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1화 〉171화 (171/370)



〈 171화 〉171화

아르카와 함께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이 머무르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아무리 마력을 충분히 얻은 직후라고 하더라도, 한 번에 모두를 깨우는 것은 벅찬 일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마력이 적게 드는 셋을 깨우기 위해 걸어가는 내 뒤를 아르카가 흥흥, 하고 콧소리를 내며 쫓아왔다.


잠깐 멈춰 서서 그런 아르카를 보며 물었다.

“...정말로 보려고?”

“그래애, 어차피 결국... 나도 해야 하는 거 아냐아? 그렇다면 알아둬서 나쁠 건 없잖아아?”


“그건 그렇지만...”

맞는 말이었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결국 방 앞까지 도착할 때까지 아르카는 여전히  뒤에  있었다. 그런 아르카를 바라봤지만, 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반대로 어서 문을 열지 않고 뭐하냐는 듯 나를 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아르카가 물러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르카.”


결국 한숨을 내쉬고서, 그런 아르카를 불렀다.


“왜애?”


내가 고민하는 것이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던 아르카를 보자, 어째 앞으로 고생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첫날부터 진땀을 대체 몇 번이나 빼게 만드는 건지, 앞날이 두려웠다. 어쨌거나, 그건 어차피 나중에 차근차근 겪어야할 일이고,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나에게, 한 가지만 맹세해줬으면 좋겠는데.”

“맹세애?”

내가 택한 방법은, 아르카 스스로 굴레를 뒤집어쓰게 하는 것이었다.


드래곤의 맹세.


드래곤은 약속을 중시했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켰다.


때때로 그 약속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내버릴 정도로, 그들은 약속과 맹세를 중요하게 여겼다. 단순히 중요하게만 여기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선조가, 태고에 맹세했던 것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을 정도로. 드래곤들은, 그녀들은 자신들보다도 약속을 우선했다.


그렇기 때문에, 드래곤들이 약속을 쉽게 저버린다는 인간들의 옛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르카에게 그렇게 말했다.


방금까지 호기심으로 가득 찼던 아르카의 눈이 가늘게 바뀌어서, 나를 바라봤다. 명백한 경계심을 띤 눈초리가 나를 훑어봤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색다른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내가 변태가 되어버린 탓인지, 아니면 내가 그만큼 간땡이가 부어버린 건지,  중 어느 쪽인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나를 바라보던 아르카의 입술이 열렸다.

“...어떤 맹세애?”

“내 가신들, 그리고... 나의 영지에 소속한 모두는 어디까지나 '나의 것'이니까. 그들에게 위해를 끼치는 행위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말에 아르카가 눈살을 찌푸렸다.


“딱히이, 나는 그럴 생각 같은 거 없었는데에 맹세까지 하란  너무하지 않아?”

“그래도 해줬으면 좋겠어.”

딱 잘라서 그렇게 말하자 재미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좋아, 뭐어 그 정도라면야아. 서로의 영지에 대한걸 관여하지 않는  예의니까아...”

귀찮다는 듯이,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이내 나지막하게 선언했다.


“'나, 대지의 보옥의 지배자이자 녹색용, 아르카네아 브란시아가 맹세한다'... 으음~ 뭐라고 하면 좋으려나아~”

“너무 대충하는 거 아냐?”

“약속만 지키면 그만이잖아아? 좋아아, '나, 여기에 마력을 걸고 맹세하노니, 드래곤의 반려 이지경의 이름 아래 속한 모든 영지와, 그의 소유에 대해서 어떤 위해는 끼치지 않기로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 이거면 됐지이?”


띠링, 하고.


아르카의 말이 끝나자 귓가에 알림이 들려왔다.

['아르카네아 브란시아'가 플레이어 '이지경'에게 맹세합니다. 대상이 맹세를 저버릴 경우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패널티라.


알림과 함께 눈앞에 떠오른, 만약 아르카가 약속을 저버릴 경우 내가 부여할  있는 패널티에 대한 목록들이 보였다.

그런건 됐고 약속이나 지켜줬으면 좋겠다.


“좋아, 그럼 들어가자.”





방안으로 들어서자,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고작  하나 넘어왔을 뿐인데도 눈앞에는 무성한 녹음으로 가득한 숲이 들어섰다.

본래 엘프였던 넷을 위해서, 하나의 거대한 숲을 형성하고 있는 방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음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들은 숲을 좋아했다.


그보다 정액을 더 좋아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숲  가운데에 마련된 장소에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이 잠들어 있었다.


반투명한 네글리제를 입은 차림으로 나란히 누운 채 잠들어 있는 그녀들은, 가끔씩 솟아올랐다가 내려앉는 가슴을 보지 않는다면 마치 죽은 듯이 조용히 잠에 빠져있었다.

숲속에서, 잠들어 있는 엘프... 아니, 음마라. 음마라는 점이 영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에는 엘프였던 것처럼 배경인 숲과 놀랍도록 잘 어울렸다.


꼭, 숲속에서 잠들어있는 공주들 같았다.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공주 말이다.

“그럼  잠자는 공주님을 깨우는 왕자... 같은 건 아니겠네.”


깨우는 방식이 그렇고 그런 동화가 있을 리가 없었다. 헛소리는 이쯤하기로 하고,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에게 다가갔다.


“...좀 말랐나?”

일주일 만에 보는 에네스타의 얼굴은 확실히 이전과 비교하면 조금 말라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에오시스 자매들 역시 그랬다.

