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6화 〉276화 (276/370)



〈 276화 〉276화

그녀의 등장은 나만 놀란 것이 아닌지 두 눈이 휘둥그레해진 보레아스의 얼굴이 보였다.


“어머니? 요양은...”

“그쯤이야 진작 나았지. 자, 잘 움직이지? 아리스와 달리 성녀가 이름만 성녀는 아니였나봐.”

보란 듯이 붕대로 감겨진 팔을 휙휙 돌리며 대답한 엘리시스가 보였다. 그 말대로 마누라들의 내기에 휘말려 망가졌던 팔은 멀쩡해진 모양인지 엘리시스는 거칠게 팔을 움직이면서 아무런 통증도 없어보였다.

족히 이주는 걸릴거라고 여겨졌던 상처를, 치료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거라고 여겨졌던 상처를 입었던 거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이 멀쩡해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시스를 보고 있자니 그녀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보다 우리 딸이 이십년만에 관심을 가진 남자가 어떤지 궁금한데. 소개시켜주지 않을 셈이니?”

“그게...”


오늘 나랑 처음 만난 보레아스가 나에 대해  알 턱이 없었다. 할 말이 없어서 난감해보이는 보레아스가 날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대체 뭘 바라고 날 봤는지는 모르겠다만, 덕분에 엘리시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직접 들어라 이거니? 뭐 그것도 나쁘진 않겠는걸?”

오싹, 하고 엘리시스의 말이 끝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올라왔다.


흉포하기 짝이 없는 맹수를 눈앞에 둔 것처럼.

왜?


 이유야 뻔했다. 날 바라보는 엘리시스의 눈빛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미처 엘라제로 막기도 전에, 엘라제를 쥐고 있던 손이 잘려나갔다.

통증은 없다.

살과 뼈가 아닌 금속으로 이루어진 골렘이니까. 통증같은 걸 느끼는 기능같은 건 달려있지 않은 몸이었다. 나는  즉시 공간을 열어서 땅으로 떨어지려던 엘라제와 잘려나간 손을 회수했다.


쩌억!

내게서 떨어져나간 손과 엘라제가 무사히 인벤토리 안으로 삼켜져들어가자 그를 본 엘리시스가 빙그르르, 검을  손목을 돌리며 말했다.

“흐응? 꽤 좋은 검이였던 것 같은데 아깝네.”


사라져버린 엘라제를 보고서 입맛을 다신 엘리시스가 그런 나를 웃는 낯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 모습에 호의라고는 담겨져 있지 않다는 것쯤은, 그저 웃는 얼굴의 모양을 하고 있을 뿐이란 것쯤은 이젠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저것은, 그저 오랫동안 학습해온 모양을 취했을 뿐인…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 쓴 검이었다.


웃는 얼굴도, 과장스러운 몸짓도, 딸에게 보내는 상냥한 말투도.

전부 그녀의 본의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괴물.

드래곤들과 같이 터무니없이 강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녀는 괴물이었다.

식은땀이 나올리는 없지만, 등 뒤가 축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경계하고 있자 그런 나를 보던 엘리시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나저나 우리 딸이 보는 눈이 없구나. 남자보는 눈을 길러야겠어. 남자는 근육이 다가 아니거든. 평생을 같이 하려면 외면보다는 내면을 봐야하지 않겠니?”

“베헤?  몸은 대체…”

뒤늦게, 여기에 있는 것이 엘리시스만이 아님을 상기한 나는 보레아스쪽을 바라봤다.

뚝뚝…


잘려나간 손목에서 떨어지는, 피처럼 붉지만 결코 피가 아닌 액체를 보며 뭐라 말을 잇지 못하는 보레아스가 보였다. 뼈와 근육이 아닌, 금속질로 된 단면부를 보고서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인데.


내 알바는 아니였다.


꾸물…


“흐응~?”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보며 콧소리를 흥얼거리는 엘리시스의 시선을 무시한 채로.


잘려나간 손목을 대신하듯이 그림자의 손이 꿈틀거리며 새로운 손을 만들어냈다. 내구성도, 감도도, 뭣하나 전만 못했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이윽고 손에도 엘라제를 대신해서 그림자의 손으로 만들어진 광휘가 쥐어졌다.


내게 있어서 가장 익숙한 형태의 검을 쥐어들자 아주 조금이지만 안도감이 들었다.

