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화 〉203화
꾸욱, 하고 아르카의 허벅지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감싸왔다.
부드럽고, 탄탄한 허벅지가 감싸오는 감촉에 움찔하고 몸을 떠는 나를 보면서.
“...뜨거워라아, 이러다가 화상을 입는 게 아닐까 몰라아?”
키득거리면서, 아르카가 허벅지 밖으로 빠져나온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을 손으로 감싸쥐며 그렇게 말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장난치듯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만져왔다. 곤두선 핏줄을 더듬어왔다. 그러다가, 가장 민감한 곳을 콕하고 찔러서 문질러오는 아르카가 보였다.
빙글, 빙글하고. 새어나온 쿠퍼액을 윤활제 삼아서 끝을 문질러오는 아르카의 애무에,
“읏...”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여기도 이렇게나 움찔움찔하고오... 기분 좋은가봐아?”
입가에 고혹적인 미소를 띈 채로,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꽉하고 움켜쥐었다.
이윽고, 찔꺽하고.
본격적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흔들기 시작한 아르카가 나를 내려다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응? 어때애? 이렇게 하면... 더 기분 좋지이?”
당연히 기분 좋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왠지 지고 들어가는 기분이라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그런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아르카가 손가락을 튕기는 것이 보였다.
“흐읏...♥”
귓가에 에네스타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훽, 하고 고개를 돌리자 꽈악하고, 에네스타의 가슴에 감겨져있는 나무줄기가 주무르듯이 조여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 나의 주... 저는 괜찮... 읏...♥”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에네스타가 괜찮다며 그렇게 말해왔다.
내가 봐도 괜찮아보였다.
오히려 기분 좋아보였다.
하지만 아르카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언제, 에네스타의 몸을 조이고 있는 나무줄기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아르카의 마음에 걸려있었다.
보란 듯이 내 앞에서, 아르카가 저런 것을 보여주는 이유도 뻔했다.
“아, 미안해애? 조금 실수한 모양이라서어... 그런데에, 그래서어? 기분이 어때애?”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이 맞았는지 실수했다고 말하면서. 재차, 내게 물어오는 아르카를 보고서.
“...좀 더 제대로 해주면 안될까?”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흐으응?”
꽈악,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쥔 아르카의 손에 힘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으음.”
애써 태연한 척, 신음을 참자 그런 나를 보는 아르카의 눈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피식하고 웃고서는, 비비적거리면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허벅지로 문질러왔다.
대체 언제 이런걸 배워온 건지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본능적으로 이러는 게 좋다고 생각한 걸까.
확실한건 효과가 대단했다.
허벅지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조여 오면서, 그 끝을 손으로 애무해오는 아르카의 공격에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버텼다고 하기보단, 거의 안면근육에 온갖 힘을 다 써서 간신히 견뎌냈다는 느낌에 가까웠지만.
이를 악물고서, 새어나오는 신음을 참고 있자니 그런 나를 보던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참지 않아도 되는 데에?”
“...딱히 참은 건 아닌데?”
“흐응, 그으래애?”
그런 내 말에, 생긋하고 웃었던 아르카가 콱하고, 꼬집듯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손에 쥐었다.
“제대로라아... 그럼, 지금은 별로란 거야아?”
방금까지 지었던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웃음기가 사라진 채로, 그렇게 묻는 아르카가 보였다.
딱 봐도 기분이 팍 상했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내게 가망이 없었다.
적어도 양 손이라도 멀쩡히 쓸 수 있다면 몰라도.
지금으로써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글쎄, 별로라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도박을 하기로 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나는 제쳐두고서 에네스타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었지만. 지금도 위험한 거로 따지면 마찬가지였다.
평소의 아르카라면 몰라도. 지금이라면 언제 변덕을 부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바짝, 마르기 시작한 입술을 핥았다. 까딱했다가는 그대로 굴러떨어질 수 있는 낭떨어지가 눈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움직이는 천재지변이었다.
입을 잘못 놀리면, 그대로 그 천재지변이 나랑... 내 주변인을 향해 덮칠지도 몰랐다. 그 점을, 이번에는 잊지 않고서. 제대로 상기하면서 입을 열었다.
“좀 부족한 느낌이라서 말이지. 너도 그렇지 않아, 아르카?”
“조금, 부족하다라아...”
아르카의 반응을 살피고 있자니, 아르카가 손톱 끝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콕 찔러왔다.
