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205화
느릿하게, 아르카의 발끝에 입을 맞췄다.
“으응...”
흠칫, 하고 발끝에 입술이 닿자 간지럽다는 듯이 발가락을 움직이던 아르카가 이내 나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지금 이 모습, 루시아나 크리샤가 봤다며언...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궁금하지 않아아?”
울컥, 하고. 그런 그녀의 말에 감정이 치솟아 올랐지만... 이내 활성화중이던 사자심에 가라앉았다.
아직이었다.
“...내 농담이 재미없었나 봐아?”
꾸욱, 하고. 장난치듯이 발짓으로 내 턱을 집어올린 아르카가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직... 아직이었다.
잠자코, 그런 아르카의 바라보자 아르카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뭐해? 할 말이 없다며언... 계속 핥아야지이?”
좋다.
얼마든지 좋았다.
아르카, 네가 바라는 대로.
얼마든지 핥아줄 수 있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서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아르카의 발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띠링, 하고 그런 내 귓가에 알림이 들려왔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카마수트라'가 대상에게 적용됩니다. 대상 ‘아르카네아 브란시아’와 접촉한 면적이 적어 효과가 감소합니다.]
['아르카네아 브란시아'의 민감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아르카네아 브란시아’의 민감도 110%]
['아르카네아 브란시아'의 흥분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아르카네아 브란시아’의 흥분도 110%]
예상은 했지만 평소보다 훨씬 못한 폭으로 상승한 민감도와 흥분도의 상황이 귀에 들려왔다. 평범하게 키스를 하는 것으로도 적어도 60%이상은 상승했던 카마수트라였지만, 역시 발을 핥는 정도로는 어림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카마수트라의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지금보다는 아르카가 나를 밟고 있는 중일 때... 혹은 그보다 더 전에, 내 몸 위에 올라타고 있을 때 발동했었더라면 효과가 더 좋았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여태껏 카마수트라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찌됐건 나는 용서를 구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으니까. 카마수트라를 사용해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솔직히 아르카를 의사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반쯤은 차라리 화가 풀릴 때까지 맞고만 있을 생각이었다. 크리샤때도,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됐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굳이 사용하지 않았다.
그걸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아르카가 나에게만 모욕을 주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에네스타까지 건드리려 한 이상, 그녀까지 모욕하려한 이상 나 역시 거리낌 없이 아르카에 대한 미안한 감정 정도는 접어줄 수 있었다.
원인이 결국 나라는 걸 알고 있어도.
결국 내 잘못으로 일이 이렇게 된 걸 알고 있어도.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얌전히 발가락을 핥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르카가 말을 걸어왔다.
“응...♥ 생각보다 잘 핥는 거얼...? 이쪽에 재능이 있는 거 아니야아?”
그런 아르카를 올려다보자 희열에 찬 얼굴의 아르카를 보였다. 마침내 나를 굴복시켰다는 생각에서인지, 아르카가 황홀하다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싶었다.
“그래, 그렇게... 어디 더 핥아봐아♥”
키득거리면서, 아르카가 내 입에 발가락을 밀어 넣으며 그렇게 말하는 아르카가 내 밑에 깔린 채로 울부짖는 것을 듣고 싶었다.
지금 당장 그런 그녀를 자빠뜨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참았다.
그걸로는 부족했다.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러니까, 기다렸다.
거미줄을 두르고. 사냥감을 기다리는 거미처럼.
더.
더욱.
그녀의 욕망이 그녀의 몸이 더욱 나를 원할 때까지.
입술을 벌렸다. 그리고 억지로 밀어 넣듯이 내 입에 넣은 아르카의 발가락을 보란 듯이 빨기 시작했다.
“...흣♥”
흠칫하고, 발가락을 빨기 시작하자 몸을 떠는 아르카가 보였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그녀의 발가락을 계속해서 빨았다.
“후후... 기다렸다는 듯이 빨아대고오. 그렇게 좋은 거야아?”
아르카의 말을 못들은 체하며 계속해서 발가락을 빨고 있자, 꾸드득하고. 목에 감겨져있던 나무줄기가 조여 왔다.
“.....”
천천히, 아르카의 발가락에서 입을 떼어내자 침으로 질척하게 젖은 아르카의 새하얀 발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아르카의 발이, 내 얼굴을 밟았다.
“...읏.”
아프지 않았다. 날 아프게 하려고 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것과는 달리, 오로지... 내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방금까지 내가 빨고 있던 아르카의 발이, 내 얼굴을 더럽혔다.
스스로의 타액으로, 얼굴을 적신 내가 아르카를 올려다봤다.
“네 얼굴이 너무 더러워진 것 같아서어, 내가 깨끗하게 해줬는데에, 기분은 어때애?”
꾸드득...!
재차 조여진 나무줄기가 고개를 세우게 했다. 강제로 고개를 들어올려진 나를 아르카가 바라보며 말했다.
“응? 대답... 안 해줄거야아?”
