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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2/148)

00002 강반독보심화(江畔獨步尋花) =========================

 도올의 황제 이 금(梨琴)은 생전 두 명의 여성 음인을 황후로 두었고 후궁이 없었다.

 첫째로 맞은 황후가 소성황후(燒星皇后)였고 친왕이었던 사저시절부터 사랑하던 황후였다. 이 황후는 덕이 있어 시부모인 목종황제와 태후가 아끼는 며느리였다. 소성황후는 이 금을 몹시 공경하여 소셋물을 직접 떠오고 허리를 구부려 신발을 신겨주었으며 찢어진 허리띠를 손수 바느질을 하여 이 금과 황가 어른의 총애를 독차지 하였다.

 더군다나 그 외모는 화용월태(花容月態)의 미인이었고 생전에 그 외모와 대적할 이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경국지색이였다. 더군다나 그 몸에서 나는 향은 고결한 선비의 꽃인 매화의 고풍스럽고 달콤한 향으로 백리 밖에서도 그 향을 맡을 수 있다는 말이 도는 뛰어난 것이었다.

 이 금이 소성황후를 몹시 아꼈으나 불운하게도 이 금이 황제에 올른지 삼 년만에 급서하였는데 그 때 슬하에 두 양인 황자가 있었다. 이 금이 슬퍼하여 그 중 장남인 당왕 이 작교(梨雀交)를 황태자로 삼았다.

 둘째로 맞은 황후가 인온황후(仁溫皇后)였는데 어질고 따뜻하다는 의미의 시호와 반대로 패악스럽고 시기 질투심이 강했다. 이 금이 궁녀를 사랑하여 몇몇을 취하였으나 인온황후는 당장 그 궁녀를 전나무 몽둥이로 때려 죽여 보복했고 이 금은 충격에 보름을 앓았다.

 신하들이 투기심이 강한 황후를 성토하였으나 이 금은 인온황후를 벌하지 못했는데 첫째로 성품과는 별개로 인온황후의 외모가 소성황후와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웠고 특히나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드러질 것만 같은 분홍색 염기가 흐르는 눈매로 유명한 수선화를 닮은 경국지색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향마저 교태롭고 향긋한 복숭아꽃 향이었으니 인온황후는 실로 드문 여인이었다. 인온황후와 같은 미인을 잃는 것은 국가의 매우 큰 손실이라 말하며 이 금은 황후를 감쌌다.

 둘째로 성격이 드센 인온황후는 온유한 이 금과 금슬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인온황후는 금을 잘 탔고 이 금은 피리를 잘 불었다. 인온황후는 유약한 이 금을 위로해주었고 이 금은 인온황후에게 의지했다. 그 둘의 성격이 극과 극이었으나 태극이 서로 어우러지듯이 화합하므로 황제는 인온황후를 처벌하지 못했다.

 셋째로 인온황후가 정치적으로 이 금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기 때문이었다. 인온황후 자체는 명문가의 후손이었으니 자존심이 강하고 역사에 밝았다. 오만하면서도 드센 인온황후가 권모술수로 이 금을 보필했기에 그는 황권에 도움이 되는 인온황후를 의지했으며 버리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금은 후궁 없이 인온황후에게서 세 자식을 보았는데 셋 다 남자였고 각각 음인, 양인, 평인이었다. 그 중 음인인 장남이 위왕 이 경(梨敬)이었다.

 인온황후는 소성황후의 자식인 이 작교가 황태자 위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음모에 능한 인온황후에게 결국 하나 밖에 없는 피붙이인 동생을 잃은 이 작교는 황위다툼에서 물러나고 태자 위를 양위했는데 그리하여 위왕 이 경이 태자가 된 것이었다.

 성품이 온화하고 예술을 좋아하여 훗날 문종(文宗)이라 불린 이 금과는 다르게 이 경은 고풍스럽게는 전태자(戰太子)라 불렸고 항간에는 미친 개라 불릴만큼 승무적인 성격이었는데 이미 약관도 안된 태자 시절에 반란한 번국 여덟을 평정하여 명성이 대륙을 떨쳤다.

