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남편-357화 (357/370)

〈 357화 〉 357화

* * *

내가 돌아오자 반색하던 아내들의 표정이 굳어버리는 것이 보였다. 이유야 당연히 내가 안고 있는 멜로니 때문이였다.

“일이 잘 풀린 것으로 보여 다행이에요. 하지만...”

꼬옥, 하고 내 옷을 붙들어 잡은 채로 잠들어있는 멜로니를 흘긋 쳐다본 루시아가 말을 이었다.

“그녀는 어째서...?”

내가 굳이 멜로니를 데려온 이유를 생각하는 듯, 복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루시아를 마주보다가, 내 품에 있는 멜로니를 내려다봤다.

“색... 색...”

조금 전만 해도 나한테 엉덩이를 맞고서 그토록 서럽게 울어놓고서, 지금은 그런 내 품에서 세상 고민 없는 얼굴로 잠들어있는 멜로니가 보였다.

“이지경님...?”

재차 묻는 루시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 이 녀석, 내가 키우려고.”

음, 뭔가 느닷없이 길에서 주운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것마냥 말하게 되어버렸지만, 어떻게 보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고양이랑 지금의 멜로니에게는 공통점도 있었다.

고양이나, 지금의 멜로니나 예쁜 거 빼고는 아무 쓸데가 없다는 거? 엄밀히 따지자면 전 마왕이였던 멜로니가 쓸모야 더 많겠지만, 그거야 나중의 일이고 당장은 똑같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러는데... 허락해줄 거지?”

이럴 때는 막무가내로 뻔뻔해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말하자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던 루시아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뻥긋이다, 이내 꾹 다물었다. 그 대신에, 그런 그녀의 시선이 내 옆에 있던 카르네에게로 향했다.

“...카르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보시겠어요?”

“뭘? 지금 쟤가 다 말했잖아. 저거 기르고 싶다고~? 난 일단 말려보려고는 했거든~? 그러니까 나한테 따지지 말아 줄래~?”

카르네의 대답에 루시아가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딱히 내 편을 들어준 건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내게 반대하는 것도 아닌 태도에 나와 카르네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으리라.

그리고 그런 루시아의 의심대로였다.

굳이 내 편을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멜로니에 대한 걸 반대하진 말라는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카르네에게 저번과 마찬가지로 단둘이서만 데이트해준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였다.

내가 몸이 나은 뒤에, 그것도 시간이 될 때라는 조건이 붙어있는 공수표에 가까운 거였지만, 단둘이 데이트라는 사실에 생각이 짧아졌던 카르네가 그 사실을 눈치채는데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카르네마저도 그렇게 나오자 루시아가 뭐라고 입을 열려고 했을 때였다.

그런 그녀를 뒤로 물리며 크리샤가 앞으로 나왔다.

“그래? 그럼 저 바보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스윽, 하고 내게 안겨서 잠들어있는 멜로니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크리샤가 이내 팔짱을 끼는 것이 보였다.

“그래, 그 녀석을 거두겠다고?”

톡, 톡하고 손가락으로 제 팔을 두드리던 크리샤가 이내 한숨을 폭 내쉬었다.

“좋아, 네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이젠 이것도 익숙해졌으니까.”

익숙해졌다고 말하는 크리샤가 전혀 익숙해지지 않은 거로만 보이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아무리 너라도 별 생각 없이 저런 걸 거두겠니 마니 하지는 않았겠지? 우리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어디 한 번 읊어봐, 만약... 우리가 납득하지 못한다면...”

각오하고, 그렇게 말하는 크리샤의 말에 침을 삼켰다.

분명 로리폼의 크리샤였는데 팔짱을 낀 채로 탁, 탁하고 발을 구르며 나를 보고 있으니까 압박감이 장난이 아녔다.

이렇게까지 화가 난 크리샤를 보는 건 이번이 다섯 번째인 것 같았다.

어라, 상당히 많았다.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게 어디야?

멜로니가 지금은 이 모양이 됐어도, 그녀는 명실상부한 마왕이였던 존재였다. 언젠가는 이 세계의 멸망을 초래하는 존재였다. 거기에 무엇보다도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근본적인 원인이기까지 했다.

그런 존재를, 다름 아닌 내가 거두겠다는 소리를 하면 당연하게도 반대하리란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솔직히 내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무작정 반대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ㅡ 그렇게 된다면 어쩌면 좋을지 막막한 상황이였는데도 굳이 내 말을 들어는 주겠다는 태도의 크리샤가, 그런 크리샤의 말에 동의한 듯 내 말을 기다려주는 아내들이 고마웠다.

“그럼... 우선, 알다시피 이 녀석은 그 마왕이 맞아. 그리고 마왕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두 다 알고 있겠지?”

