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172화 [포용하는 대지]
《포용하는 대지, 아르카네아 브란시아》
쯔으읍...!
허리를 밀어 넣는 것과 함께, 루시아의 가디언이었던 엘프의 균열 안으로 이지경의 성기가 파고들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억지로 비집어 열 듯이, 균열을 벌리며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성기를 보며, 아르카네아는 생각했다.
‘저거, 아프지는 않은 거려나아...?’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엘프는 잠든 채로 있을 뿐이었다. 이래서야, 고통을 느끼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아, 움직였다.’
그때 퍼뜩하고, 위로 솟아오르며 엘프의 허리가 붕 뜨는 것이 보였다. 그와 비슷한 것을 이전에 본적이 있었다.
‘닿았구나아?’
미노타우로스가, 같은 미노타우로스를 상대할 때. 그러니까, 수컷이 암컷과 교미할 때 저와 비슷한 걸 본적이 있었다. 단지 그때랑 비교해서 다른 점은...
“으응...♥”
잠든 채로 있는 엘프의 입에서, 작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여태껏 아르카네아가 보아왔던 섹스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이 보아왔던 섹스는 항상 어느 한쪽이 고통스러워했다. 주로, 암컷쪽이 무척이나 괴로워했었다.
미노타우로스끼리 하던 교미를 가끔 구경했던 아르카네아였지만 그때마다 볼 수 있었던 것은 수컷의 밑에서 깔린 채로 고통으로 허덕이던 암컷의 모습뿐이었다.
여러 종족과 섞인 끝에, 판이하게 달라진 수컷과 암컷의 외형 때문에 벌어진 일일지도 몰랐다.
과거와 비교해서, 거의 다를바가 없이. 여전히 오우거만한 몸집을 가진 수컷 미노타우로스와 달리 인간이나 엘프등, 다양한 인종과 뒤섞이면서 마찬가지로 그들의 외형을 닮게된 끝에, 지금에 와서는 인간 여성과 비교해서 조금 큰 정도에 불과한 암컷 미노타우로스의 교접이 그리 쉬울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르카네아가 알고 있는 것의 전부였다.
억지로 자신의 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암컷을 강제로 찍어누르고서, 성기를 찔러넣고서 허리를 흔들어대던 수컷 미노타우로스와, 그 밑에서 흔들거리며 신음을 내뱉던 암컷 미노타우로스를 떠올렸다.
그건 그저 본능에 의해 허덕일 뿐인, 짐승의 교접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르카네아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런 것이, 눈앞에서 벌이고 있는 진짜와 너무나도 차이가 있었다.
아르카네아는, 눈앞의 인간을. 드래곤의 반려로 다른 차원에서부터 소환된 남자를 바라봤다.
이상한 인간이었다.
처음 그가 이세계에 소환되었을 때, 꺼내들었던 말부터 시작해서, 지금껏 보여온 행보 모두가 이상한 인간이었다. 1년이란 결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드래곤들을 모두 꼬셔주겠노라고 선언했던 인간은,
그때는 그저 웃긴 인간이라고만 생각했던, 어차피 누가 소환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최악의 경우에는 그저 오크라도 상관없다고 여겼던 존재는,
정말로, 그 약속대로 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남편'이 아니라, '아이'였다. 생식기능에만 문제가 없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그런 와중에 인간이 소환되었고, 그 인간은 이세계에서는 볼 수 없을 법한 사고를 가진 특이한 인간이었다.
당시, 아르카네아는 생각했다.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그나마 웃긴 녀석이 소환됐으니 나쁜 건 아니라고. 그렇게 여겼고. 아르카네아는 그 인간의 말에 동의했었다.
대체 무슨 수로 드래곤들을 명백히 인간인 자신보다도 상위에 있는 우리들을 꼬실 생각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에는 순순히 자신들의 말대로,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으니 상관없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3개월... 특별히 이상한 짓을 하지 않으면 수천년 가까이를 살아가는 드래곤으로써는 무척이나 짧기 그지없는 시간동안.
남자는 그가 했던 말대로, 그것도 고작 3개월만에 두 드래곤의 마음을 함락해버렸다.
‘...확실히 기분은 좋았었지이.’
애무라던가, 전희라던가, 실제로는 겪어본 적도 없었고 본적도 없었다. 아르카네아가 봤던 미노타우로스의 교미는 그렇게 상냥한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단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지식으로만 있던 것. 그나마도 선대 또한 연애라고는 해본 적도 없었던 지라 마치 사전적인 지식으로만 존재했던 것을, 오늘 실제로 경험했던 아르카네아는 무심코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아직도 열기가 남은 것처럼, 손이 닿은 허벅지는 화끈거렸다. 남자가, 인간이 혀로 훑었던 곳곳마다, 손으로 더듬었던 곳마다. 그런 열기가 남아있었다.
이것 때문에 루시아나 크리샤가 빠져버렸다는 남자의 말에 무심코 동의했을 정도로, 그가 알려준 쾌락은, 여성으로써 느낄 수 있었던 기쁨은 상상했던 것과는 확실히 달랐었다.
무심코, 그 열락을 알려주었던 남자에게로, 이지경에게로 시선을 두었던 아르카네아는 얼굴을 붉히며, 실시간으로 이어져있는 두 남녀를 바라봤다.