그녀가 내가  곳으로 시선을 두는 것도 용인하며 기다려준 탓이기도 했다. 나였다면… 내가 보레아스를 보는 순간, 내가 도로 손을 회복하는 순간에 검을 휘둘렀을 거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건 여유인가, 아니면 오만인가. 여기서 그를 판단할  있는 것은 오직 그녀였다.

그녀가 여기에서 가장 강자였으니까. 어찌됐건… 덕분에 이와중에 궁금한  물어볼 여유도 생겼다.

“바로 들킬 줄은 몰랐는데… 어떻게 알았지?”

“숨기려들지도 않아놓고 뻔뻔하구나?  점은 마음에 드는걸.”


충분히 숨겼던  같은데. 겉으로보나 어느 면으로 보나, 지금의 나는 완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모습이니까. 검주라도 검을 직접 맞대지 않는 이상, 아니 직접 몸을 베이지 않는 이상 들킬 거란 생각도 안했다.


엘리시스처럼 그냥 슥 보기만 한걸로 들켜버릴 줄은 몰랐다.

…눈인가.


아리스, 그녀와 같은 눈.


때때로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자들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법이었다. 좋은 눈, 빠른 다리, 강력한 팔, 튼튼한 몸… 과거, 루시아가 곁에 있었을 때 읽었던 초월자의 책에서도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검술서라고 하기엔 해부서에 더 가까운, 지나치게 '내부'에 치중되어있던 책.


그 책은 그가 일부러 그렇게 쓴것이 아니리라. 그에겐 세상이 그렇게 보였을 따름이었으리라. 그는 그저 자신이 보고 겪은 것들을, 정말로 진심을 담아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 자신의 검술을 남기기 위해서 그런 책을 썼을 뿐이였으리라.

단지 그가 보아온 세계는, 진짜와는 너무 달랐을 뿐이었다.


그의 검술이 담긴 책은 처음부터 드래곤에게 회수될 예정이였으므로, 그가 연인 사이에서 남긴 자식에겐 전해질 일도, 후대의 누군가에게 전해질 일도 없었을 따름이었지만, 만약 그대로 뒀어도 그다지 달라진  없었을 거다.


그저 아주 조금, 이 세계의 의학이 발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것이 재능을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차이였다.

초월자였던 그가 보아왔던 세계.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는 다르다.


다를  밖에 없다.

그들은 다르니까.

그녀도 달랐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현시대의 초월자인 엘리시스 역시 보아온 세계가, 바라보는 세계가 다른 것이다.


그녀 역시 다를 테니까.


그리고 그런 그녀가 남들과 다른 점이 어떤 것인지. 대충은 감이 왔다.

눈.

그것은 검사로써 가장 중요한 재능의 영역 중의 하나.


그것을 검사로써 가장 위에 존재하는 이가. 초월자인 엘리시스가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물며 그녀의 딸인 아리스 역시, 그런 눈을 지니고 있었으니.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을 꿰뚫어보는 혜안.

딸이 지니고 있던 그 재능을. 그것을 엘리시스 역시 가지고 있다면 말이 된다. 확실히, 지금도 엘리시스의 정보창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제압해서, 찍어누른 것이 아니라면 아리스와 마찬가지로 엘리시스의 정보창을 보는 것은 요원할 것이 분명했다.

그게 가능한가 싶긴 하다만.


“…마음에 들면 그냥 보내주는건 어때?”


생각 끝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내뱉은 그 말에 씨익하고 엘리시스가 웃었다.

“뭐어, 마음에 든다고 보내줄 리가 없잖니?”

그렇게 말하며 땅을 박차고 그대로 뒤로 빠지려던 내게 검을 휘둘러오는 엘리시스가 보였다.

나 역시 그 즉시 대응에 나섰다.


시간을 늘인다. 사고를 가속한다.

살아있는 몸이 아니기에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는 일탈을 허용한다.


피잉, 머리가 아찔했다.


단 한순간의 지끈거림이 영원처럼 이어진다. 가속한 사고 속에서. 느릿하게만 영혼에 새겨진 통증이 늘어진다.

 대가로 얻어낸 것이 시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던 엘리시스의 검격이 보인다.

재능의 영역에 초월한 자의 검의 경로가,  검에 담긴 이치가 보였다.


길게 늘어뜨리기 시작한 시간속에서, 한없이 가속되는 사고속에서도 그녀가 흩뿌린 검로들이 대체 몇개인지 헤아릴 수조차도 없었다.

하나의 검을 휘두른다.

그렇게만 보이는 것이 내 온몸을 베어낼 듯이, 수많은 검로를 그리고 있었다.


