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170화
아직도,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굶주림이 해소되었다는 알림이 들려왔지만 어디까지나 그뿐이었다.
일주일동안 굶주려있던 나로서는 고작 굶주림이 해소되었다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아르카를 벽까지 밀어붙인 나는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웁, 우웁...!”
혀와 혀가 얽혔다. 키스라고는 해본 적도 없었을 아르카에게 있어서는 입안에서 날뛰는 내 혀에 속절없이 당하는 것이지 키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한 무언가이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까지 신경써줄 생각이 없었다.
아르카의 입술을 탐하면서, 동시에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마력을 원할 뿐이었다.
아르카의 몸을 애무하는 손길이 거칠어졌다. 마력을 갈망하는, 그런 내 욕망이 이끄는 대로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어갔다.
그녀가, 드래곤이 민감한 곳은 이미 꿰차고 있었다. 루시아와 크리샤를 안았던 경험을 통해서, 이미 효과를 발휘중인 카마수트라가 보여주는 약점을 통해서.
이미 잘 짜여있는 레일대로, 손을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거면 충분했다.
내 손이 아르카의 몸을 더듬었다. 허리를 감았던 손이, 드레스 밑으로 파고들어가서 아르카의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그녀를 껴안았던 손은 드레스 위로 아르카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카마수트라의 효과로 민감해진 아르카의 몸이 흠칫흠칫하고 떨리는 것이 보였다.
아르카의 약점을 하나하나 헤집어가며 더듬는 내 손길에, 그녀로써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쾌락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저 내 옷을 움켜쥐고서 몸을 떨 뿐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시작일뿐이었다.
아르카의 입술을, 마력을 더욱 열렬하게 탐했다.
좀 더.
조금만 더...
속에서 끓어오르는 갈망에 취한 채로, 아르카의 몸을 농락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탐욕적으로. 욕망이 이르는 대로 그녀의 몸을 갈구했다.
아르카를, 그녀를 좀 더 보고 싶었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그리고 이번만큼은 그런 내 욕구에 충실하기로 했다.
입술을 떼어내자 가느다랗게, 아르카와 내 침으로 뒤섞인 실선이 이어졌다.
그런 내 눈에 얼굴을 붉히고서, 방금까지 이어졌었다는 증거로써 남아있는 타액의 실선을 보는 아르카가 보였다.
아르카가 우물우물, 입술을 움직이다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게, 그으... 키스라는 거지이?”
“그래, 잘 알고 있는걸. 그럼 이건 뭔지 알아?”
그렇게 말하고서 아르카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움직였다.
가슴을 가린 것인지, 드러낸 것인지 모를 디자인의 드레스를 붙잡은 나는 그대로 드레스를 밑으로 끌어내렸다.
그러자 흥분으로 잔뜩 달아올라 옅은 분홍빛을 띤 가슴이 드레스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런 가슴 위로 반짝반짝하고 빛나고 있는 아르카의 유두가 보였다.
아르카도 루시아와 마찬가지로 유두가 민감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순식간에 젖가슴을 드러내 보인 아르카가 방금의 물음에 대답했다.
“...전희이?”
“잘 아네?”
어딘가의 검은 드래곤과는 딴판이었다. 뭐, 아르카와 크리샤가 똑같을 수도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싫다면 지금 말해.”
스윽, 하고. 이미 바짝 서있는 아르카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묻자 흣, 하고 신음을 토했던 아르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서, 아르카의 입술이 열렸다.
“에루나가 네가 해달라는 대로 하랬었으니까아... 지금은 뭐어...”
“지금은 계속해도 된다는 거지?”
내 말에 마찬가지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카를 보고서 움찔움찔하고,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떨리고 있는 분홍빛 과실에 입을 맞췄다.
“흐읏♥”
아르카의 입에서 터져 나온 신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가슴을 물린 아르카의 허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이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있는 팔을 통해서 느껴졌다. 더욱 강하게 그런 아르카를 끌어안았다.
그러고서 입안에 물은 유두를 혀로 자극했다. 돌리고, 핥고, 살짝 깨물었다. 그런 내 애무에 아르카의 허덕임이 더욱 거칠어져갔다.
“기분 좋아?”
입안에서 단단히 발기한 아르카의 유두를 굴리며 그렇게 묻자, 아르카의 연녹빛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열락으로 들뜬 그녀의 눈동자에, 장난치듯이 아르카의 가슴을 가지고 놀고 있는 내 모습이 비쳐보였다.
