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Con Moto
콘 모토 : 생생하게, 움직임을 가지고 약간 빠르게 @nini
창 너머로 서울 야경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크고 작은 불빛들은 수많은 이들이 한창 활동하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누군가는 일을, 누군가는 휴가를, 또 누군가는 가족들과 어울리고 있을 건물들을 감상하던 시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도 잠시, 등 뒤에 느껴지는 인기척에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시야 안으로 들어온 건 가운을 입은 예준이었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던 예준은 시후를 보자마자 눈을 밑으로 내리깔았다. 바닥으로 황망히 굴리는 눈동자로 보아 이 상황이 못내 어색한 게 분명했다.
“아직도 부끄러워요? 이젠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시후는 손가락으로 제 아랫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미간을 좁히며 그쪽을 살피던 예준은 곧 “아” 하고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도톰하며 불그스름한 입술이 살짝 부어 있었다. 차 안에서 급히 입을 맞추느라 벌어진 일이었다.
“물고 빤 사이에 새삼.”
“…….”
“안 그래요?”
응시하는 예준의 색소 옅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멋쩍어하는 기색을 느낀 시후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고는 소파에 앉았다. 긴 다리를 꼰 채 몸을 비스듬하게 기울이는 그 역시 같은 가운 차림이었다.
“처음이니까, 오늘은 수음 정도만 하도록 하죠.”
“수음…….”
“그래요, 서로 좆 만져 주자고.”
장난을 담아 무심한 척 중얼거리자 예준이 몇 번의 숨을 내쉬었다. 조각난 숨들은 하나같이 끄트머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제 얼굴을 쓰다듬었다. 손가락이 눈 부근에 박혀 있던 눈물점을 쓸고 지나갔다.
“……가르쳐 주세요.”
부끄러워하는 어투 때문일까. 귓가에 와 박히는 목소리가 야하게 느껴졌다. 소파 팔걸이를 짚고 있던 시후의 손에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 창백한 피부 위로 갈라진 핏줄들이 툭툭 불거졌다.
“옷 벗어 봐요.”
지시하는 시후의 음색에도 옅은 흥분이 담겨 있었다. 바로 옷부터 벗으라고 말할 줄은 몰랐는지 예준의 뺨과 턱이 경련하듯 꿈틀거렸다. 제 얼굴을 매만졌던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시후는 머무적대는 그의 망설임을 즐기기로 했다. 풋풋한 반응에 입꼬리를 올리자 예준의 몸이 움찔, 떨렸다. 곧 색소 옅은 갈색 눈동자에 결심하는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사락.
예준은 언제 머뭇거렸냐는 듯 끈을 잡아 풀며 가운을 벗었다. 보드라운 재질의 옷이 몸을 타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툭’ 하고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시후의 귓불을 자극했다.
“…….”
시후는 드로어즈만을 입은 이의 몸을 관찰했다. 먼저 눈에 담은 건 조각상처럼 훌륭한 상체였다. 곧은 목이나 떡 벌어진 어깨, 그 아래 위치한 양팔 모두 근육이 완벽했다.
군살 하나 없는 팔뚝을 지켜보던 시후는 중앙으로 눈동자를 움직였다. 잘 갈라진 가슴골과 안정적으로 잡혀 있는 복근 역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속옷은 왜 입었어요?”
나지막한 목소리를 낸 사람은 시후였다.
“어차피 벗을 텐데.”
열기 어린 정적을 깨뜨리며 낸 속삭임에 예준의 긴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 시후는 그런 예준을 만지는 대신, 속옷 위로 시선을 굴렸다. 검은 드로어즈에 가려진 물건은 예상한 대로 두툼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저게 동정이라고?’
숫총각이다, 이거지? 저 큰 좆을 여태 쓰지 않았다니 안타까울 정도다. 방탕한 20대를 보내왔던 시후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얼굴도 반반하고 몸도 좋고 심지어 훌륭한 물건도 갖고 있다. 먹어 보고 싶어 들이댔을 이가 자신 말고 분명 존재했을 터, 그런데도 경험 한 번 없었다는 게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정말 경험 없어요?”
신기하다는 듯이 묻자 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득한 시선에 느끼기 시작했는지, 두툼한 가슴이 가볍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시후는 일부러 다리 사이만을 뚫어질 듯이 응시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신기하네.”
“이런 데에 관심 없었으니까요. ……형 만나기 전까진.”
