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 강반독보심화(江畔獨步尋花) =========================
"올라 와라."
동시에 개방되는 도화향에 구 화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출세, 출세!'
양인이라면 무조건 굴복하고야 마는 그 향이다. 국향이라는 것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 스치기만 하여도 바로 하물이 빳빳하게 서고 뇌마저 흐물하게 녹게 만드는 걸출한 향이다.
어지간한 이라면 바로 짐승이 되어 황제를 덮쳤을 것이나 구 화는 하물을 뻣뻣하게 세우면서도 간신히 황제를 범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 이 경이 호오, 소리를 내며 구 화의 하물을 손으로 툭 건든다. 구 화의 눈썹이 꿈틀거리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꽤 괴로워 보이는 구나."
이 경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려라."
수치스러울 법도 한데 구 화는 내색을 하지 않고 바지춤을 끌어 내린다. 곧바로 곧추세운 굵직하고 실한 성기가 뻣뻣하게 솟아 올랐다. 굵고 탄탄한 허벅지와 보기 좋은 대물을 본 이 경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이런 물건을 왜 내가 몰랐지?'
실은 감 좋은 이경이 초야에 구 화가 자신을 탐탁잖아 하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으나 그는 생각 외로 실한 물건과 뻣뻣하면서도 충실스러운 구 화의 태도에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 경이 조심스럽게 제 허리띠를 풀고 옷을 벗는다.
슥 드러난 이 경의 몸이 구 화 이상으로 탄탄하게 잘 짜여져 있다. 영선이 말했던 것처럼 차돌같이 단단하고 보기 좋은 몸이다. 이 경이 구 화에게 오만한 표정으로 턱을 까닥인다.
구 화가 이 경에게 손을 댔다. 큰 손이 이 경의 팔뚝을 꽉 잡는다. 이 경은 팔에 통증을 조금 느꼈으나 내색하지 않고 이 새로워 보이는 후궁이 어디 어떻게 무엇을 할지 지켜본다.
구 화의 애무는 거칠고 투박했으나 서툴렀을뿐 애정이 담겨 있었다. 이 경은 충분히 구 화가 노력하는 것을 느꼈고 그가 이 경을 아껴준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구 화는 생각보다 대담하여 이 경의 발목을 잡고 그대로 벌렸고 이 경은 놀라서 소리쳤다.
"이 것은 궁중 예법이 아니다!"
구 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경의 흐물한 구멍에 굵은 손가락을 꽂았다. 이 경의 눈매가 떨렸다.
"으윽, 목숨이, 윽! 여, 여러개 더냐.."
구 화는 태연스럽게 몸을 숙여 이 경의 하물을 쪽쪽 빨면서 이 경을 바라본다. 하물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각에 이 경의 눈가가 벌게졌다.
"흑, 으윽.."
한참 발기 되었을 때 구 화가 이 경의 발목을 잡고 끌어 당겼다. 무엇을 하나 보았더니 발바닥을 핥고 발가락 하나 하나를 애무한다. 구 화는 달달한 당과를 빨듯이 진심으로 즐겨하는 듯 했고 이 경은 몸을 움찔 거리면서 그 쾌락을 표현했다.
구 화가 삽입을 하려 구멍에 성기를 댔을 때 이 경이 화를 낼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애매한 표정을 했고 그 때 구 화가 옅게 웃으면서 두터운 손으로 이 경의 볼을 쓸었다.
"용서하십시오. 오랫동안 생각했던 밤이니 폐하께서 용서해주셔야 합니다."
"그게 말이... 하악!!"
이 경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다. 구 화가 추삽질을 하면서 이 경을 곧게 응시한다. 이 경이 제 몸 위에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구 화를 바라본다. 쾌락 속에 몸을 녹진히 풀으면서 이 경이 귓가에 속삭이는 구 화의 말에 몸을 움찔거린다.
"이 밤이 지나면 언제 올지도 모르잖습니까."
"으윽, 큿, 하으.. 아..!"