내 말에 아내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 그녀들도 멜로니를 죽이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덕분이었다.

멜로니는, 아니 마왕이란 족속은 죽여도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일 수는 있더라도 마왕 그 자체의 존재는 불멸하는 존재였다.

솔직히 여기서 멜로니를 죽이는 건 무척이나 간단했다. 힘의 대부분을 잃은 지금이라면, 로리폼의 아내들 중 누구라도 가볍게 멜로니의 목을 꺾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설령 여기서 멜로니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마계에 아직 수없이 남아있을 마족과 마물 사이에서 새로운 마왕이, 지금이 멜로니보다 더욱 강한 힘을 이어받은 마왕이 다시 태어나고 끝날 뿐이었다.

내게 모든 것을 빼앗긴 멜로니라면 뭔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 가능성에 걸고 덜컥 멜로니를 죽였는데... 그게 아니라면?

그럼 결국 똑같아질 뿐이었다.

마계에서 성장한 새로운 마왕은 또다시 마계에서 넘어와 이 세계를 침범하게 되겠지.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이기에, 마왕이란 존재는 마계를 통째로 소멸시키는 게 아닌 이상 불멸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가능했더라면 아직 드래곤이 수백이 넘게 남아있을 적에 진작 했었을 게 분명하니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면 좋으리라.

아무튼 그러한 사실을, 이 세계의 진실을 샤르에게서 같이 들은 덕에 알고 있는 그녀들이였기에 그런 내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 대신에, 크리샤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말의 요점은 알겠어. 하지만 굳이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면 다른 방법도 있잖아? 차라리 봉인해버린다는 방법도 있으니까.”

상정해둔 반박이었기에, 내심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서 말했다.

“봉인할 수 있겠어? 카르네는 힘들 거라고 말했는데.”

내 말에 크리샤가 카르네를 째려보는 것이 보였다. 치켜 올라간 눈썹이, 그 위로 꿈틀거리는 핏줄이 지금 크리샤가 장난 아니게 빡쳤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리샤만이 아니라, 옆에 있던 루시아마저 카르네를 뚫어지라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대놓고 화났다는 것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크리샤보다, 생긋하고 딱 봐도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는 로리폼의 루시아가 더 무서웠다.

그리고, 그런 둘의 시선을 받게 된 카르네가 움찔하고 몸을 떨더니 내 뒤로 숨으며 말했다.

“그거 말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랬었지 참. 미안,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기억력도 떨어졌나 봐.”

크리샤만이 아니라 루시아에게까지 눈총을 산 카르네가 울먹이며 내게 따져 물었지만, 나는 대충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기억력이 떨어졌다느니 뭐니 하는 건 당연하게도 구라였다.

뭐 어차피 언젠가는 들킬 일이였다.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는 말처럼 어차피 들킬 거 지금 들켜서 아무쪼록 어그로 분산에 도움을 줬으면 싶었다.

그리고 내가 바란 대로 카르네에게 어그로가 끌린 사이에 나는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기로 했다.

“아무튼, 마왕이란 것도 결국 드래곤... 어쩌면 드래곤 이상의 격을 지닌 존재잖아? 그렇게 쉽게 봉인할 수 없겠지. 안 그래, 크리샤?”

그런 내 말에 카르네를 노려보던 크리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대로야. 저걸 봉인하려면... 아니, 어떻게 봉인한다고 쳐도, 봉인의 유지를 하는 것도 일이겠지. 우리 중의 누군가는 꼬박 봉인만 지켜야 하는 신세가 될 거야.”

그건 몰랐는데.

다른 건 몰라도 멜로니를 봉인한다는 방법만은 결단코 거부하기로 마음먹은 내가 말했다.

“그렇지? 죽이는 것도, 봉인하는 것도 안 되니... 그러니까 그냥 내가 책임지고 키울게. 밥도 내 몫에서 떼줘도 되니까.”

“......”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고 묻는 듯한 크리샤의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뭐 잘못 말했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 이 녀석 원래 이런 녀석이였지하는 표정을ㅡ 스스로 납득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 크리샤가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쩌다가...”

지금 크리샤의 표정이 술에 취해서 새벽에나 들어온 아버지를 보며 내가 왜 저런 원수랑 결혼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어머니의 표정이랑 겹쳐 보였다.

하지만 아마 착각이리라. 그도 그럴 것이, 그런 표정을 지은 것도 아주 잠깐이였고, 설마하니 크리샤가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다.

아무튼, 진지하게 멜로니의 처우에 대한 것을 고민하기 시작한 크리샤를 보고 조금은 안심했다.

가장 크게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던 크리샤도 멜로니의 처우를 고민하기 시작했으니 나머지도 어떻게든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마냥 좋게 끝나리라 생각하며 안도하고 있을 때였다.

