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8화 〉208화 (208/370)



〈 208화 〉208화
괜히 더욱 약이 올라서 나는 붙잡고 있던 고양이 꼬리를 빙글빙글, 하고 돌려봤다.

“흐힛♥ 흐앗♥ 그렇게 돌리며언,..♥”


헐떡이며 신음을 토하던 아르카가 이내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확실했다.

이걸로 스물 세 번째였다.

나는 파르르, 몸을 떨며 절정하고 있는 아르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갔지? 응? 갔지?”

“...안, 갔허어♥”

“방금 목소리가 늘어졌는데?”


“나안, 원래애... 그랬거드으은... 흣♥♥”


아니, 네가 원래 말을 늘이던 거랑 다른 느낌이었는데...

“..,그래, 이번에도 안 갔다 이거지?”


이번에도 가버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서, 그렇게 말하는 아르카를 보고서. 나는 시계를 살펴봤다.

슬슬 위험했다.

드래곤을 상대하는 방법이야 차고 넘친다고 말했지만, 생각해보니 아직 처녀인 아르카를 상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은 얼마 없었다.


애당초 내가 이런걸 만들어낸 이유도 점점 섹스에 적응해서  더 강한 자극을 원하던 그녀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일환의 물건이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쓰려고 만든 것도 아니거니와, 그렇게 한정된 사용처만큼 할 수 있는 것도 적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익힌 테크닉들은, 어찌보면 이미 서로 몸을 겹친 사이인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는 거였다.


덕분에 아직 시간이야 많이 남았다지만 더 이상 안심할 수가 없었다.


‘...어쩐다.‘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로 아르카의 뒤를 민감하게 만들고서 거기에 애널 비즈까지 만들어 꽂았는데도 견뎌내고 있는 아르카를 보면서 등 뒤로 진땀을 흘린 나는 손에 쥔 고양이 꼬리를 살짝 잡아당겼다.


“흐우으읏♥♥♥”


그것만으로 다시 한 번 절정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균열로부터 애액을 뿜어내면서 절정하는 아르카가 보였다. 그런 아르카에게 다시 갔냐고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마찬가지로 아니라고 부정하는 말이었다.

...솔직히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후, 후후...♥ 이제에... 시간도 얼마 안 남았지이...?”

그런  마음을 눈치 챘는지 그렇게 말하며,  뺨을 매만지던 아르카가 말했다.


“뭐든지, 하나라아... 무슨 소원을 빌어줄까아?♥ 응?”

“...흔들려라, 그림자의 손..”

“흐앙♥♥”


우웅, 우웅하고. 움켜쥔 고양이 꼬리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로터와 같은 사양인만큼, 형태만 다를 뿐이지 진동기능이 있는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아르카에게서 가버렸다는 인정을 받을  없다는 건,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추가로 영창을 외우기 시작했다.

“...커져라, 그림자의 손.”

“으으읏...♥♥♥ 안쪽에서 커져서어... 흐읏♥”


울룩불룩, 영창을 끝내자 아르카의 엉덩이에 파고들어있던 고양이 꼬리의 크기가 점점 부풀어오르듯이 커져갔다. 압박감을 느꼈는지 나를 약 올리던 아르카가  팔로 꽉, 하고 나를 부둥켜안았다.


그런 아르카를 보면서 내가 말했다.

“아직 1시간이나 남았거든, 아르카? 시간이 다된 뒤에나 그런 말 해줄래?”


그러고서 움켜쥐고 있던 고양이 꼬리를 단숨에 뽑아냈다.

“흐아앙~~~~♥♥♥♥♥♥”


흐드러지게 교성을 내뱉으며, 꾸욱하고 나를 끌어안은 아르카의 힘이 강해졌다. 나는 고양이 꼬리가 빠져나가고서,  다물어지지 않고서 움찔움찔하고 떨리고 있는 그녀의 국부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응? 아직 네가 이긴  아니니까.”


“흐그읏...♥♥”


드래곤은 배변활동을 하지 않는 만큼 더럽지도 않았다. 거리낌 없이 손가락을 밀어 넣은 내가 살살 안쪽을 긁어오자 카마수트라와 애널비즈 덕에 충분히 풀리고, 민감해진 아르카의 엉덩이가 꾹꾹하고 손가락을 조여 왔다.


그대로 손가락을 끊어낼 것처럼 강하게 조여 오는 아르카를 보며 생각했다.


...그냥 이쪽으로 해버릴까?

문득 고개를 쳐들은 충동과 함께, 나는 그런 아르카의 엉덩이 골을 툭툭 치며 껄떡대고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봤다.


