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0화 〉180화 (180/370)



〈 180화 〉180화

꿀렁꿀렁, 이미  번인가 사정한 뒤인데도 불구하고 기세를 잃지 않고서 에네스타의 자궁 안쪽까지 정액이 밀려들어 것이 느껴졌다.


정액에 신경이 달린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이 느껴진다고 말하니 조금 우습지만. 실제로도 느껴지니 어쩔  없었다. 일단은 단순한 정액이 아니라, 내 마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까. 자궁 안쪽을 시작으로, 에네스타의 몸 곳곳으로 스며드는 마력은 주시자의 눈이 없더라도  수 있었다.

비어있는 그릇이 채워지는 것처럼. 본래부터 ‘그릇’이었던 에네스타에게 내 마력이 가득 채워지는 것을 보고서, 나는 천천히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냈다.

쯔부웁, 하고. 에네스타의 균열이 물고 늘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정작 에네스타 본인은 방금의 걸로 절정해서, 정신줄을 놓았는데도 끈질겼다.


물론 의식이 없다면 별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그럼, 이쪽은 이걸로 끝났고...”


나는 에네스타의 밑에 있던 아르카에게 말했다.


“조금 늦었지만 괜찮... 지가 않아 보이네.”


“흣...♥ 읏...♥”

간헐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며 신음을 토하고 있는 아르카를 보자니 괜찮은 거랑은 거리가 멀어보였다. 에네스타도 뻗었는데 대체  저러나싶었다가 이내 카마수트라의 효과를 해제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두 민감이며 강제 절정이며, 온갖 효과가 겹겹이 적용중인 탓에 작은 진동에도 저렇게 절정이 멈추지 않아서 헐떡이고 있던 거였다.


“음...”


괴로운 듯, 애달픈 듯 허벅지를 배배꼬며 헐떡이는 아르카를 보고서 괜히 입맛을 다시고서 카마수트라를 비활성화시키자 카마수트라로 인해 적용되던 효과들이 해제됐다는 알림들이 띠링띠링, 귓가에 울렸다.


아무튼, 이쪽도 이걸로 끝났고.


“좀 어때, 아르카?”

뻗어버린 에네스타를 옆으로 치워두고서 그렇게 묻자, 그런 내 말을 들었는지 아르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어떠냐고오...? 읏...! 지금 어떠냐고 물었어...?”

“괜찮아 보이니 다행인걸.”


“...괜찮아 보인다고오?”


과연 드래곤. 카마수트라의 효과를 해제한 직후인데도 벌써 제대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것 같았다.

단지, 나에게 무척이나 불만이 많아보였다.  말에 이쪽을 바짝 독이 오른 눈으로 노려보는 아르카를 보고서 머리를 긁적였다.

호감도는 분명 떨어지지 않았는데... 오히려 올라갔다는 알림이 행위 중에  번인가 들려왔었다. 애당초 아르카가 정말로 싫어했더라면 그렇게 강행했을 리가 없었다. 크리샤의 경우처럼 애당초 내게 관심조차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굳이 미움 받으려고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오른 호감도가 적지는 않았으니까, 적어도 지금 같은 반응은  이상했다.


그래서 물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싫었어?”

“그걸 말이라고 하... 힛?!”


“힛?”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내게 안기는 아르카를 보고서 어안이 벙해졌다. 그리고 그런 내 등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카네아님... 나의 주...”


에네스타의 목소리였다. 아르카가 기겁하면서 내게 안긴 이유가, 에네스타라는 것이기도 했다. 과연, 에네스타. 드래곤을 쫄게 만든 엘프는, 아니 음마는 네가 처음이지 않을까.

 품에서 부들부들 떠는 아르카를 보니 진심으로 쫄아버린 느낌이라서, 차마 뭐라고 해야할진 모르겠지만.

“빠, 빨리 저 녀석 좀 저리 가라고 해애...!”


심지어 방금까지 나를 노려봤던 아르카가 내게 애원까지 해오고 있었다.

“어... 음...”

뭘 어쨌으면 애가 이렇게 되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좀 신경쓸걸 그랬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도와줄게. 아르카.”


“아?”

내 말이 이해가지 않았는지, 나를 올려다본 아르카를 마주 바라봤다. 부들부들 떨길래 혹시나 했는데 눈가에 눈물까지 맺혀있었다.

