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148)

00022 육궁분대무안색(六宮粉黛無顔色) =========================

 영선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다. 후궁이 너무 적은 것도 사실이고 조정에서 그렇게 말을 한다면 안 그래도 미운털 박힌 영선의 입장에서야 별 할말이 없었다. 더군다나 영선은 천하절색의 후궁 백만명이 들어와도 이 경의 마음이 자신의 것임을 확신했다. 기분은 좋지 않았다만 그래도 이 경에게 어쩔 수 없이 그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은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이 싹 변해서 영선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진심이냐?"

 영선은 그런 이 경의 말에 하하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럼 거짓을 아룁니까?"

 그렇게 말한 영선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없었다. 오히려 영선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 경을 바라보았다. 이 경은 그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그를 마주 노려보다가 결국 먼저 말을 돌리고야 말았다.

"세상 참 편하구나."

 그 빈정거림에 영선이 드물게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편해 보입니까?"

 이 경은 그에 고개를 들어 무거운 낯을 한 영선을 볼 수 있었다. 그 얼굴에는 그늘이 져있었고 목소리는 낮고 짙었다. 아차한 이 경이 영선의 손을 잡고 변명하듯이 말을 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우물쭈물 하던 이 경이 에잇, 소리를 내면서 영선의 팔을 잡아 당겼다. 휘청거리면서 이 경의 품에 쓰러진 영선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역정을 냈다.

"황제면 사람을 마음대로 당겨도 되는 겁니까?"

"정말 오늘 한번은 봐주거라."

 이 경은 그 말을 하고 영선을 꽉 끌어 안았고 영선은 이 경의 불안해보이는 모습에 한숨을 쉬고 이 경의 허리를 손으로 감았다. 이 경은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었다. 황제여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이 경은 외로움을 많이 탔다. 그럼에도 그는 영선을 제외하면 속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었다. 영선은 그런 자신을 의지하는 이 경이 좋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해서 결국 이 경의 말에 지고 갔다.

 이 경은 말없이 영선의 손을 잡고 침대로 끌어다. 순순히 이끌려 가던 영선이 문득 말했다.

"황후 폐하는 뭐가 잘못된 건데요?"

 이 경이 영선을 침대에 앉히고 허리띠를 풀면서 짧게 말했다.

"내일이 희락기다."

"아."

 영선이 알겠다는 듯이 한숨을 쉰다. 이 경이 정말 좋지 않은 표정을 한 채로 침대로 올라가 영선의 부드러운 입술 위에 입을 맞췄다. 영선이 등받이에 몸을 기댄 상태에서 손으로 이 경의 허벅지 안을 살살 쓰다듬었다.

 풀어지는 이 경의 표정과 다르게 영선의 표정은 오묘하게 변했다. 이 경의 귓바퀴를 살살 만지던 영선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 경은 점차 들떠서 숨을 거칠게 내쉬었지만 영선은 몸만 기계적으로 움직일뿐 도무지 집중이 안되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이게 더 거슬린...'

 설마 이럴 줄은 몰랐는데. 옛날에 우정이 최고라고 호언장담하던 그 분은 어디가셨더라?

'애들이 웃겠다.'

 영선이 속으로 우스워서 자신을 자조한 뒤에 다시 상념을 떨치고 이 경의 발갛게 달아오른 눈매에 입을 맞추었다. 이 경이 우음, 소리를 내는 것을 영선이 저도 모르게 살풋 웃으면서 바라보다가 이내 어깨를 꽉 틀어쥐고 이 경을 침대 위로 넘어 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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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락기는 황후와 보내는 것이 법칙이다. 황후 희 치가 없었을 때는 이 경은 항상 견 진을 찾았다. 견 진이 없었을 때는 다른 후궁들이 골고루 돌아가면서 그를 모셨고 이 경은 그저 그들 중에서 선택만 하면 됐었다. 하지만 혼례를 치룬 후 이 경에게 희락기란 정말 싫은 일 중 하나였다. 희 치를 싫어하는 이 경이 그와 밤을 보내는 유일한 때이기도 했다.

