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날 이후
동아리 MT에서 있었던 난잡한 섹스 이후, 다시 학교로 돌아온 그들의 일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범하기만 했다. 서재민은 여전히 문도현과 붙어 다녔고, 이영훈도 마찬가지로 이상할 것이 없었다. 원래도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자식은 아니었다.
그래도 문도현은 티를 조금 냈다. 영훈과 주열을 확실히 불편하게 여겼고, 재민을 싸고돌았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이제 주열의 눈에 보일 뿐이었다. 묘하게 마음대로 구는 서재민과 피하려 하지만 결국 받아 주는 문도현이 말이다.
사실 주열은 자신이 어떤 감정인지 알지 못했다. 어떤 입장을 취하고 서재민과 놈들을 대해야 할지도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펜션에서의 일을 언급하지 않았고, 그날을 묻어 버린 것처럼 굴었다. 주열은 그런 놈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아무렇지 않을수록 주열의 몸은 달아올랐다. 눈만 감아도 서재민이 떠올랐고, 펜션의 난교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재민과는 동아리 외에 큰 접점이 없었기에, MT 후 중간고사 기간이 겹치며 더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스스로 다리를 벌리며 야살스럽게 웃던 재민이 아직도 생생했다. 재민은 뭘 하고 있을까. 자신은 서재민 때문에 하루하루가 발정 난 개새끼처럼 좆을 세우는데. 서재민은 처음 그 순진한 얼굴로 도서관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놈들을 자신과 영훈 그리고 도현이 당한 것처럼 서재민의 덫 안으로 넣고 있을까.
그렇게 내내 서재민만 생각하다 강의가 끝나 버려 주열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때였다.
“…서재민?”
주열이 침을 꿀꺽 삼키며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앞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서재민이 확실했다. 하얀색 후드티를 입은 캐주얼 한 뒷모습이었지만, 매끄럽고 탄탄한 허벅지 라인이 드러나는 얇은 청바지를 입은 재민을 보자 주열은 자꾸 입이 말랐다.
주열은 그를 천천히 뒤따랐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던 터라 따라오고 있는 주열을 알아채지는 못했는지 재민은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어….”
주열이 짧은 말과 함께 걸음을 멈춰 선 곳은 교내 분수대 앞이었다. 재민이 갑자기 멈춰 서서 후드티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주열은 재민의 뒷모습을 쫓는 자신의 모습을 새삼 자각했다. 동시에 자신이 왜 이러는지 혼란스러웠다. 서재민과 뭘 하고 싶어서 이렇게 따라왔을까. 사실 원하는 바는 명백했지만, 모두 그날 일 이후 서로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듯 보였기에 주열 자신만 초조해하는 것 같아 불안한 상태였다.
“…뭐야?”
그때, 주열이 외마디 말을 뱉었다. 다가갈까 말까 망설일 즈음 서재민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주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쓸데없이 모든 것을 다 알아 버린.
“…이영훈?”
대화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이영훈이 재민에게 귓속말을 속삭이며 재민의 엉덩이를 꽉 잡았다 놓는 것은 확실하게 보였다. 씨발. 주열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재민은 영훈의 행동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영훈 역시 재민의 무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재민과 영훈은 짠 것처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이미 7시가 훨씬 넘은 터라 주변은 고요했다. 교문 밖에서부터 이어지는 학교 근처 술집들 외에 교내, 게다가 두 놈들이 향하고 있는 교수동에는 불이 켜져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씨발, 어이가 없네.”
서재민을 쫓았던 것처럼 주열은 이제 서재민과 이영훈을 쫓았다. 욕이 튀어나오고 터질 듯 분노가 머리끝까지 오르는 이유 역시 명확하지 않았다.
어둡기만 한 교수동으로 두 남자가 걸어 들어갔다. 주열은 가만히 멈춰서 눈앞의 작은 건물을 응시했다.
“…이 새끼들이.”
잠시 멈춰 서 있던 주열이 흘리듯 말을 뱉으며 다시 걸음을 움직였다. 주열이 향하는 곳 역시 놈들과 같은 장소였다.
이영훈과 서재민이 거의 비어 있을 건물로 들어가 무슨 짓을 할지도 뻔했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뻔히 보였다. 방금 전 탁-, 하고 불이 켜진 교수동 3층 화장실. 주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 *
주열은 숨올 고르고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열었다. 좁아터지는 칸에라도 들어갔는지 영훈과 재민은 보이지 않았지만, 곧 어디선가 조용한 대화 소리가 울렸다.
