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8화 〉 358화
* * *
사소한 소동이 있었지만 멜로니의 일은 어찌어찌 해결된 것 같았다.
비록 크리샤가 불을 붙인 엄마 소동이 완전히 진화되고 끝난 것이 아니기도 했고, 멜로니에게 금제를 거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남아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끝나긴 끝난 거였다.
즉, 이제 남은 건 여전히 엉망진창인 내 몸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이제 뭘 하면 되는데?”
드래곤이 계획했던 신 만들기에는 우선 신의 힘을 온전하게 흡수할 수 있는 그릇이 필요로 했다. 그리고, 현재 그 그릇이 될 예정이였던 내 몸은 만신창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 건 처음부터 날 신으로 만들 계획을 짰던 여섯 드래곤들 중 하나였던 샤르뿐이였다.
“굳이 페널티에서 회복하라고 말을 꺼낸 걸 보면... 내가 낫는 방법이 있을 거 아냐?”
그런 내 말에 샤르가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글쎄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것... 소망에 가까운 일이지만. 일단은 그래, 방법이 있어.”
뭔가 애매한 대답이였다.
확실하게 회복하는 방법이 없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한 대답이였으니까.
“그래서...? 그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방법이 대체 뭔데?”
그런 내 말에 샤르가 말했다.
“...곧 준비될 거야.”
샤르의 알쏭달쏭한 대답에 더더욱 의문이 들었다.
곧 준비된다니, 뭐가?
그런 생각을 하던 것도 잠깐, 샤르가 말했던 대로 그 준비란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리고 샤르 아가씨.”
내가 얼음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보이지 않았던 에루나가 방으로 들어왔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보는데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만사가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한 태연한 얼굴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내게 인사하는 에루나에게 반가움을 느끼기도 전에 그녀가 들고 온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에루나만이 아니였다.
에루나만이 혼자 들어온 것이 아니라, 그 뒤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온 로로와 마야, 니아까지 한가득 무언가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뭔지는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ㅡ 곤죽이라고 해야 할까, 액체 같은 형태가 되어있었지만 그런데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되어버리고도 흘러나오고 있는 투기 덕분이었다.
아마도, 저건 거인의 시체였다.
멜로니가 아직 마왕이였을 무렵에 나와 아내들을 죽이기 위해 부렸던 거인의 시체.
드래곤의 척추를 뽑아 만든, 드래곤 슬레이어란 이름의 무시무시한 창에 어마무시한 투기를 두른 채로 마구 휘두르던 그 거인이ㅡ 말 그대로 죽이 되어있었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거인과 관련돼서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루시아가 나에게 몰래 영약이랍시고 먹였던 거인의 정액부터 시작해서, 한 대만 제대로 맞았더라면 아마 여기에 있지는 못했을 거인의 공격까지.
그리고 눈앞에 있는... 저것도 그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경험에 이번에 새로 포함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생긴 것부터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그 거대했던 거인의 시체가 왜 굳이 저런 형태로 바뀌어있는 걸까?
그리고 그걸 왜 굳이 내 앞에까지 가져온 걸까?
더군다나 죽이 되어버린 거인이 담겨있는 그릇, 아니 대야라고 해야 할까? 그릇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컸으니까. 여기에 담겨있는 이게 그 거대했던 거인이였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나 적어진 양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였다. 중요한 건 그 그릇인지 대야인지 모를 것의 옆에 있는 숟가락이였다.
...왜 숟가락?
맹렬하게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내 몸은 그런 과격한 운동을 하기엔 턱없이 약해진 상태였다. 벗어난다고 해도, 어디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애당초 하늘에 떠다니는 천공성에서는 도망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였다.
“그, 샤르?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지?”
그런 내 물음, 정확히는 애원에 가까운 호소에 스윽, 하고 샤르의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덕분에,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샤르의 반쪽이 눈에 들어왔다.
샤르의 반쪽은, 여전히 차가운 얼음에 갇힌 채였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펼쳤던 대마법, 영구동토의 대가로 바친 반쪽은 어쩌면 영영 저렇게 샤르의 절반을 얼린 채로 남아있을지도 몰랐다.
괴로울까?