그런 아르카를 보자니 더더욱, 아르카의 진심이 듣고 싶어졌다.


“정말로 싫었어?”

“으읏...!”

내 말에 얼굴을 붉히는 아르카가 보였다. 이것만으로도 대충 상황파악이 끝났지만 그래도 아직 내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나는 아르카를 보며, 독촉하듯이 말을 이었다.


“정말로 싫었어? 아니면...”


“...싫지, 만은 않았...”

“응?”

부스럭, 하고.


그런 내 등 뒤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자. 결국 아르카가 눈을 질끈 감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시, 싫지는 않았다고오!! 됐어어?! 그러니까 빨리 저 미치광이  어떻게 해봐아!”


미치광이라니 말이 너무 심하다.

아르카의 외침에, 움찔하고 굳어버린 에네스타의 기척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는데, 에네스타?”

그리고 그런 내 말이 쐐기가 된 것처럼. 에네스타가 나와 아르카의 앞으로 튀어나왔다.


“히익?!”

덕분에 기겁하며 나를 부둥켜안는 아르카를 대충 마주 안아주고서. 나는 느긋하게 에네스타를 봤다.


아르카가 대체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시, 실례했습니다. 아르카네아님...!”


그대로 우리 앞에 튀어나온 에네스타가, 땅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로 납작 엎드린 채 사과했다.


그리고 그런 에네스타를, 나를 대피처 삼아 끌어안고 있던 아르카가 벙찐 얼굴로 바라봤다.




나를 보는 아르카의 시선에 입을 열었다.


“뭐? 왜?”

내가 뭔가 숨기는 거라도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참을 그렇게 의심스러워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던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얘 뭐 잘 못 먹은 거야아?”

“먹은 건 내 정액밖에 없는데? 아... 그래서 그런 건가?”

“......”

나름 농담이라고 해본 말이었는데, 짜게 식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아르카가 보였다. 눈빛만으로도 아르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있을 것 같았다.


명백한 경멸의 눈초리를 보고서 모를 수가 없겠지만 말이다.

음, 그래도 호감도는 떨어지지 않았고 상관없었다. 오히려 조금 떨어져도 여태 오른 것을 생각하면 손해도 아니었다.


아무튼, 아르카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로 했다.

안고 있던 아르카를 놓아주고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서.

“나, 나의 주...? 저, 아... 응...♥”

사죄의 표시로 납작 엎드려있던 에네스타를 일으켜 세우고서, 그런 그녀를 한쪽 다리를 붙잡고 들어올렸다.


한순간에 드러난 치부에 부끄러워하던 에네스타였지만 금세 달뜬 숨을 내쉬며 허덕이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나 부어넣었는데 금방 스위치가 올라가려고 하는 에네스타를 보고서 말을 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원래 성격이 이거고. 방금까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거야. 내 정액을 받지 못하면 상태가 좀 나빠져서... 보다시피.”

쩌억, 하고. 에네스타의 균열을 손가락으로 집어 벌리자 방금까지의 정사를 알리는 흔적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충분히 받은 상태라서 정상인 상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지.”

“뭐야, 그거어...”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르카가 보였다. 나도 잘 모르겠으니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증상은 에네스타가 제일로 심하긴 해도 에네스타만의 문제가 아니니 말이다.

나와 관련된 일에 한해서, 지나치게 과민하거나, 지나치게 의존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다른 가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발정은 음마의 종족적인 문제인 것 같지만.

“저기, 나의 주... 이러다가, 흘러나와서... 으응...♥ 흘러내리는 것도, 기분 좋아서...♥”

“아, 미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게 한쪽 다리를 붙잡혀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던 에네스타가 그렇게 말해왔다.

에네스타의 말을 듣고 보니, 자세가 자세다보니까 방금까지 사정했던 정액이 벌어진 균열을 통해서 흘러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흘러나오려한다기보다는 조금 흘러나온 상태였다.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백탁의 액... 내 정액을 보고서, 움찔움찔, 몸을 배배 꼬는 에네스타를 바라봤다.


얼마나 흘러나왔다고 벌써 맛탱이가 가려는 에네스타의 모습은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이대로 뒀다가 또 시간을 잡아먹히고 싶지는 않았다.


“정신 차려, 에네스타.”

