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화 〉190화
“저기, 아르카?”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다.
단지 말을 걸었을 때 이쪽을 흘끔 보고 말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뿐, 그대로 나이프를 들어서 고기를 썰어 입에 넣는 아르카가 보였다.
철저하게 이쪽을 무시하겠다는 태도였다.
그것만으로 아르카가 단단히 삐쳤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까먹은 건 정말로 미안하니까 화 좀 풀어주라.”
이유는 어제 아르카를 에네스타에게 던져놓고서, 그대로 까먹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무사히 깨우고나서 일단락을 지은 것 까지는 좋았다. 또 잠들어 있는 동안에 있었던 일이라던가를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모처럼 다같이 함께 식사를 한 것까지도 좋았다.
문제는 그대로 아르카를 까먹은 거였다. 그야말로 목욕을 마치고서, 방에서 책이나 읽을까 생각할 때까지. 그리고 덕분에 그제야 아르카를 떠올린 것이 문제였다.
그때 쉭, 하고. 서둘러 방으로 돌아갔을 때 보았던 아르카의 모습을 떠올리던 내 귀에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려왔다.
“저기이? 화를 풀어달라니이? 이상한 소리를 하네에? 나아, 조금도 화나지 않았는 데에?”
그리고 이쪽을 보면서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아르카가 보였다.
화가 났다고 생각하기엔 티끌만큼도 분노가 엿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단지 나는 지금의 아르카처럼 웃는 얼굴로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을, 그것도 엄청나게 분노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을 둘이나 알고 있었다.
하나는 루시아였고, 또 하나는 크리샤였다. 둘 모두 성격이나, 생김새는 달랐지만 그런 점에서는 자매라고 해야하나, 조금 닮은 구석이 없잖아 있었다.
또, 그런 둘과는 다르지만 에루나도 있었다. 에루나야 웃는 건 아니었지만, 화를 내는지 안내는지 도통 알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대충 비슷했다.
아무튼, 표정이나 웃는 얼굴만 보고서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는 건 무리라는 것쯤은 이미 학습했다는 거였다. 애당초 아르카가 만면에 미소를 지을만한 일을 내가 한 기억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저기, 이거...”
“아, 미아안? 손이 미끄러져서어.”
내 몫으로 마야가 열심히 만들었을 샐러드가 담긴 접시를 정확히 반으로 나눈 나이프를 보며 말을 꺼내려던 찰나, 아르카가 먼저 그렇게 사과하는 것이 보였다.
“아, 그래... 손이 미끄러져서 그런 거라니 다행이네...”
식은땀이 등 뒤로 줄줄 흘렀다. 왠지 아르카의 말이, 손이 안 미끄러졌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아아? 라고만 들려왔다. 마야가 기껏 해준 샐러드가 엉망이 되긴 했지만, 그게 내가 아니란 것에 무한한 감사마저 느껴졌다.
“으응, 마야라고 했던 가아? 미안하지만, 새 나이프 좀 가져다 줄래애?”
“네? 네! 아르카네아님!”
그런 나와는 달리 아르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서 퍼렇게 질린 얼굴로 서있는 마야에게 새 나이프를 가져와달라고 말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허겁지겁 새 나이프를 가져온 마야로부터 나이프를 받은 아르카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기를 써는 것도.
더 이상 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야겠다.
또 뭐 잘못 입을 열었다가는 다시 손이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까. 다음은 운까지 나빠서 나이프가 접시가 아니라 나한테 날아올지도 모르고.
“그럼... 이 녀석들 좀 떨어지라고 해줄래?”
어제의 일은 꺼내지 말자고 다짐한 나는 그 대신에, 내 양 옆에 바짝 달라붙어있는 녀석들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 나를 보고서,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본 아르카가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왜애? 네가 부탁했던 걸 들어줬더니이, 마음에 들지 않나봐아?”
“아니,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시고...”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옆에 있는 녀석들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두 여인이 있었다. 아니, 이걸 여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두 여인... 거의 나체나 다를바 없는 모습으로 내게 몸을 문질러오는 녀석들의 정체가 몬스터였기 때문이었다.
“무우...♥”
“음무우♥”
미노타우로스.
많이 들어봤다면 들어본 이름의 몬스터. 사실 이 세계에 소환된 이후에도 참으로 많이도 접해온 몬스터이기도 했다.
솔직히 형태라던가, 그런 걸 감안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본 몬스터이기도 했다.
스테이크인 상태로 본거긴 하지만.
그리고 우유라던가도.
내가 듣기로는 소머리를 한 몬스터에 가까운 수컷과, 그 반대로 여러 종족과 섞인 탓에 빼어난 미형을 갖게 된 암컷으로. 서로 같은 종족이라고 보기 힘든 양분화를 이룬 종족이라고 들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던 건 사실이었다. 마침 에루나의 부재로 일손이 부족해진 천공성의 인력을 대신할만한 것으로 아르카에게 부탁해볼 생각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하움♥”
자신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루시아는 몰라도 거의 마야만큼이나 커다란 가슴으로 감싸고서, 손가락 끝만 입에 물고 오물오물 혀를 굴리는 작은 뿔의 미노타우로스와, 내 입술에 자꾸만 가슴을 물리려고 하는 큰 뿔의 미노타우로스를 보고서 중얼거렸다.
