아니, 평범하다기보다는 마치 동지를 보는 듯 대했다.


아마, 자기처럼 강제로 끌려온 것이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탓에 또래로 보이는 마야나 니아, 로로와  어울리는 모양이었으니 아무래도 좋아서, 굳이 그 착각을 풀어주지는 않았지만.

같은 시녀끼리 친하게 지내는 게 나쁜 일도 아니고.

오히려 그렇게라도 자기 자신을 지탱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었다.

그렇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지탱해줄 것도 없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래.


그것이 비록 가짜로 꾸며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았다.

치밀어 오르는 사정감에, 나타의 머리를 잡아 누르며 말했다.

“흘리지 말고, 제대로 삼켜라.”


퓻, 퓻하고 사정하기 시작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목울대를 울리며, 전부 삼킨 나타가 정액을 빨아들였다.

역시 음마.

 많은 정액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전부 삼켜낸 나타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아♥ 오늘도 농후한 마력이 깃든, 주인님의 마력. 감사히  먹었어요♥ 역시 주인님의 정액은 맛있네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대체 그게 뭐가 맛있는지는  전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대충 그렇게 대답하고서 말했다.

“그럼, 너도 해야  일이 있을 테니까 이만 나가봐.”

“네, 그럼...♥”


스르륵, 하고 흩어지듯이 사라지는 나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에루나.”

“네, 주인님.”

이름을 부르자, 그렇게 대답한 에루나가 천천히 시녀복 밑으로 팬티를 내리고서,   위로 올라탔다. 과거의 에루나와는 달리, 무게감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자그마한 몸이 보였다.

나를 위해, 스스로 영락한 골렘.

나의 충실한 종이 내 명령을 기다리듯이, 가만히. 태연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오늘도 부탁해도 될까?”


“주인님께서는 그저 명령만 하시면 됩니다.”


내 말에 그렇게 대답한 에루나가 천천히 손을 뻗어. 내 이마 위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길에,  이마로 솟아난 자그만 뿔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많이도 자라났습니다.”

“크리샤가 영 놓아주지 않아서 말이지.”

지나치게 흡수한 마력은, 그대로 뿔의 형태로 자라나는 탓에, 어젯밤의 정사로 인해 오늘도 역시 뿔이 자라나버렸다.

드래곤의 마력을, 끊임없이 흡수해버린 탓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걸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지금이야 괜찮았지만, 냅뒀다가는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니.


그래.

별 수 없다는 거였다.

“그나저나...  매번 팬티를 벗고 난리야?”

“그런 분위기가 된다면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시녀로서의 몸가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몸가짐 같은 건 좀 넣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은 어떠십니까, 주인님?”

슬쩍하고 들어 올린 에루나의 시녀복 밑으로. 꾸욱, 하고. 크리샤의 애액으로, 그리고 나타의 타액으로 얼룩졌던 드래곤 슬레이어의 위에 올라탄 에루나가 보였다.


어려진, 아니 어리게 보이는 에루나의 자그마한 균열이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를 애무하듯이 문질러왔다.

시녀의 몸가짐이 어떻고 자시고간에 이대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내리기만 한다면 순식간에 망가질 것만 같아보이는 균열로부터, 앳된 모습과는 달리 음란한 요부처럼 애액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런 에루나를 보고 있자니 충동적인 음욕이 들끓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같아서 어떻게든 참아내고서 입을 열었다.

"…됐고, 평소처럼 부탁할게."

“네, 그럼 평소처럼. 실례 하겠습니다.”


태연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에루나의   위에서 내려오고는 마찬가지로 작기만한 입을 벌려, 에루나의 얼굴만한 길이의 드래곤 슬레이어 끝을 물어 삼켰다.

"우으… 지경…? 어디 있어…?"

그때 뒤척이는 소리와 함께 크리샤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어."


그렇게 대답하고서, 아직 잠에 취한 듯한 얼굴로 내게 달라붙어오는 크리샤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이윽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애무하기 시작하는 에루나의 혀의 감촉을 느끼며.


이걸로 아침일과 끝.

하루의 시작이었다.






하루의 일과 중에서 편하다면 가장 편한 일과가 끝난 나는 에루나가 준비해둔 아침을 입에 넣었다.

하나같이 마력이 풍부하게 함유된 식재로만 만들어진 음식들이었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내가 먹어치우는 한끼 식사마다 어지간히 값비싼 식재들이 소모되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로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포식자. 마력을 통해 포만감을 얻을 수 있게 되는 특성에 의해 바뀐 체질 탓에 마력을 통해서만 배가 불러지게 되었지만 내게 필요한 마력은 아무리 마력이 풍부한 식재라고 하더라도 감당할 수도 없을만큼 막대했다.


