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7 육궁분대무안색(六宮粉黛無顔色) =========================
탁 조는 이 경을 허겁지겁 안았다. 거칠게 이 경의 바지를 벗기고 별로 애무도 없이 삽입하고 자신의 욕구를 만족했다. 전에 구 화도 진솔함을 연기했지만 탁 조는 무례하기까지 할정도로 생각이 없었고 또 순진했다. 심지어 탁 조는 이 경을 여자 대하듯이 다리를 벌리고 무례하게 대했는데 이 경은 별로 화를 느끼지 못했다. 이 경은 차라리 탁 조가 생각이 없어서 더 좋았다.
"아.. 윽.. 조, 조.."
"헉, 헉.."
정신없이 탁 조에게 안기고 이 경이 널부러진다. 탁 조는 정말 원없이 그를 안았고 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 경은 기진맥진하여 탁 조에게 안겨있었다. 탁 조는 품이 너른하여 기분이 좋았다. 이 경은 어쩐지 무식하기까지 한 그 작자가 불쌍하기도 하고 그 투박한 손길이 기분이 좋기도 해도 그 품에서 고롱거리고 있었다.
"영연이는.. 잘 지내느냐?"
다른 자식들처럼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고, 1 황녀처럼 애교가 많은 것도 아니고, 2 황자처럼 출신이 좋지도, 4 황자처럼 총명한 것도 아닌 3 황자 이 영연. 어쩐지 우물쭈물하고 강단없는 그를 이 경은 좋아하지 않았다. 태생도 좋지 않고 탁 조 자체를 좋지 않은 기억으로 생각하기에 멀리하고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무정했던 것은 아닌가 후회가 된다. 탁 조가 침묵하다가 말을 한다. 서운한 기색이 영력했다.
"황상. 저는 미워도 영연이에게는 그래서는 아니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품에 한 번 안아주기를 했나, 아무리 궁중예법이라지만 심지어 젖도 한번 못 빨고 유모에게 건내진 아들을 생각하면 탁 조는 이 경이 무척 증오스럽다. 아무리 못미더운 아들이라지만 영연은 무척 착하고 순했다. 사실 평소라면 그 말에 화를 낼 이 경은 내심 찔려서 잠자코 있다가 탁 조의 가슴에 얼굴을 부볐다. 탁 조가 그 순간 이 경을 밀어냈다. 이 경이 화가 나서 소리지르려다가 만다.
"뭣하는 짓..?"
벌게진 탁 조가 어어, 거리면서 이 경을 본다. 그것을 본 이 경이 잠시 당황했던 마음을 풀고 하하 웃으면서 탁 조에게 다가갔다. 탁 조가 얼굴을 가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러지 마십시오."
"왜?"
"이상합니다."
"......"
얼마나 혼자 지낸 세월이 많았으면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이런 것에도 쑥맥처럼 굴까. 이 경이 그간의 냉대가 무척 마음에 걸려서 탁 조의 팔뚝을 잡고 미안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내가 그간 홀대가 심했구나. 궁에서 사느냐?"
"...각에서 삽니다."
"그래도 황자의 아비인데 궁으로 옮겨주마. 서육궁에 자철궁(紫哲宮)이 있다."
이 경이 탁 조의 손을 잡으면서 다정하게 말을 했다.
"자철궁은 '자(紫)'자를 쓰는 격이 높은 궁이니 서육궁 내에서 네가 홀대받지는 않을 것이다."
"왜, 왜 갑자기 이러는 거십니까."
"내가 너무 무정했다 여겨서.."
한숨을 쉬던 이 경이 울먹거리는 탁 조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황자의 아비로서 격에 떨어지는 일이 없게 해주마. 영연이도 자주 보러 오마. 영연이는 어떻게 지내느냐?"
탁 조가 그제서야 얼굴을 풀고 신이 나서 영연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말을 한다. 이 경이 그 푼수같은 말에 흥미를 느끼고 잠자코 말을 들었다. 글을 읽는 것을 싫어해서 걱정이다, 궁인을 좋아하는데 쑥맥이라 말을 걸지 못하고 울었다, 더위를 타서 옷을 입는 것을 싫어해서 혼을 냈다. 탁 조가 얼마나 영연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어서 이 경은 기분이 풀리고 순간 애정을 느껴 탁 조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탁 조의 얼굴이 순간 벌게졌다.