“으응♥ 그래애... 하으...♥ 확실히 루시아나 크리샤가 빠질 만도 한 거얼...♥”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내 말에 동의하는 아르카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까지나 그 뿐이라는 것처럼. 애써 태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아르카였지만, 사이사이에 새어나온 신음소리가 그런 아르카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좋으면 좋은 대로 솔직해지면 편할 텐데. 드래곤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곳에서 고집을 부렸다.
뭐, 여기서 좀 더 밀어붙이면 솔직해지는 것이 귀여웠지만 말이다.
띠링, 하고.
그런 내 귓가에 아르카의 민감도와 흥분도가 추가로 상승했다는 알림과 함께,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의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조금 궁금해졌다. 아르카는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그럼, 이것보다 더 기분 좋게 해줄까?”
“아...? 그거언...”
“사양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다시금 아르카의 유두를 깨물었다. 그리고 속으로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를 발동시켰다.
유두 민감.
일정 이상으로 흥분한 대상에게 일시적으로 민감 속성을 부여하는, 카마수트라의 효과. 그것을 본래부터 예민했던 아르카의 가슴에, 유두에 걸고서.
그리고 조금 거칠게, 입에 물고 있던 아르카의 가슴을 꽉 깨물었다.
“흐, 으으읏...♥!”
단번에, 방금까지 느꼈던 것의 두 배나 되는 쾌락이 몰려들자 아르카가 자지러지게 신음을 토해내는 것과 함께 허리가 휘청거렸다. 그와 함께 그녀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알림을 통해 들려왔다.
알려주지 않아도 그 정도는 보면 알 수 있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알림에 신경을 끄고서 혀를 움직였다. 잇 사이로 깨문 유두 끝을, 혀로 괴롭혔다. 혀로 굴리거나, 튕기거나 하면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유두를 깨물린 아르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런 내 혀에 농락당했다.
“흣, 읏, 응읏...♥”
그때마다 입술을 깨물며 신음소리를 죽이는 아르카를 보는 것 역시 나를 즐겁게 해줬다.
본래부터 약점이었던 유두가, 카마수트라에 의해 더욱 민감해져서 혀가 스칠 때마다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그런 아르카의 허리에 두른 채, 허벅지를 쓸어내리고 있던 손을 움직였다.
드레스를 들춰올리고서, 이미 습한 드레스의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러고서 아르카의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잠까안, 거기느은... 안... 하앙♥”
흘러나오기 시작한 애액으로, 젖어가기 시작하는 아르카의 속옷이 손끝에 닿았다.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애액으로 점점 더 젖어가고 있는 그 위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세로로 파인 굴곡진 둔덕이 느껴졌다.
그 사이로 손가락을 찔러넣자, 손가락과 함께 안으로 밀려들어간 속옷이 순식간에 젖어들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손끝에 아르카의 애액이 속옷 너머로 묻어나오는 것도 느껴졌다.
그 위를 더듬다가, 드레스와 마찬가지로 속옷을 밑으로 끌어내렸다.
순식간에 속옷을 벗겨 내리자 움츠러드는 아르카의 허벅지가 내 손을 붙잡았지만, 제대로 힘조차 주지 못하는 아르카가 날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대로 그런 아르카의 허벅지를 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드레스 밑으로 그리고 속옷으로 감춰져 있었을 아르카의 균열이 밖으로 드러났다.
끌어내려진 속옷이 발목에 걸린 채로, 내게 허벅지를 들려올려진 아르카의 균열이, 루시아나 크리샤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솜털 하나 없이 매끄러운 균열이 말이다.
일곱 중에 셋이나 이렇다는 건, 다른 드래곤도 마찬가지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았다.
아쉬웠다. 털이 있는건 있는대로 귀여운데…
그런 생각을 하며 주르륵하고. 균열을 적시며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애액을 본 나는 생각을 고쳤다.
뭐, 있거나 없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리고 그대로 자세를 낮췄다.
가슴, 배를 거쳐 천천히 입술을 맞추며 내려간 끝에, 이윽고 달콤한 향기가 나는 애액이 흘러나오는 균열에 입을 가져다 댔다.
“아흐♥”
균열에 입술을 가져다대자 그런 아르카로부터 튀어나온 달콤한 신음소리와 함께 꾸욱하고, 아르카가 내 머리를 붙들어 잡았다.
부르르, 떨리는 아르카의 허벅지가 그런 내 눈에 보였다. 방금 걸로 가볍게 절정한 것인지 아까보다 많은 애액이 입술을 적셔왔다.
“이, 이제 충분히 알았으니까아… 그, 그마안...♥”
그리고, 내 머리를 밀어내듯 꾸욱하고 눌러오는 아르카가 보였다.
...미안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했다.
속으로, 아르카에게 그렇게 대답하고서. 나는 혀를 움직였다.