낮게 대답한 뒤 예준은 “하아” 하고 길게 숨결을 뱉었다. 어느새 속옷 아래 있을 성기가 위로 곧추세워져 있었다. 검은 천이 촉촉하게 젖어 들어 있음을 확인한 시후는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벗고 나오지 그랬어요. 괜히 더럽혀졌잖아.”
“……자꾸 속옷 이야기하시네요. 그러는 형은요?”
“나?”
“형은, 속옷 입었어요?”
그 말에 시후는 눈을 위로 올려 예준과 시선을 마주했다. 사과처럼 빨개진 볼을 한 주제에 힘을 준 눈동자에는 도발적인 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발가벗은 와중에도 기죽지 않는 자세가 시후의 마음에 꼭 들었다. 마치 신 음식을 먹은 듯 맑은 침이 올라와 혀를 흠뻑 적셨다.
타액을 목구멍 아래로 삼키며 그가 한 손을 뻗었다. 허공 위로 향한 시후의 손가락이 가볍게 까딱거렸다.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보든가.”
예준의 얼굴에 생각하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그는 뜻밖의 행동을 하여 시후를 즐겁게 만들었다. 그의 바로 앞에 양 무릎을 꿇고 앉더니 그대로 그의 가운 끈을 잡아 풀어 버린 것이다.
스르륵.
헐렁해진 가운이 시후의 몸을 타고 느리게 흘러내렸다. 살갗을 쓸어내리는 움직임에 시후는 나른한 숨소리를 내었다. 끈을 푼 손가락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가운을 잡아 옆으로 젖혔다. 감춰져 있던 맨살이 노출되자 쾌감이 꼬리뼈를 저릿하게 했다.
“아.”
소리를 낸 사람은 예준이었다. 갑자기 현기증이 일었는지 눈을 꾹 감았다가 뜨는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제 앞에 있는 다리를 한참 응시하다 물었다.
“다리, 만져도 돼요?”
시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만지게?”
은근한 반말에도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이 예준은 시후의 무릎을 쥐었다. 피부 위를 감싸는 손바닥이 따뜻했다. 온기를 품은 손길을 따라 시후는 순순히 다리에 힘을 풀었다.
그러자 예준은 한 손으로는 무릎을, 다른 쪽 손으로는 종아리를 잡고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꼬고 있던 시후의 다리가 풀어지고 자연스레 허벅지가 벌어졌다. 정중한 동작이었으나 결국은 다리 사이를 보기 위함을 알아차린 시후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변태.”
그는 허리를 앞으로 수그린 채 단어 하나를 읊조렸다. 예준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꼭 봐야겠는지, 어느새 그의 양 허벅지를 잡고는 꾹꾹 눌러 대기 시작했다.
시후는 실소를 뱉고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완전히 기대었다. 다리가 벌어지고 예준이 숨을 크게 몰아쉬는 소리가 터졌다.
“이제 만족해요?”
그렇게 묻는 시후의 다리 사이는 실오라기 하나 걸쳐져 있지 않았다. 발기한 성기는 꼿꼿하게 세워져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귀두는 쿠퍼액으로 젖어 번들거리기까지 했다.
예준은 눈을 댕그랗게 뜬 채로 타인의 성기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속옷을 입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누군가에게 한 대 맞은 듯 충격까지 받은 것 같은 얼굴에, 시후는 한쪽 입꼬리만 끌어당겼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를 들어서는 그대로 예준의 목을 감싸 당겼다.
“윽!”
휘청거리던 예준이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숨이 시후의 성기를 간질였다. 온몸의 신경이 송곳처럼 곤두서는 느낌 속에서 시후는 팔걸이를 더 세게 붙잡았다.
“봤으면 이제 어떻게 해야겠어.”
“…….”
“응?”
대답하라는 의미를 담아 묻자 예준이 조용히 읊조렸다.
“빨아 드릴까요?”
미친놈. 흥분 섞인 욕설이 목구멍 위까지 치받쳐 올랐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질 땐 언제고, 이제는 빨아 주겠단다. 뜻대로 해 주고픈 충동이 샘솟았다. 순진무구한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입 안에 성기를 처넣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상대가 저보다 어린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말로만 저럴 뿐 경험이 없음을 알고 있어서였다. 가르쳐 주겠다고 한 입장에서는 더 젠틀하며 차분해질 필요가 있었다.
여유를 가장하며 시후는 다리를 다시 바닥에 두었다.