"오늘은 폐하는 구 화의 것입니다."
쉴 새 없이 속삭인다. 이 경을 원망했다. 불충을 저질렀으니 처분을 받겠다. 심성이 나쁘고 모자라여 다른 방도는 생각하지 못하니 차라리 죽여달라.
이 경은 희미한 시야 속에서 몸을 파득 떤다. 절정을 맞이 한다.
구 화는 영선과 다르게 저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문학과 예술의 대가인 영선과 다르게 구 화는 무인 출신이라고 했다. 섬세하면서 영악한 영선과 다르게 구 화는 어딘가 서툴면서도 순수해보였다. 무뚝뚝한 무인의 투박한 사랑 고백에 이 경의 마음이 저절로 그에게 기울여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천장을 보았다. 구 화가 이 경의 턱을 잡아 올리고 입을 맞춘다. 이 경의 눈매가 풀리고 순순히 설왕설래를 즐긴다.
구 화는 이 경의 입을 맞추면서 생각보다 뜨겁고 좁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이 경의 입 안은 생각보다 작고 귀여웠다.
이 경이 나른한 표정으로 구 화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어디 산다고 했었지?"
"홍리당(弘悧堂)입니다. 건 재인과 안 재인과 같이 삽니다."
"홍리당은 좋나?"
"살만 합니다."
이 경이 픽 웃는다. 잠자리 후에도 송사 하나없이 뻣뻣한 태도이다. 이 경이 구 화의 길고 잘 관리된 머리를 만지면서 중얼거렸다. 노곤해서 잠이 온다. 이 경이 눈을 깜박거리면서 말을 한다.
"미인으로 봉해주마. 홍리당을 네가 관리하거라."
구 화가 말을 하지 않고 이 경을 꽉 끌어 안았다. 과묵한 사내라 생각하면서 이 경이 구 화의 널찍한 품에서 스륵 눈을 감았다.
이 경을 품에 안은 구 화의 눈이 반짝였다.
'성공했어! 내가 성공했다!'
구 화가 이 경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면서 입술을 끌어 올렸다.
'이제 시작이다. 나야 말로 그 화귀비 이상 가는 권세를 가질 것이다. 그 놈은 배경도 없고 멍청해서 막말이나 해댔지만 나는 다르다. 도타르 총독인 아버님이 뒤를 봐주신다면 어쩌면 존귀한 자리마저 나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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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미인이 그 후로 하루 걸러 한번씩 황제의 처소로 불려가면서 대우도 달라졌는데 일단 환관들이 구 미인의 처소, 홍리당에 바치는 생필품이나 사치품의 가지 수가 늘었으며 새로 배정받은 궁인들 또한 우수한 인재들로 선별되었다. 이 경이 구 미인에게 내린 총애 또한 백 영선 이후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지라 무려 사냥갈 때 구 미인을 데려가고 명마를 하사하였고 잠자리에서도 구 미인이 궁중 예법을 어기는 것을 눈감아 줄 정도였다.
구 미인은 또 영악하게 처신했는데 같이 사는 건 재인과 안 재인에게도 사치품을 나누어줘 무리를 형성한 것이었다.
'총애는 나누는 것이 아니지만 재물이야..'
구 미인이 좋아하는 안 재인과 구 미인의 뜻을 알아채고 은근히 웃는 건 재인을 바라본다. 안 재인이야 재물 그 자체가 좋았으니 적당히 이용해 먹을 말이고 건 재인은 당파를 형성하자는 뜻을 알아챈 눈치라 구 미인은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똑똑한 것이 좋지.'
건 재인의 아버지는 거기다가 감찰직인 시어사(侍御史)였으니 관직은 높지 않아도 실권이 높은 자리였다.
구 미인이 그렇게 차곡하게 자기 기반을 만든 반면에 백 미인의 만화궁은 그 기운이 우중충하다. 지나다니는 궁인들의 표정이 어둡고 어디 웃음소리 하나 나지 않았으니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것이 그 주인의 성품에 맞지 않게 무척 귀기가 서려 있었다.