- 형, 형 구멍에는 몇 명이나 박았어?
- …….
- 아, 너무 많아서 못 세겠다. 그쵸? 전에 박은 것만 해도 두 개였는데.
이영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어서 지퍼가 내려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주열이 숨을 삼켰다. 저 안에서 무슨 짓을 할지 알고 있어 뛰어 들어왔지만, 영훈의 목소리를 듣자 주열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 같았다. 지난 펜션의 일이 이영훈이 가져온 동영상으로 인해 시작된 것처럼, 그 목소리가 다시 신호탄을 발사한 듯 느껴졌다. 이미 주열의 아래는 빠듯해진 지 오래였다. 천천히 목소리와 인기척이 향하는 곳으로 주열이 걸음을 옮겼다.
- 시끄어아….
- 형이 좆 받고 싶대서 물려 줬으면 집중해야지. 대답하라고 물은 거 아니잖아. 집중 안 해요?
유독 울리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주열이 잠겨 있는 칸 앞에 섰다. 이 문이 열린다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깨끗한 화장실 안의 소독약 냄새가 주열의 후각을 자극했다.
- 아, 형. 씨발. 아프잖아. 이 세우지 말고.
- 아, 니…!
- 왜, 설 것 같아? 형, 빨리 딸치면서 좆 빨아 봐요.
- 으, 으읍…!
- 하, 씨발, 존나 좋네….
안에서 들리는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주열의 손이 느리게 올라갔다. 하아, 주열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똑똑.
- …쉿.
- 으, 웁…!
주열이 문을 두드렸다. 영훈의 당황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한껏 비웃으며 주열이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내가 너네 떡 치는 거 방해하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니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이후 방향을 잡지 못해 혼란스러웠던 것은 김주열 자신뿐이었던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솟았다.
“야, 이영훈. 서재민.”
주열이 먼저 말을 꺼냈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되었을 놈들의 숨소리가 들렸다. 머뭇거리는 것일 테다. 주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새끼들이, 씨발.
쫓아온 것은 주열 자신이면서 묘한 질투심과 분노가 일었다. 아무 반응이 없는 탓에 주열이 다시 손을 들었다. 그때였다.
끼익-
오래된 쇠붙이가 긁히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천천히 열리는 회색 문 사이로 서재민과 이영훈의 모습이 드러났다.
“…형, 안녕?”
안녕은 씨발, 안녕 못하다. 개자식아.
“재미 좋아 보이네.”
주열이 살짝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이영훈의 성기를 입에 처박은 채 고개를 살짝 돌린 재민이 주열을 올려다보았다. 재민의 정수리에 손을 올린 영훈이 갈색 머리카락들을 움켜쥐었다. 우읍…! 주열을 보느라 반쯤 재민의 입에 걸쳐져 있던 영훈의 성기가 다시 깊이 목구멍에 박혔다.
“하하, 재미는 무슨. 형, 그거 알아요?”
“뭐.”
놔아, 웁, 숨 마혀. 약하게 서재민의 눌린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영훈은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주열을 마주 보았다. 살짝 미소가 걸린 얼굴이 천천히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내가 문 안 열었다?”
“…뭐라는,”
영훈이 이제 이를 보이며 웃기 시작했다. 씨발, 서재민. 골 때리네. 걸레새끼 아니랄까 봐. 혼잣말도 함께였다. 이 상황이 의아하기만 한 주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서재민이 열었어요.”
“…….”
“난 이 형 혼자 먹으려고 했거든. 그런데 뭐야. 재민이 형이 내 좆을 물고 문고리를 열더라고.”
커억…! 컥! 크읍! 이영훈이 실실 웃으며 계속 쥐고 있던 서재민의 뒤통수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주열이 다시 한번 재민을 향해 눈을 돌렸다. 숨이 막혀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에 물린 검붉은 영훈의 좆은 절대 뱉지 않았다.
그래, 이래야 서재민이지. 주열이 계속 잡고 있던 문고리에서 손을 떼어 내며 말했다.
“나, 문 안 잠가.”
“알아서 해요. 아, 씨발. 깨물지 말라고.”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주열이 자리를 잡았다. 영훈은 이제 주열은 신경 쓰이지 않는 듯 허리를 퍽퍽 움직였다. 벌겋게 부어오른 입술과 눈두덩이를 하고서도 재민은 영훈의 허벅지를 꽉 잡았다.
주열이 침으로 범벅이 된 좆을 물었다 뱉는 재민에게 눈을 떼지 않으며 천천히 지퍼를 내렸다. 이미 바짝 서 있는 성기가 검은색 드로즈 위로 솟았다.