"황, 황, 황.."
말을 못하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모습에 방금 전까지 짐승처럼 자신을 범했던 탁 조를 떠올린 이 경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이 경이 진지한 눈으로 그를 보면서 말을 했다.
"탁 조야. 앞으로는 내가 황자랑 너에게 많이 신경을 써주마."
"폐하."
감격해서 울먹거리는 탁 조의 모습을 보고 이 경이 멀리서 망을 보던 류 태감을 불렀다.
"류 사자!"
도도도 달려온 류 태감에게 이 경이 말했다.
"탁 조를 3 품 부인으로 봉하고 처소를 서육궁 자철궁으로 옮겨라. 음.. "
이 경이 눈가를 찌부린다. 견 완용보단 아무래도 낮은 직위를 주는 것이 옳고 그 아래 단 수의보단 높은 직위를 주고 싶은데 완용 다음 완원이고, 그 다음이 수의라 위계가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 이 경이 견 진을 사랑하는 것에 비해서 작위를 오랫동안 올려주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말을 한다.
"탁 조를 내가 소홀하게 대했으니 소의로 봉하고 견 진이 나를 오래 따랐으니 비로 올리마."
"예, 폐하."
그러다가 이 경이 잠시 멈칫한다.
"한비나 신비가 그러면 또 서운해 할텐데.."
고민하던 이 경이 말을 덧붙혔다.
"견 진은 그러면 훌륭할 위(偉)자를 봉호로 줘서 위비(偉妃)로 하고 오 약영은 1 품 한귀빈으로 올리고 영선이도 신귀비로 올리자. 황후도 다들 품계가 올라가니 위계를 세우고 싶어서라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경이 황망하게 서있는 탁 조의 손을 잡고 다정히 말했다.
"이제는 네가 소의고 정비(正妃)니 마음을 풀고 부인(*3 품 작위 명)들을 다스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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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 진은 성품이 훌륭하고 올곧아서 위 자를 봉호로 받고 위비에, 한비는 황자를 잘 양육한 공으로 한귀빈에, 나는 황후를 도와 후궁전을 관리한 공으로 귀비에... 난리 났네."
짤막하게 평한 영선이 헛웃음을 터뜨린다. 아침부터 류 태감이 와서 무엇을 하나 보았더니 옷을 차려입고 오래서 짐작은 하고 있었다. 류 태감이 성지를 펼쳤고 영선이 가만히 무릎을 꿇고 있으니 류 태감이 개소리를 지껄였다.
"너, 백 영선은 항상 근엄하고 바른 말을 일삼고 옳지 않은 행동을 미워하여 육궁의 일원들이 겸허하게 행동하여 분수에 어긋나지 않도록 옳은 기풍을 세웠다. 너는 항상 아부와 좋은 소리를 싫어하고 무리를 짓는 승냥이같은 것들을 증오하여.."
빤한 얼굴로 앉아 있던 영선이 마지막으로 류 태감이 하는 말에 공손히 머리를 숙인다.
"그러하므로 너는 신귀비로서 후궁의 가장 윗전이 되어 육궁의 기강을 바로 잡아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말은 그렇게 하고선 일어난 영선이 빈정상한 얼굴로 류 태감을 바라본다.
"이게 뭡니까?"
류 태감의 차분한 설명을 들은 영선은 정말 불같이 화가 나 이 경을 보러 태양전으로 갔다. 그러나 이 경이 탁 소의의 자철궁에 있다는 사실에 더욱 더 화를 내면서 서육궁으로 향했다. 이 경이 미워서 괴롭히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탁 조라니. 귀빈으로 승격해도 기쁘지 아니하고 오히려 이 경의 입을 찢고 싶었다. 요즘 따라 풀이 잔뜩 죽어있던 이 경이 어떻게 기가 살았을지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쏫고 살기가 들끌었다. 영선의 얼굴이 창백해진 것을 보고 계자가 안절부절하면서 그 뒤를 따랐다. 그녀의 주인은 성격이 좋지 않아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몹시 두려웠다.
영선은 다시 이 경을 좋게 꼬셔서 자신에게 매달리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시 피말리는 꼴을 보고 싶었다. 아주 천천히 슬프게 만들고 싶었는데.. 영선은 자철궁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아바마마!!"