 이 경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침대 위에 앉아 있었고 입술을 꾹 다물고 눈을 감고 있었다. 몸이 으슬거리고 엉덩이가 축축하게 젖어 왔다. 첫 희락기 만큼 이성을 잃고 그런 것은 아니나 충분히 힘들고 버거웠다. 저절로 몸을 채워줄 양기를 원하고 짝지를 찾아 헤매게 된다. 그리고 이 경은 그 감정이 엿같아서 이를 으득 갈았다.

 희 치가 그 때 휘장을 걷고 침대 안으로 다가왔다. 희 치는 정갈한 흰 옷을 입고 있었고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 외모는 사실 이 경이 생각하기에도 그 전대 경국지색이라 불리었던 모후보다 더 아름다웠고 다각의 매력이 있는 얼굴이었다. 차분한 두 눈은 흑옥을 고스란히 박아 놓은 것 같이 담아하게 빛났고 이 경의 앞에서 절을 하고 소매를 내리자 드러나는 높은 콧대와 아름다운 얼굴. 날카롭고 부드러우며 깨끗하고 사랑스럽고 순수하며 중압감있는 그 팔색(八色) 미는 보기 드문 귀하디 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경은 벌벌 떨면서도 희 치에게 다정한 시선 하나 보내지 않았다. 이 경은 희 치가 싫었다. 이 경이 귀한 황가의 후손이라 더 이상 전장에 가기 쉽지 않았던 것과 다르게 희 치는 자유로웠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그리고 희 치는 승승장구하여 이 경을 위협하는 권력의 소유자가 되었고 그는 병부를 완전 장악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 경은 변방군을 둘러보던 중에 술과 고기를 내릴테니 긴장을 풀고 마음껏 먹으라고 말을 했었다. 그러나 병사들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고 대답 또한 하지 않고 뻣뻣하게 서있었다. 당황한 이 경을 대신하여 희 치가 명령하자 그제서야 병사들은 긴장을 풀고 술을 마셨다. 이 경은 그 때 희 치가 군대를 완전장악했다는 것을 알았고 심지어 백성들 사이에서 명성도 높은 그가 권력을 탐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렇기에 희 치를 반강제적으로 황후로 맞이했었다. 그러나 그 뒤에도 희 치는 육궁을 중심으로 궁인들을 완전장악하여 이 경마저 그를 존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 경은 극도로 그를 경계했고 또 싫어했다. 그렇기에 항상 희락기는 좋지 않은 날이었다.

 이 경은 절을 한 후에 침상 아래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희 치의 고아한 모습을 노려보며 말했다.

"평, 평소와.. 같다."

 이 경이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말했다.

"올라 와라."

 희 치는 아무 말도 없이 그의 말에 복종했다. 희 치는 침상 위에 올라와 이 경의 옷고름을 벗겼고 이 경은 순순히 그의 손길에 따랐다. 그러나 이 경은 눈을 꾹 감고 고개를 돌린채 그를 보려 하지 않았다.

 그를 황후로 만들어 병권을 뺏은 것은 다행인 일이었으나 이 경은 이 순간마다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꾹 눈을 감은 이 경을 희 치가 알 수 없는 눈으로 빤히 내려다본다. 희 치가 조심스럽게 그의 옷을 벗기고 손으로 그를 어루었다. 이 경에게선 달콤한 향이 나고 있었고 그것은 양인들을 짐승으로 만드는 향이었다. 그러나 희 치는 다른 양인들처럼 동요를 내보이지 않고 차분히 이 경을 다루었다. 오히려 이 경이 희 치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에 그의 향기를 듬뿍 마시려는 욕구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이 경이 고개를 푹 돌리고 푹신한 침구에 얼굴을 묻어 몸을 바르르 떤다. 희 치가 이 경의 목을 조심스럽게 물었고 이 경은 스륵 흘러내린 희 치의 머리에서 나는 희미하고 청아한 냄새에 결국 이성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돌려서 향을 맡았다.

 향이 거의 나지 않는 양인들 중에서도 특별하게 희 치는 정향과 흡사한 색향이 났다. 이 경의 눈동자가 풀리고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으, 으흡.. 윽..."