쯔걱쯔걱하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는 이지경과 함께 흔들거리는 엘프의 몸을 보였다. 커다랗다고 생각했던 성기를 전부 받아들인 균열은, 그것이 무척이나 기쁘다는 것처럼 애액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미노타우로스가 하듯이, 거친 움직임이 아님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인지.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는 것도 없었다.
남자 쪽이나, 잠들어있는 여자 쪽이나, 어느 쪽이나 기분이 좋아보였다.
특히나 여자 쪽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지경의 물건을 받아들인 엘프의 균열은 끊임없이 애액을 흘리며 기뻐하는 것이 보였다.
‘저것도 기분 좋은 거려나아...’
궁금했다.
만약 남자의 것이 자신의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렇다면 어떤 기분일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것은, 아르카네아가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느껴본 호기심이었다.
아르카네아가 무언가에 흥미를 가진 것은, 그녀가 아직 어릴 적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선대의 지식을, 그리고 힘을 물려받은 아르카네아로써는 무언가에 흥미를 가진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야 당연했다.
무엇을 하던, 어떤 것을 하던 간에.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았다.
그녀로써는 처음으로 한 일일지라도, 그녀의 선대. 그녀에게 지식과 힘을 물려준 부모는 달랐다. 이미 그녀가 경험했던 것을 앞서 겪었던 것뿐이었다.
단지 지식이 있었다. 경험하고나서의, 그 후의 감각이. 지식으로써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무엇을 하던간에, 그것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떠오르고난 뒤에는, 아무리 무시하려고 하더라도 그럴 수 없었다. 단지, 몸이 제멋대로 그렇게 움직일 뿐이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니...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도 전부터. 그녀가 스스로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다. 무엇을 하던 간에,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이루어져 있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정해진 수순대로, 그저 행하면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아르카네아는 그것이 싫었다.
보옥을 처음으로 지배했을 때조차도 그러했다. 아무런 감흥조차 없었다.
새롭게 배우는 지식도, 경험도, 무미건조했다.
전부...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
지루하고, 나른하고, 아무것도.
그녀에게 기쁨이라곤 주지 않았다.
그나마, 아직 어린 시절 길러보았던 나무가 크리샤에 의해 죽어버린 이후에는, 그러한 취미조차 버려버린 이후에는...
아르카네아는 그저 자신의 영지에서 웅크린 채 잠을 자는 나날을 보내왔다.
딱히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마 영원토록, 자신이 경험할 모든 것이 그러할 것이 분명하니까. 무엇을 하던간에, 변하지 않을 테니까.
이미 겪었던 일이고, 그저 반복할 뿐인 나날일 뿐이니. 차라리 그럴 바엔, 잠이나 자는 쪽이. 꿈을 꾸며 나날을 지새우는 쪽이 좋았다.
매번 자신의 영지에서 웅크린 채로 잠에 드는 아르카네아를 말리는 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나마 동격인 자매들조차도, 아르카네아와 그녀의 영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드래곤의 영지에 관여하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모욕이니 말이다.
‘아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닐지도 모르지마안...’
자신은 결국, 드래곤으로써 의무를 다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니까.
그저, 언젠가 소환될 누군가와 자식을 낳고, 그 아이에게 의무를 전해주는 중간단계에 불과하니까.
단지 그것만 완수하면 그만이니까 내버려두는 걸지도 몰랐다.
상관없었다.
필요에 의해 도구로써 만들어졌고 존재한다. 그 또한 아르카네아는 납득했다. 자신은 드래곤의 모양을 한 골렘이라고. 그저 드래곤이었을 뿐, 필요하기에 만들어진 점에서는 골렘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존재라고.
아니, 오히려 골렘인 에루나쪽이 자신보다도 훨씬... 생명답다고 아주 오랜 옛날, 스스로도 납득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의무만 다하면 그만이었다.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그것만 완수하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자신은... 아르카네아라는 드래곤은, 성장했다.
자아의 완성.
그것은 드래곤을 성장시킨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각인되는 순간, 드래곤은 성체가 되어 평생을 그러한 '존재'로써 존재한다.
자신의 의무를 이해하고, 납득하고, 받아들인 결과. 아르카네아는 루시아와 크리샤를 더불어, 세 번째로 성체인 드래곤이 되었다.
그녀의 성장은 빠르다면 빠른 편이었다.
아직도 성장하지 못한 세 드래곤, 아샤와 아냐, 샤르가 있었으니까. 아니, 샤르의 경우에는...
'일부로 안하는 것 같지마안. 확인할 수도 없고오...'
그것이 일부로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사실 드래곤의 성장 자체가... 정말로 성장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니까.
자신 또한 어떻게 보면, 그저 포기한 것에 불과할 뿐인데도, 몸만큼은 제멋대로 성장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르카네아는 생각했다.
딱히 나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포기하고말고, 어차피 반복될 뿐이라면, 어차피 의무만 완수하면 그만이지 않느냐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딱히, 그런 점에서는 자신만 그런 것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상관없다고 여겼었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깨닫고서... 강제로 자라나버린 것은 아르카네아뿐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