“야, 이영훈. 나와 봐.”
주열의 말에 영훈이 힐끔 고개를 돌렸다가 살짝 한 발걸음 뒤로 빠졌다. 커억. 얼마나 목구멍 깊이 박혀 있었던 건지 재민의 헛구역질 소리와 함께 이영훈의 성기가 빠져나왔다.
“하악…. 헉, 허억, 수, 숨 막힌다고, 하아. 씨발, 하, 하아….”
서재민이 뚝뚝 떨어지는 침과 눈물을 닦아 내며 거친 숨소리를 뱉어 냈다. 영훈이 큭큭 웃으며 다시 재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불어 터진 붉은 입술 위에 바짝 서 있는 성기를 툭툭 쳐 댔다.
“좆 물다 뒤지면 복상사지, 형. 섭섭하게 왜 그럴까.”
“…읍, 우웁! 시끄, 럽. 우욱!”
서재민이 말을 하며 입이 살짝 열린 틈을 타 이영훈의 성기가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 그래도 이젠 정말 주열에게 입구멍을 양보할 생각인지 더 이상 움직이지는 않았다.
고개를 숙이며 숨을 내쉬는 서재민에게 주열이 걸어갔다. 드로즈는 아직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재민이 고개를 들어 올려 주열을 보았다가, 고개를 움직여 확인하듯 이영훈에게까지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한 번씩 싸면 그만해.”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이영훈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웃길 것도 많아, 저 새끼는. 혀를 쯧 찬 주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다고 교수동 화장실에서 떡까지 치겠어. 그렇지 않아도 경비가 순찰을 돌기 전에는 자리를 떠야 했다.
“우리 형, 여기서 좆까지 받을 줄 알았어? 응?”
“…빨리 끝내. 나가야 해.”
“왜, 들킬 것 같아서? 형, 남자 좆은 다 좋아하잖아. 왜. 여기는 죄다 좆 내놓고 들어오는 곳인데. 더 들어오면 싫어요? 왜-.”
이영훈의 말을 무시하는 듯 재민이 먼저 주열의 드로즈 위에 손을 올렸다. 윽…! 주열이 외마디 신음을 뱉었다. 재민이 빠르게 해치우겠다는 듯 주열의 드로즈를 훑고 바로 성기를 손에 쥐었다. 뜨겁게 오른 성기 위로 차가운 손이 닿자 묘한 흥분감이 일어 주열이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계속 웃던 이영훈도 다시 열감이 오르기 시작하자 표정이 굳었다. 배 위까지 닿을 만큼 바짝 서 있던 영훈의 성기까지 재민이 손에 쥐었다.
재민은 주열의 성기를 손에 쥔 채 아래위로 쓸었다. 처음보다 더 단단해진 성기를 망설임 없이 입에 넣었다. 씨발. 이 구멍 맛을 못 잊어서. 주열이 미간을 찌푸리며 재민을 밀어붙였다. 우읍!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재민이 주열에게 밀려 균형을 잃자, 옆에 서 있던 영훈이 재민을 받쳐 올렸다.
“형도 먹고 싶었지.”
“씨발, 말이라고. 으윽.”
영훈이 말하며 다시 흐흐 웃었다. 여기서 형은 재민과 주열 모두를 칭하는 말이었다. 박는 새끼나, 받는 새끼나 그때를 못 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시 재민을 무릎 꿇린 영훈이 열심히 주열의 성기를 받아먹는 재민을 보며 걸음을 뗐다.
“같이 먹어요, 형.”
“우읍…! 시, 시어… 아, 아…!”
“좋아하는 건 한 번에 먹어야지.”
“우, 으! 아, 안…!”
주열이 열심히 뜨겁게 조이는 재민의 입 안에 좆을 처박는 사이, 핏줄이 도드라진 붉은 성기가 서재민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이미 주열의 바로 옆까지 다가온 영훈은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성기를 재민의 뺨에 천천히 비비기 시작했다.
“아랫구멍도 두 개 받았는데, 윗구멍도 두 개 받아야지.”
영훈이 뺨에 닿은 좆을 탁탁 때리듯 두드리며 말했다. 작지만 울리는 이영훈의 목소리와 함께 도리질하는 재민의 입에 주열의 성기가 완전히 처박히고 말았다.
“…씨발, 존나 예쁘네.”