지금 같은 크기론 무리겠지만 어차피 크기야 얼마든지 줄일  있었다. 조금 크기를 줄인다면... 대충 미약도  발라둔다면. 충분히 풀어둔 만큼 넣을  있을  분명했다.

거기에 뒤쪽이라면... 약속을 어기지는 않는 셈이었다. 조금 궤변이기는 했지만, 안는 것을 일반적인 섹스로 한정한다면 이쪽은 자유인 셈인 거다.

그리고... 아무리 그림자의 손으로 만들어낸 로터와 애널비즈에도, 또 그 와중에 해왔던 애무에도 버텨낸 아르카였지만 직접 삽입하는 거라면 무너질게 분명했다.

카마수트라의 힘이 제대로 발휘하는 건, 어디까지나 살과 살이 맞닿고... 연결되어 있을 때였다. 직접 섹스 하는 쪽이, 직접 살을 섞는 쪽이 몇 배나 효율도, 효과도 좋은 게 당연했다.

뒤라고 해서, 이미 해볼 건 다 해본 내가 이제와서 꺼릴 이유도 없고... 솔직히 꽤 흥미도 있었다.

문득 든 생각을 진지하게 고려하며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딱히 꺼릴 건 없었지만, 이런 식으로 아르카한테서 이겨봤자 자존심이 상할  같았다.

자존심이 뭐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영 찜찜할 것 같아서 나는 이 방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기로 하고서, 아르카를 쳐다봤다.


“응, 흣♥ 하읏♥”


찔꺽, 찔꺽하고. 엉덩이를 자극하는 손가락에 달콤한 교성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래도 끝까지 인정을 하지 않는다 이거지...?

치사하다.


즐길 건 즐길 대로 즐기면서 내기까지 이기려드는 아르카가 너무 치사...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서, 어떤 의문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아르카는 어째서 에네스타를 내버려둔 거지, 하고.


그런 의문이 들자,  더욱 많은 의문점들이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이상한 것들 투성이였다.

처음에는 에네스타에게 질투했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작 에네스타는 묶어둔 채로 방치하기만 했다는 것부터, 나중에는 그런 에네스타를 멀쩡히 보내주기까지 한 것까지…

내가 알고 있는, 드래곤의 질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인 것이다.

아르카의 질투가, 에네스타를 향해있던 거라면 그녀를 멀쩡하게 냅뒀던 것부터가 이상한 거였다. 조금 험하게 다루기는 했지만 적어도 목숨까지 노리지는 않았었으니까.

크리샤가 질투로 이성을 잃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아리스를 진심으로 죽이려 들었던 크리샤 때를 떠올리면 이상한  투성이었다.


거기에...


나는 아르카의 팔과 다리에 얽혀있는 그림자의 손들을 바라봤다.


기습적으로 아르카를 제압하고자 사용했던 그림자의 손이 여전히 그녀의 몸을 묶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럴 경황이 없었다고 치더라도 이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고서, 나를 약올리기까지 하는 아르카가 여태까지 그림자의 손을 내버려둔 것이 이상했다.

아니, 처음부터 이상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기습이라고 쳐도 이런 거에 몸을 묶였다고 마법을 발동하지 못한 것부터.

아르카가 방심했을 때를 노려서 어떻게 된거라고 여기기엔 의문이 남는 점이 많았다.


혹시, 하고. 머릿속에 무언가 가설이 떠올랐다.

만약 아르카가 지금 질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녀가 분노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게 아니라... 그냥 화가 난 척을 하는 거라면?


‘...게다가아 너도 조금은 나랑 같은 기분을 느껴봐야아 공평하니까아.’

나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던 아르카가 떠올렸다.


그 외에도.

‘역시, 치사해애...’

의아스러웠던 아르카의 말들이,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흣... 하앙♥ 이대로라며언♥ 내 승리네에♥ 후후,,,♥ 하으읏...♥"


생각을 하느라 잠깐 움직이는 것을 멈춘 사이에 키득거리면서, 나를 도발하듯이 그렇게 말하는 아르카를 보고서 쿡, 하고 깊게 손가락을 찔러 넣자  한 번 절정하는 아르카가 보였다.

......그거였나.

아리송하던 아르카의 행동들이, 의문점이, 하나의 답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생각한 게 진짜인지 확인할 방법은...

찔꺼억, 하고.


나는 그런 아르카의 엉덩이를 애무하던 손가락을 빼내고서, 가만히 아르카를 내려다봤다.