신이 나서 뛰어 다니는 천진난만한 사내 아이를 본 까닭이었다. 영선이 자신도 모르게 기둥의 그림자에 숨어 그것을 보았다. 탁 조가 목검을 들고 그를 상대하고 있고 한 열살 남짓되는 꼬마는 신이 나서 날라다녔다. 영선이 침묵을 하면서 그것을 보았다. 누군지 알 것 같다. 항상 겁에 질린 채로 구석에 있어서 아이를 좋아하는 영선이 항상 불쌍해하며 챙겨주던 아이였다. 3 황자 이 영연이었다.
그렇게 소심하고 기가 죽었던 아이가 좋아서 방방 뛰어다니고 헤프게 웃는다. 영선은 순간 할 말을 잃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영선이 영연을 챙겨주면 고마워하며 어쩔줄 몰라하던 탁 조는 그것을 헤벌죽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영선이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 놈! 다친다!!"
이 경이 신이 나서 그것을 보고 웃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 경이 영연을 끌어 안고 높이 띄우면서 헤벌쭉 웃었다. 영연이 놀라서 바동거리고 이 경이 신이 나서 그를 들고 뛰어다닌다.
영선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한참 후에 말을 했다.
"가자."
"들어가시지 않으십니까?"
조용히 말을 하는 계자에게 영선이 도리질을 하면서 얌전히 말을 했다.
"가자."
영선이 속으로 쓰게 웃었다. 애가 저렇게 기뻐하는데. 영선은 차마 저기 가서 단란한 가정을 깰 염두가 나지 않았고 소심했던 아이가 오래간만에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좋아하는 것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영선은 아이라면 모두 몹시 좋아했고 사랑했다. 영선이 힘이 빠져서 터덜거리면서 걷는다. 영선은 정말로 기력이 없었고 심지어 평생동안 그런 적이 없었는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마음에 입을 다물었다. 계자가 진심으로 충격받은 듯한 기력없는 영선의 모습에 놀래서 말을 했다.
"마마.."
계자가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마마께서는 총애를 받으시니 곧 황자, 황녀 아기씨를 볼 수 있으실 겁니다."
그 때 영선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없다."
"예?"
"그럴 리 없다고.."
영선이 순간 힘 빠진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나도 아이를 가지고 싶구나.."
계자가 그 말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속으로 질문하려는 것을 꾸역이며 삼켰다. 계자의 얼굴이 핏기가 가셨다. 영선은 오랫동안 거의 이 경을 독차지 했는데 이 경은 태기가 없었다. 희락기 때는 황후와 보냈다곤 하지만 그 외에는 영선의 차지였는데 영선은 자식을 가지지 못했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두 사람의 발걸음이 멈춘 것은 떠벌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영선이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선다.
"아니라니까. 내가 볼 때는 신귀비는 이제 끝나."
"왜, 왜? 이제 귀비로 올랐잖아?"
"그게 어디 신귀비를 위해서 올린 거야? 결과적으로 황자의 생부들을 같이 싹 올리고 신귀빈은 덤으로 올린 거잖아. 언젠가 내가 그럴 줄은 알았다만은 황자도 없는 것이 난리를 치다가 이제 어린 세도가 자제에게도 밀리니 폐하께서도 찾지도 않으신데."
'얼씨구?'
나서려는 계자를 손을 올려서 막는다. 영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식이 없으니 폐하가 슬슬 질려하시니 신귀비도 옛날에 자존심은 내팽겨치고 설설 긴다..."
"설설 기는 것은 생전 구 화에게 안 재인이 그랬던 것이고 구 화 사후 나에게 또 그랬던 것이고."
차갑게 빈정거리는 목소리에 헐뜯던 안 재인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옆에 있던 건 재인도 창백하게 얼굴이 질려서 무릎을 꿇는다.
영선이 창백해진 얼굴로 그들을 바라본다. 싸늘한 신귀비의 모습에 안 재인이 황급하게 무릎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서 빌었다.
"마마, 이, 이 것은..!"
"더러운 손 어디다가 대!!!"
찢어지는 목소리가 난다. 손으로 신발을 잡으려던 안 재인이 황급하게 손을 떼고 울먹거리면서 몸을 조아렸다.