“수음만 가르쳐 주겠다고 했잖아요, 오늘은. 그건 다음에 해요.”
“……네, 그럼.”
“읏.”
그리고 그 순간 시후의 눈썹 사이에 힘이 들어갔다. 침 삼키는 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별안간 성기가 잡혔다. 그는 의자에 기대고 있던 몸을 떼며 한층 거칠어진 음색을 내었다.
“잡고만 있을 거예요?”
“…….”
“위아래로 움직여요, 부드럽게.”
성기를 쥔 큰 손이 꿈틀거렸다. 예준은 느릿느릿하게 손목을 움직였다. ‘찌걱, 찌걱’ 하고 젖은 소리가 난잡하게 울려 퍼졌다.
흥분이 살갗을 파고드는 느낌에 시후는 “으음” 하고 신음했다. 그의 입술로 놀란 시선이 닿았다. 정말로 느꼈냐는 눈빛을 마주하며 시후는 한마디 더 했다.
“손톱으로도 한 번 긁어 줘요. 예민한 피부니 너무 세게 긁진 말고. 혈관 따라 천천히, 그렇지…….”
예준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시키는 대로 했다.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기둥 위로 손톱을 댄 채 부드럽게 훑었다. 혈관 하나하나를 쓰다듬기도, 때로는 긁기도 하는 손길을 느끼며 시후는 입을 벌렸다.
“거긴 더 세게.”
능숙하다고는 빈말로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충실히 행하는 예준의 태도가 만족스러웠다. 시후는 다리를 더 넓게 벌리며 귀두도 만져 달라고 속삭였다. 둥근 귀두에 손바닥을 댄 채로 비비는 행위를, 꽤 좋아하는 이유에서였다.
“…….”
“읏.”
길게 숨을 내뱉는 동안 예준 역시 짧은 신음을 내었다. 수음받고 있는 시후보다 더 빨갛게 물든 얼굴이었다.
귓구멍을 파고드는 신음에 시후는 장난쳐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닥을 디디고 있던 오른발을 움직인 건 그 때문이었다.
툭.
“!”
예준은 소스라치듯 놀라며 상체를 앞으로 푹 숙였다. 땀에 젖은 이마가 무릎에 맞닿았다. 시후는 파르르 떠는 아이의 다리 사이를 발로 지분거렸다. 흰 발가락에 느껴지는 감촉이 축축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짜릿한 희열이 목덜미를 타고 이곳저곳으로 퍼졌다.
툭, 툭.
발가락은 계속해서 발기한 성기를 건드렸다. 때로는 힘을 주어 밟기도, 때로는 스치듯 누르며 상대를 괴롭혔다. 아무 말도 못 한 채 끙끙거리던 예준은 결국 두 손으로 시후의 좆을 꽉 움켜쥐었다. 돌연 가해진 강한 힘에 시후의 입매가 비틀렸다.
“그만…….”
“…….”
“자극이 너무, 세요.”
예준의 낮고 떨리는 읊조림이야말로 자극적이었다. 입매를 당겨 올리며 웃던 것도 잠시, 시후는 그대로 상대를 눌러 쓰러뜨렸다. 바닥에 완전히 눕도록 내리누르는 손등 위로 핏줄이 툭툭 솟아났다.
“몸에 힘 풀어요. 나 똑바로 보고.”
“똑바로” 하고, 되새겨 주듯 한 번 더 반복해 말한 뒤 시후는 아래로 몸을 내렸다. 바닥 위에 누운 예준의 허리가 바르작대며 튕겨 올랐다.
시후는 그런 예준의 속옷 위로 손을 갖다 대었다. 손바닥으로 느릿하게 비비며 그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후’ 하고 입김을 불자 속옷 아래 있던 성기가 한층 딱딱해졌다.
“형, 윽!”
속옷을 끌어 내린 건 손이 아니었다. 속옷 밴드에 치아를 갖다 댄 시후는 그대로 잡아 내렸다. 코끝을 스치는 건 비릿한 체향이었다. 진한 내음에도 불쾌감 대신 흥분만 짙어졌다. 시후는 반쯤 벗긴 드로어즈를 마저 내린 뒤 예준의 것을 감상했다.
“……역시. 크네요.”
덤덤한 말투였으나 실은 적지 않게 놀랐다. 튕기듯 나타난 굵직한 기둥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물이었다. 정녕 베타의 몸에 달린 물건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두툼한 것은 성기가 아닌 몽둥이에 가까웠다.
