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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18/148)

00018 창반환이불능거(悵盤桓而不能去) =========================

 견 진(甄珍)은 견씨 세가의 차남 양인이다. 견씨 세가는 동한시대부터 대대로 황실의 인척이었으며 친왕과 공주, 그리고 황제의 사돈이자 외가이자 처가였다. 그리하여 견씨 세가의 자제들은 대대로 준수하고 현명한 베필이었기에 황친(皇親)이 될 수 있는 은혜를 입었다.

 그리하여 견 진은 어렸을 때부터 황가에 장가를 갈 운명을 타고났다. 견 진은 양인이었으나 다행히 그가 처음 양인임을 알았을 때는 이미 이 경이 황제였던 시점이었다. 더군다나 견 진은 차남이었으니 가문을 이을 형은 후궁이 되지 못하엿으나 견 진은 입궁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견 진은 4 품 견 첩여로 입궁하였다. 나이는 어렸으나 황실과 복잡하게 피가 섞인 견 진이었기에 같은 간택 후궁 중에서는 가장 높은 품계를 받고 입궁을 하였고 견 진은 가장 처음 이 경을 모셨다.

 평생에 하나 뿐인 초야라고 하지만 후궁이기에 혼례식은 커녕 *초방도 주어지지 않았다. 견 진은 감히 이 경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고 한참 후에 이 경이 어기적 거리면서 들어왔다.

 견 진은 황제의 기척을 느끼고 긴장하였으나 명가의 자제답게 내색하지 않고 단정하게 이 경의 부름을 기다렸다. 고개를 숙인 견 진에게는 이 경의 신발만이 보였고 그가 침대에 걸터 앉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견 진은 평생동안 모실 황제의 등장에 제법 긴장하고 있었으나 이 경은 뚱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볼 뿐이었다. 이 경은 즉위 후에 전장터에서 나돌아다녀 회임은 커녕 혼인도 하지 못했다. 정궁황후(正宮皇后)의 책봉은 다행히 이 경이 오 약영에게서 관평공주 이 미아를 얻어 미뤄졌으나 황위를 이을 사내아이를 얻으라는 재촉은 이어졌다.

 그리하여 이 경은 황위에 오른지 처음으로 수녀 선발을 했다. 그리고 견 진은 이들 중에서 가장 혈통이 좋았기에 측근들이 이 경에게 씨를 얻으라고 조언하는 간택 후궁이었다. 애초에 이 경은 호위무사인 오 약영을 건드리면 건드렸지 온순하거나 궁중예법에 길들여진 가식스러운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별로 내키지 않던 이 경이지만 좋은 씨로 이 경의 권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황자를 얻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인지라 이 경 또한 견 진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견 진은 검은 머리가 까마귀 깃같이 우아하고 매끄러웠으며 얼굴이 갸르스름한 달걀형이고 피부가 잡티 하나없이 윤기가 돌았다. 눈은 그 테두리가 선명했고 먹물처럼 검다. 그 자태는 놀란 기러기처럼 날렵하고 노니는 용과 같아 가을의 국화처럼 빛나고 봄날의 소나무처럼 무성하다. 엷은 구름에 싸인 달처럼 아련하고 흐르는 바람에 눈이 날린듯 가벼우니 섬려한 모습과 그 키마저 모두가 알맞고 적합하다. 그 어깨는 일부러 조각한듯 하고 그 허리는 흰 비단으로 묶은 듯 낭창했다.

 길고 가녀린 목덜미에 절로 드러난 흰 살결은 향기로운 연지도 호사한 분도 바르지 아니하였고 구름같은 머리를 높이 틀어올리고 그 아미는 가늘고 길게 흐르며 붉은 입술은 밖으로 빛나고 백옥같은 이는 입술 사이에서 곱다.