여태껏 해왔던 애무 같은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나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
“윽...”
빙글,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손톱으로 찌르며 돌리자, 저릿저릿하고. 통증이 일었다.
늘어난 체력 덕분에 통증이 둔해진 것인지, 아니면 피부가 두꺼워진 것인지 몰라도. 아프다고 할 정도는 아니였지만 전혀 기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는 나를 보고서.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혹시라도오,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이? 어디까지나 이건 ‘벌’이라는 거얼.”
나지막하게, 그렇게 중얼거리며. 꾸욱, 하고. 손톱으로 찔러오는 것 역시 더욱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찌릿찌릿, 하고.
찔러오는 손톱이 점점 따가워졌다.
“아니, 별로... 착각은... 읏...”
이제는 아플 정도로, 파고들어오는 손톱에 숨을 헐떡이는 나를 보고서.
아르카가 입술을 핥는 것이 보였다.
고혹적이면서도 무척이나 살벌한 그 모습에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나를 보고서, 아르카가 말을 이었다.
“네가 기분 좋아지는 거라며언, 전혀 벌이 될 수 없잖아 안 그래애? 뭐어, 지금까지는 적당히 놀아줬던 거지마안? 어디까지나 내가, 네 꼴사나운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서 그런 거니까아?”
착각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 아르카를 보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생각했다.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리고 입을 열었다.
“꼭, 그런 것도 아닌데.”
일단 내뱉고 봤지만 이내 내 무덤을 판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니다... 아르카, 네 말이 맞...”
도로 없었던 걸로 치기 위해서, 그렇게 말을 돌리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아르카가 나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흐으응? 그런 것도 아니라니이?”
흥미롭다는 듯이 그렇게 물어왔다.
“...정말로. 별 거 아니니까 못들은 걸로 해주면 안될까?”
“일단 들어보고 생각해볼게에?”
“......”
그런 아르카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고서, 입을 열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괴로울 때도 있으니까 말이야.”
굳이 예를 들자면... 루시아가 사정을 막아놓고서 펠라치오를 해줬을 때 같은 일을 말한 거였다.
분명 기분 좋았지만, 그렇게 몇 시간이고 계속되자. 죽도록 괴롭게 기분이 좋았었다.
분명 기분은 좋은데, 그거 때문에 죽고 싶은 기분이였다고 해야 하나...
좋기도, 끔찍하기도 했던 추억을 떠올리고 있자니 그런 내 눈에 입가를 비트는 아르카가 비쳐보였다.
“...헤에, 그렇게 하는 수도 있었네에. 응, 덕분에 좋은 게 생각났는 거얼.”
잡은 사냥감을, 어떤 방식으로 죽이면 좋을지 고민하는 듯한 포식자와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르카를 보고서.
차라리 그냥 기분 좋다고 하는 게 나았으려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확실히이, 이걸로는 부족하지이. 어디까지나 이건 ‘벌’이니까아.”
아르카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그러엄, 네 소원대로 더 기분 좋게 해줄게에♥”
“아니, 꼭 그럴 필요는... 그냥 그렇다고 말한 거지...”
저릿저릿하고,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에 그렇게 말해봤지만,
그런 내 귀에 아르카가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게다가아 너도 조금은 나랑 같은 기분을 느껴봐야아 공평하니까아.”
‘공평...?’
갑자기 뭔 놈의 공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몸을 일으켜 세우는 아르카가 보였다.
그런 내 눈에, 젖어들고 있는 아르카의 속옷이 비쳐보였다.
하긴 밑에 깔려있었는데 그 위에서 서면 당연하게도 보일 수밖에 없는 광경이긴 한데.
나를 괴롭히면서 흥분하고 있는 아르카를 보자니 기분이 떨떠름했다.
이와중에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네, 그런 생각을 해버린 내가 싫기도 하고.
아니, 정말로 나쁘진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자, 잠깐만...”
드래곤 슬레이어 위로, 새하얀 다리를 뻗는 아르카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꾸우욱♥”
꾸욱, 하고.
아르카의 발가락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위에 올라오더니, 이내 그대로 꾸욱하고 눌러왔다..
아니, 꾸욱, 하고 눌러왔다기보다는, 밟았다는 느낌에 가깝지만... 그게 그거였다.
어쨌거나, 아르카의 발이 드래곤 슬레이어에 올라온 건 마찬가지니까.
“으응? 너무 커서... 제대로 안되는 거얼.”