혀가 굴러가고 약하게 이에 긁히는 소리가 난무했다. 두 개의 좆을 쥐고선 번갈아 물고 혀를 움직이는 서재민은 야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예쁘고, 꼴리고, 씨발.
구멍만큼은 아니어도 서재민의 타액으로 질척여 부딪치는 단단한 두 개의 성기가 쿠퍼액을 질질 흘려 댔다. 슬슬 올라오는 풋내에 서재민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인상을 썼다. 동시에 주열과 영훈의 손이 나갔다. 짠 것처럼 한 손씩 서재민의 얼굴을 쓸었다. 차가웠던 서재민의 손과 달리 양 뺨은 불에 덴 듯 뜨거웠다. 손바닥의 열과 서재민이 내뿜는 열감이 만나 본능적인 흥분을 부추겼다.
“흐으, 씹. 아, 존나 좋아. 씨발… 서, 재민.”
누가 들어온대도 상관없을 만큼 조심성 없는 허릿짓이 계속되었다. 퍽퍽 소리와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좁은 화장실을 울렸다. 두 좆을 입으로 받아 내느라 계속 서재민의 뒤통수가 벽에 부딪혔다.
“우욱, 윽, 으으! 수, 숨 마, 혀, 끅, 끄윽!”
“후우, 쌀 것 같, 아. 하아….”
“입, 서재민 힘, 힘주고 입 벌려.”
이영훈의 말에 재민이 이미 동공이 풀려 반쯤 감긴 눈에 힘을 주었다. 재민은 이제 다물릴 수도 없을 것 같은 입을 더 벌렸다. 이미 사정액을 천천히 뱉고 있는 놈들의 좆을 한 번 더 혀로 쓸었다. 누군지 모를 놈의 손에 재민의 뒤통수가 잡혔다. 으윽. 비린 정액이 재민의 목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헛구역질과 기침이 나왔지만 그럴 새도 없이 다른 성기에서 정액이 쏟아졌다. 유독 점성이 짙은 정액이 재민의 입 안 곳곳에 튀었다. 있는 대로 입에 싼 것 같은데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좆에 재민이 먼저 이를 움직였다.
힘이 없는 움직임이라 이가 긁혔어도 주열과 영훈은 재민의 안에서 성기를 빼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한 번 내뿌려진 욕망과 본성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귀두 끝을 이로 잘근잘근 씹으려 재민이 입술을 오물거릴 때가 되어서야, 영훈과 주열이 허리를 뒤로 빼냈다.
“하아, 허억, 헉… 허어….”
침을 뚝뚝 흘리며 다물리지 않는 턱을 잡은 재민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있었지만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미처 삼켜 내지 못한 정액이 벌어진 턱을 타고 새어 나왔다. 영훈이 그 모습을 보다 크게 숨을 뱉으며 허리를 숙였다.
“다, 다 먹어야지. 아깝게.”
“흐으… 으.”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재민의 입에서 흐르는 하얀 정액을 손으로 쓸어 담은 영훈이 벌려진 입 안으로 꾹, 손가락을 눌렀다. 본능적인 거부감으로 얼굴을 흔들어 거부하는 재민의 양 볼을 꽉 쥐었다. 먹으라고 줬잖아요. 두 개나 처먹어 놓고. 영훈의 말을 듣고 억울한 듯 재민이 울상을 지었지만 혀를 움직여 다시 입에 묻은 정액을 남김없이 목에 넘겼다.
“한번 쌌으니까 끝. 수고했어요, 재민이 형.”
이영훈의 목소리에 주열도 역시 고개를 들었다. 꼭 최면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반쯤 죽어 있는 자신의 것이 주열의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서재민도 눈에 담았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 이영훈은 이미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좁은 칸 밖으로 나가 있었다. 가로로 길게 뚫린 작은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를 뱉어 낸 영훈이 툭툭 발을 굴렀다. 주열도 바지 지퍼를 잠그고 힘이 풀려 널브러진 재민을 껴안았다. 뭐야. 깜짝 놀란 재민을 달랜 주열이 품에 안은 채 일으켜 세웠다.
“서재민, 설 수 있어?”
“…어.”
체력도 안 되는 새끼가 왜 이렇게 무리를 할까 싶기는 했지만, 주열은 금세 생각을 지워 냈다. 이미 그를 걱정하기에는 멀리 왔다는 것을 주열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궁금한 점은 있었다. 영훈의 옆에서 담배를 함께 물어 잘근대던 주열이 입을 열었다.
“너, 문도현이랑은 뭐냐?”