 나이가 어리다고 했음에도 천하절색의 미남이요, 앳됨 속에서 성숙함이 자리잡았고 단정함은 명가의 자제와 같으니 법도에 어긋나지 않게 유려하고 섬세한 전아유려(典雅流麗)의 우물이다.

 이 경의 마음이 스륵 녹아서 손을 들어 견 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겉은 성숙하지만 아직 열여섯의 어린 소년인 견 진이 그에 화들짝 놀라서 몸을 빳빳하게 굳힌다. 그 반응에 이 경이 금새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얼굴을 풀고 말했다.

"듣자하니 이고모(二高母)의 후손이라고?"

"예, 선황 폐하의 동복동생이시자 영고태후의 유일한 따님이신 숙평대장공주(淑平大長公主)께서 제 외할머님 되십니다. 제게 궁중예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복도 아니니 꽤나 황실과 가까운 사이군."

 말마따나 견 진의 신분은 무척이나 존귀했다. 견 진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경이 견 진의 턱을 잡고 올렸다.

 그 눈이 테두리는 검고 진하나 그 안은 물가에 검은 먹물을 톡 떨어트린 것만 같은 물안개같은 회색이다. 무척이나 희귀한 색에 이 경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정말 아름답구나."

 견 진이 얼굴을 살짝 붉히자 이 경이 기분이 좋아 말했다.

"올라 와라."

 생각보다 이 경은 견 진을 마음에 들어했다. 견 진은 그제서야 이 경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사나워보이는 굳은 입술과 높지만 콧대가 살짝 꺾여 고집이 센 인상을 준다. 눈은 부리하여 불꽃이 튀기는 것만 같았고 피부는 황족 같지 않게 하층민마냥 그을리고 거칠고 질겨 보였다. 체격이 크고 몸이 탄탄하여 견 진은 단 한주먹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견 진은 지금껏 방중술 교육을 받으면서 황제의 풍채가 좋다고 귀뜸 받은 적이 있었으나 생각보다 더 거친 인상에 당황하여 있었다.

 그러나 견 진은 곧 내색하지 않고 이 경에게 물었다.

"옷고름을 풀어도 되겠습니까?"

 이 경은 웃으면서 말했다.

"젖비린내 나는 어린 놈."

 이 경은 그러나 견 진을 마음에 들어했다.

 견 진은 교육받은 대로 조심스럽게 이 경의 옷깃을 잡아 벌렸고 철사를 꼬아 놓은 것만 같은 무쇠같이 단단한 몸에 흠칫하며 경악했다. 견 진은 충격을 받아 이 경의 몸을 손 끝으로 매만졌다. 칼로 찔러도 들어갈 것 같지가 않은 단단한 몸이었다. 그 위에는 존귀한 신분에 맞지 않는 흉흔(凶痕)들이 있다. 귀족가 자제인 견 진은 평생들어 그런 몸을 처음 보았기에 두려움마저 느꼈고 그런 견 진을 이 경이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경이 조심스럽게 제 가슴팍을 어루는 견 진의 손을 갑자기 꽉 붙잡는다. 견 진이 놀라 흠칫하여 이 경의 얼굴을 바라보다 아차하고 고개를 숙였다.

"잠자리에선 법도는 조금은 잊어도 된다."

 이 경이 견 진의 풋내나는 뺨을 살살 만졌다. 부드럽고 하얀 피부가 몹시 감촉이 좋다. 이 경의 손길에 견 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견 진이 그에 용기를 내어 이 경의 들어간 허리를 쓰다듬는다. 허리의 곡선이 무척이나 도드라졌기에 견 진은 이 경의 허리를 쓰다듬다가 이 경을 바라보았다. 이 경이 웃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미소년은 무척이나 귀엽고 순수하였다.

