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닮은 사람
이영훈은 요새 새로운 자극에 눈을 떴다. 혈기왕성한 이십 대의 성욕은 특정한 성별에게만 반응하지 않았다.
[아앗…! 헉… 흐억…! 허억, 더. 더…!]
귀에 울리는 목소리는 결코 높은 하이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걸쭉하고, 굵으며, 그만큼의 짙은 숨소리가 더해져 청각을 자극했다. 이영훈이 제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화면에 보이는 남자의 성기가 단단히 서 있는 것처럼, 이영훈의 성기도 마찬가지였다.
“…와아, 씨발, 남자 새끼한테도 서네, 내가?”
평범한 다른 사람이었다면, 갑작스러운 성적 취향 변화에 대한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이영훈은 달랐다. 충격보다는 쾌감에 가까웠다. 당장이라도 새로운 경험을 해 보고 싶어 안달이 난, 아니 발정이 난 개새끼였다. 남자랑 어떻게 하지? 어디서? 씨발, 존나 해 보고 싶은데.
“어? 이거…?”
영훈은 포르노 사이트에 떠 있는 채팅창을 딸깍이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 영상을 발견했다. 와, 이거 설마. 깜짝 놀라 영상을 바로 클릭했다.
[…으윽…! 안 돼…! 으으, 나 싸, 쌀 것… 같…아…!]
익숙한 얼굴의 남자는, 얼굴은 보이지 않는 구릿빛 남자에게 뒤로 박히고 있었다. 으음, 걔보다 조금 앳돼 보였다. 목소리도 조금 더 가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영훈이 알고 있는 사람과는 그저 닮은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영훈은 이상하게도 그 영상을 멈출 수 없었다. 딸깍. 딸깍.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게이 포르노를 또 보고, 또 보았다.
“…아, 씨발, 뭐냐 이거.”
어떻게 새로운 자극을 찾아볼까 고민하던 이영훈에게 그 영상은 아주 완벽한 안줏거리였다.
서재민.
그 동영상 속 주인공은 과 선배이자, 같은 여행 동아리 멤버인 재민과 닮아 있었다.
서재민도 남자한테 박히면, 그런 표정을 지을까? 아무래도 닮았으니까 그렇겠지? 서재민이 동영상의 남자보다는 피부가 좀 더 하얀 편이니까, 아. 몸도 더 좋은 것 같고. 아, 궁금한데.
생각이 생각을 지배하듯, 영훈의 머릿속은 음란한 상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영훈이 입술을 깨물며 욕을 뱉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상상은 그 어떤 것보다 자극이 셌다. 영훈이 트레이닝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다. 뜨겁고 단단한 성기를 손에 쥔다. 천천히, 제 것을 쥐었다 놓으며 낮게 신음했다. 씨발, 진짜 해 보고 싶다. 진짜 남자랑, 진짜 서재민이랑. 동영상 속에서 허리를 쳐올려 대던 구릿빛 남자처럼, 영훈은 서재민의 구멍을 헤집고, 벌려 좆을 꽂아 넣었다.
“으…! 윽…!”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남자의 구멍을 상상하며, 이영훈의 성기가 묽은 액을 줄줄 뱉어 냈다. 끈적해진 점액질을 윤활제 삼아, 이영훈이 성기를 빠르게 흔들기 시작했다.
“…윽…! 허억….”
구멍에 영훈의 좆을 박은 채로, 서재민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유독 빨갛다고 생각한 입술이 타액으로 번들거린다.
영훈아, 박아 줘.
작은 목소리가 환청처럼 영훈을 감쌌다.
그 순간, 영훈의 것에서 하얀 정액이 뿜어졌다.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자극이었다.
도저히 상상만으로 멈출 수 없었다. 현실이 된다면, 이영훈이 경험했던 그 어떤 것보다 자극적이고 새로울 것이 분명했다. 밤낮으로 상상했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 낼 각오는 충분히 되어 있었다. 이영훈은 애초에 그런 놈이었고 혹여나 있을,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개새끼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회는 더 빨리 영훈에게 찾아왔다.
[X월 X일, 동아리 MT 일정 공지]
서재민을 상상하며 자위한 이후, 오직 이영훈은 서재민과 단둘이 있는 것이 목표였다. 그 순간만 잘 만들어 내면 그다음은 나름대로 일사천리인데 타이밍 좋게, 예정돼 있던 동아리 MT 날짜가 잡힌 것이다. 참여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이영훈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이었다.
지이잉-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책상에 올려 둔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이영훈이 다가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동아리 선배인 김주열이었다.
[이영훈, 너 MT 가지?]
[무조건 가는 거ㅋㅋ]
[우리 조 정해졌어. 이영훈 너, 나, 서재민, 문도현.]
[애들 참석하는 거에 따라서, 인원은 더 추가될 수도 있을 듯.]
[확인하면 연락해라.]
이영훈은 김주열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보이는 모습만 다를 뿐, 이영훈은 주열이 저와 같은 유의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 확인했어요.]
이영훈이 실실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와, 정말 좋은 생각이 났거든. 영훈의 입에서 작은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쏟아지는 생각이 가득한 머릿속에 차곡차곡 플랜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역시. 상상보다 진짜 현실이 더 짜릿한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