시후는 빳빳하게 곧추세워진 그것 위로 손가락을 대었다. 꿈틀거리는 성기는 검붉은 빛이었고 두꺼운 핏줄들이 울퉁불퉁 솟아 흉흉하기까지 했다. 말간 낯빛을 자랑하는 소년 같은 청년에겐 퍽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다.
“잠깐, 잠깐만요.”
“그건 내가 할 말이고. 잠깐 있어 봐요.”
그는 들썩거리는 예준을 다시 누르며 한마디 더 했다.
“벌써 싸지는 말고. 안 그러면 애인이 싫어해요.”
그때까지 당황한 듯 바르작대던 예준의 몸이 멈췄다.
“애인요?”
“응, 애인. 예준 씬 언젠가 연애할 것 같으니까.”
시후는 손가락으로 귀두만을 지분거렸다. 매끈한 살덩이를 쓸자 작은 요도구에서 더 많은 액이 흘러나왔다. 그것을 받아 혈관이 돋은 기둥에도 묻혔다. 끈질기게 계속되는 괴롭힘에 힘든지 예준이 거칠게 숨을 토했다.
“너무 빨리 싸면 애인한테 좀 그렇지. 안 그렇겠어요?”
“형은 그래요?”
그러자 뜻밖의 질문이 시후를 멈추게 했다.
“형은…… 빨리 싸는 거 싫어요? 그러면 참을게요.”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예준의 얼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예준은 눈꺼풀을 아래로 내리깐 채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자 간질간질한 느낌이 올라왔다. 함께 바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받았던 감각이었다. 달콤한 음식을 양껏 먹은 듯, 혹은 따스한 물에 푹 잠긴 듯 몽글몽글한 기분이 낯설었다.
“예준 씨.”
“……네.”
“그만 귀엽게 굴어요. 안 그럼 내가 쌀 것 같으니까.”
두 마디 툭 건네자 예준이 목울대를 꿈틀거렸다. 당황하면서도 기뻐하는 반응을 감상하며 시후는 자세를 바꾸었다.
사락, 스르륵.
서로의 가운이 맞물리는 소리가 열기를 부추겼다.
잠시 후, 가운이 아니라 성기들이 서로 맞대게 되었다. 시후는 상대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두 성기를 잡아 보려고 했다. 최대한 손가락을 쫙 펼쳤지만 동시에 붙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몇 번의 시도에도 실패하자 시후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쉽지 않네. 예준 씨가 내 물건 잡아요.”
그때까지 가만히 깔려 있던 예준이 손을 내밀었다. 움직이는 팔뚝이 불끈거리며 힘이 들어감과 동시에 근육이 도드라졌다. 그는 아까처럼 조심스럽게 시후의 성기를 움켜잡았다.
흥분해서 번들거리는 눈을 한 주제에, 정중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 이상한 감상을 일으켰다. 시후는 가슴에 즐거운 느낌이 스며들어 오는 걸 느끼며 생각했다.
‘그만 귀엽게 굴라니까.’
그는 예준이 알면 어이없어할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나른한 숨소리를 내었다. 그사이 예준은 엄지로 단단히 선 기둥의 혈관을 긁어 주고 있었다. 바짝 깎은 손톱이 살갗을 문댈 때마다 성감이 벼락처럼 환기되어 온몸의 뼈를 울렸다.
“배우는 게, 빠르네요.”
토막 내어 발음한 뒤 시후도 예준의 성기를 잡아 진득하게 훑어 주었다. 느릿하게 시작된 행위에도 자극이 강했는지 예준은 얼굴을 찡그리며 하반신을 들썩거렸다.
쩍, 쩌억.
손으로 잡았다가 놓을 때마다 끈적한 소리가 터졌다.
“아래도 눌러 봐요, 살짝.”
“이렇게요?”
“읏……. 좋아요.”
음낭을 손바닥으로 받친 예준은 그대로 천천히 비벼 대었다. 시후의 신체 부위 중 몇 없는 말랑한 부위가 문대지자 작은 요도구에서 ‘핏!’ 하고 맑은 액이 터져 떨어졌다. 투명한 액체들이 아래 깔려 있던 예준의 배를 적셨다. 보기 좋게 갈라져 있던 복근이 삽시간에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그쪽으로 시선을 둔 시후는 다른 손으로 예준의 배를 애무했다. 손가락으로 근육 결을 쓰다듬기도, 혹은 손톱을 세워 아랫배를 장난치듯 눌렀다.