 아버지가 황제고 어머니가 유일한 황제의 아내였으니 태자 이 경의 위치는 황실 역사상 보기 드물게 고귀했다. 그러한 탄탄한 배경에 본인의 눈부신 업적, 어미인 인온황후의 닮은 포악한 성정까지 더하여 이 경은 황제인 아비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안하무인이었는데 그 누구도 감히 이 경을 막지 못했다.

 이 경의 나이 스물다섯살. 그가 도올에 반기를 든 번국 오하르로 원정을 갔을 때였다.

 이 경은 뛰어난 지휘관이었고 전장을 몹시 좋아했다. 피냄새를 역겨워하지 않았고 태자의 위치임에도 친히 전투에 참여하는 일이 잦았다. 물론 고귀한 위치이다보니 후미에 서기는 했으나 위왕일 때는 선두에 서기도 했다.

 이 경은 오하르의 성도 치엔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치엔의 성 앞에 천막들이 줄지어 세워졌고 그 중 가장 높고 화려한 천막이 그의 것이었다. 그다지 사치하지 않는 이 경이었지만 태자의 위엄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려하게 천막을 지은 것이다.

 이 경은 세작이 빼돌린 성도의 네 개의 문과 비밀 통로를 그려 놓은 지도를 보며 고심하고 있었다. 공성전은 전투 중에서 가장 치열하고도 지루한 것이기에 길게 이어졌고 거기엔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이 경은 전장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기에 긴 공성전에서도 원래라면 피곤을 느끼지 말았어야 했으나 그날따라 유독 몸이 으슬하고 좋지 않았다. 그 당시 이 경은 자신이 평인인줄 알았고 그것은 희락기의 징조였으나 한 번도 그를 경험한 적이 없는 이 경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채 끙끙 앓고만 있었던 것이다.

 몸이 떨리고 식은 땀이 난 이 경이 너무 몸이 좋지 않아 군략에 집중 못하고 탁자를 잡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고뿔 하나 걸리지도 않는 몸인데 다리가 떨리고 배가 화끈거렸다. 이 경은 한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으나 그 열기가 지독하여 이 경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대롱 고여있었다.

"전하, 아직도 주무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경의 부관이자 부사령관인 오 상환(烏想患)이 그 때 천막 안으로 들어오다가 얼굴을 구겼다. 천막은 가죽으로 만들어 두꺼운 것이라 그 밖에서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 들어오니 오 상환의 코끝을 콱 찔렀다. 머리마저 돌게 만드는 강렬한 복숭아꽃 향이었다. 어지러울 듯이 요사하고 화려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려던 오 상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전, 전하.."

"상환.."

 이 경이 고개를 들고 헉헉거리면서 오 상환을 바라보았다. 그을린 피부 위에 땀방울이 흐른다. 치켜 뜬 인상의 날카로운 두 눈 주변은 마치 그 모후인 인온황후의 유명한 눈매처럼 분홍색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 경이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떼다가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잃고야 말았다.

 오 상환이 놀라 달려가 이 경을 끌어안아 부축했다. 뜨거운 숨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 경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른채 상환의 등을 꽉 부여잡고 옷자락을 애처롭게 붙잡아 매달렸다. 본능적으로 이 경은 양인인 상환을 필요로 했고 이성을 잃은 이 경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로 앓는 소리를 상환의 목 아래에서 내뱉는 것이었다. 달뜬 숨이 목을 스칠 때 음인의 향기를 정통으로 맡은 상환 또한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상, 상환.. 내, 내 몸이.."

"전하..  이것은 희, 희락기옵니다."

 그러나 이 경의 더러운 성질머리를 안 오 상환이 필사적으로 이 경을 달래며 부풀어 오르는 아랫도리를 무시했다. 이 경은 인온황후를 닮아, 아니 어미를 뺨치게 오만방자하고 냉혹하고 폭력적이었다. 오 상환은 그것을 계속 상기시키면서 빌듯이 그를 다독였다.

"약을 가져 오겠으니 부디, 향, 향을 거둬.."

"내가, 희, 희락기?"

 멍한 표정의 이 경이 오 상환을 바라본다. 제법 호색하던 이 경은 아내는 없으나 첩을 거느리고 있음에도 자식이 없었다. 내심 그것에 압박감을 가지고 있던 이 경이었으나 그 이유를 알지 못해 곤란했었는데 이렇게 이유가 드러난 것이다. 이 경이 이를 으득 갈았다. 상환이 그 독기에 소름끼쳐 몸을 떤다.

