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178화
그저 핥았을 뿐인데도, 저릿저릿하고 올라오는 느낌에 아르카네아가 숨을 들이켰다.
그대로 허리가 풀려서, 주저앉을 것만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이지경의 성기를 지지대 삼아 꾹 붙잡았다.
“너무 세게 잡는 거 아냐?”
그런 아르카네아에게 이지경이 그렇게 말했지만, 그의 말은 아르카네아의 귀에 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르카네아는 지금 무척이나 당황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 어째서어...’
그저 핥았을 뿐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오싹오싹해져서...
‘역시, 뭔가 한거 맞잖아아...!’
째릿하고, 겨우 몸을 추스른 아르카네아가 이지경을 노려봤다. 대체 뭐가 이상한 짓은 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건지, 얼굴의 가죽을 벗겨서 두께를 재보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 너무나 두꺼워서 벗겨내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만약, 정말로 아무 짓도 하지 않은 거라며언.’
그때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한 가지 가정에, 아르카네아는 몸을 떨었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이 성기를 핥은 것만으로 느낀 변태가 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허리가 풀려버릴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변태.
그럴 리가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혹시나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아르카네아는 움직일 수 없었다.
사실을 밝히는 건 간단했다. 지금 입에 물고 있는, 이지경의 성기를 다시 한 번 핥아보면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이걸로 끝이면, 실망인데. 아르카.”
“...알겠으니까아, 그렇게 독촉하지 마...!”
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한데 태평한 얼굴로 독촉까지 해오는 이지경에게 짜증이 솟구친 아르카네아가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금 이지경의 성기를 바라봤다. 방금 막 핥은 부분만 타액으로 반짝거릴 뿐, 여전히...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더 흉악해보이는 성기가 거기에 있었다.
‘...이걸, 또...?’
단지 핥았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서. 머리가 붕하고 뜨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야만 했다.
“정 힘들면, 또 내가 도와줘도 되는데?”
이쪽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는 이지경의 말을 들은 아르카네아가 움찔했다.
또 아까처럼, 그렇게 억지로...
“하, 하면 되자나아...”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감출 수도 없게 되어버린다. 처참하게, 무너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미래를 본 아르카네아가 허겁지겁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고서, 다시금 이지경의 성기의 끝을 핥았다.
“흐읏...♥”
그것만이라면 상관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도 반응해오는 신체였다. 움찔움찔, 하고. 아르카네아가 다리를 모았다. 그러지 않으면, 균열 사이로 새어나오는 애액을 이지경에 들켜버릴 테니까.
‘여, 역시... 내, 내가 이상한 거야...?’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자꾸만 반응해오는 신체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몸은 너무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지경의 성기를 핥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라...
욱신욱신하고, 불에 데인 것처럼 뜨거워져가는 균열에 얼굴을 붉힌 아르카네아에게 이지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아르카.”
“...시, 끄러워어! 괜찮으니까!”
“그럼 다행이고... 계속할 수 있겠네?”
“다, 당연하지이...”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금 혀를 움직였다.
덕분에, 혀에 닿은 이지경의 성기에 다시금 몸을 떨었지만. 이것도 하다보면 익숙해지는 모양인지 아까보다는 나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딱히 다를 바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기분 좋아, 그래서... 기분 나빠아.’
상충되는 두 감정 속에서, 아르카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한 번, 딱 한 번만 하고 나면... 다시는 안할 거야아.’
그렇다면, 만약 자신이 성기를 입에 물고서 느끼는 체질이라고 하더라도, 들킬 일은 없어지게 된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그만둘 수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딱 한 번만. 그렇게 다짐하고서.
이지경의 성기를 입에 물고서, 황홀한 표정으로 핥고 있던 음마들을 떠올리면서.
본격적으로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그런 아르카네아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이지경이 그렇게 말했다.
‘아... 아아...’
역시나, 그런 이지경의 말은 아르카네아의 귀에 닿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아... 하아...”
핥으면 핥을수록, 전해져오는 쾌락이 강해져만 갔다. 이상하게 아까보다는 버틸만 해져서, 그만큼 적극적으로 핥았던 것이 실수였다. 단번에 몰려오는 쾌락보다는, 잔잔하게 흔들리는 쾌락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아르카네아는 알아버렸다.
