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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남편-352화 (352/370)

〈 352화 〉 352화

* * *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내 몸에 계속해서 퍼부어지고 있는 치유마법이 현상유지는 하고 있다는 말은 정말이였는지 피토를 한 거치고는 생각보다 속이 괜찮았다.

잠깐 찢어졌던 상처가 도로 아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로 피토를 하면서 감소했던 생명력도 금방 다시 찼고 말이다.

물론, 지금의 생명력 최대치가 툭치면 죽을 정도로 낮아져서 최대로 채워졌다고 해도 거기서 거기긴 했다.

여전히 골골대고 있는 건 변함없다는 소리였다.

아무튼, 현 상황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지나치게 무리한 덕분에 내 몸이, 그릇이라는 것이 박살이 난 데다가 얼어있는 동안 페널티를 꾸준히 받은 덕분에 이 모양 이 꼴이 된 듯 싶었는데 어느 쪽이 더 중한가 따지자면 역시 너무 무리한 것이 문제일 듯싶었다.

페널티가 아무리 빡세더라도 기껏해야 반만 용인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될리는 없을 테니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옳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변혁하는 자는 멀쩡하다는 거네.”

개변자에서 한 차례 승급해서 생긴 특성, 내 몸을 항상 최선을 넘어서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게 시켜주는 특성. 다른 건 몰라도 이 녀석이 멀쩡한 건 운이 좋았다.

물론, 지금 내 꼴이 이 모양이 된 것 자체가 SSS급에 이른 특성으로도 감당이 안 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한데.

그래도 당장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어딘가.

“...뭐, 좋아. 한번 해볼까.”

마냥 골골대고 누워있을 수는 없으니 이거라도 해봐야지.

우우웅...

그런 이유에서, 일단 활성화한 변혁하는 자를 통해서 내 몸 자체를 바꿔보기로 했다.

주시자의 눈을 통해 들여다봤던 대로, 이곳저곳 몸에 생겨난 틈새를 통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 흘러들어오는 마력들이 전부 쏟아져 나가는 상황이니 일단 그 틈새를 메꿔보면 어떨까 싶었던 거였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였다.

하지만 뭐, 여태껏 쉬운 일이 어디 있었나 생각하니 별거 아니게 느껴졌다.

뿌득, 뿌드득...

근육과 골격을 옮겨가면서 틈새를 좁히거나 메꿔간다.

눈앞에서 이리저리 꾸물거리면서 골격이며 근육이며 움직여대는 것이 보였다.

사실상 생으로 내 몸 자체를 드러내고 분리했다가 재조립하는거나 마찬가지인 덕분에 어마무시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어차피 곧바로 회복해버리는 걸 믿고서 강행했다.

뚜둑!

마지막 남아있던 비틀릴 대로 비틀렸던 골격까지 도로 고쳐내자 일단 몸 자체는 예전 그대로로 돌아온 듯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으음...”

억지로 고쳐내다시피 한 육체가 도로 무너지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히 느낌만이 아니라 복구되던가 싶었던 능력치들이 도로 주르륵 떨어지는 것도 상태창을 통해 훤히 보였다.

팽팽하게 잡아당겼던 고무줄이 도로 줄어드는 것마냥, 애써 돌려놓은 육체가 고대로 다시 망가져가는 것이 보는 건 상당히 기분 나쁜 광경이였다.

다시 비틀리는 뼈들이 내장을 찔렀는지 울컥하고 목구멍을 넘어온 핏물을 닦아낸다.

스물스물, 옷 위로 피가 배어 나오는 것도 보였다.

아무래도 회복마법만이 아니라 청결마법도 걸려져있었는지 금방 깔끔해지긴 했지만, 아무튼 다시 몸이 무너지는 반동으로 생겼던 상처는 살짝 위험했다.

곧바로 내 몸에 퍼부어진 회복마법이 아니었더라면, 나 스스로 자멸할 뻔했으니까.

“이건 안 되겠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을 고치는데 걸린 시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처음과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어버리자 이 방법으론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건 무리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아주 효과가 없는 건 아닌지 잠깐이나마 틈새를 메꿨을 때는 확실히 몸 상태가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바로 도로 돌아와 버리면 하느니 못한 법이였다.

두 번이나 강행하기엔 지나치게 고통스럽기도 하고. 일단 이 방법은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래도 망한 거 같은데.

이런 비유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사실상 내가 가지고 있던 최고의 자가복구 시스템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상당히 막막한 기분이였다.

변혁시키는 자로도 해결이 안 된다는 건, 반대로 말하자면 어떤 방법으로도 내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하는 거기도 했기 때문이였다.

드래곤의 진심 허그로 동강난 척추도 바로 붙여버릴 정도의 능력이 제대로 먹히지도 않는 상황인 셈이였으니 말이다.

이제 어쩐다...

“...잠깐만 기다려봐.”

지금 내 몸이 이렇게 된 이유.

근본적인 원인은 내 몸이, 그릇이 박살이 나서 마력이고 투기고 내 몸 밖으로 죄다 빠져나가서였다.