예준은 “하아” 하고 떨리는 숨소리를 내며 음낭을 만지던 손을 올려 다시 기둥을 감싸 쥐었다. 아까보다 더 거칠게 훑어 주는 그의 동작에 흥분한 기색이 잔뜩 묻어났다.
“예준 씨.”
“…….”
“유예준 씨.”
“네.”
예준은 상체를 일으키더니 얼굴을 가까이 내밀었다. 그가 서로의 코가 닿을락 말락 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낮게 속삭였다.
“듣고 있어요, 시후 형. 말해요.”
제 이름이 이렇게 야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시후는 처음 알았다. 가쁜 숨소리가 입술에 닿자 다리 사이가 오싹해졌다.
훅 올라온 전율에 더는 느릿하게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머릿속을 부글부글 끓게 하는 상태에서부터 벗어나려면, 짐승처럼 서로의 것을 훑어 줘야 함을 시후는 과거 경험들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빨아 드릴까요?’
별안간 예준의 질문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실은 수음이 아니라, 발기한 자지를 저 입속에 처넣고 싶은 걸까.
시후는 눈앞에 있는 젖은 입술을 보다가 눈꺼풀을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예준의 머리채를 잡아 구강성교를 시키는 대신, 이렇게 읊조렸다.
“이제부터 내가 만지는 대로, 똑같이 움직여요.”
그때까지도 시후의 성기 기둥을 어루만지고 있었던 예준은 동작을 멈추었다. 젖은 소리조차 사라지자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정적이 두 사람을 감쌌다.
고요함이 시후의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 몸이 한층 예민하게 달아오름을 느끼며 그는 콧잔등을 찡그렸다. 당장이라도 예준의 손에 자지를 문대 사정하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솟구쳐 영혼을 뒤흔들었다.
꼭 러트라도 온 것 같군. 실소를 삼킨 그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를 내었다.
“대답, 듣고 싶은데.”
그때였다. 시후는 하마터면 한층 높은 신음을 낼 뻔했다. 별안간 예준이 그의 귓불에 입술을 댄 탓이었다.
뜨겁고 말캉한 것이 귓불을 핥기 시작했다. 이어 ‘쪽,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민감한 부위가 거침없이 빨렸다. 가뜩이나 들뜬 상태에 생각 못 한 애무까지 가해지자 숨이 턱 막혔다.
“윽.”
시후는 다른 손으로 예준의 어깨를 잡아 막으려고 했다. 때마침 예준이 물고 빨았던 귓불을 놓아주었다. 대신 귓구멍에 얼굴을 가까이 댄 채로 이렇게 속삭였다.
“시키는 대로 할게요.”
“…….”
“저 잘하면, 칭찬해 줘요.”
저릿저릿한 쾌감이 몸을 긁었다. 시후는 사정감을 억누르며 미간에 힘을 주었다.
일부러 약한 귀를 공략한 게 분명했다. 배우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하며 시후는 상대의 귀두를 틀어막았다. 그런 채로 한 행동은, 손톱을 세워 요도구를 긁는 것이었다.
날카로운 쾌감이 버거웠는지 예준이 거친 숨을 토해 냈다. 잠시 후, 젖을 대로 젖은 시후의 귀두에도 똑같은 애무가 가해졌다.
“형, 시후, 형……. 하…….”
“귀 그만 빨아, 읏.”
“여기, 좋아하잖아요. 안 그래, 요?”
스윽, 스윽!
귀두를 희롱하던 손들은 다시 기둥을 붙잡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의 좆을 만져 주며 두 사람은 눈을 마주했다.
시후는 흥분으로 벌건 상대의 눈 부근을 응시하며 입꼬리를 당겨 올렸다. 그러자 예준은 가만히 지켜보다 그를 따라 미소 지었다. 보조개가 생겨나는가 싶더니 예준이 먼저 입을 겹쳤다.
‘윽!’
시후는 신음을 삼키며 인상을 썼다. 거친 입맞춤에 목이 뒤로 꺾여 나간 탓이었다. 그 바람에 성기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고 말았다. 예준은 비칠거리는 시후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음과 동시에 똑같이 강한 악력을 가했다.
