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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3화 〉213화 (213/370)



〈 213화 〉213화

“그럼, 저는 이만... 제가 없는 동안 밀린 일이나,  앞으로 준비해야할 일이 있으니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에루나가 공간이동을 통해서 방을 떠나버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에게 일을 죄다 떠넘기고 도망쳤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였지만 에루나에게서 느껴진 감정은 굳은 신뢰였다.


나를 믿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은 자기가  일을 하러 간 거였다.

이렇게까지 나오면, 어떻게든 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껴볼까.”

귀걸이이니까, 귀에 달아보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나는 조심스레 그런 귀걸이를 들어올렸다.

“아, 귀부터 뚫어야겠네.”

높아진 체력 때문에 칼로도 잘 안 베어지는 살가죽인데 대체 뭘로 뚫어야하나 싶었다가, 이내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귀걸이가 보였다.

편린이 깃든 귀걸이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귀걸이를 귀에 가져다댔다.

뚝, 하고 정말로 쉽게 귀걸이의 바늘이 귀를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편린, 이 세계에 실존했었던 신이란 존재가 남기고 간 힘의 파편.


그것을 귀에 걸어봤지만, 별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다시 한  말했지만, 정말로 별다른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루나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모른다고 얘기했기에 별로 놀랍지는 않았지만. 편린 자체는 아주 특이한 힘이 있을 뿐이지, 사용하려고 해도 아무렇게나 사용할만한 물건이 아니라는 말도 했고 말이다.


조금 특이한 거라면,   없어 보이는 귀걸이인 주제에 칼로도 잘 안 베어지는  살가죽을 가볍게 뚫어버렸다는 정도일까.


덕분에 이전의 편린, 아리스의 검에 깃들어있었던 편린이 떠올랐다.

“...편린이 깃들면 방어관통이라도 생기나?”


손쉽게  배때기를 꿰뚫었던 아리스의 검을 떠올리면 그럴 듯 했다.


아무튼 편린이 깃들어 있다는 귀걸이를 했지만 별다른 일도 없어서, 뺨을 긁적였다.

내가 이런걸  개, 혹은  개나 가지고 있다라...

예상되는  아주 없는 건 아니였다.

“주시자의 눈이랑, 불멸자의 심장이랑, 이거까지 하면  개인데.”

주시자의 눈은 대체 언제 얻은 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내게 있었던 모양인지 편린이 내게 흡수되서 생긴 기능으로 보이긴 했다.


적어도 그 뒤에, 편린으로 확정 났던 아리스의 검과 반응한 거나, 그로 인해 생긴 불멸자의 심장과 공명했던 만큼 이것 역시 편린의 하나로 봐도 좋았다. 대체 내가 언제 그런걸 주웠는지 모르겠지만.

그럼 세 번째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

그 말 역시, 아주 감이 안오는 것이 아니였다.

편린의 실체.

원한다면, 새로운 종족을 창조해내기도, 법칙을 바꿔 써서 세상을 바꿀수도, 무엇이든 가능한 힘. 게임으로 치면 에디터와 마찬가지인 것이니만큼 소원을 이뤄준다고 말해도 좋을 테니까.

그런 것이 귀에 걸려있다고 생각하니...

“전혀 실감이 안나는데.”

애당초 마룡화 얘기도, 듣고서 질겁이야 했지만 아직 별로 실감은 안왔다.


하지만 용화가 정말로 진행중이라면, 내가 현재 겪고 있는 증상들이 대충 말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성욕이 강해지는 것, 달리 말해서 이성이 옅어지는 거나 그 밖에도 좀 더 드래곤다운 특성이 생겨나는  등, 내가 별 생각 없이 넘어간 것들이 이에 해당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이건 대충 예상이 되지만.

“아마 그건 이거 같고.”

용린갑주를 활성화하자, 드래곤의 비늘로 이루어진 갑주가 몸을 둘러오는 것이 보였다.