 이 경이 쾌락을 느낄 수록 그 몸에서 달큰한 복숭아 과육냄새가 난다. 희 치의 새하얀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 희 치는 능숙하게 이 경의 몸 구석 구석을 붉은 입술로 쓸고, 핥고, 애무했으며 손가락으로 살결을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이 경이 울음을 참고 눈을 치켜뜬다. 이 경의 눈이 충혈된 채로 희 치를 노려보고 있었다. 파들거리면서 그가 이를 악물어 말한다.

"그딴, 것.. 학... 하지 말고.. 넣어.."

 희 치는 그런 이 경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이 경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큰 손으로 쓸어주었다. 이 경은 그 부드럽고 자상한 손길에 풀어지는 마음을 느끼고 도리질을 치고 숨을 삼켰다. 앞으로 이어질 과정이 고통을 수반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희 치는 얼굴이 아름다웠으나 무골이었고 키가 몹시 크고 뼈가 굵었다. 키가 큰 만큼 그의 하물도 크고 흘륭했는데 사실 웬만한 크기에는 익숙한 이 경이 첫날밤에 울음을 터뜨릴만큼 크고 단단했다.

 희 치가 바지를 내리고 조심스럽게 하물을 잡아 이 경의 번들거리고 붉은 살들이 보이는 엉덩이 사이에 댄다. 이 경이 눈을 감고 파들거렸다. 희 치가 이 경의 이마를 쓸어 올린 뒤에 입을 맞추고 속삭였다.

"넣습니다."

 이 경이 순간 이어지는 고통에 허리를 비틀고 목을 젖혔다. 몸이 두갈래가 나는 것 같았다. 거대한 압박감이 뱃속을 울렸고 이 경은 몸을 떨면서 침대보를 꾹 잡았다.

"크흑, 흑..!"

 희치의 것은 몹시 크고 훌륭했다. 단단하고 뜨거운 그것은 이 경의 안을 사정없이 헤집어 정말 어린아이처럼 울부짖고 진심으로 탄식하게 만들었다. 그 훌륭한 것은 어느 부족한 곳 없이 골고루 구석구석 안을 탐색했고 이 경은 교룡을 받아들이는 기분이 들어 도리질을 치다가 결국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면서 희 치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위에 올라탄 희 치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무렵 희 치는 평소의 무표정했던 얼굴이 아닌 이마를 살짝 찌부리고 이를 악물고 있는 표정을 했다. 바로 쾌락을 참는 사내의 얼굴을 했다.

"아학, 아파! 아아, 황후!'

 결국 참지 못하고 희 치의 허리에 발을 휘감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희 치는 그에 더 흥분한듯 거칠고 강인하게 그를 품었다. 그러다가 이 경이 적응될 쯤에 감질나게 그의 목을 지분거리고 봄바람 살랑이듯이 이 경을 안았고 결국 그 또한 양인의 본능을 이기지 못해 이 경의 입술을 물고 빨았다.

 그것은 상상 외로 황홀했고 기분 좋은 것이었다. 이 경은 황홀경 속에서 희 치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혀가 이 경의 입 안을 농락하고 이 경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얼굴에 손을 대려다가 정신을 차린듯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아....!!"

 순간 이 경의 시야가 점멸했다. 희 치의 것이 그의 안에서 터지려고 할 때 이 경이 침대를 긁으면서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꺼, 꺼냇!!"

 희 치는 이 경의 말에 복종했다. 추삽질을 멈추고 성기를 꺼내 이 경의 엉덩이에 사정을 한다. 희 치의 눈에 이 경의 등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흥건히 많은 희고 끈적한 것이 이 경의 엉덩이골 사이로 뚝뚝 떨어진다. 이 경이 몸을 헐떡거리면서 침대에 얼굴을 박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고 싶었으나 일어날 수 없었다. 이 경은 몸을 파르르 떨면서 있었고 희 치가 잠시 그런 이 경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옆에 놓인 대야 위 수건으로 이 경의 몸을 닦는다.