“……하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함과 동시에 성기가 움찔, 하고 정액을 토했다. 진득한 액체가 살기둥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입술을 떼고 숨을 뱉자 예준도 눈을 감으며 허리를 잘게 흔들었다. 어느새 시후의 손바닥 역시 뜨겁고 끈적끈적한 것으로 범벅이 되었다.
“하아, 하아.”
“하…….”
숨소리들이 한데 뒤엉켰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몽롱해지는 시야에 시후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사정 직후의 나른한 여운이 해일처럼 몰아쳐 그를 덮쳤다.
시후는 땀에 젖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했다. 피로함과 노곤함이 겹겹이 쌓인 그와는 달리 예준은 멀쩡하기 짝이 없는 상태를 하고 있었다. 긴 속눈썹 아래 드리운 눈동자는 기이할 정도로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발간 뺨과 입술 역시 생기로 가득 찼다.
아무래도 기가 빨린 건 자신밖에 없었나 보다.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한 시후는 어깨를 꾹꾹 누르던 나른한 느낌을 치워 버렸다. 헛기침을 하는 얼굴 위에는 평소처럼 무감각한 표정이 씌워지게 되었다.
“형.”
그런 시후를 향해 예준은 차분하게 미소 지었다. 반달 모양의 눈꼬리와 눈물점이 상기된 뺨과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루어 냈다.
“이제 칭찬해 줘요.”
“잘해야 칭찬하지.”
“형 사정했잖아요. 그럼 잘한 거 아니에요?”
착한 말투와 그렇지 못한 내용. 시후는 실소를 삼키곤 한층 노골적인 말을 꺼냈다.
“싸게 했다고 꼭 잘한 건 아닌데.”
‘싸게 했다’라는 말에 예준의 눈동자가 와락 흔들렸다. “아……” 하고 옅게 소리 내며 뺨을 긁적이는 얼굴에 민망해하는 기색이 풍겼다. 시후는 배부른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기울였다.
“사정했다고 말한 건 그쪽이잖아. 왜 이제 와서 부끄러워해요?”
비스듬하게 기울여진 이마 위로 머리칼이 흔들렸다. 새까만 머리카락 쪽을 잠깐 힐끗대던 예준은 곧 웃음기 어린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게요. 괜찮다가도 갑자기 부끄러워져요.”
제 상태를 순순히 인정하는 말에 시후 역시 따라 웃음이 났다. 자존심이 상해 덤덤함을 가장한 자신과는 달랐다. 훨씬 순수하고, 훨씬 정직하다.
‘착한 어린이한텐 상을 줘야지.’
시후는 상대의 턱을 잡아 제 쪽으로 당겼다.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깨문 뒤 혀로 다정하게 핥아 주었다. 그리고 움찔거리는 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요.”
손바닥에 닿는 머리카락조차 온기를 품고 있었다. 이 아이한테서 따뜻하지 않은 부위가 있기는 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예준이 조용하게 물었다.
“정말요?”
“응. 더 배워야겠지만.”
“……그럼, 지금 더 가르쳐 주세요.”
예준이 제 머리를 쓰다듬던 손목을 잡더니 손가락에 입을 맞추었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길고 촘촘했다. 예준은 여전히 입술을 댄 채로 눈동자만 움직여 시후를 응시했다.
그새 또 흥분한 빛이 색소 옅은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예준 씨, 그전에…….”
그런 상대방과 시선을 마주하며 시후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아까 일, 사과할게요.”
“아까요?”
“예준 씨 의사 안 듣고 계산한 거 말이야.”
예준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사과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시후는 느슨해진 얼굴로 예준을 주시하며 침묵을 지켰다. 긴 속눈썹이 길게 드리운 눈매가 가늘어졌다. 사과 받아 줄 거냐는 의미가 담긴 시선이었다.
잠시 후,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시후의 귓불을 스쳤다. 예준은 길게 숨을 뱉고는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체온이 불처럼 뜨거웠다.
“내일, 형한테 밥 사도 돼요?”
“그렇게 해요.”
“또 계산하면 안 돼요.”
“예준 씨.”
“네, 형.”
시후는 밑을 향해 턱짓했다.
“이건 왜 또 섰어요?”
그 말에 예준은 제 다리 사이를 향해 눈꺼풀을 내렸다. 둥그런 귓바퀴가 빨갛게 변했다.
‘체력 좋네.’
시후는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그러고는 뭐라 변명할 듯 달싹이는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체한 듯 꽉 막혀 있던 속이 풀리면서 후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