용화랑은 별개의 능력이었지만. 이게 크리샤나 아르카가 보여주었던 반룡화에 가까운 능력이란 건 대충 알 것 같았다.

나는 겉모습만 그렇게  뿐이지만. 그건 내가 아직 덜 용다워서 그런 거라고 치면 납득이 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게 용화로 인해 얻은 능력이 아닌, 크리샤로부터 부여받았던 퀘스트를 통해서 얻었던 기능이라는 거였다.

“그것도 드래곤의 안배였나? 아니면...”

내가 보고, 듣고 하는 시스템... 알림 그 자체가 드래곤의 안배였던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제법 그럴 듯해지는데... 도대체 드래곤이 무슨 재주가 있어서, 내가 살았던 세계의 게임을 모방한 시스템을 만들었냐가 이상하지만.

“성격이라던가... 생각하는 것도 바뀐다는 것도 대충 감이 오네.”

독점욕이라던가, 자존심이라던가, 생각해보면 좀 강해진 느낌이 없잖아 있긴 했다.

에루나의 이야기를 듣고서 곰곰이 생각해보자 전조라고 해야 하나 증상들이 떠오르는 거 보니, 정말로 마룡화인지 뭔지가 진행되고는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걸 사용하면 해결이 되려나.”

에루나는 그렇게 생각해서 내게 넘겨준 모양이지만. 본래는 좀 더 준비를 한 뒤에, 이걸 대가로  몸을 정상으로 돌리려도 했었던 모양이지만 그 준비보다 내가 완전히 용화하거나,  이성이 집어삼켜지는 쪽이 더 빠르다고 생각해서 넘겨준 거라고 했었다.


“끄으응...”

그러니까, 다음인 아샤나 아냐. 혹은 그 다음인 카르네 전까지는 어떻게든 해결해야하는 문제라는 건데.

귀걸이를 걸어도 별 일도 없고, 다시 비활성화된 불멸자의 심장이나, 주시자의 눈 쪽에서 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시 머리를 굴려서, 편린을 사용했었을 때를 떠올려봤다.

처음은...

“로로가 왔을 때였고...”

주시자의 눈을 얻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의 과거, 그녀의 운명을 보고, 그걸 내가 거둬들였었다.

내가 그걸 바랬기 때문이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 나는 주시자의 눈을 얻었었다.

다음은...


아리스의 검이 내 심장을 꿰뚫었을 때.


이제 죽는 건가 싶었는데, 살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아리스의 검이 내게 흡수됐었다.

그거 때문인지는 몰라도 겸사겸사 마왕이란 거까지 되버리긴 했지만...

“그건 로로에게 거둔 운명 때문이었고.”


내가 로로에게 정해져있던 운명... 마왕의 희생양이 되기로 결정되어있던 운명을 거둬들여서, 그 운명에 의해 내가 마왕이  것 뿐이었다. 어째서 그런 일이 생긴 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되버린 거니까  수 없는 일이었다.


에루나가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낙스에 있어야 했었던 로로가 어째서 아리스의 검에 찔려서, 마왕의 희생양이 되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음은... 그거지?”

지금, 주시자의 눈과 불멸자의 심장이 비활성화되어 있는 이유.

로로를 릴리스라는 종족으로 각성시킬 때, 두 기능을 대가로 사용해서 당분간 비활성화된다는 알림 아니, 음성이 들려왔었다.

생각해보니 이 음성이, 편린을 얻게 됐을 때마다, 사용했을 때마다 들렸던  같기도 했다.

“...로로한테나 가볼까.”

셋 중 무려 두 번, 아니 두 번째도 어쨌거나 로로와 관련된 일에서 편린이 사용됐었다.

꼭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번에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생각에 몸을 일으키려다가, 꽉하고 내 허리를 둘러오는 팔에 가로막혔다. 새하얗고, 가냘픈 팔이  허리를 단단히 둘러안고서, 그 팔의 주인이 빼꼼하고 얼굴을 내밀었다.


“...어디가아?”