주열의 말에 창밖을 보고 있던 영훈이 고개를 돌렸다. 옆 의자에 기대앉아 있던 재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도현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김주열, 담배 좀.”
“어? 아, 어, 자. 여기.”
서재민 담배 피우는구나. 주열이 자신의 손에 있는 담배에 불을 붙여 빠르게 재민에게 건넸다. 묻는 말에 대답은 없이 서재민이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서재민은 담배를 피워도 야하냐. 자신도 모르게 주열이 침을 꼴깍였다. 그리고 시선을 느껴 옆을 보니 이영훈이 피식 웃고 있었다. 다 안다는 얼굴로 영훈이 주열을 툭 쳤다. 존나 야하다고 생각했죠, 형. 이영훈이 속삭였다.
“형, 도현이 형이 이러고 다니는 거 알아요?”
“후우…. 알면 뭐.”
깊게 빨아들인 연기를 길게 뱉어 내며 재민이 대답했다. 모른다는 말에 주열이 괜히 열이 올라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도현이랑은 뭔데. 걔 이용하는 거냐?”
“…아니.”
“그럼?”
“이용한 적 없어.”
주열과 영훈이 동시에 재민을 쳐다보았다. 담배를 시멘트벽에 비벼 끈 재민이 살짝 미소 지었다.
“걔가 따라다닌 거지.”
재민의 말에 이영훈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금세 표정이 굳어져 재민의 뒤통수를 노려보듯 쳐다보았다. 주열 역시 영훈의 시선이 가는 곳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 * *
세 사람은 따로따로 건물에서 나왔다. 영훈은 걸려 온 전화에 성의 없는 대답을 뱉으며 걸음을 앞세웠다. 주열은 이영훈이 가는 뒷모습을 응시하며 걸음을 움직였다. 그때, 재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주열. 잠깐만.”
먼저 간 줄 알았던 재민이 복도 옆 계단에 기대어 서 있었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에 주열이 한 걸음 다가갔다.
“…있잖아.”
“응.”
“이영훈이 없어서 하는 말인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서재민의 속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주열이 잠자코 기다리자 서재민이 고개를 까딱이며 입을 열었다.
“나, 확실히 이영훈보다는 주열이 네가 더 좋아.”
뭐? 당황한 주열의 눈썹이 크게 휘어졌다가 돌아왔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생각지도 못해 본 서재민의 말에 주열의 심장이 뛰어 댔다.
이 새끼 지금 자기가 무슨 말 하고 있는 건지 아나? 주열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재민이 슬며시 웃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영훈은 내가 정리할게.”
“…뭐? 야, 서재민. 그게 무슨,”
“이도진.”
이도진?
갑자기 이도진이 여기서 왜 나와?
이도진은 체육교육과 2학년으로, 학교생활에 관심 없는 놈들조차 이름은 들어 봤을 XX대학교 유명인사였다. 여자들은 당연하고, 남자들까지 인정하는 비주얼이라며 술자리마다 자주 입에서 오르내리던 놈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하,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씨발, 차라리 그냥 존나 문도현 너 좆만이라고, 개호구병신으로 보인다고!! 말을 해!! …차라리!! 어?! 씨발, 그러면 내가 존나 네가 이도진이랑 떡을 치든!! 이 개새끼들이랑 떡을 치든 상관!!! 상관 안 한다고 내가!!!!”
펜션에서 문도현이 악을 써 대며 화를 낼 때 들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이도진에 대해 도대체 재민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주열이 가만히 서재민을 쳐다보았다.
“이도진이랑 같이 하고 싶어.”
“…뭐?”
“왜, 김주열 그런 거 신경 안 쓰잖아. 그때 먼저 나 건드린 것도 너였고, 또 이영훈 끼게 한 것도 너잖아.”
“…….”
“네가 싫다고 하면.”
탁-.
순간 그들이 서 있던 3층 교수동 통로의 불이 모두 꺼졌다. 창문에 비치는 가로등 불빛에 어스름히 서재민의 얼굴이 보였다.
“너랑 더는 안 해.”
“……!”
“잘 생각해 보고 이따가 연락 줘. 먼저 간다.”
쪽. 재민이 주열의 볼에 짧게 키스하며 뒤를 돌았다. 주열의 대답이나 반응 따위는 확인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듯,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가벼웠다.
씨발.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헛웃음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나랑 안 한다고? 그럼 이영훈이랑은 계속 한다는 건가? 하, 문도현도?
“이용한 적 없어.”
“걔가 날 따라다닌 거지.”
불현듯, 아까 전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주열이 주먹을 꽉 쥐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