모르겠다.
얼어붙지 않은 나머지 반쪽은 여전히, 감정을 읽기 힘들 만큼 무표정했으니까. 이미 대가를 치르고, 대마법을 펼친 이상 그녀는 더이상 감정을 죽이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샤르의 감정을 차마 읽기 힘들 정도로 희소했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감정을 죽여온 탓이리라.
덕분에 궁금했다. 혹시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다는 것을 참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무심코 손을 뻗어서, 얼어붙어 있는 샤르의 얼굴을 더듬었다.
“물어보는 게 늦긴 했는데, 그거 아파?”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샤르가 입을 열었다.
“...통증은 없어. 내가 바친 대가엔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그런가, 다행이라고 하기엔 뭐했지만 그나마 통증이라도 없다는 게 어디인가 싶었다.
아픈 건 끔찍한 일이니.
아무튼, 확실한 건... 그런 샤르의 모습을 보게 되니까 고작 이런 거로 앓는 소리를 할 순 없게 돼버렸다는 거였다.
차디찬 샤르의 반쪽으로부터 손을 떼어낸 나는 대야에 있던 숟가락을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이거 전부 먹으면 나을 가능성이 있긴 한 거지?”
마지막으로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인 샤르가 입을 열었다.
“...너를 얼리고서 많은 것을 생각했어. 내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넌 그때 그대로 죽어버렸을 테니까. 우리가 차마 손을 쓰기도 전에, 네 몸은 산산이 부서져서 사방으로 흩어졌었겠지. 하지만... 그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그래,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네 몸이 신의 힘을 담을 그릇으로 만들어졌던 거라면, 신의 힘을 조금 과하게 사용했다는 이유로 그런 식으로 망가져서는 안 되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증거로, 내 몸은 이 모양이었다.
힘 좀 과하게 썼다고, 완전히 망가져 버려서, 숟가락 하나를 들고 있어도 달달달 떨리는 그런 몸이 돼버렸다.
아마, 페널티를 해소하기 전이였더라면 이 숟가락도 채 들지 못했을 거였다.
“우리가 계획했던 신의 그릇이였더라면... 네 육체는 완전하고 완벽했어야 했어. 그야, 전능한 신의 힘이 담길 육체니까 당연한 일이었어. 우리가 바란 것이ㅡ 비록 빈껍데기였다고는 해도, 최소한 그 껍데기만큼은 신의 그것이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네 육체는 그러지 못했어.”
샤르의 말을 듣자 하니, 뭔가 내가 실패작이였다는 듯한 뉘앙스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란 건, 언제나처럼 무표정해 보이는 샤르의 눈동자에 담긴 짙은 자책과 죄책감. 그리고 좌절감 때문이었다.
그녀가 실패했다고 여기는 건 내가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다.
“...완벽했어야 할 신의 육체가, 신의 힘을 담았어야 할 그릇이 어째서 불완전했을까? 그건 아마... 부족했기 때문이었겠지. 신이 남기고 간 편린을 재료로 썼다고는 해도, 결국 그걸 다룬 것은 우리들, 드래곤이였으니까. 그러니까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한낱 신이 피조물에 불과했던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하물며 그것이, 둘로 나뉘어버린 반푼이에 불과했더라면 더더욱.”
우리들의 계획은,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었던 거야.
실낱같은 희망을, 가능성을 믿고서 모든 것을 걸었던 그녀였기에. 그 많은 것을 희생해가면서 이룬 결과가ㅡ 결국 그 실낱같던 희망마저 이룰 수 없었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뿐이라는 것에 샤르는 절망했을 것이다.
수백 년간의 그 모든 노력과 희생이, 결국 무의미했던 거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으니.
하지만 그녀는, 좌절할지언정 무너지지는 않았다.
“...신들은 자신들을 본떠서 드래곤과 거인을 만들어냈어. 그리고, 드래곤들이 만들었기에, 드래곤들만이 만들었기에 실패한 거라면... 그렇다면... 부족한 걸 채우면 그만이야. 그렇게 한다면, 계획했던 대로 완전해질지도 몰라. 어디까지나, 그러기를 바랄 뿐이지만.”