“딱 봐도 어제의 복수 같은데... 뭐가 화가 안 났다는 건지...”
내가 부탁한건 어디까지나 일손으로써였다. 겸사겸사,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던 호기심도 채우면 좋았을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몸을 문질러온다거나, 내 몸에 손을 대온다거나하는 봉사 같은 건 바란 적이 없었다.
게다가 별로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가슴? 크기야 컸다. 하지만 가슴이 크다고 다인 것은 아니였다. 모양이라던가, 부드러움이라던가. 그런 것에도 등급이란 것이 있는 법이었다. 손가락을 감싼 미노타우로스의 가슴? 그래, 뭐 일단 가슴이니 부드럽긴 했다. 하지만 루시아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거기에 루시아의 가슴은 무척이나 달콤한 향기가 난다고 해야 하나,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반면 미노타우로스는 젖비린내가 난다고 해야하나, 짐승의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나.
상당히 야생적인 냄새가 풍겼다. 이런게 취향인 사람이야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자꾸 그런 가슴을 들이밀어 봤자, 좋기는커녕 부담스럽다는 거였다.
“할 거면 직접 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어제의 복수를 하고 싶은 거라면 직접 맨몸으로 부딪혀줬으면 좋겠다. 기왕 하는거, 미노타우로스의 코스프레라도 해서. 가슴은... 아르카는 조금 노력해야겠지만.
“...조금은 아닌가?”
“저기이? 지금 뭐라고 했어어?”
“아니, 아무 말도 안했어.”
“그으래? 뭐어, 그건 됐고오. 저렇게나 애원하는데에, 조금쯤은 어열려주는 건 어때애?”
“어울리다니, 뭘?”
“으응? 몰라서 묻는 거야아? 걔네드을, 마침 발정기인 것 같기도 하고오? 어제처럼 네 마음대로 하는 게 어때애?”
아르카의 말에 옆을 보자, 내가 영 관심을 주지 않은 탓인지 무척이나 시무룩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미노타우로스들이 보였다.
소의 눈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소라는 게 생각보다 눈이 예뻤다.
크고 똘망똘망한 것이 잘 보면 귀여운 것이다. 미노타우로스도 일단 소랑 비슷한 거라 그런지 옆에 있는 두 미노타우로스들도 똘망똘망한 눈을 한 게 제법 귀여웠다. 그런 눈으로 울먹울먹해서 이쪽을 보고 있자니 더더욱.
이걸 어쩔까.
일단 아르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야 대충 감은 오지만. 내가 관심을 보이는 듯 싶으니까 다시 유혹하듯이 열심히 어프로치를 해오는 미노타우로스들을 보면서 고민했다.
일단, 외모.
미형이다 뭐다 하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소의 귀처럼 넓적한 귀와 머리에 난 두 개의 뿔만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이게 몬스터인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로만 보였다.
거기에 미노타우로스 자체가 대형몬스터의 기준점이기도 한 지라 키가 좀 크기는 했지만 비율이라던가, 큰 가슴이라던가, 그런 점 때문인지 그냥 좀 전체적으로 글래머한 미인으로만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루시아나, 크리샤... 아니 둘과 비교하기도 그렇고 마야나 니아 같은 아이들에게도 미치지 못하긴 했지만 확실히 미인이긴 미인인 것이다.
애완용이라던가, 그런 쪽으로라던가 엘프만큼 인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납득이 간다고 해야 될까.
물론 참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나야 바록이나 바쿠처럼 키가 거의 3미터에 가까운 거인들을 가신으로 두고 있어서 키가 큰 종족 자체에 익숙하지만 당장 무릎을 꿇은 상태로 내게 봉사해오고 있는 미노타우로스도 앉아 있는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더 컸다.
키가 대충 2미터를 넘긴 수준이란 거였다. 뿔까지 합치면 더할 테고. 거기에 외모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일단 미노타우로스는 몬스터였다. 인간들에게 몬스터 취급을 받는 웨어울프라던가, 임프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본능이 이성을 앞서는 몬스터, 짐승이란 거였다.
극단적으로... 내가 처음으로 직접 죽였던 이세계의 생물, 그 개구리를 닮은 몬스터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괴물 말이다.
그런 것과 붙어먹을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싶은 거였다. 역시 가슴인가? 가슴 때문에 그런 건가? 조금 큰 거라던가, 몬스터라던가 하는 건 가슴만 크면 상관없다는 건가?
뭐,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당장 외모가 인간인 것도 아닌데 동물과 붙어먹던 미친놈들이 내가 살던 원래 세계에도 없던 건 아니였다.