"왜 이제야, 학, 온단.."

"전하. 제발 숨소리를.."

 이 경이 오 상환의 품 안에서 바르작 댄다. 이 경도 무인이라 키도 크고 몸이 단단했는데 상환은 그런 이 경을 가뿐히 품에 안을 만큼 덩치가 컸다. 상환이 손을 차마 이 경에게 대지 못하고 허공에서 꾹 주먹을 쥐었다. 태자가 바로 벗어났으면 좋겠는데 처음 희락기를 경험한 이 경은 향기도 조절 못하고 유독 힘겨워 했다. 머릿 속이 꼬인 상환이 움찔거리는 손을 피가 나도록 주먹 쥐어 인내한다. 당장이라도 태자를 범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몸이 꼬이고 단전 아래가 울렁거린다. 몸이 뜨거웠다. 저 깊은 곳에서 열화가 쏫아 오른다. 몸이 간지럽고 울렁거렸다. 이 경이 입술을 깨물었다. 상환의 두꺼운 손이 덜덜 떨려왔다. 이성이야 태자를 밀치고 당장 약을 가져 오라고 명하고 있었으나 그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능이 오 상환에게 명하고 있었다.

 이 경을 품에 안으라고. 바지를 벗고 이 경에게 당장 박으라고. 터질듯한 하반신의 욕구를 풀라고. 그리고 이 경은 날카로운 눈매를 치켜뜨고 자신을 품에 안고 있는 상환을 올려다 보았다. 상환은 이 경의 부관으로 오랫동안 그와 합을 맞춘 사내였다. 그 상황에서도 제법 그는 충직하게 이성을 지키고 있었다. 허리 아래 쪽에 분명 뜨겁고 단단한 것이 느껴짐에도 벌벌 떨면서도 참고 있다.

'제기랄..'

 이 경은 미칠 것 같이 흐물해지는 몸에 몸을 덜덜 떤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오 상환."

 상환이 간신히 입술을 열었다.

"전, 전하.. 향, 향, 향을.."

 이 경이 상환의 거친 입술에 입을 맞춘다. 헉, 숨을 들이 마쉬는 상환의 입술 사이로 답지 않게 작고 귀여운 분홍색 혀를 집어 넣는다. 정신을 차리지 못해 능숙하게 혀를 휘감지는 못하지만 상환의 뜨거운 입 속을 헤집고 치아를 문지른 뒤에 입술을 뗀다. 이 경이 충격을 받은 상환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날 안아라."

 상환은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 버려 탁자 위에 있는 지도, 지필묵 따위를 던져 엎고 이 경을 그 위에 눕혔다. 학학 달뜬 숨을 내뱉는 이 경의 옷을 찢듯이 벗기고 바지를 내린다. 근육진 단단한 허벅지와 엉덩이가 희락기로 인하여 살이 부드럽게 변하여 있었고 항문은 투명한 액으로 인해 느물히 젖어 있었다.

 참을 리 있겠는가?

 없다. 있을 리가 없었다. 이 경은 외모는 경국인 인온황후를 별로 닮지 않았고 거칠고 투박하기 그지 없는 사내였다. 그러나 그 향만큼은 인온황후를 닮아 지독히 달고 사람을 홀렸다. 복숭아꽃 향이 그를 충동질 했고 그 물기에 젖은 분홍색 눈가가 저 거친 태자를 제법 사랑스럽게 보이게 만들었다.

 상환이 바지를 벗고 곧추 선 검붉은 성기를 꺼내고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오 상환의 성기는 덩치에 맞게 매우 크고 단단했는데 그 끝에 투명한 선액이 주륵주륵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 경은 고개를 젖히고 숨을 헉헉 거리고만 있었다. 이어질 크나큰 일 따위 생각을 할 수가 없다. 탄탄하고 잘 짜여진 복근 위로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상환이 머리를 어지럽히는 도화향에 이를 악물고 태자의 항문에 굵은 손가락을 꽂는다.

"아아..!"

"제기랄.."