저것이 그녀가 쌓은 단련의 성과고, 그녀가 쌓아올린 업이란 걸. 똑같이 검을 수련한 자로써 알 수 있었다.


수천, 수만번의 휘두름. 단 하나의 이치를, 베어낸다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자의 검.

“이게 초월자.”


검주를 뛰어넘은, 검으로 초월한 존재.

나도 어찌저찌 초월자가 되긴 했는데, 전공이 검이 아니라 그런지 검로가 보인다고 해서, 거기에 담긴 이치를 알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본체라면 어떻게든 됐을려나…

그건 또 모르겠다.


이 몸으로는 엘리시스와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가늠이 안된다.


휘몰아쳐오는 검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때가 아닌 것도 같지만.

급한 김에 이것저것 포기했다.


살아있는 몸이 아니기에 포기할  있는 것들을 대부분 내다버렸다.

막는 것을 관두는 순간, 최소한으로 보호한 팔과 두 다리, 목을 제외한 모든 것이 투기조차 실리지 않은 칼날에 난자되고, 피와 같이 붉은 마력수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스읍…”

그리고 동시에 복구된다.


그림자의 손으로 손상된 부위들을 순식간에 메꾸고, 채워넣는다. 어마무시한 마력이 빨려나갔지만, 그 마력을 메워주고 있는 나는 지금 두 드래곤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샤와 아냐를 안으면서 흡수한 마력을 그대로 복원으로 사용하면서 계속해서 엘리시스와 거리를 벌리기 위해 움직였다.


치명적이지 않은 상처와, 손실을 거듭하면서.

까아앙!


때때로, 눈에 겨우 들어온 엘리시스의 검에 대응하면서.  발자국, 두 발자국… 무수한 검격에 살이 찢기고, 꿰뚫리고, 잘려나가도. 계속해서 복구를 거듭하며 움직였다.


“흐흐흥~? 대단한 걸?”


어떻게든 될 것 같다고 여겼을 때, 엘리시스의 검에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투기.


그것이 톱날이 달린 갈고리처럼 변하는 것이 보였다.

“어디 이것도 받아볼래?”


사양하고 싶은데, 그건 무리겠지.

저걸 받아낸다는 것도 무리일테고. 그럼 어쩌면 좋을까?


대답조차도 기다리지 않은 엘리시스가 성큼, 걸음을 내뻗는다.

그를 보고서 나 역시 각오를 다졌다.

기억을 떠올리며. 나 역시 엘리시스를 향해 걸음을 뻗었다. 뒤로 당긴 팔의 근육이 팽창했다가, 되려 강하게 응축한다. 시위를 잡아당기듯이 팽팽하게 모인다.

응축, 거기에 더해서 응축.


한 점에 집중되기 시작한 힘이 느껴졌다. 그 점이 점점 뻗어져서, 검 끝에 모였다.


“…너.”

제대로 된 검술조차 아닌, 단순한 형태를 따라한 것에 불과할 뿐이였지만 엘리시스는 알아본 모양이였다. 아니, 못 알아 볼리가 없다.


그녀가 낳았고, 평생을 곁에서 보아온 딸의 검술이다.

알아차릴 수가 없을리가 없다.

하지만 알아차렸다고 해서 막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준비가 끝난 나는 그대로 검을 뻗었다.


찌른다기보단 쏘아낸다는 감각. 흡사 창을 던지는 것과 같은 투검.


아리스의 검술을 본 엘리시스의 검에 비틀림이 생겼다.

이제까지  생포하기 위했더라면, 아주 조금이지만 섞이게 된 살기와 함께 한층 더 날카로워진 예기를 가진 검이 휘둘러져왔다.

초월자란 존재가 대충 어떤 것인지는 안다.

이해를 바라지 않는, 모든 것으로부터 초월해버린 존재. 어떤 가치관도, 그 무엇도 얽매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혈연에는, 아니 자신의 딸인 아리스에게서만큼은 냉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을 닮았기에, 그녀의 재능이 자신과 같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고,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나는 생겨난 틈새를 노릴 뿐이었다.

실종된 딸의 검술로, 그를 걱정하던 어머니를 공격하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술수를 쓰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사용한다.


카가가가각!!

작은 틈새로 찔러들어간 검과 그림자가 맞부딪히며 불꽃이 튀겼다. 진동하는 톱날처럼 한 점을 찔러오는 그림자의 광휘를 갉아대는 엘리시스의 투기가 보였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종이를 찢어내듯이, 그림자의 광휘가 갈기갈기 찢겨져나가고, 다시 복구되고,  찢겨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점만을 노리며 찔러들어가는 것도.