“...썩 좋은 기분은 아닌걸.”
“흐으응...?”
그렇게 말한 내가, 얼굴에 들이밀어진 아르카의 발을 보며 입을 열었다.
“기껏 깨끗하게 했는데. 다시 더러워졌잖아.”
그런 내 말에 멈칫했던 아르카가 입가를 뒤틀고서,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아름답고, 섬뜩하게.
“잘 알고 있네에♥ 응, 멈추지 말고오. 계속해서 핥으라구우? 널 깨끗하게 해주느라아... 더러워진 거니까아?”
“...그래, 계속 핥으면 되는 거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카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다가. 혀를 내밀었다.
“흐응...♥”
혀끝이, 발바닥에 닿자 신음소리를 억누른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성감대는커녕, 느낄 만한 구석조차 없는... 그저 발을 핥을 뿐인 행위에 느끼기 시작하는 아르카가 보였다.
자신의 말에 얌전히 따르는 나를 보고서 느끼는 고양감으로 흥분한 걸지도 몰랐다. 확실한건, 아르카가 명백하게 카마수트라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는 거였다.
카마수트라가 발동된 이상, 아무리 느리고 효과가 적다고는 해도 확실하게 민감도와 흥분도는 오른다.
꽤 시간이 흐른 탓에 점점 겉으로도 티가 나기 시작하는 아르카를 보고서, 나는 다시 그런 그녀의 발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응...♥ 그래애... 그렇게에...♥”
점점 달콤해져가는 아르카의 목소리가 들려와도 멈추지 않고서, 계속해서 핥았다.
그런 내 눈에 아르카의 허벅지를 타고 애액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는 아무리 여유 있는 척하고 있어도, 점점 젖어들고 있는 아르카의 속옷이나, 속옷을 적시는 걸로는 모자라서 흘러내리기 시작한 애액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또 이런 식으로 깔려서 발가락을 핥는 건 사양하고 싶었지만.
‘...가끔이라면 뭐어.’
물론 어디까지나 가끔씩이라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취미 들려서 좋을 건 없어보였으니까.
그리고...
아직 아르카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못했고.
“흐읏...♥ 그거... 좀 더어...♥”
어느새 느슨해진 나무줄기 덕분에 반쯤 무릎을 굽히고 앉은 자세로 아르카의 발가락을 핥던 내가 주르륵, 하고 흘러내린 애액과 함께 아르카의 발등에 키스했다.
“...이거.”
그제서야 눈치챈 것처럼, 나는 입가를 핥으며 아르카를 올려다봤다.
“으응...?”
그러자 멈춰선 나를 본 아르카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내가 대놓고서, 젖을 대로 젖은 아르카의 속옷을 응시하자, 내 시선에 더욱 붉어진 얼굴로, 아르카가 말했다.
“...땀이야아. 그거어, 그냥 땀이니까아.”
“땀치고는 뭔가좀 다른데?”
그런 내 말에 눈살을 찡그린 아르카가 손가락을 튕기자, 이내 느슨해졌다싶었던 나무줄기들이 재차 조여드는 게 느껴졌다.
“땀이야. 알겠지이?”
“...그렇다면야 뭐어.”
아직이었다. 아직, 부족했다.
조금씩, 조금씩.
느리지만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는 독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너무 일렀다.
순순히, 그런 아르카의 변명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내가 말했다.
“그럼, 땀으로 더러워진 만큼 더 열심히 닦아줘야겠지.”
“이제 질렸으니까 그럴 필...”
아르카의 말이 채 끝마쳐지기 전에, 그런 아르카의 발등을 혀로 핥았다.
“흐읏♥”
파르르, 하고. 다리를 쭈욱 피면서 부르르 몸을 떨며 절정하는 아르카를 보였다.
비록 작았지만 확실히 절정이었다.
첫절정.
그것도... 그저 다리를, 발을 핥는 것만으로 절정한 아르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르카?”
그런 아르카를 올려다보자 가쁜 숨을 내쉬던 아르카가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였다.
“...방금 뭐라고 말했어?”
전혀 못 들었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아르카가 보였다. 자존심이 상했다는 얼굴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아르카의 애무에도 멀쩡했지만, 정작 자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발등을 핥아진 것만으로 가버린 탓인지 무척이나 기분이 나빠 보였다.
“...아니이, 아무것도 아니니까아. 어서 다시 핥기나 해애?”
그런 나를 내려다보면서, 아르카가 애써 태연한 척 그렇게 말해왔다.
순순히 가버린 것을 인정하지 않고서, 오히려 다시 발을 핥으라며 요구해오는 아르카를 보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인정하지 못하는 아르카를 보자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웃기엔 일렀다. 이제 조금이었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조금 정도가 더 남은 거였다.
나는 아르카를 훑어봤다. 점점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약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르카의 성벽 때문에... 카마수트라를 사용한 상태에서도 보이지 않던 아르카의 약점들, 톡까놓고 성감대들이 방금의 절정으로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발목인가.’