알아버린 뒤에는 늦어버렸지만.
어떤 때는 강렬하게, 또 어떤 때는 부드럽게.
핥는 방식에 따라 달리 전해져오는 쾌락에, 아르카네아의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온신경이 혀에만 집중된 것처럼, 점점 이지경의 성기를 핥는 것에만 몰두해가는 것을 느끼면서. 아르카네아는 도무지 그것을 그만둘 수 없었다. 그만두기에는, 전해져오는 쾌락이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
일생을, 지루해했다.
나른하고, 나태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지식과 힘. 그것은 아르카네아의 모든 경험을 무의미하게만 만들었다. 무엇을 하더라도, 무엇을 먹더라도, 무엇을 갖더라도. 전부...
하지만, 이것만큼은 달랐다.
추잡하고, 저열했지만. 선대에게 물려받은 지식 중에는 없는 새로운 경험이고, 새로운...
“응...!”
“왜 그래, 아르카?”
“...아무, 것도... 아니... 야아...”
‘가버렸다... 또...’
이지경이 자신의 영지에 온 이후로, 고작 하루 사이에 몇 번이고 절정이란 것을 경험한 아르카네아였지만, 이번만큼은 충격적이었다.
가버린다, 라는 말은 절정했을 때 쓰는 것이라고 에네스타라는 음마로부터 배운 말이었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이지경에게 애무를 당한 것도, 에네스타에게 농락당했던 것도 아니고. 스스로 이지경의 성기를 핥은 것만으로도 절정했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에, 그리고 절정이 가져온 쾌락에 몸을 떠는 아르카네아에게 이지경이 말했다.
“아, 슬슬 입술도 사용하는 게 어때?”
‘...입술?’
이지경의 말에, 아르카네아가 그런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눈이 마주친 이지경이 내가 뭐 잘못 말했냐는 듯이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내가 어떤 기분으로...!’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눈앞에 있는 이지경의 성기에 아르카네아는 침을 삼켰다.
꿀꺽, 하고.
‘......지금만, 지금만 버티면 되니까아...’
어차피 이번만이었다. 이번만, 특별하게 하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을 벌렸다. 어차피 이미 억지로 범해졌던 입이었다. 또, 스스로 핥기까지 했었다. 입술 정도는...
“츄웁...”
‘아, 역시...’
“하움...♥”
‘이것도... 기분 좋아...♥’
조금씩, 이지경의 말에 순순히 따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서. 아르카네아는 쾌락에 몸을 떨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빨고 있는 아르카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다양한 마법을 배워두는 건데. 아마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아르카의 모습을 보존해두고서 나중에라도 다시 볼 수 있는 마법이 있을테니 말이다. 나중에 아르카에게,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보여줬다면 꽤 볼만했을 테니까.
뭐, 이미 늦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건 나중을 기약하기로 하고, 나는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응, 그렇게. 혀로 감싸면서.”
내 말에 멍한 얼굴로, 내 지시를 따라 혀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감싸고서. 쮸웁, 하고 끝을 빨아들이는 아르카가 보였다.
역시 나중에 에루나한테서 물어서라도 배워둬야할 것 같았다. 나중에라도 쓸데가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르카를 바라봤다.
띠링~ 띠링~ 하고.
눈앞에 떠오르는 수많은 창들을 보면서.
카마수트라의 특수 능력 중 하나였다. 처음으로 사용해봤던 것은, 아리스 때였나... 아무튼, 지금의 상황을 카마수트라는 조교의 일환이라고 여기고 있는 모양인지, 포인트가 시시각각 쌓여오고 있었다.
지금 쌓인 것만으로도 강제로 아르카를 몇 번정도는 절정에 이르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조교라.”
처음 때보다 익숙해진 듯, 드래곤 슬레이어를 물고서. 펠라치오에 열중하고 있는 아르카를 봤다.
“이거 버릇 들 것 같은데...”