 견 진이 옷을 벗자 어두운 밤인데도 흰 빛이 발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느껴졌다. 견 진의 몸은 희고 부드러웠고 곡선이 있었으며 승마와 무술로 다져진 잔근육이 있었다. 견 진이 숱 많은 눈썹을 깜빡이며 이 경을 바라보았고 이 경은 손을 뻗어서 견 진의 비녀를 뽑아 주었다. 물결치듯이 검푸른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리고 매끄러운 머리카락이 붉은 뺨을 가린다. 이 경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견 진은 부끄러운듯이 붉은 입술을 당겨 웃었고 흰 이가 그 사이로 드러났다.

"허."

 이 경이 혀를 찬다. 어린 후궁을 두는 것을 떨떠름하게 여겼던 이 경 조차 마음이 흔들리고 혼미해질만큼 견 진은 우물이었다. 이 경은 부풀어오르는 아랫도리를 느꼈고 견 진이 웃는 것에 참지 못해 손을 뻗어서 견 진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아앗!"

 놀란 견 진이 휘청이며 이 경에게 안겨 온다. 이 경이 견 진의 목에 코를 댔다. 백단향이 깊게 난다. 이 경이 애욕에 젖은 한숨을 느릿하게 내쉬며 몸을 떤다. 살내음에서 향기가 난다. 명가의 자제답게 그 몸이 깨끗하고 정갈했다. 견 진이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는 이 경의 성기에 당황하여 얼굴을 붉혔다.

'이 다음이..'

 견 진이 순간 방중술을 잊고 부끄러워 하면서 이 경의 목에 팔을 두른다. 이 경의 얼굴이 풀어져서 온화해졌고 견 진은 처음 인상과 다르게 부드럽게 변한 이 경의 얼굴에 점점 긴장을 풀고 그를 보며 수줍게 웃었다.

 그 맑은 웃음에 이 경이 기분이 좋아서 입술을 탐한다. 견 진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작은 입을 덥쳐온 축축한 해면체에 놀라서 몸을 파득 떤다. 이 경이 향기 나는 견 진의 입술을 질척거리면서 헤집는다. 견 진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렀다.

"우음.. 아.. .앗.. "

 이 경이 입술을 떼고 견 진의 번들거리는 입술을 보았다. 견 진이 하악, 숨을 몰아쉬고 초점이 풀린 눈으로로 이 경을 애써 바라본다.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흐드러진 머리카락이 뺨을 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자뭇 요염하고 아름답다.

"예쁜 것."

 이 경이 참지 못하고 견 진의 하물을 단단히 틀어쥐고 침대에 눕혔다. 견 진이 몽롱한 눈으로 이 경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이 경은 견 진의 아름다움을 탐했고 거친 손으로 이곳 저곳을 주물렀다. 견 진은 수동적이었고 몹시 놀라서 자신의 위를 점한 이 경을 사슴같은 눈망울로 올려다 보았다.

"아앗, 흑, 아, 뜨, 뜨거워요..!"

 견 진이 울면서 이 경의 팔을 긁었고 이 경이 견 진의 팔을 잡아 누르며 그 위에서 움직인다. 견 진의 아름다움이 이 경의 이성을 잃게 했고 이 경은 쾌락에 젖어 견 진의 하물을 엉덩이 틈새로 받아들여 거칠게 움직인다.

 견 진이 두려움에 젖어서 이 경을 올려다본다. 이 경이 정신없이 허리를 들썩이면서 숨을 헉헉 거린다. 그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훅훅 내뱉어진다. 견 진의 피부를 부비는 입술과 피부는 거칠었고 손은 크고 굳은살이 박혀서 아팠다. 이 경의 구리빛 피부엔 땀이 송골거렸고 가득 자리한 근육들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었다.

"으아앙, 하앙!"

 견 진이 뜨겁고 축축한 내벽에 사정을 한다. 이 경도 동시에 사정했고 큰 양물에서 팍 튀긴 정액이 견 진의 얼굴까지 튀어서 시야를 덮었다. 이 경이 잠시 헉헉 거리면서 견 진의 위로 쓰러진다. 견 진이 자신을 압박하는 무게에 콜록거리는 것을 이 경이 아랑곳않고 그를 껴안았다.