즉, 내 몸이 이렇게 된 이유는 마력이고 투기고 몸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있는 탓이 컸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처럼 마력이나 투기가 전혀 없었을 때가 있었다.

막 이 세계에 넘어왔을 무렵.

마력이고 투기고 전혀 없었던 그때는... 그때는 이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그때는 마력이랑 투기만 없었지 몸은 멀쩡했으니까 이야기가 다른 걸지도 모르겠지만.

“......”

정말로 멀쩡했었나?

결론만 말하자면 그건 아니였다.

멀쩡하기는커녕 지나치게 몸이 좋았었지.

그래, 지나치게 좋았다.

그야,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 보았던 빛의 터널.

그 터널을 넘어오면서... 이상한 꿈이라고만 생각하며 이것저것 만든,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육체였으니까.

무려 심장이 듀얼 코어로 달려있기까지 한, 만들어진 육체.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터져나가 버린 심장을 대신하고 있는 아랫배 쪽에 있는 심장. 불멸자의 심장이 되어버린 것이 대신 뛰고 있는 것이 그때의 증거였다.

즉, 이 몸 자체가 이곳으로 넘어올 때 만들어진 몸인 셈이였다.

마치 게임처럼.

플레이어가, 아바타를 만드는 것처럼.

이 세계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육신이란 소리였다.

원래의 내 몸 자체는 아마... 의식을 잃었던 그 순간에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눈앞에서 열린 차원의 균열을 통해서 와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접혀버리면서 빨려 들어갔는데 멀쩡했을 리는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치자고 한다면... 지금이 내 몸 자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몸이라는 셈이 됐다.

그렇다면...

재생이 안 된다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버리면.

그거라면 지금의 상황이라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봤는데,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까짓거 한 번 더 하지.”

뭘 이미 한 번 더 가본 적이 있던 곳이였다.

빛의 터널.

아샤와 아냐 때에 어쩌다 보니 또 한 번 가본 적이 있던 그곳. 거기에 다시 한번 가면 그만이였다.

“좋아.”

하기로 결정한 이상 기다릴 것도 없었다.

곧바로 편린들을 활성화시켰다.

다른 모든 기능이 봉인되던 와중에, 여전히 멀쩡하던 힘들을.

신의 힘이 담겨있는 파편들을 깨웠다.

우우우웅...

주시자의 눈, 헤아리는 자, 불멸자의 심장, 역치의 날개, 무지한 자의 진리, 전능자의 손...

차례대로 편린들의 힘을 깨우기 시작하자 방금까지 골골대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몸이 가벼워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깨져나간 육체를 틈새들을, 신의 힘이 대신해서 채워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과연, 신의 힘.

무너져버서, 어떤 힘도 담을 수 없게 된 몸조차도 어떻게든 멀쩡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물론, 계속해서 편린을 활성화한 채로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자, 이제 어쩐담...”

한 번 더 가보긴 했지만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는 여전히 모르는 터라 그 빛의 터널로 다시 가는 방법 자체는 몰랐다.

제멋대로 편린들의 힘이 활성화되면서 가버렸다는 것만 알고 있었으니 일단 전부 활성하시켜봤을 뿐에 불과했다.

“애당초 신의 힘이라는 것도 잘 모르겠고...”

신이 이 세계에서 떠나가기 전에 남겨놓고 갔다던 힘.

편린에 대해 알려진 거라곤 그뿐이었다.

정말로 신이 남기고 갔다는 힘답게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닌 것은 맞지만, 정말로 신의 힘이라고 하기엔 뭔가 어정쩡하다고 해야 할까, 애매한 부분도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신의 힘이라고 치기엔 너무 한계가 명확하다고 해야 하나, 어쩐지 엄청나게 제한되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전능자의 손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걸 무엇이든지 창조해낼 수 있는 공간을 세계에 덧씌울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인 건 틀림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 뿐이였다면 전능자의 손이란 힘은 조금 이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현실과 같을 정도라고는 해도, 결국은 환상에 불과할 뿐이니. 더군다나 출력이라고 해야 하나,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말이다.

물론, 단순히 내가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당장 이걸 내가 왜 흡수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는데.”

이 세계를 창조하고, 또 떠나가버린 신들이 남기고 간 힘.

신의 파편.

편린.

신이 이 세상에 존재했을 당시부터 있었던 드래곤들이 남긴 역사서에서도, 단지 그렇게만 알려진 힘을 어째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지조차도 의문이였다.

여태까지는 아무것도 몰라도 좋으면 좋은 거니 하고 사용해왔다지만, 지금은 그걸 완전히 다뤄야 하는 상황이니 그렇게 내팽개쳐둘 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얻게 된 편린들의 경위를 떠올렸다.

일단 가장 먼저 얻었던 주시자의 눈.

로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상태창을 보는 순간에 얻게 되었던 신의 힘.

하지만 정말로 그때 얻게 된 걸까?

아마...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좋겠지.”

정황상으로는 그랬다.