그런 내 눈에, 미약하지만 빛을 띠기 시작하는 아르카의 발목이 보였다.
본래 아르카의 약점과는 전혀 별개의 곳이었지만 익숙한 현상이여서 놀랍지는 않았다.
루시아나 크리샤도, 나와 관계를 맺던 중에 새롭게 생겨나는 약점이 있곤 했었다. 약점이라고는 했지만, 톡 까놓고 말해서 성감대인 그것이 늘어나는 것도 별로 이상한 현상도 아니고. 성감대란 게 원래 하다보면 느는 게 정상이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그걸 개발이라고 불렀다.
아직 관계를 맺기도 전부터 새롭게 생겨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나쁠 건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마침, 딱 좋은 위치기도 하고.
“그래, 그럼...”
나는 애써 태연한 체하는 아르카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그런 그녀의 발목에 입을 맞췄다.
“으웃♥”
띠링, 하고. 추가로 민감도와 흥분도가 올라갔다는 알림과 함께 아르카의 고개가 뒤로 젖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 막 빛을 내기 시작한 약점인 탓인지, 방금 막 가버린 후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발목에 입술을 맞추자 꼭, 하고 오므라지는 발가락은 보였지만 이번 걸로 절정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뭐, 뭐야 이거어...♥”
물론 어디까지나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뿐이었다. 아르카로써는 발목에 입을 맞춰진 것으로 적지 않은 쾌락을 느꼈는지 허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 막 개발된 곳이라 그런지 느끼는 게 적은 건가...
“......”
뭐 그래도 약점은 약점이니까.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으로 공략하면 그만이었다.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아르카의 발목을 혀로 핥았다.
“으읏♥ 자, 잠까안... 거긴 이제 됐으니까아...”
아르카의 말이 들려왔지만, 무시하고서 다시 핥았다. 우묵하게 패인 곳을 혀로 훑고, 복숭아뼈에 입술을 맞추고 빨자 그때마다 흠칫흠칫하고 몸을 떠는 아르카가 보였다.
띠링~
['아르카네아 브란시아'의 민감도가 상승합니다.]
['아르카네아 브란시아'의 흥분도가 상승합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특수효과 발동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그런 내 귓가에, 알림이 들려왔다.
“...이제 됐다.”
“뭐...?”
아르카를 올려다보자, 입술을 깨물고서, 신음을 억누르는 아르카가 보였다.
“이제 됐다고.”
그런 아르카를 보고서, 그렇게 다시 말하자 무언가 불길한 낌새를 느꼈는지, 입을 여는 아르카가 보였다.
“ㅡ조여...”
영창으로, 나무줄기에게 마력을 더욱 불어넣으려는 아르카가.
“그림자의 손.”
촤르르륵...!
내게서 뻗어나간 그림자의 손들이, 그런 아르카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읍...?!”
한순간 입을 막혔던 아르카가, 이내 나를 노려보더니 순식간에 솟구쳐 오르는 나무줄기들이 보였다.
드래곤은 영창이나, 수인이 없이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제 와서 어떻게 해보려고 해봤자 너무 늦었다.
“절정해라, 아르카.”
[대상 ‘아르카네아 브란시아’에게 상태이상 ‘강제 절정’을 부여합니다.]
“~~~~♥♥♥♥”
말 한마디에 발동한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에 절정하면서 주저앉는 아르카와 함께, 내게 날아들려던 나무줄기들이 휘엉청하고 흔들렸다.
뚜두둑!
그 사이에 나는 내 몸을 묶고 있던 나무줄기를 붙잡았다.
오랜 시간동안 발동중이었던 카마수트라 덕분에 마력이 흡수된 탓인지 흐물흐물해진 나무줄기가, 내 손에 우악스럽게 잡아 뜯겨나갔다.
꿈틀, 하고.
양 손의 자유를 얻은 나는 이내 목을 조여들려는 나무줄기를 붙잡았다.
“...흡!”
그나마 최근에 마력을 흘려 넣고서, 조여들었던 탓인지 팔을 묶고 있던 것보다는 강도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 내 근력은 어마무시했다. 지속적으로 아르카가 마력을 불어넣는 게 아니라면야...
뚜둑!
찢겨진 나무줄기들을 손에 쥐고서, 우그러뜨렸다.
꿀렁거리면서. 손에 쥐어진 나무줄기들이 마력을 흡수당해서 시들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시들어버린 나무줄기를 내팽개친 나는, 주저앉고서 숨을 헐떡이는 아르카를 덮쳤다.
순식간에 내 밑에 깔리게 된 아르카가 나를 올려다보다가, 상황을 이해했는지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그런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그림자의 손들을 치우자,
“너어... 이게 무슨 짓이야아?”
나를 올려다보면서, 그렇게 묻는 아르카를 보였다. 그런 아르카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짓이긴...”
“...흐윽♥”
찔꺽, 하고.
아르카의 속옷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서. 균열을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턴 내 ‘교육’시간이다. 아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