“하아...♥ 하앗...♥ 뭐야아? 이번에는  뭘  셈이야아? 그래봤자아... 난 절대로  가겠지마안♥"

완전히 멈춰버린 나를 보고서,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말하는 아르카를 보고서 입을 열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내 모습에 움찔하는 아르카를 보며 내가 말했다.

“이제 됐어.”

싸늘하게, 아르카를 바라보면서.

“이대로라면 끝도 없겠으니까. 그냥 관둘랜다.”


그렇게 말했다.


“어...? 뭐어? 지금, 뭐라고오...?”

덜컥, 고장 난 것처럼 멈췄던 아르카가 더듬거리며 그렇게 묻기 시작했다. 그런 아르카를 바라보며 내가 입을 열었다.

“질렸다고. 그러니까 그만할래.”

그렇게 말하고서 여태까지 아르카의 팔과 다리를 묶고있던 그림자의 손들이, 그녀의 균열 안에서 여전히 진동하고 있던 로터까지도 전부 역소환했다.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였으니까.

그리고 정말로 틀린 거라면... 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만 더하면, 이겼을 지도 모른다구우? 아주 조금이며언...”


그런 나를 보며,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내기에서 이기면... 나한테 뭐든지 부탁해도, 난 들어줄 수밖에 없는데에? 그런데에...”

“그래도 싫다고.”


움찔, 하고.

그 말에 멈춰 섰던 아르카가 나를 노려봤다.


굳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아르카의 시선이 무서웠다. 그런 아르카의 입술이 벌어지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으래... 그럼, 내 승리란 거네에.”


연녹빛의 눈동자가 나를 오롯하게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이 스르륵하고 뻗쳐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주시자의 눈이 없는 지금은, 마력의 흐름같은건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아르카의 주변에 어마어마한 마력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꿀꺽.

침을 삼키고서 아르카를 가만히 바라봤다.

와락, 찌푸려지는 아르카의 표정을 보고서. 내가 헛다리를 짚었구나 싶어서 눈을 질끈 감는 순간이었다.

툭, 하고.


내 가슴팍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이 느껴졌다.


“...이걸로는 부족해애.”


툭, 하고 다시 그런 아르카의 주먹이 내 가슴팍을 쳤다.

안 아프다.


하나도 안 아픈데.


“이걸로는 부족한데에... 또오... 그만둔다고오?”


와락, 일그러진 아르카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보였다.

“아르카?”

당황한 내가 손을 뻗자, 파지직하고 그녀의 주위에 있던 마력에 손이 튕겨 나왔다.

마법도 아니고, 단순한 마력일 뿐인데도. 그것만으로도 위력을 갖고... 또 그것이 아르카의 마음을 읽어 나를 거부한 것이었다.


그런 반면에.

“또오, 또오...”

툭, 툭... 내 가슴팍을 아르카가 내리치는 손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뚝뚝하고 그런 그녀의 눈물이 내 허벅지 위로 떨궈졌다.

오히려 이쪽이, 더욱 아파왔다.


가슴을 내리치는 아르카의 손보다도, 허벅지 위로 떨어지는 그녀의 눈물쪽이 훨씬. 날카로운 송곳으로 쑤시듯이 아파왔다.


“나는, 나는... 이제에... 네가 아니면 안 되는 데에...”


그런 내게 아르카가 더듬더듬, 울먹임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데에, 너언... 내가 없어도 상관 없다니이... 그런  치사해... 치사하다구우...”

흐끅, 하고. 아르카가 울음을 참으려는 듯 숨을 들이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녀의 눈에선 여전히 주륵주륵하고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부족하다구. 이런 걸로는... 몇 번이고,  번이고 가도... 부족한데에...”

“......”

“나한테는 끝까지 안해주면서어... 이렇게 제멋대로 그만두고...  그 엘프한테 갈 거지이? 나는... 나느은...”

뿌득, 하고. 아르카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 엘프들보다 내가 못한  대체 뭔데...”


아, 이건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선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그래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마력에 의해 손이 튕겨나가는 일 없이, 그런 아르카의 팔을 붙잡았다.

“이거 놔아...!”

 손을 뿌리치려하는 아르카의 팔을 꽉 붙들어 잡고서 내가 입을 열었다.


“아니, 잠깐만 아르카. 말이라도 좀 하자. 끝까지 안한 건 그런 약속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는...”

그래, 그런 약속 때문이었다. 딱히 나라고 아르카가 싫어서 그녀를 안지 않은건 아니란 소리였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아르카에게 말하자, 그런 내게 충격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앞으로만 안하면 그만인거잖아!”

나랑 같은 생각을 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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