"그나마 최 태감이 생필품을 넉넉히 줘서 다행이지만.."
후궁전 물자 배분을 담당하는 최 태감이 눈치가 빨라 백 미인에게도 넉넉히 비품을 주었으나 백 미인을 모시는 상궁인 계자(桂者)의 표정은 별로 좋지가 않는다.
총애를 얻은 뒤로 싸우긴 했어도 이 정도로 백 미인을 홀대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다른 후궁을 가까이 한 적도 없었는데 구 미인을 총애하는 것이 지극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니 계자의 표정이 일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백 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포도 송이를 냠냠하며 먹는다. 계자의 얼굴에 걱정이 서리는 것을 알지 모르는지 냉대 받는 후궁 백 영선은 열심히 포도를 따먹는다.
"계자야. 덥구나."
계자가 몹시 할 말이 많은 얼굴로 대답했다.
"예..."
백 미인이 포도를 슥 내밀면서 말한다.
"계자야 너도 먹어라."
계자는 할 말이 무척이나 많았으나 체념한 표정으로 포도를 받아 알알이 따먹는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포도를 입 안에 굴렸다. 일 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계자는 이미 이 백 미인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정신 세계의 소유자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그녀로선 그를 말릴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포기하여 포도를 먹는 계자를 백 미인이 천진난만하게 바라본다. 계자가 포도를 다 먹고 물에 젖은 천으로 백 미인의 손을 닦아 주었다.
"그런데 어쩌면 총애를 잃었다고 이렇게 딱 사람이 끊기는 지요.."
계자의 혼잣말에 가까운 말에 백 미인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너가 맹상군이로군."
"예?"
놀라서 반문하는 계자에게 백 미인이 흥얼거리듯이 말한다.
"옛날에 맹상군이 너와 똑같은 질문을 식객 풍환에게 물었다. 자신이 잘 나갈 때 사람이 많이 따르는데 위기에 처했을 때는 그들이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가 다시 부귀를 얻으니 찾아온다고 섭섭해하며 말했다. 지금 네가 맹상군처럼 물으니 내가 그럼 풍환이 되어서 말해주마.
'영고성쇠의 변화는 자연의 이치이니 시장을 보아도 아침에는 사람들이 많으나 저녁에는 무리가 없다. 시장에 사려는 물건이 없으니 그러하다.' 풍환이 말하였으니 하물며 삼엄한 궁중인 이곳에서 만화궁에 사람이 끊기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아닌가?"
가벼운 목소리에서 끝으로 갈 수록 목소리가 엄정해지고 목소리가 울린다. 계자는 가끔씩 백 미인에게서 위엄이나 기품을 느꼈고 그것은 심지어 황실의 그 누구보다 더 그를 고귀한듯 착각하게 만들었다. 백 미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흥망성쇠에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위치이니 탓할 것도 못 되고 마음 쓸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내가 맹상군처럼 야속한 마음을 부리던 사람에게 털어 놓아야 겠는가."
계자는 학식이 짧아 그저 송구하다 말하고 백 미인은 다시 생글거리면서 포도를 먹었다.
태평하게 백 미인이 이렇듯 포도를 먹으면서 시간을 보낼 무렵 구 미인은 총애를 보란듯이 누리고 있었으니. 두 미인이 언젠가 부딪힐 것이라는 것은 궁인들이 모두가 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백 미인과 구 미인이 처음으로 부딪힌 것은 황후에게 드리는 문안(問安) 도중에 이뤄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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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이 후사를 보고 후궁을 들이는 것을 꽤나 늦게 시작한지라 후궁의 수는 전대 황제만큼은 아니지만 드물었다. 당장 정비(正妃)가 아이를 낳은 한비, 견 완용를 포함한 네 명에 불과하였으니 그 인원이 빠지면 바로 드러나기에 문안 인사는 항상 꼬박 꼬박 이루어졌다. 게다가 황후가 엄정한지라 문안에 소홀히 하는 것을 꼭 징계하였으니 화귀비마저 문안을 빼먹은 적이 없었고 충직함을 가장한 구 미인 또한 문안은 빠지지 않았다.