찔꺽...!


“흐앗♥ 주의 손가락이잇♥”


다시 살을 섞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대로 정액을 손가락으로 훑어 직접 에네스타의 균열에 도로 넣어주었다. 혹시 몰라서 균열의 바깥쪽까지 흘러내렸던 정액도 손가락을 이용해서 안쪽까지 밀어 넣어주었다.


찌걱찌걱하고. 그때마다 지분거리는  손가락에 에네스타가 내 팔을 부둥켜안고 몸을 떨었지만, 괜찮았다. 에네스타가 아무리 매달린다고 하더라도 움직이는데 불편한 건 없었다.

“...아아♥ 나의, 주...♥”

이걸로 나는 시간도 절약하고, 에네스타는 에네스타대로 만족하고 서로 윈-윈이라는 거였다. 쯔붑거리면서 벌어지는 균열 안으로 정액을 전부 밀어 넣자 절정한 듯 부르르 몸을 떠는 에네스타가 보였다.

허리가 풀린 듯, 나를 지지대 삼아 몸을 걸친 에네스타를 보고서 일단 떨어지라고 말하려다가, 이내 에네스타가 눈을 뜬 채로 기절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에네스타가 검주라고 해도, 지나치게 회복이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깨어난 정도였던 모양이었다.

하는  없이 그런 그녀를 그대로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또 내게 닿았다고 발정하면 곤란하니까. 그림자의 손을 사용해서 조심스레 에네스타를 눕히고 있자니 어째 그런 나를 보는 아르카의 표정이 한층 더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

딱히 이상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쳐다보니까 기분이 묘했다. 정말로 이상한 짓을 한 것도 아니니까 기분 탓이겠거니 여기기로 하고서. 마법을 사용해서, 다시 몸을 깨끗하게 씻은 내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아르카? 나는 이제 다른 녀석들도 깨우러 갈건데 너도 갈거야?”

“너어, 방금 그러고도 그런 말이...”

“엉?”


“......아니이, 아무것도 아니야아.”

뭔가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한참을 무언가 생각하더니 옆에 있는 에네스타를 보고는 한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나는 됐어어, 어쩐지... 괜히 또 따라가면 험한 꼴이 될 것 같으니까아...”

꼭 그런 것도 아닐 텐데... 아르카의 의견이 그렇다니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그래, 그럼 여기서 쉬고 있고. 아르카, 미안한데 에네스타가 깨면... 혹시 모르니까 일단 조심해라?”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아...?”


“아니, 저러고 있는데 데려갈  없잖아?”

엄한 꼴을 하고서 뻗어있는 에네스타를 가리키며 말하자 아르카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화들짝 놀라고서 휙휙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서 내게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조심하라니이, 그건 무슨 말인데에?”

“...아니,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라고.”


“아...♥ 주...♥”

“힛?!”

그때, 움찔하고 몸을 뒤척인 에네스타를 보고서 기겁하며 몸을 일으켜 세우던 아르카가 허리가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냥 뒤척였을 뿐인데 저렇게 놀라다니... 아직 에네스타로부터 받은 충격이 덜 회복된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고작 그런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 스스로도 부끄러웠는지 아니면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몇 번인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려하던 아르카였지만, 방금의 걸로 허리가 삐끗이라도 했는지 일어서는데 실패한 아르카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거, 거짓말이지이? 응? 이 녀석, 이제 아무 문제없는 거 맞지??”

부끄러운 것도, 내 시선을 의식했던 것도 아니고.

순전히 에네스타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올  같아서 입을 틀어막았다.


“왜, 왜애?! 뭔데?! 왜 대답하지 않는 건데에?! 문제없는 거 맞지이?!”


거짓말이라고 말해달라는 듯, 애원하듯이 나를 보는 모습이 조금 귀여웠다.


그래서 그렇다고 대답해주려다가, 그냥 사실대로 대답해주기로 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럼 네가 책임지고 데려가란 말이야아?!”

“아니... 나도 쟤가 날뛰면 조금 부담스러워서리.”


게다가 이제부터는, 아직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우러  생각이였다. 그런데 에네스타가 그런 와중에 깨어나서. 혹시나도 그렇고 그런 짓을 하자고 달라붙어온다면 심히 곤란했다.

그런 내 말에 아르카가 절망하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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