 말없이 황후의 시중을 받던 이 경이 갑자기 희 치의 손을 떨치고 버럭 소리질렀다.

"이 손 치워!"

 이 경은 그 말을 끝으로 옆에 나뒹굴어진 옷을 대충 쑤셔입고 침상 밖을 뛰쳐 나갔다. 희 치가 이 경의 등을 바라본다. 이 경이 떨리는 손으로 허리띠를 주섬거리면서 맸다.

 이 경이 이를 악물고 정사 중 흘렸던 눈물을 닦으면서 속으로 되뇌인다.

'차라리 무리수였더라도 죽여 버렸어야 했어...'

 이 경은 공황상태에서 무작정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걸었다. 류 태감이 그를 발견하고 놀라서 그의 이름을 불렀으나 이 경은 그저 성큼거리며 걸어갔다.

 이 경이 향한 곳은 만화궁이었다.

"이건 법도가..."

"입 닥쳐라!!"

 이 경이 만화궁의 문을 벌떡 열고 침상 위로 성큼거리면서 다가갔다. 계자가 자다가 놀라서 그에게 달려갔으나 이 경의 화가 난 얼굴에 겁에 질려서 우물쭈물 곁에서 맴돌았다. 침상 위에는 영선이 곤히 자고 있었다. 이 경이 그 모습에 화가 풀리기도 하고 또 그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얄밉기도 해서 영선의 볼을 붙잡고 꾹 누르며 말했다.

"신비. 내가 왔다."

 이 경은 화가 극에 올라 눈물이 난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 것만 같았다. 대장군일 때는 병부를 장악해서 거의 사병화 직전까지 만들어 놓고는 황후가 되어서는 이 경이 마음 편히 궁 안을 돌아다닐 수도 없게 한다. 이 경은 희 치를 차라리 죽이고 싶었고 극도로 신경이 쓰였다. 이 경이 깨어나려는듯 움찔 거리는 영선의 귀를 보고 충동적으로 영선의 침대에 들어가 꾸물거리면서 이불 안에 들어갔다.

"우..으으... 황상... 왜?"

"같이 자자."

 이 경이 고집센 얼굴로 영선의 허리를 팔로 휘감고 눈을 꾹 붙힌다. 희 치는 극양인이기에 어느 정도 희락기의 고통은 가셨으나 아직도 열락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왠지 오늘은 영선과 그냥 잠만 자고 싶어서 이 경은 영선의 살내음을 맡으면서 영선의 가슴팍에 볼을 올려놓아 눈을 감았다. 이 경은 인간 베개를 베고 편안함을 느꼈지만 잘자다가 봉변을 당한 영선이 핼쓱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 상황을 파악하려 한다. 가슴에 돌이 올려진 것 같이 아팠고 고개를 드니 이 경이 꿋꿋한 표정을 한 채로 눈을 감고 있다.

 영선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신음했다.

"폐하... 제발..."

 이대로 자면 악몽이 눌릴 것만 같아 꽤나 예민한 영선은 잠을 자지 못했다. 오히려 잠이 싹 달아나는 느낌이다. 영선이 홧김에 손을 들었다가 결국 이 경의 머리카락을 잡아 쓸어 내린다. 영선이 쾡한 눈으로 천장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 경의 숨소리가 규칙적이게 변한 것을 깨달은 영선이 이 경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눈을 말똥하게 뜬다.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던 영선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올렸다. 놀랍게도 기분은 좋았다. 마지막으로 희 치를 생각하던 영선이 자신에 손에 감긴 이 경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면서 눈을 깜빡였다.

'얜 정말 몸도 마음도 내 꺼라니까.. 후궁 따위..'

 그 순간 영선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기어오르는 건방진 새끼들은 잡으면 되고.'

============================ 작품 후기 ============================

q: 영선이 나이가 20살보다 많을까요?

a: 음 아마도 그럴겁니다(스포)

1. 후궁들 많으면 2만명~ 적어도 몇백명은 했었습니다. 이민족 왕조들은 좀 적게 들이긴 했는데 도올은 한족 왕조가 모티브여서 상당히 적은 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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