가냘파진 에네스타의 얼굴을 만졌다. 나 때문에 이런 꼴이 되서 고생하고 있는 그녀들을 보니 미안해졌다.


“헤에... 이게 그때 본  검주 맞아아? 바뀐 건 너만이 아니었나보네?”


그리고 내 뒤를 따라왔던 아르카가, 음마 여왕이란 종족으로 바뀌면서 생겨난 날개와 꼬리를 만지며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으응...”


움찔움찔하고, 잠들어있는 에네스타의 몸이 그런 아르카의 손에 반응했다. 잠들어있는 와중에도 꼬리와 날개는 여전히 민감한 모양이었다.


“그래서어, 이제 뭘  거야아?”


그렇게 마음껏 에네스타의 날개며, 귀며 만져보던 아르카는 이내 에네스타에게서 흥미를 잃었는지 내게 그렇게 물어왔다.

아르카가 다소 불안했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다. 거기에 맹세까지 했으니 이제 와서 돌아가라고 할 핑계도 없었다.

어차피 아르카도 알아야하는 일이기도 했다. 차라리 나에 대한 호감도가 아직 낮을 때, 확실하게 선을 그어두는 것이, 에네스타를 비롯한 몇몇은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함부로   없는 이들이라고 확실히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몰랐다.


그래, 차라리 이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열심히 희망회로를 불태우면서, 입을 열었다.

“뭐긴, 마력을 나눠줘야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내 마력을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에게 나눠주는 간단한 일.

네글리제 차림의 그녀들의 옷을 굳이 벗길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그녀들이 아니라 내 쪽이었다. 빤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르카의 시선에 잠깐 망설이다가, 이내 드래곤 슬레이어를 밖으로 꺼내들었다.

“우와아...”

그리고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를  아르카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굉장한 거얼... 거의 미노타우로스만하네에?”

미노타우로스만 하다는  대체 어떤 건진 모르겠지만, 칭찬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나야 거의 식재로만 이름을 접하는 몬스터였지, 실제로 본 적은 없긴 했지만 어쨌거나 몬스터는 몬스터였다. 대뜸, 내 물건을 보고서는 몬스터같다고 하는 아르카의 말이 칭찬으로 들릴 리가 없었다.


그것도,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지만 수컷인 미노타우로스는 오우거에 버금가는 커다란 몸에, 소대가리를 하고 있는 몬스터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것과 비교당하니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보다...


“그건 어떻게 아는 건데?”

가슴 깊이 기이한 감정이 들끓었다. 불쾌하고,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감정이었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르카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야아, 가끔 구경했으니까아. 내 영지에는 미노타우로스랑, 몬스터들이 많이 있거드은. 당연히 내 시중을 드는 녀석들도 그 녀석들이 대부분이고오, 그러다보니까아 가끔 눈에 띠어서 말이지?”

“...구경?”


아르카의 말에, 무언가 김이 빠진 내가 그렇게 되묻자 아르카가 말했다.

"내 영지는 루시아처럼 엘프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오, 크리샤처럼 많은 종족들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아. 기껏 해봐야 몬스터나, 나무가 끝이거드은? 심심풀이로 할만한  그런 거 밖에 없다구? 지루한 곳이라까아."

아르카의 성교육 매체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루시아처럼 책을 통한 학습도, 크리샤처럼 실전위주의 강습도 아닌, 무려 실전을 옆에서 지켜본 것이 크리샤와 달리 여러모로 지식이 많은 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에루나가 미노타우로스의 고기라던가, 우유 대용으로 사용하는 젖 같은 것을 아르카의 영지에서 가져왔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당연히 아르카의 영지에 미노타우로스가 있으니까 그런 것이 가능했으리라.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니만큼, 그곳의 지배자인 아르카가 우연히 봤다 쳐도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기도 하고...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볼게 얼마나 없으면 그런 걸 보고 앉아있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갔지만 상대는 드래곤이었다.

인간인 나랑은 감성부터 다른 것이다. 이해는 일단 집어치우고서, 내가 물었다.


“그런데, 미노타우로스 암컷들이 정말 그렇게 예뻐?”


오랫동안 궁금했던 것이었다.

수컷인 미노타우로스와 달리 암컷들은 빼어난 외모를 갖고 있다는 것을 여러모로 자주 듣다보니까 궁금해졌다. 대체 얼마나 예쁘면 귀에 그렇게 들려오는지 말이다.

그런 내 물음에, 아르카가 나를 바라봤다.


“......”


“...미안. 그냥 궁금해서.”

짜게 식어버린 아르카의 시선에 내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응, 지금은 내가 잘못한 게 맞았다. 아무리 궁금했다 쳐도 그런 걸 물어보는 것은 좋지 않았다.

곧장 사과한 나를 보고서, 아르카가 한숨을 내쉬고서 말했다.


“그건 나중에 직접 확인하고오, 어서 보여주기나 해애.”

아르카의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 드래곤 슬레이어를 에네스타의 균열에 갖다 댔다.


애무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음마라는 종족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의 균열은 언제나 준비만전의 상태로, 충분히 젖어있었다. 항상 정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잠들어있는 상태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균열에 가져다댄 드래곤 슬레이어를 반기듯이 물어오는 에네스타의 균열로부터 애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안으로 받아들여 오는 에네스타의 균열을 보며, 나는 그대로 허리를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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