일단 황후가 가장 높은 자리에서 그 북풍과 한설(恨雪)을 닮은 흰 빛 띤 외모를 빛내고 있다. 그는 예의 단정한 흰 문사복으로 몸을 감싸고 덤덤히 후궁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단상 아래 왼쪽 편에는 공주와 황자의 아비이자 유일한 2품 비(妃)인 한비가 앉아 있었다. 서늘한 눈매를 가진 한비는 그 이름처럼 단정한 외모에 몹시 준엄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는데 바늘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모습에 단정한 무관(武官)의 모습이 보였다. 황제의 호위 출신이라 하는 그 전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단상 아래 오른쪽 편에는 황후 다음으로 아름다고 칭송받는 3품 부인 견 완용이 앉아 있었는데 명문가 자제답게 귀티나고 몹시 수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고 그 자태가 기이하게 슬퍼보이고 고독해보여 사람의 눈길을 모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한비와 견 완용의 옆에는 같은 3품 부인인 단 수의와 한 충용이 앉아 있었는데 같은 두번째 자리라고 할지라도 왼쪽이 더 위치가 높아 입궁 순서가 먼저인 단 수의가 앉아 있었다. 세번째 자리 왼쪽에는 황자의 아비지만 투박하게 생겨 총애를 받지 못한 탁 첩여가 말없이 앉아 있다.
거기서 문제가 시작 되었는데 세번째 자리 오른편에 해당하는 자리가 원래 백 미인의 자리였으나 얄궂게도 백 미인과 구 미인이 동시에 음월전에 도착한 것이었다.
총애를 잃건 말건 화려한 옷차림의 백 미인이다. 홍옥을 별로 만들어 박은 만든 관을 쓰고 그 곳에 긴 면사를 매달아 주홍색 머리카락에 드리운다. 하얀색의 밝은 비단 위에는 옅은 하늘색의 자수로 시를 수놓았는데 그 외에 분홍색 매화가 작게 수놓아져 있다. 귀에는 무거운 황룡이 아닌 조그마한 자귀꽃이 자옥(紫玉)으로 만들어져 얹혀져 있었고 귓바퀴와 안쪽 연골에 들꽃 모양 보석의 침이 박혀져 있다.
구 미인은 그와 다르게 보석을 패용하지 않았으나 입고 있는 비단은 최상등급의 하사품이었고 길한 붉은 옷을 당당히 입고 있었다. 검은색 옷은 제비 깃털처럼 매끄럽고 그 이상으로 허리는 꼿꼿하고 바르다. 하얀색 빛이 발하는 옥대를 차고 허리 춤에는 귀한 물소가죽으로 만든 주머니를 패용하고 있다.
백 미인이 생글 거리면서 구 미인을 바라보고 구 미인이 시선을 말없이 받는다.
마주 본 두 사람 사이에 기이한 기류가 흘렀다. 지켜보던 후궁들이 그 알력다툼에 은근히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구 미인이 그 때 씩 웃으면서 먼저 하나 남은 세번째 자리에 앉았다. 동시에 백 미인의 얼굴이 차갑게 변한다.
============================ 작품 후기 ============================
1. 노블 있습니다!
2. 맹상군 일화- 맹상군은 전국 사군자 중 하나로 많은 식객을 거느렸다. 계명구도의 고사가 가장 유명한데 하찮은 이마저 식객으로 받아들인 맹상군을 구원한 것은 하찮은 재주를 가진 이들이었다. 맹상군은 권세를 누렸을 때는 식객의 수가 삼천명을 넘었으나 위기에 처했을 때 식객들이 다 떠냈다. 식객 중 하나인 풍환이 맹상군을 살려 구원했으니 맹상군이 본문과 같이 말하고 풍환이 본문과 같이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