뭐, 그렇다고 아주 도움이 안된다는 건 아니었다. 마력이야 어차피 크리샤를 통해 충분히 흡수한 뒤고, 무엇보다 맛이 좋았으니 말이다.

단순히 마력만 채우는 것에만 치중하자면  하루 종일 크리샤와 입술을 맞추거나 섹스를 해야만 했다. 특수한 체질이 된 이후로 그렇게만 해도 흡수한 크리샤의 마력 덕분에 배가 부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적으론 그건 좀 아니잖는가. 내가 뭐 섹스에 미친놈인 것도 아니고.

따라서 내게 있어서 여전히 즐기고 있는 식사는 일종의 폼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동시에 중요한 의식 비스무리한 시간이었다.


의식이라고 하기엔 조금 너무 나갔다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밥 먹을  아무도 안 건드리니까 좋았다.

"그래서? 오늘은 뭘 할 생각이야?"


크리샤만 빼고.

맞은 편에 앉아서 마찬가지로 에루나가 준비해둔 아침 식사로, 몇키로는  법한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썰며 크리샤가 물었다.

저거 어디서 본 고긴데.


그러니까, 얼마 전에 에루나가 정력에 좋다면서 차려줬던 미노타우로스의 고기였던가…

그걸 왜 크리샤가 먹는 걸까.

대체 거기서 얼마나 정력을 키울 셈이냐, 크리샤…

괜히 허리가 욱신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크리샤의 질문에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어서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불길한 생각은 잠시 제쳐두고서 말했다.

"에클레나랑 카울을 좀 만나보려고. 일단  영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종족의 대표니까."

숫자만 따지자면 에클레나의 산악엘프나 카울의 웨어울프, 어느쪽도 많다고는  수 없었지만 가진 힘이나 역량 면에서는 그  종족이 각각 마법과 육신, 두 방향의 힘을 대표하는 종족이었다.

덕분에 그 두 종족을 중심으로 제각각의 종족들이 뭉친  해서, 일단  종족의 대표인 에클레나와 카울을 만나보기로 했다.


영지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게 대체 뭔지 직접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에루나에게 대충 들었지만 듣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차이가 있는 법이니까.

그런  대답에 쿡, 하고 작게 썰은 스테이크 조각을 포크로 찍으며 크리샤가 말했다.


"흐응… 혹시라도 바람피면 가만 두지 않을 거니까 명심해둬."

"필 생각도 없으니까 걱정 마. 그렇게 불안하면 또 증명이라도 해줘?"


"뭐, 뭐… 필요하다면야..."

아리스 때의 일을 떠올렸는지 얼굴을 붉힌 크리샤가 그렇게 말했다.

…이상한 거에 눈을 뜨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루시아도 그렇고 크리샤도 그렇고,  하나 같이 이렇게 되는 걸까.


아, 내 탓이구나.


업보가 많은 나로서는 그런 크리샤에게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니였다.

"그런데, 크리샤. 너야말로 영지로 돌아가봐야 하는 거 아냐?"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서 크리샤에게 물어봤다. 루시아의 경우에는 매일 바삐 돌아다녀서 얼굴 보는 것이 저녁 이후에나 가능했던 것에 비해, 크리샤는 항상  옆에 붙어지내고 있던 탓이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었는데 오늘로 벌써 일주일… 아니, 내가 의식을 잃었던 때의 것까지 합치자면 이주 가까이를 천공성에서 지내고 있기도 하고.


그런 내 물음에 크리샤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상관없어. 내가 굳이 신경쓸만한 문제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근데 그건 왜 물어봐? 혹시… 내가 있는게 불편하기라도  거야?"

"그럴 리가. 그냥… 루시아는 매번 바빴었으니까."

"그거야 내가…"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글쎄… 네가 루시아의 영지에 있는 동안 때마침  바쁜 일이라도 있었나보지. 아마도."

뭔가 얼렁뚱땅 넘어간 듯 했지만 별 건 아닌 듯 해서 나도 넘어가기로 했다.


어쩐지 에루나가 그런 크리샤를 보자, 큼 하고 헛기침을 하는 크리샤가 보였지만. 아마 고기가 목에 걸리기라도 한 가겠지.


아무것도 아닐 거다.

"아, 근데. 섬 중심에 있는 호수처럼. 그거 말고도 다른 것도 가능할까? 예를 들어… 온천같은 거나?"

"…너, 사실은 알고 있는 거지?"


호수도 있는거 온천이나, 그 외에 있으면 쓸만한 법한 것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묻는 내 말에 크리샤가 샐쭉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뭐가?"


"...됐어!"

사실은 알고 있냐니, 그게 대체 뭔 소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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