 곧 이 경이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고 몸을 파득 떨었다. 눈에 초점이 희미해진다. 상환은 푹신하고 질척한 태자의 안에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불경한 일이지만 이 경은 그를 탓할 정신머리가 아니었고 그저 열락에 들떠 있을 뿐이었다.

 잔뜩 풀린 구멍이 오물대는 것을 본 상환의 머리가 돈다. 성기를 손에 잡고 액이 질질 흐르는 구멍에 대고 쑥 집어 넣는다.

"흐아아아!"

 음인의 부드럽고 녹진한 구멍이 상환의 성기를 부드럽고 탄력있게 감쌌다. 이 경이 흑흑 울면서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상환 쪽으로 쑥 내밀었다. 수풀에 액이 흐르고 엉덩이에 닿는다. 탄력 있는 갈색 엉덩이를 거칠고 큰 손으로 감싸 쥔 상환이 허리를 움직였다. 이 경의 눈이 풀리고 진한 향이 코 끝을 찌른다.

"으흐...으흑...아아!! 상환!!"

 향긋한 도화향이란 사내가 참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상환이 미쳐 날뛰어 이 경을 거칠게 범한다. 허리를 잡고 푹푹 쑤시고 물이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상환의 굵은 허벅지에 음인의 액이 흘러 떨어진다.

 오 상환은 이 경의 색향과 질척한 내벽에 완전히 돌아 그 날 음인 황족와 성교할 때의 금기를 수없이 저질렀다. 탁자 위에서 성교하고 이 경이 다리가 풀릴 때까지 몇 번이고 범했으며 궁중에서 금지된 수치스러운 자세로 그를 안았다. 헉헉 거리는 상환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어스름한 새벽이었고 이 경은 어느새 늑대 가죽을 몸에 돌돌 말고 구석에서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허벅지에는 정액이 말라 붙어 있고 엉덩이가 번들 거렸다.

 상환이 그것을 보고 침묵한다.

 태자를 범한 것도 문제지만 그 태자가 하필이면 '이 경'이란 것에 공포에 질린다. 처참하게 살해당하리라. 상환이 알몸의 태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상념하다가 이윽고 결심하여 허리춤에 칼을 뽑고 역수로 잡았다. 굳게 다짐하여 힘을 주어 배에 밀어 넣으려던 순간이었다.

'죽자!'

"동작 그만. 오 상환."

 상환이 공포에 질려 몸을 뻣뻣하게 굳힌다. 부스스한 목소리가 상환을 말렸다.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늑대 가죽에 얼굴을 묻고 있는 이 경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 상환이 놀라서 말을 잃어 어버버 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연다.

"전, 전, 전흐아아!"

 쿵!

 머리를 바닥에 찧는 상환이 피를 토하면서 소리친다.

"죽여 주시옵소서!"

 쿵!

 이 경이 그제서야 화를 버럭내면서 옆에 떨어진 연적을 상환에게 던진다.

"이 눈치 없는 등신 새끼가! 당장 꺼져서 내가 없는 곳에서 뒈져! 뒈지려면!"

 연적에 이마가 깨진 상환이 놀라서 대답했다.

"명 받잡겠,"

"뭐 씨발, 명령?!"

 이 경이 눈을 매섭게 뜨고 소리쳤다.

"당장 나가서 공성전 북문 담당이랑 바꿔! 북문 열흘 안에 오 상환이 네가 부순다!"

"예, 옛?"

"열, 흘."

 이 경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제서야 상환이 무릎을 꿇고 명을 받았다. 상환이 나가고 조용해진 막사 안에서 이 경이 늑대 가죽에 얼굴을 쳐박는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이 경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왔다.

"제기랄."

 음인임을 안 황태자의 얼굴이 벌게진다. 통상 음양인과 평인의 성감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그저 평인과의 잠자리만 가졌던 이 경은 상환과의 정사에서 충격적인 쾌감을 느꼈던 것이다. 아릿한 허리나 질척한 내벽마저 넘어갈 만큼 나른하다. 사실 이 경은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평인과 잠자리는 오히려 정사 후에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았다.

 이 경은 한동안 늑대가죽 위에 누워서 잠시의 휴식을 즐겼다. 전장 속에서 잠시 있던 사치스러운 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도올에선 남녀 차별은 있지만 양음인 차별은 없습니다. 노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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