이제껏 가만히, 멜로니를 보고 있던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그러엄, 죽이는 것도오, 봉인하는 것도 아니면 그만이겠네에?”

“응?”

“어디 보자아, 적어도 우리랑 같은 급이라고 친다면, 팔다리쯤은 떼어놔도 죽지는 않을 테고오. 뿔은 이미 없지만 혹시 모르니까 목이랑... 심장도 망가뜨려 놔야겠지이.”

“으으응...?”

“아, 걱정 마아. 이런 쪽의 일은... 뒷수습하는 일은 원래 녹색용이 자주 하던 일이였으니까아. 나야 귀찮아서 전부 루시아한테 넘기곤 했었지만 지식만큼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이. 흐응, 그래도 처음 하는 거니 마냥 살려만 두는 건 힘들지도오... 그래도 수백 년정도는 살려놓는 것쯤은 할 수 있을 거얼? 신체를 회복하는 족족, 다시 처리하는 게 조금 귀찮겠지마안, 봉인하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힐 테고오. 어때애?”

평소처럼 느긋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아르카였지만 내용이 너무 험악했다.

멜로니의 팔과 다리를 자르는 거로 모자라서, 마법을 쓸 여지조차 없애기 위해 목과 심장마저 손상시킨 채로 관리하자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치에는 맞았다.

죽일 수도, 봉인할 수도 없다면 그에 준하는 상태로 만들면 그만이였으니까. 내가 여지껏 펼쳐온 논리대로인 소리긴 했다.

“으응? 이거면 됐지이?”

확인하듯이 묻는 아르카에게 뭔가 말해야 하는데,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꽤 고민해서 멜로니를 거두는 것을 아내들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생각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못했다기보단 안 한 거에 가까웠다.

내 실수였다.

지금이야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녀들은 드래곤이였다.

필요하다면 자신조차도ㅡ 설령 자신의 자식조차도 희생시키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었던 이성의 괴물들.

애정이란 이름으로 그 사실에서 너무 눈을 돌리고만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합리적으로는 이게 맞다고, 반은 드래곤인 내 이성이 아르카의 말에 납득하고 있었다.

확실히 아르카의 말대로 하는 것이 멜로니를 거두는 것보다 훨씬 위험부담이 적은 방법은 분명했으니까.

“...뭐어, 그러면 그런 줄 알고오.”

대답이 없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선 멜로니에게 손을 뻗는 아르카가 보였다.

ㅡ이젠 어쩔 수 없었다.

남은건 논리고 설득이고 뭐고, 억지를 부리는 것뿐이었다.

뭘 그런 식으로 이미 아리스를 거둔 전례가 있지 않은가. 살짝 상태가 좋지 못할 때의 흑역사였지만, 아무튼 전례가 있는 일이였다. 그때처럼 베갯머리 송사 같은 걸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건 나중에 어떻게든 하기로 하고.

아무튼, 내가 아르카의 손을 붙잡으려던 찰나였다.

“우, 우우...”

내게 안긴 채로 잘 자고 있던 멜로니가 칭얼거리더니 눈을 뜨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아르카의 손을 보는 것도.

깜빡이는 멜로니의 눈이 큼지막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도.

“우에에에에엥ㅡ”

그리고 울었다.

정말이지,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이 우렁차게 울어 재꼈다. 더욱이 울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를 꽉 끌어안다시피 하는 멜로니 덕에 온몸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중환자 상태인 내 몸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지금의 나 따위랑은 비교도 안 되는 신체 능력을 지닌 멜로니의 허­그에 박살이 나는 것과 재생하는 것이 반복하는 것이 느껴졌다.

“뺘아ㅡ 뺘아아아ㅡ”

“멜로니, 착하지? 진정하고... 제발 진정 좀 해주라.”

그러지 않으면 통증으로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으니까 제발 진정 좀 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한 번 울음을 터트린 아이가 그렇게 쉽게 우는 것을 멈출 리가 없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이 있다면, 본의 아니게 벌어진 소동 덕에 아르카를 말릴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는 걸까. 당장 아르카마저 놀란 눈을 하고서 울음을 터트린 멜로니를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흐응, 네가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하게 된 이유는 확실히 알겠네.”

그리고 그런 멜로니를 보고서 크리샤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지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빠ㅡ 빠아ㅡ!!”

“...그래, 그래. 나 여기 있으니까, 좀 그만 울렴.”

어떻게 멜로니를 달래주려고 열심히 등을 토닥여주고는 있는데 그런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멜로니는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오히려 더더욱 내 품에 파고들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날 붙잡아올 뿐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모두 알았을 것이다. 멜로니가 내게 보내오는 호의가, 자식이 제 아비에게 그러는 것과 똑같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한숨을 폭 내쉰 크리샤가 말했다.