“...대충 이런 이유인데, 이해됐어?”
내 말에 주저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는 아르카가 보였다. 그런 그녀의 밑으로는, 흘러나온 애액으로 작은 웅덩이가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 맞다.
내가 너무 심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나도 모르게 아르카에게 너무 심한 짓을 해버렸다.
지금은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로 마력을 마음껏 흡수한 덕분에 이성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방금까지는 오직 마력 흡수에만 몰두해서 아르카에 대한 배려심이라고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아르카에게 심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서, 그 동안 몇 번, 몇십 번이나 절정한 아르카가 지금도 정신을 못차린 채 헐떡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후의 일선은 용케 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니 다행이라고 할 것도 아니지만.
하지만 여기서 사과하는 것도 영 그랬다. 그래서 도리어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아니란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끝...?”
그때, 가느다랗게. 아르카의 목소리가 들려욌다.
“이걸로오 끝난거야아...?”
숨을 몰아쉬면서, 붉어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묻는 아르카의 모습이 무척이나 고혹적이었다.
흐트러진 드레스 밖으로 보이는 허벅지나, 다리 사이로 밀려들어간 드레스가 애액으로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으면서 벗은거나 다름없이 균열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나.
그리고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그런 균열을 안타깝다는 듯이, 허벅지로 부비며 나를 바라보는 아르카의 모습이.
무척이나 유혹적이었다.
“응, 오늘은 이걸로 끝. 해야할 게 있거든.”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다.
이미 마력은 이걸로 충분했다.
이대로 밀어 넘어뜨린다면, 그대로 아르카를 안을 수 있겠지만 냉정한 사고가 가능해진 지금은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도 한계치까지 마력을 흡수한 상태였다. 지금 아르카를 안게 된다면, 이 이상으로 마력을 흡수한다면 마왕의 증거인 뿔이 돋아났다.
뿔을 억누를 수 있는 에루나가 곁에 없는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정확히는... 없는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그런 수단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애, 끝이구나아.”
내 말에 아쉽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르카를 보고서. 손가락을 튕겼다.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것과 함께 발동한 마법이 아르카의 몸을 말끔하게 해줬다.
크리샤 덕분에 갖게 된 속성인 대지와 공간과 별개로, 생활하는 데 있어 편리하고 배우기도 간단한 마법 중의 하나였다. 마력만 있다면 재능이 없더라도 몇 개월이면 익힐 수 있는 수준의 간단한 마법.
크리샤를 통해 얻은 속성 적성은 다른 마법을 배우는데도 용이하게 도와줘서 나는 고작 하루만에 습득해버린 마법이었다.
아르카 덕분에 마력이 가득해진 지금은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란 거다.
아르카의 몸뿐만이 아니라, 바닥을 적신 애액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헤에... 이젠 마법도 쓸 수 있는 거야아?”
그런 나를 보며 조금 놀랍다는 듯이 말하는 아르카를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력만 충분하다면야, 내가 익힌 마법 중에서 초급까진 영창 없이도 가능해.”
“그건... 인간치곤 굉장한 거얼. 무영창은 어지간한 고위 마법사도 힘겨워하는 건데에... 마력만 충분하다면 가능이라아...”
그 점에서는 확실히 크리샤도 놀라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마법에는 중대한 단점이 있었다.
“뭐, 그 마력은 너한테 의존해야하니 너무 낭비하는 건 안되지만... 그러니까 내일도 부탁할게. 아르카.”
바로 마법에 사용할만한 마력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초급의 간단한 마법이면 모를까 어지간한 마법은 한두 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슬슬 주의가 필요할 지경에 이르렀다. 고위마법이라면... 익히지도 못했지만 한 번이 한계정도, 그 이상은 내게 필요한 마력까지 써야하니까 무리였다.
숨만 쉬고 있어도 마력이 바닥을 치는 내 체질상, 마법사라고 자칭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런, 반쯤 자조적인 내 말에 얼굴을 붉히는 아르카가 보였다. 방금까지 내가 마력 흡수를 하기 위해 저지른 짓을 떠오른 모양이었다. 귀여웠다. 그리고 그런 내 시선에 더더욱 얼굴을 붉어지던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근데에, 마력 흡수란 건 하루에 한 번 뿐이면 되는 거야아?”
그건 아니었다. 앞선 일주일처럼 최대한 마력을 아껴가며, 하루 종일 마력이 풍부한 세계수의 잎사귀를 질겅거리며 지낸다면 몰라도, 평범하게 지낸다면 하루에 세 번 정도는 필요한 편이었다.
아르카의 물음에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흐으응... 하고 나즈막하게 무언가 생각하는 아르카의 모습이 보였다.
“......”