그거랑 비교하자면... 인간 기준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운 이 녀석들과 붙어먹는다는 놈들은 양반이었다.
아무튼... 그만큼 외모는 합격점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르카의 말대로 그래? 그럼 뭐, 같은 건 아니였다. 지금도 예쁘긴 하네, 할 뿐이고 여태 먹었던 미노타우로스의 고기라던가, 스테이크라던가가 이 녀석들의 동족의 고기인가, 하는 생각하면 조금 떨떠름한 느낌이기도 하고.
얼마 전의 나였더라면 멘탈이 탈탈 털렸겠는걸, 하는 감상정도에 불과하긴 했지만 말이다.
내가 이런 애들을 여태 먹었었다니 하고.
뭐, 겉으로 보기엔 예쁘더라도 결국 몬스터였다. 거기에 이제와서 돌이킬 수도 없고. 여태껏 먹었던 걸, 소화는 진작 끝났을 것들을 도로 토해내고서 미안하다고 질질 짤 수도 없었다.
끝난 것은 끝난 거다.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거고.
이제와서 알게 됐다고 해서, 나 자신을 부정할 생각은 더이상은 없었다.
자, 그럼. 종합적으로 평가해보자고.
생긴 것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기엔 걸어온 길이 너무 사도이니 이제와서 점잖을 뺄 수도 없었다. 어차피 내가 미노타우로스와 붙어먹는다고 해도 바다에 물감 몇방울 섞는다고 티가 날리가 없는 거다. 조금 한계범위가 좀 더 늘어날 뿐이지.
난 몬스터도 가능하다! 하고.
그래서, 가능한가?
“가능.”
하지만 대놓고 그러라고 하니까 홀랑 넘어가주긴 그랬다.
그러니까...
“무웅...♥”
“무우웅♥”
아까부터 눈앞에서 알짱거리던 미노타우로스의 가슴을 물었다. 그리고 할짝할짝 내 손가락이 성감대인 것도 아닌데 열심히 쪽쪽이던 미노타우로스의 가슴도, 움켜쥐었다.
내가 드디어 넘어갔다고 생각한 건지, 달콤한 교성을 흘리며, 내게 달라붙어오는 미노타우로스를 보다가.
슬쩍, 아르카를 보니 경악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게 보였다.
말은 꺼냈지만, 설마 대놓고 눈앞에서 그런 짓을 벌일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아니, 정말로? 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아르카를 보면서 기능을 활성화시켰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카마수트라’를 활성화합니다.]
대놓고 이쪽을 곤란하게 만들 작정으로 이런 짓을 한 게 괘씸하니까.
역으로 전력으로 홀랑 넘어가주기로 하고서.
[기능 ‘카마수트라’의 효과가 적용되는 대상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조건이 충족...]
귀에 울려대는 알림들을 대충 무시하고서, 나는 동시에 발동된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를 발동시켰다. 대상에게 강제로 상태이상을 부여하는 효과를 말이다.
단지, 여태껏 하도 쓰다보니까 기능도 성장을 한 건지는 몰라도... 이전과는 달리 한 번에 여러 개의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게 됐다.
어디까지나, 나보다 약한 대상을 한정해서지만. 다행히 미노타우로스들은 나보다는 약한 모양이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가 발동합니다. 성공률 계산... 불요, 반드시 성공합니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대상 ‘미노타우로스’에게 ‘유방민감’ ‘유두민감’을 부여합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 ‘난교’에 의해서 적용되는 효과가 공유됩니다!]
“무우우웅♥♥♥?!”
“무우우우우...♥♥♥?!”
가슴을 움켜 쥐인 미노타우로스도, 내게 젖을 물린 미노타우로스도.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갑작스런 몸의 변화에 교성을 내지르며 당황하는 게 보였다.
드래곤마저 하나만 적용 되도 헐떡이는 강제부여 효과였다. 그걸 자그마치 두 개나 부여받은 이상, 겨우 미노타우로스가, 겨우 중급 정도의 몬스터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몸의 이변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것인지, 다급하게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꾸욱, 하고.
가슴을 문 미노타우로스는, 다른 쪽 가슴마저 손에 움켜쥐고. 반대로 가슴만 움켜쥐고 있던 미노타우로스의 경우에는 손에 힘을 가득 주어, 움켜쥐었다.
그러자 가슴으로부터 전해지는 쾌락에 허리가 풀렸는지 그대로 엎어지려는 둘의 허리를, 그림자의 손을 소환해서 감싸 쥐었다.
그리고.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대상 ‘미노타우로스’에게 ‘착유절정’을 부여합니다.]
두 개까지만 적용할 수 있다고 한 적도 없었기에, 그런 둘에게 마저 카마수트라의 효과를 발동시켰다.
“무후우우웅♥♥♥♥?!!”
내게 매달리듯이, 몸을 기댄 채로 절정하는 미노타우로스를 보면서. 나는 그런 미노타우로스의 가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젖을 받아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