난 처음부터, 이 세계에 처음 오게 됐을 때부터 주시자의 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력을, 세상의 만물을, 그 이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

설사 과거에서 일어난, 이미 지나가버린 옛 시간의 기억조차도 읽어내리는 신의 힘.

그 힘이 담겨져 있는 주시자의 눈은 이 세계에 올 때부터 갖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제대로 된 힘으로써 내게 각인된 것이 로로의 상태창을 보았을 때였을 뿐, 사실은 처음부터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 증거가 지금도 눈앞에 둥둥 떠 있는 상태창이였다.

이 세계에 오게 된 순간, 처음부터 지니고 있었던 힘.

대상의 능력치를 비롯해서, 어느 정도 조건만 갖춰진다면 생각이고 뭐고 전부 다 읽어버리는 힘.

루시아에게 처음 이 능력에 대한 걸 말해줬을 때, 그녀가 내게 얘기해줬던 이야기가 있었다.

내 상태창 능력은 매우 고위의 정보간파 마법에 준하는 무언가, 혹은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어떤 것일거라고.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그런 힘이 내게 ‘익숙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추론을 했었던 것이다.

마력을, 본질을 꿰뚫어 보는 주시자의 눈.

그것이 내게 익숙한 형태로 나타난 것... 마치 게임의 시스템처럼 나타난 것이, 아마도 상태창의 정체였다.

애당초 상태창이 내가 처음부터 지니고 있던, 주시자의 눈의 힘. 그 일부분이란 소리였다.

그래, 그럼 주시자의 눈은 그렇다고 치고, 다른 편린은 어땠을까.

그 다음으로 얻었던 편린, 불멸자의 심장의 경우에는 아리스가 지니고 있던 천검을 심장으로 받아내면서 생겨났다.

천검에 깃들어있던 천검이 내 심장을 파괴하는 순간, 내 몸이 이를 흡수한 것이다.

그 다음의 헤아리는 자의 경우에는 에루나가 지니고 있었던 것이였다.

귀걸이의 형태로 지니고 있던 그것은, 마왕의 저주니 뭐니하는걸 살펴보던 중에 어쩌다 보니 흡수해버렸다.

나머지는 내가 낙스에서 챙겨왔고.

“...그나마 있는 공통점은 하나같이 하나씩 얻을 때마다 하나씩 잃었다는 정도인가.”

처음부터 지니고 있었던 거로 생각되는 주시자의 눈을 포함해서, 모든 편린들은 하나같이 내게 흡수되는 과정에서 내 몸의 일부를 뜯어갔다.

눈부터 시작해서 심장까지 대체해버리더니 끝내는 인간성 그 자체까지 앗아갔다.

무언가를 버린다고 해야 할지, 희생해야 한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대체한다고 해야 할지.

어째 죄다 얻을 때마다 본래 있었던 내 신체의 일부던, 내가 지니고 있던 본성이던 가져가버리던 편린들을 떠올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서로 힘을 합칠 수는 있어도 절대로 하나가 되려고 하지 않는 성질을 지닌 신의 힘들 덕분에, 사실 이렇게 반송장이 되기 전부터 신체 곳곳이 하자가 생겨버렸던 것들이 생각난 것이다.

사실상 편린 자체가 신체의 기능도 대신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죽었어야 할 너덜너덜한 몸이나 다름없는 몸이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편린들의 특성 덕분에 완전히 신으로 거듭나려면 몸 전체를 편린으로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 적도 있었고.

어쨌거나, 중요한 건 여전히 내가 이 편린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룬다고 해봤자, 말 그대로 힘을 내뿜어내고 있을 뿐이긴 한데.

파직, 파지직ㅡ

꺼내든 역치의 날개의 깃털을 전능자의 손으로 붙잡으려 들자 서로 파직거려대며 떨어지려고 드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 두 힘을 합치는 건 꽤나 쉬웠다.

쩌억, 하고 역치의 날개로 열린 공간으로 전능자의 손을 집어넣어서, 내 뒤통수에 손을 얹고는 그 위에서 전능자의 손의 힘으로 불꽃을 피어올려봤다.

이런 식으로 두 편린이 가진 힘은 서로 힘을 합쳐서 다루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가능했다.

“......”

힘을 합칠 수는 있지만, 하나가 되진 않는다.

그 생각이 갑자기 머릿속에 맴돌았다.

정말로 편린을 흡수하려면, 해당하는 신체를 잃어야 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낙스에서 무지한 자의 진리를 가지고 있던 낙시안의 뇌가 완전히 개판이 났던 걸 본적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흡수였지 편린 그 자체의 힘을 지니고 있던 건 아니었다.

정말로 편린을 제대로 다뤘더라면 그렇게 쉽게 죽이지는 못했을 테니.

특히 무지한 자의 진리가 가지고 있던 힘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그런 점에서 완전하게 편린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내가 알기론 오직 나뿐이란 소리였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어째서 나만이 편린의 힘을 흡수하고, 완전하게 합칠 수 있었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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