“그래, 그렇구나.”
그렇게 대답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샤르의 말을 전부 들었는데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결국, 내 몸이 원래 계획과는 달리 불완전했다는 거고, 그 불완전한 걸 채우기 위해서ㅡ 저 거인죽이 필요로 하다는 것만 이해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즉, 뭐가 됐든 간에 일단 저걸 먹어보면 알 수 있다는 거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샤르가 보였다.
그런 샤르를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나 바라지 않았던, 애써 부정하려고 했던 것이 현실로 들이밀어진 셈이었으니까.
뭐, 사실 다른 방법도 없었다. 달리 그나마 가능성이라고 있는 건 내가 그놈의 빛의 터널이 있던 곳으로 다시 한번 넘어가는 것뿐인데, 그게 가능했으면 이러고 있지도 않았을 거고.
결국엔 이런 거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다. 그런데 내 몸이 낫는다는데 이건 싫다 저건 싫다 가리는 것도 사치기는 했다.
그리고 그런 내 감정을 읽었는지 에루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주인님, 원래 포기하면 편한 겁니다. 비록 맛은 포기하지 않았을 걸 싶을 정도로 끔찍하겠습니다만, 좋은 게 좋은 거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에루나, 부탁인데 내 의지를 꺾으려고 들지 좀 말아 줄래?”
“죄송합니다. 미리 마음의 각오를 하시는 편이 나을까 싶었기에.”
내 말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에루나를 잠깐 노려보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누굴 놀리나 싶은 에루나의 말이었지만 에루나가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날 놀리려고 한 건 둘째치고서 이게 정말로 끔찍할 정도로 맛없다는 건 확실했다.
그렇다고 해도, 별수 없으니까 일단 먹긴 해야겠지.
조심스레 옆에 있던 숟가락을 들어서 국물... 이라고 해야 하나, 건더기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곱게 갈아ㅡ 아니, 이 경우에는 갈았다기보단 으깼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대체 어떻게 그 거대했던 거인의 시체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것인지도 알 길이 없는 죽을 떠봤다.
움찔!
“......”
방금 이거 꿈틀거린 거 같은데?
부글거리는 것도 아니고, 제멋대로 움찔하고 꿈틀거린 거 같은데...?
하지만, 꿈틀거리던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던 내가 이걸 먹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서, 냅다 거인으로 만든 영양죽을 입에 쑤셔 넣었다.
거인죽의 맛은 실로 끔찍한 것이였다. 아니, 끔찍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이전에 크리샤가 요리했던, 그 정체불명의 수프가 백 배는 선녀 같을 정도로, 거인죽은 그야말로 지옥에서 갓 퍼 올린 시궁창의 오물 같은 맛이었다.
그런 것을 내가 몇 대야씩이나 먹어치웠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실 맛은 둘째치고서, 양으로만 따지자면 대야 하나를 비운 것도 기적일 정도였다. 양이 양이다 보니 아무리 내가 반은 드래곤이 되면서 대식가가 되었다고는 해도, 대야 하나만으로도 원래라면 진작 배가 터질 지경이 되어야 정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인죽을 아무리 먹어도 배가 차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먹으면 먹을수록. 그 고역스러운 맛과 달리 내 몸이 더욱 많이 거인죽을 요구해오는 것이 느껴졌다.
바싹 말라버린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거인죽은 내가 먹는 즉시 내 몸 곳곳으로 스며들어 가서, 이미 조각나고 비틀릴 대로 비틀려서 생겨난 틈새 곳곳을 메꿔갔다.
그러고서, 마치 끈적이는 아교처럼 틈새를 붙잡고 늘어지는 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오...”
그리고, 그런 내 몸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은 마지막 대야에 가득했던 거인죽을 모두 먹어치웠을 무렵이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였다. 단지, 온몸 곳곳에 있던 틈새들이 하나하나 메꿔지자 이제껏 마냥 들이붓는 대로, 쌓이는 대로 쏟아내던 마력과 투기가 순식간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차오르는 거로 그치지 않고서 계속해서 팽창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거 뭔가 이상...”
팽창하는 속도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욱, 윽... 끄으윽...”