엄지와 검지발가락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두르고서. 꾸욱꾸욱, 체중을 실어오는 아르카의 말에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때애, 이건 기분 좋지이?♥”
그리고 내 기분을 알고 있다는 듯이, 아르카가 그렇게 말해왔다.
그런 아르카의 물음에 입을 다물었지만 아까랑은 달리, 표정까지 관리할 여유가 없었다.
꼬물거리면서, 아르카의 발가락이 문질러왔다.
손을 사용하는 것보다도 훨씬 능숙하게. 비비고, 문질러오는 발가락이 기분 좋은 곳을 자극해왔다.
덕분에 참으려고 한 것도 무색하게, 드래곤 슬레이어가 껄떡거리며 반응해왔다.
“너무 흥분한 거 아니야아? 이렇게나... 커져서어... 아까보다 훨씬 뜨겁고오?”
하아, 하고 달뜬 숨을 내뱉은 아르카가 나를 내려다보면서, 입가를 비틀었다.
“하지만 밟히면서 이렇게나 커지다니... 혹시 변태야아?”
꾸욱, 꾸욱. 발가락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눌러오면서 말하는 아르카의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입을 벌리면, 여태 겨우 참았던 신음을 토할 것 같았다.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
아니, 대체 이게 뭔...
아르카의 예상외의 기술에 당황해하고 있자니, 그런 나를 보며 아르카가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흐으응, 애들을 상대로 할 때랑 조금 다르지마안... 결국 방식은 똑같은 모양이네에. 자아, 이건 어때애?”
발바닥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눌러오면서, 위 아래로 훑어오기 시작한 아르카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애들, 이라니이?”
이런 제기랄.
겨우 입을 벌려서 말을 내뱉은 건 좋았지만, 신음을 참느라 아르카마냥 말끝이 늘어지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며 눈웃음을 짓는 아르카가 보였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쪽팔림을 감수한 덕분에 아르카가 어째서 이렇게나 발을 잘 쓰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네가 멋대로 기절시켰던 애들 말이야아... 내 시중을 들고 있는 녀석드을.”
“...미노타우로스?”
“응응, 그 녀석들도... 내가 밞아주면 좋아했거드은. 무우, 무하고... 뭐어, 네가 만졌을 때보다는 못했던 것 같지마안?”
알고 보니 아르카가 M이 아니라 S였다는 발언을 들은 나는 충격 받은 얼굴로 그런 그녀를 올려다봤다.
아니, 그 반대였던 거였다.
원래는 S인데, 알고 보니 M이기도 했던 거였다.
아르카가 그런 성벽이 있다는 건, 그녀도 내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몰랐던 모양이니까.
그녀 스스로도 당혹스러워하기도 했었고.
가만 생각해보니, 아르카와 첫 대면 때도 루시아가 확인 차 말했던 거긴 하지만 다짜고짜 나무창을 날렸었지?
뒤이어서 내가 차원을 넘는 자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냐고 물었을 때, 멀쩡하니 된 거 아니냐고 말하면서 웃던 아르카가 떠올랐다.
“......”
이미 지난 일이라서 그거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었지만.
사디즘과 마조히즘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누군가가 지껄였던 말이 떠올랐다.
때리는 걸 좋아하는 것과 맞는 걸 좋아하는 것. 그것이 거의 동일하다는 말이 개소리라고만 여겼었는데...
“자아, 꾸우욱♥”
드래곤 슬레이어를 눌러오면서. 입가에 가학적인 미소를 띄우고 있는 아르카를 보고 있자니 틀린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아하... 이쪽이 더 좋은가보구나아♥”
그런 와중에,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는지 발바닥으로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을 문질러오는 아르카가 보였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안 된다.
그런 생각에 입을 벌렸다.
“아르카.... 손이라도 좀 풀어주면 안될까?”
적어도, 손이라도 자유롭다면. 그런 생각으로 말해봤지만.
가까스로 내뱉은 내 말에 아르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글쎄에, 어쩔까아?”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발끝으로 콕콕, 드래곤 슬레이어를 누르며 말했다.
“으응. 역시 안되겠는 거얼. 풀어줬다가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얼굴이고오?”
“...그런 얼굴이야?”
“무시무시한 얼굴인거얼? 두고봐라, 하고...”
그러니까, 하고. 아르카가 입술을 핥으며 나를 내려다봤다.
“좀 더 '교육'하고 나서 생각해볼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