아르카의 펠라치오가 이어질수록, 등골을 타고 저릿저릿 무언가가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아르카의 펠라치오가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의 아르카가 아무리 열심히 펠라치오를 해봤자 기분이 좋을 턱이 없었다. 혀를 사용하는 방식이나, 입술을 쓰는 법이나, 초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었지만, 그래봤자 음마들의 봉사를 받아왔던 내가 느끼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차라리 내가 억지로 입을 범했던 것이 더 기분 좋았으면 좋았지.
그렇지만 그것과 다른 무언가가, 훨씬 큰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그래, 그렇게. 잘하고 있어. 아르카.”
내가 내뱉는 말이나, 반응에.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무의식에 그런 것인지 조금씩, 조금씩 아까보다 더욱 펠라치오의 실력이 늘어나고 있는 아르카를 보고 있으면.
조금씩 내가 기분 좋은 곳을 익혀가는 아르카를 보고 있으면.
드래곤인 그녀가.
이세계의 단 일곱밖에 남지 않은 그녀가.
동시에 이 세계에서도 거대한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군주이자, 여왕인 그녀가 내 밑에서 무릎 꿇고서, 내 물건을 핥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쾌락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걸 감안하면, 아르카의 펠라치오에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아직 때 묻지 않아서, 그래서 줄 수 있는 점수라고 해야 하나. 초심자의 추가점수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거였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특성 ‘귀축’을 활성화합니다.]
“아르카.”
그리고 그런 아르카를 좀 더, 물들이고 싶었다.
더욱 더. 나라는 존재를 그녀에게 각인하고 싶었다.
이름을 부르자, 멍한 눈동자로. 아르카가 이쪽을 올려다봤다. 그런 아르카의 양 뺨을 붙잡았다.
“또 싸고 싶어졌으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마셔.”
그렇게 말하고서.
꾸욱하고, 아르카의 양 뺨을 붙잡은 채로 허리를 찔러넣었다.
“흐굿...♥♥”
“그리고...”
창에 꿰인 물고기처럼, 퍼뜩이는 아르카의 입안에 사정하면서 내가 말했다.
“절정해라, 아르카.”
눈앞에 떠오르는 카마수트라의 효과를 발동하면서.
“몇 번이고, 계속해서.”
몇 번이나 강제로 절정시킬 수 있는 만큼 쌓인 포인트를, 전부 다 사용해서.
“~~~~~♥♥♥”
푸슈슛하고. 아르카의 입안에 사정하고 있는 와중에, 내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은 아르카의 밑으로 애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꿀럭, 꿀럭하고. 정액을 받아 삼키면서 절정하는 아르카가 뿜어내는 애액이었다.
“...진짜로 버릇 들겠는데 이거.”
이거, 위험했다.
정말로 버릇될 것 같았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드래곤인 아르카를 내 마음대로 다루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을지는 몰랐다.
"...아르카, 입을 벌려."
사정이 끝나고서도, 드래곤 슬레이어를 문 채로 절정하는 아르카에게 그렇게 말하자. 내 말에 아르카가 움찔움찔, 하고 몸을 떨면서 입을 벌렸다.
"후아...♥"
입안 가득, 내가 싸낸 정액을 머금은 채로 입을 벌리고서. 헤하고, 녹아내린 듯한 표정을 짓는 아르카가 보였다.
"...아르카, 한 번 더 해도 되겠지? 내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니까.”
"헤...?"
아르카로부터 대답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괜찮다고 한걸꺼다.
이른바 이심전심이라는 거였다.
“그럼 사양 않고...”
한 번 더, 그렇게 하려고 했을 때였다.
스윽, 하고 내 목덜미를 둘러온 팔이 그대로 내 가슴팍을 더듬어왔다.
“나의 주♥ 치사하게 저 혼자만 쓸쓸하게 내버려두시다니...♥ 저, 너무 슬퍼서...”
내 몸에 이렇게 함부로 손을 대는 녀석은, 에루나를 제외하면 한명뿐이었다.
그리고 그 팔의 주인인 에네스타가 유혹하듯이, 내 귓가에 속삭이며. 내 팔을 잡아당겼다.
축축하게, 젖어있는 자신의 균열에 내 팔을 가져다대고서, 애무하듯이 허벅지를 부빈 에네스타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물이 잔뜩 흘러나왔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