"잘못했습니다, 마마! 한번만, 한번만 용서를..!"
"나는 이미 한번 당파를 만든 것을 용서했을 텐데?"
구 화가 당파를 만든 것으로 밉보여서 처단당하고 안그래도 안 재인과 건 재인은 구 화에 가담한 죄로 영선에게 크게 밉보였다. 건 재인이야 근신하고 지내면서 있었지만 안 재인은 입이 가벼워서 구 화가 득세할 때 입을 함부로 놀린 전적이 있어 극도로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서 사람마다 잡고 영선을 헐뜯었던 것인데 영선도 그것을 알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앞에서 아이 얘기를 하니 창노하여 이를 갈았다.
"너는 정말 버릇도 없고 반성하지를 않는구나."
"마마! 마마! 제발!!"
얼마전에 아사한 구 화의 최후를 떠올린 안 재인이 울고 불면서 머리를 쾅쾅 박는다. 피투성이가 된 안 재인을 바라본 영선이 더 노하여 소리쳤다. 평소라면 그저 겁박하는 것으로 끝냈을 것을 가뜩이나 우울해 있는데 건드리니 더욱 더 분노하여 차가운 눈으로 안 재인을 응시한다.
"폐하께서 내게 육궁의 기강을 세우라고 귀빈으로 세우셨으니 내가 할 일을 해야지."
"마, 마마!"
"답응으로 강등시키고 유폐시켜!"
계자가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안 재인의 옆에서 겁에 질려 떠는 궁녀에게 명령했다.
"뭣들 하느냐! 주인을 모시고 돌아가지 않고?! 시위를 보낼테니 얌전히 앉아 있어라!"
"귀비 마마! 제발 살려주십시오! 마마!"
"냉궁으로 보내지 않은 것도 마마의 은혜인데 안 재인은 어찌 그렇게 은혜를 모르십니까?"
넋이 나가서 바닥에 엎드린 건 재인을 힐끔 노려보던 영선이 몸을 돌려서 그 자리를 사라진다. 재인에서 답응으로 떨어진 안씨가 울면서 궁인을 잡고 말했다.
"어찌하느냐? 난 이제 어찌하느냐?"
홍리당으로 돌아온 안 답응은 자신의 처소에 시위들이 몰려와 나무 판자를 박는 것에 겁에 질려서 궁인을 바라본다. 이제 먹을 것도 통제당하고 평생동안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 안 답응이 궁인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백 영선이 나를 망하게 만들었다!!! 내가 어찌하면 좋느냐?! 그 개 잡놈이!!"
한참을 그를 원망하며 방의 물건을 던지던 안 답응이 몸을 떤다.
"언젠가 나를 죽일 것이다..."
"마마."
"구, 구 화가 어떻게 되었느냐.. 그 잔혹한 살쾡이가 날 살려두겠느냐.."
안 답응이 잔뜩 겁에 질려서 몸을 벌벌 떤다. 구 화가 떠오르고 신귀비의 독한 성격이 떠오른다. 그가 공포에 질려서 그의 욕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영선은 총애받는 후궁이다. 충혈된 눈으로 안 답응이 궁인을 바라보다가 불연듯 어깨를 꽉 잡는다.
"도영!! 너가 저번에 내게 태의 중 하나가 네 동향친구라 하지 않었더냐?"
"예? 예..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왜.."
그 순간 안 답응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다.
"나를 좀 살려 주거라!!"
당황한 시비가 안 답응을 잡고 같이 무릎을 꿇는다.
"왜, 왜 이러십니까?"
"내 살길이 이제 다 네게 달렸다."
머리를 찧으려는 안 답응을 잡고 시비가 울면서 말을 했다.
"주인과 노비는 한몸인데 제가 어찌 안 답응의 말을 듣지 않겠습니다. 이러지 마시고 말씀해주십시오."
안 답응이 벌건 눈으로 궁인을 바라보면서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네가 내게 해줄 일이 있다."
============================ 작품 후기 ============================
ㅣ도원향가 플룻을 다 짰습니다! 6챕터로 끝날 것 같고 한유수로미능휴가 끝난 뒤 외전은 황후 외전입니다. 백편 내외로 완결일 것 같네영!