이대로라면 그녀의 검이 그림자를 찢어내고,  팔을 베어내는 것보다 먼저.


 검이 먼저 그녀에게 닿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푸욱!

검을 놓아버린 엘리시스의 주먹이 내 복부에 꽂히기 전까진.


“…뭐?”


검사가 검을 놓다니 그게 말인가.

그것도 한참 검과 검을 부딪히며 대치중일 때?

실제로 내 검은 그녀가 놓아버린 검을 튕겨내고서 그대로 엘리시스의 어깻죽지를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전에 닿은 엘리시스의 주먹에 붕 떠버린  몸은, 그 검에 이렇다할 힘도 채 실지 못했다.


그저 가벼운 차림의 엘리시스의 옷을 뚫고, 어깨에 생채기만 조금 냈을 뿐이란 거였다.

그 반면 엘리시스의 주먹에 얻어맞은 나는 치명상이였다. 단지 주먹으로 맞았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심각했다.


그대로 내 복부를 뚫고 관통한 엘리시스의 주먹이, 심지어 상처를 복구하는 것을 억누르고 있었으니까.


무슨 수를 쓴건지 이해할 수도 없다. 그런 내 심정이 얼굴로 드러났는지 내게 안기듯이 품에 들어와있는 엘리시스가 말했다.

“놀랐니?”


그야 놀랐다.

검을 놓고서 그대로 주먹을 꽂아넣는 것도 놀랐고, 투기조차 실리지 않은 주먹이 내 복부를 뚫었다는 것도 놀랍고, 그림자의 손이 움직이려는 족족 무언가에 의해 지워지고 있다는 것도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거. 그걸로 치유던 공격이던, 전부 다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무수하게 작은 검을 만들었지. 그걸 지금  몸에 쑤셔박았고. 어때? 보아하니 제대로 먹힌 거 같은 데?”

작은 검.


그 말에 대충 이해했다.


상처를 복구하기 위한 그림자의 손들이 무엇에 의해 지워지고 있는지도. 그토록 작은 검조차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내가 완벽하게 져버렸다는 것을 납득했다.


내 몸속에서 움직이는 그림자의 손조차도 구분해서 베어내는 정밀하기 짝이 없는, 무수한 작은 검이다.

실제로 이루어진 검이 아닌, 투기로 이루어진 작은 검들을 고도로 조작할 정도의 실력.

그녀라면 내 안에서, 그 작은 검들로 내 몸을 난도질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우리 딸이랑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자, 우리 같이 얘기 좀 해볼까?”


상냥한 어조로, 아이를 타이르듯이 그렇게 말하는 엘리시스를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잘 알고 있다마다.”


입가를 뒤튼다. 무언가 낌새를 느낀  엘리시스가 다급하게 뒤로 몸을 빼기도 전에, 내 등 뒤로부터 검은 손이, 거대한 손이 솟구쳐올랐다.

촤아악!


날개를 펼치듯이 뻗어진  그림자의 손이, 엘리시스를 그러쥔다.

날카롭게 벼려진 열개의 손톱이 꼬챙이처럼 엘리시스의 몸에 꽂혔다.

“크윽?!”

그 순간 폭사하듯이 온몸에서 무수한 칼날이 튀어나왔다.

심장이 있다면 심장을, 내장이 있다면 내장을, 온갖 살아있는 것들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부위들이 난자되고 터져나갔다.

푸슈슈슉!

순식간에 온몸에 바람구멍이 나버린 내게서 벗어난 엘리시스가 피가 흘러나오는 몸을 투기로 만든 가느라단 실로 틀어막는 것이 보였다.


가만히,  모습을 지켜보며. 내 몸을 확인했다.

투기로 이루어진 작은 칼날들에 들쑤셔져 나버린 구멍들이 보였다. 꿀렁거리며 상처 밖으로 새어나오는 마력수도 보였다.

이윽고 메워진다. 꾸물거리며, 상처 밖으로 흘러나온 손들이 온몸을 뒤덮는다.

완전히 아물은 상처들을 확인하고서 내가 입을 열었다.


“네 딸이 어떻게 됐는지는 날 때려눕히면 알려주지.”

검사인 베헤가 졌다는 걸 납득했으니까. 이제 마왕 베헤노스의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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