 이 경이 정액으로 더럽혀진 견 진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쓸고 견 진의 입에 넣었다. 지친 견 진이 이 경의 손가락에 묻은 정액을 쪽쪽 빨았다.

 이 경이 배부른 맹수와도 같은 표정으로 견 진을 빤히 바라본다. 뜨거운 숨을 내쉰채 침대에 나신으로 대자로 뻗은 견 진은 천인과도 같이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이 경이 견 진의 분홍색 유두를 손가락으로 굴리면서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난 후계자가 필요하다. 견 첩여."

"하악, 하악..."

 지친 견 진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이 경이 나직히 말했다.

"희락기는 정궁황후와 보내는 것이 관례이지만 내게는 정궁이 없으니 한동안은 너와 보내겠다. 짐은 그대와 같은 미인을 얻은 것이 참으로 즐겁다."

 견 진이 답을 못한 채로 지나친 쾌락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 경은 약속대로 견 진에게서 이황자 한왕 이 영오를 가졌고 그를 완용으로 봉했다. 희 치가 황후가 되기 전까지 견 진은 황궁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이 경은 견 진을 총애했다.

 그러나 이 경은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서 자신의 옷을 입히고 허리띠를 묶어주던 견 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을 툭 내던졌다.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견 진이 공손하게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이 경이 그러나 뒤이어 말을 했다.

"너는 다 좋은데 너무 예의가 바르구나."

 견 진이 놀라서 잠시 뒤이어 할 말을 잊었을 때 이 경이 무심하게 말을 내뱉었다.

"가끔 숨이 막힌다."

 견 진은 당황하였으나 이 경을 배웅하였고 이 경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견 진은 미남이었기에 이 경은 그를 자주 찾았으나 이 날 이후 이 경의 총애는 옛날 같지 못하여 견 진은 다소 외로움을 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1. 맞습니다! 낙신부는 조식이 염문이 있던 형수인 견씨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는 썰이 있었죠. 영선이는 이 작교가 조식처럼 형제의 아내인 견씨와 사통한게 아닌거라고 떠본 겁니다! 그리고 4화 맨 마지막 문단을 보시면 견 진의 몸에서는 백단향이 납니다... 견 진의 트레이드 마크는 백단향이 맞아요. 맞추신 분들 모두 스게에에!

2. 도원향가는 역사에서 많이 따왔습니다. 견 진은 문소황후 견씨에서 따온 게 맞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역사 속 인물들에게서 많이 따왔습니다. 스포를 하자면.. 희치의 '치'자는 꿩 치자이고 영선이의 '신비'도 생전에 불렸던 인물은 단 한명밖는 걸로 압니다. 신비(宸妃)가 귀비(貴妃)보다 격이 떨어지는 요상한 체계(후궁이 원래는 공비 현비와 같은 '비'로만 된 정비와 그냥 서비로 나누어져 있었다가 예전 왕조들 체계를 은글슬쩍 그때 그때 바꿔서 따라했던 뭔가 짬뽕에 두서없던 체계, 귀비도 원래 없었다가 황태자의 생모를 위한 자리로 생겨났는데 만귀비 위후로 매우 총애하는 후궁을 앉힘.) 였던 명나라를 제외하면요.

3. 창반환이능불거는 '그 마음 서운하여 돌아가지 못한다.' 라는 뜻의 낙신부 마지막 구절입니다. 복비를 만난 화자가 돌아가려고 마부에게 명령내리고 실컷 준비 다해놓고 말고삐 잡고 채찍 다들고 '가자'라고 말까지 해놨으면서 마음 서운해서 발걸음을 못떼는 상황을 그린것.

4. 창반환이능불거는 견 완용 외전으로 2~3편 될 예정입니다!

5. 이 경이 개못됨... 견 진 입궁나이 16살 아빠 된 나이 18살 지금 나이 30살 입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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