어째 조금 불안했다. 예민해진 오감이 아르카 옆에서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여태껏 이런 기분이 들었을 때는, 항상 그 예감이 들어맞고는 했었다. 그래서 선수를 쳐서 말했다.
“아르카. 그럼 난 할 일이 있어서 가볼 테니까, 저녁 쯤 보자.”
“할 일...?”
그런 내 말에 되묻는 아르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변명이 아니라 정말로 할 일이 있었다.
충분한 마력을 얻은 지금, 마력 절약을 위해서 잠들어있는 가신들을 깨워야만 했다.
깨우는 거 자체는 아무리 천천히 하더라도 저녁쯤이 될 때까지는 걸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마력만 부여하면 곧장 눈을 뜰 테니까. 다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에네스타나 에오시스 자매들을 깨운다면 당장 덮쳐올테니 그걸 상대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게 분명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일주일이나 굶주린 그녀들이 한 번으론 만족하지 못할 테니 꽤나 노력해야지, 그나마 아르카에게 말한 대로 저녁쯤에나 시간이 날 것이었다.
그때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그거 말이야아, 네 시녀들에 대한 거 말하는 거지이? 루시아가 너한테 선물했던 엘프들... 크리샤와 함께, 너한테 안겼다는 이야기는 에루나한테 들었으니까아.”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하는 아르카를 보다가, 크리샤의 옆에서 그녀를 돕기 위해 슈페리아 있을 에루나를 떠올렸다.
...에루나, 그건 왜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한 거니?
내 체질에 대한 것은 얼렁뚱땅 넘어가놓고서, 이상한 부분에서는 제대로 설명한 듯한 에루나를 떠올리자 골치가 아파왔다.
그런 나를 보던 아르카가 말을 이었다.
“루시아의 가디언이었던 요정향의 검주도오, 너한테 푹 빠졌다고 들았고오.”
“그건...”
드래곤의 질투는 무섭다. 장난이 아니라 정말로 무섭기 짝이 없다.
아리스 때의 일로 크리샤가 날뛰었던 것을 떠올리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때는 거짓말 안하고 정말로 죽을 뻔 했다.
필사적으로, 크리샤가 진정할 때까지 피하고 다녀서 살았을 뿐이었다. 그것도 그동안 배웠던 검술이며 호신술이며 죄다 이용해서 겨우 어떻게든 살았을 뿐이었다.
“......”
괜찮을 거다. 아마. 방금까지의 일로, 아르카의 호감도가 3이나 올랐지만 아직 낮은 수준에 불과했다. 아무리 질투가 심한 드래곤이라도 설마하니 호감도 상으로는 고작 안면이 좀 있는 지인 수준에 불과한데도 질투를 할리가 없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아르카가 입가를 매만지다, 입을 열었다.
“흐응... 그렇다면 하겠네에? 오래간만일테니까아?”
“하다니 뭘...?”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이? 그야, 섹스 말이야아. 혹시 안할 생각이었던 거야아?”
...에루나, 대체 어디까지 말한 거니? 나중에 때가 됐을 때 알려줄 생각이었던 걸, 아르카가 먼저 말하자 정신이 혼미해졌다. 본신으로 돌아간 아르카의 입에 물려서 질겅질겅 씹히는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재생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아르카가 알고 있는 이상 여기서 변명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쪽이 마력 전이 효율도 좋고...”
“안한다는 말은 안하는 구나아, 솔직한 거얼.”
“......”
이미 숨긴다고 숨겨질 만한 일도 아니니까.
뭐, 결국 어떻게든 해결해야하는 일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솔직하게 아르카에게 대답하자 그런 나를 보던 아르카의 연녹빛 눈동자에 호기심이 가득해지는 것이 보였다.
평소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피곤하다는 듯이 반쯤 감겨있던 눈도, 방금까지 열락에 허덕이던 눈도 아닌, 어디선가 많이 본 눈으로 그렇게 날 바라보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저런 눈을 하고 있는 드래곤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루시아와 크리샤를 통해 이미 몇 번이고 배웠었다.
다만, 언제나 내가 도망칠 구석이라곤 없었을 뿐이었다.
지금처럼.
그리고 그런 나에게, 아르카가 말했다.
“저기이, 궁금해졌으니까아, 그거... 구경해도 될까아?”
“...뭐?”
아르카의 말에 내가 뭔가 잘못들은 것처럼, 그렇게 되물어봤지만 나를 보는 아르카의 시선은 여전했다.
“너랑, 네 시녀들이 하는 거 말이야아... 내가 구경해도 되지?”
아르카가 그런 나에게 쐐기를 꽂아 넣듯이, 그렇게 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