“정말이지...”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쏘아보던 크리샤가 이내 손을 뻗어서 멜로니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뺘?”

스윽, 스윽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크리샤의 손길에 울고만 있던 멜로니가 놀란 눈으로 그런 크리샤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나도 놀랐다.

그렇게 울던 멜로니가, 머리 좀 쓸어줬다고 우는 것을 멈췄으니까.

이윽고, 크리샤가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건지 내가 그렇게나 달래보려고 해도 울기만 하던 멜로니가 이내 헤실거리며 웃는 것도 보였다.

덕분에 깨달았다.

멜로니가, 그녀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부정만이 아니라는 것을.

쉽사리 울음을 멈추지 않는 아이가, 유일하게 울음을 멈출 때가 제 어미가 자신을 달래줄 때이듯이.

상냥하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크리샤를 보며 멜로니가 언제 울었냐는 듯이 빵싯거렸다.

“마아ㅡ!”

웬걸 이젠 아주 내 품에서 벗어나서 크리샤에게 매달리려고까지 했다.

“......”

조금 섭섭하다.

“그래그래... 그 마왕이, 그 재수 없던 여자가 이 모양이 되다니. 카르네 너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내가 말해봤자 믿지도 않았을 거면서~?”

여전히 멜로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카르네에게 그렇게 말하는 크리샤와 그런 크리샤의 말에 빼꼼하고 내 등 뒤에서 얼굴을 내밀며 대답하는 카르네가 보였다.

“그것도 그렇네. 보고도 믿기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런 카르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크리샤가 나를 올려다봤다.

“이거, 네가 한 거야?”

“그래, 힘도 기억도, 전부 내게 빼앗겨서 지금은 그저 막 태어난 아이랑 마찬가지야.”

“...흐응, 그래? 그보다 그런 식으로 안으면 어쩌겠다는 거야? 이리 내봐.”

“어...? 아, 응.”

결국 멜로니를 빼앗겨버린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크리샤에게 안긴 멜로니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로리폼의, 기껏해야 내 가슴팍에 올까 말까 한 크리샤의 품에 몸만은 성인이나 다름없는 멜로니가 안긴 꼴이였지만 정작 멜로니는 내가 안았을 때보다 더 편안해 보였다.

“좀 크긴 한데... 뭐,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지.”

뭔가 생각대로 잘 안되는지 살짝 표정을 찡그리던 크리샤였지만 그것도 잠시, 즉석에서 자세를 고쳐잡으며 멜로니를 안는 크리샤와 그런 크리샤의 품에서 꺄아꺄아거리는 멜로니를 보고 있자니...

몹시 섭섭했다.

뭔가, 아이를 다루는 데 익숙해 보이기까지 한 크리샤에게 내가 물었다.

“...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슬쩍, 그런 내 물음에 나를 쳐다보던 크리샤가 하아, 하고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슬슬 준비해둘까 싶어서 알아봤을 뿐이야.”

뭘 준비한 것인지 물어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하마터면 또 눈총을 살 뻔했다.

아니, 그런 나를 보고 작게 멍청이, 하고 중얼거리는 크리샤가 보였으니까 이미 충분히 점수가 까지긴 한 모양이였지만.

아무튼, 괜히 낯간지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름 아닌 그 크리샤가,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여러모로 준비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

그래서 그럴까, 멜로니의 머리를 쓰다듬는 크리샤의 모습에서 모성애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로로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크리샤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내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이 괜히 새삼스럽게 실감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정작 곧 있으면 아빠가 되는 나는 이 모양이긴 한데.

음, 나도 어디서 배워두긴 해야할 텐데... 에루나한테나 물어봐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크리샤가 멜로니를 안은 채로 나를 보며 말했다.

“뭐, 아무튼... 확실히 마왕이 이런 상태라면 아르카가 말한 방식이나, 봉인 같은 것보다는 네 말대로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네. 기억을 전부 잃은 거라면... 우리가 하기 나름일 테니까. 어떤 의미에선,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고... 참, 이 녀석... 이름이 멜로니라고 했었지?”

“아, 응.”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크리샤가 이내 멜로니와 눈을 마주치고는 말했다.

“좋아. 멜로니? 날 따라 해보렴. 자, 엄마ㅡ”

“잠깐만요, 크리샤? 지금 뭘 멋대로 하는 건가요?”

예상치 못한 크리샤의 엄마 선언과 함께, 그런 크리샤의 어깨를 붙잡는 루시아가 생긋하고 웃는 것이 보였다.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멜로니의 일은 어찌어찌 된 것 같다고. 그리고, 다른 의미로 엄청 복잡해질 것 같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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