한순간에 팽창하기 시작한 마력과 투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의 몇 배 이상으로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팽창한 마력과 투기가 온몸 곳곳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뒤틀릴 대로 뒤틀렸던 육체들이 다시 제자리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과 투기가 흐르는 길을 따라서, 비뚤어져 있던 근육이며 뼈가 제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쩌적, 하고 계속해서 팽창해서, 이제 와선 만전이였던 때의 열 배가 넘을 정도로ㅡ 지나칠 정도로 비대해진 마력과 투기가 거인의 혈육을 재료로 임시방편 삼아 메꿔놓은 거나 마찬가지인 틈새마저 잡아 벌리기 시작했다.
이젠 먹고 싶어도 먹을 거인죽도 없는데, 이게 다시 터져버리는 순간 더는 뒤가 없었다.
아니, 뒤가 없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아마 이번에도 터져버리면 그대로 죽는 게 확정될 거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멸망이 확정된 이 세계에 남게 될 모두에게, 내가 사랑하는 아내들과 태어날 아이들에게는 그저 암울하기 그지없는,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미래만이 남아버리겠지.
까득...!
이를 악물었다.
그딴 좆같은 미래 따위를 위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었다.
좆같은 걸 꾹 참고서, 그놈의 거인죽을 들이킨것도 다시 펑하고 터져서 죽을 생각으로 한 게 아니었다.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터져버릴 것 같다면, 그렇다면 억누르면 그만이었다.
흐르는 마력을, 휘몰아치며 팽창하는 마력을 잡아 누른다.
요동치는 투기를, 맥동하며 부풀어 오르는 투기를 잡아 누른다.
그런 내게 반발하며 더욱 맹렬한 기세로 터져나가려는 마력과 투기를, 붙들어 잡고 늘어졌다.
압축, 그리고 또 압축.
조금씩이나마 내 통제를 듣기 시작하는 마력과 투기를 이용해가며, 안쪽으로, 안쪽으로 계속해서 압축시켰다.
그렇게 계속해서 마력과 투기를 짓누르자, 오히려 한없이 팽창할 때보다 위험한 상태가 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터지기 일보 직전인 화약이 몸 안에 들이 부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그다지 다른 바가 없는 상태긴 했다.
조금이라도 제어에서 벗어나는 순간, 겨우겨우 압축시킨 마력과 투기가 이전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단숨에 폭발해버릴 테니까.
이런 것을 몸에 영영 두고 다닐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밀어 넣었다.
너덜너덜한 내 몸에서, 그나마 멀쩡한 곳이, 아니 멀쩡하다기보다는 무진장 튼튼한 곳이 하나 남아있었다.
사실상 내 몸에서 가장 튼튼한 곳.
불멸자의 심장이란 이름이 붙어진 편린이 있는 곳으로 당장 터질락 말락 하는 폭탄 덩어리를 가둬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불멸자의 심장이 터지던, 이게 터지던 어느 쪽이던 죽는 건 똑같았다.
그러니, 그나마 터지기 직전인 내 몸보단 튼튼한 심장으로 밀어 넣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달라는 심정에 가까웠지만ㅡ
그것이 정답이었나보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던 마력과 투기를 뭉쳐놓은 것이ㅡ 불멸자의 심장 안으로 밀려 들어가자 순식간에 얌전해진 것이었다.
아니, 얌전해졌다기보다는 성질이 바뀌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도, 투기도 아닌 별개의 무언가로.
압축되었던 마력과 투기ㅡ 원래부터가 어마무시한 크기에 달하던 그것이, 더더욱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하면서 더욱 강대한 힘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처음부터 이 정도의 힘이었다면 억누르기는커녕 당장 폭발했을 정도로 강대한 힘이었다.
그런 주제에 크기는 무척이나 작은 것이, 고작 조각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어딘가 엄청 익숙한 힘이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게 새롭게 만들어진, 새로운 종류의 힘이라서 그런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이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알 것만 같았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 내 힘이었으니까.
멀쩡하게 달린 자신의 팔과 다리를 움직일 줄 모르는 법은 없는 법이었다.
이것도같은 이치였다.
띠링~
그리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들어본 듯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