아르카였다.

아직 잠이 덜  모양인지 눈을 부비며 그렇게 묻는 아르카를 보고서 말했다.


“잠시 로로 좀 만나고 오려고.”


“...로로? 그 애는 왜애?”

“아니, 그냥...”


아르카는 모른다. 아니, 아르카를 포함해서 다른 드래곤들도, 루시아도, 크리샤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모두가 피해자였을 뿐인 그런 일이었다. 내가 로로에게 가는 이유를, 그런 아르카에게 말해도 좋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말해서 좋을 일도 아니고.


하지만  점을 얘기하지 않으면 로로에게 가는 이유를 말할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려서 대답하자,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아르카가 보였다.

“왜 그렇게 봐?”

“뿔, 줄어들었네에?”


“어, 어...”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손을 뻗어, 내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


“내가 잠자고 있는 사이에, 에루나랑 했구나아?”

내 체질에 대한 것을 들었던 아르카니까, 당연히 뿔에 대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뿔이 나는 이유와, 그것을 줄이는 방법도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아르카가 내게 물었다.

“혹시, 로로란 아이한테 가는 것도오... 그거때문이야아?”

“...그런 건 아닌데.”


정말로 그런 이유가 아닌데, 나를 바라보는 아르카의 시선에 조금 쫄아서 대답이 늦어졌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던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흐으응... 안심할 수 없는 거얼.”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입술을 핥는 것이 보였다.


지저스...

아르카의 버릇을 보고서, 내가 절망하고 있자니, 그런 내게 아르카가 속삭이듯이 말해왔다.

“또 다른 여자랑 널 공유하는 건 싫으니까아. 그러니까아 그러지 못하게 해야겠지이?”


“아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황급히 그렇게 말했지만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서, 스윽하고, 내 다리 사이로 몸을 옮기고선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서, 기껏 얌전해졌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입에 물었다.


“아움♥”

그러자 순식간에 발기해서 커다랗게 된 드래곤 슬레이어가 보였다.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를 손가락으로 그러쥔 아르카가 내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헤에에? 이걸 보니 전혀어 신빙성이 없는 거얼♥?”


“......”

“이럴 땐 역시이 부인으로서, 이 못된 자지로 엄한  못하게에... 제대로 관리해야겠지이♥”

“관리라니...?”

“부인이 잠깐 낮잠을 자는 동안, 다른 여자한테 한 눈을 파는 자지니까, 말이지이♥”

꽉, 하고 어쩐지 손아귀의 힘이 강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정말로 강해졌다.

“후, 후후... 내가 잠자는 사이에... 내가 아닌, 다른 여자의 냄새를 잔뜩 묻히기나 하고오♥”


웃는데, 웃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 아르카를 비질땀을 흘리고 있자니.

“정말로 나쁜 자지야, 응? 안 그래애, 남편씨이♥”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혀를 내밀었다. 그런 그녀의 혀를 타고 뚝, 뚝하고. 드래곤 슬레이어 위로 아르카의 타액이 떨어졌다.


“그런 자지는, 다시는 그런 못된 짓을 못하게 해줘야겠지이♥”

쯔웁, 하고. 그런 타액을 묻히듯이 손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애무한 아르카가 이내 번들번들해진 드래곤 슬레이어에 입술을 맞추고는 말했다.

“...좋아아, 준비 끄읕♥”


준비라니, 무슨 준비냐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  위에 올라탄 아르카가 이내 내 목에 팔을 얽어왔기 때문이었다.

“한 번만이다...?”


그런 아르카의 허리를 안으면서 내가 말했지만, 대답하지 않는 아르카가 보였다. 그 대신, 나를 보면서 생글, 하고 웃는 아르카가 보였다.

그런 아르카의 눈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짙은 독점욕과 질투심... 그리고 가학심을 보고서. 나는 힘없이 입을 열었다.

“한 번... 읍!”

그런 내게 입술을 맞추며, 아르카가 엉덩이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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